홍천에 있는 대명리조트에서 하는 오션월드에 다녀왔다
1박2일을 한다고는 했지만, 너무 늦게 출발한 지라 첫날 하루는 떠나는데 다 허비해 버렸다. 되도록이면 함께 가려던 남편은 여의치 못해 가지 못했다. 그 대신 30년지기 내 친구와 함께 다녀왔다.
오랜만에 떠나는 휴가라 무엇을 챙겨야 할지, 물놀이 용품은 뭐가 필요한지 알 수 가 없었 다. 새벽연습하고 돌아온 작은 애는 정오가 되어도 깨어날 기미도 없고, 큰애보고 먼저 씻으라니, 서로 미루기에 여념이 없다.
이래저래 늦은 점심을 먹고, 2시쯤 출발을 했다. 마트에 들려서 과일이랑, 과자도 좀 사고 하느라 또 시간을 잡아먹었다. 물놀이 슬리퍼를 사러 녹양동 신발가게에 들렸으나, 큰애는 빈손으로 나왔다. 결국 의정부 시내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오늘 안에 갈까 싶었다.
혼잡한 시내를 빠져나와 드디어 의정부I.C로 접어들었다.
와우! 뻥뚫린 길은 정말 운전할 맛나게 했다. 외곽순환도로를 구리방향으로는 처음 타본지라 더욱 신났다. 여하튼 떠난다는 건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 같다. 요즘 다 있다는 네비게이션도 없이 나는 용감하게 길을 나섰다.
“그거에 의존하면 길 감도 떨어지고, 바보 된다니까.”
라고 하며 자기 합리화도 잊지 않았다.
길은 대체로 쉬었다. 별 어려움 없이 쭈욱 가기만 하면 되니, 네비가 없어도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네비가 없으니 카메라가 두려워 법정속도를 따박따박 지키며 안전운전을 하였다. 옆에 탄 친구는 답답하다며 투덜대도 나는 개의치 않고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콘도에 짐을 풀었다.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옆에 영화광고가 보였다. 모두들 영화를 보기로 했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주인공인 “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보았다. 영화는 재미있었지만, 좀 길어서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다. 리조트에 극장까지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영화를 보고 딱히 할 일이 없던 친구와 나는 오목을 두었다. 몇 판 하고 나니 그것도 지겹고, 이런 날은 술 한 잔 걸쳐야 제격이지만, 둘 다 술을 못하는지라, 참 맹숭맹숭한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산에서 들리는 반복 알람 새소리에 눈을 떴다.
딱히 일찍 일어나도 할 일이 없다. 오랜만에 놀러 와서 무슨 밥을 하냐며 몽땅 사먹기로 했기 때문에 멀쩡한 아침 시간에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신김치라도 한 포기 가져올 걸’이라고, 다부진 후회를 하였다. 아침식사로 라면을 끓여 가져간 찬밥에 말아먹었다. 좀 미안한 아침식사를 했다. 그래도 다들 잘 먹더만..
몸에 착 감기는 듯한 선선함은 강원도 산속에서만 느껴지는 특혜라 하겠다.
한편으로 너무 추워서 물에 못 들어갈 것 같은 불길한 생각도 들었다.
아침시간이 좀 지나니, 구름속의 해도 얼굴을 내보이기 시작하고, 야트막하게 깔렸던 안개도 서서히 걷혔다.
짐을 모두 다시 꾸렸다. 차에 넣을 것과 물놀이를 할 때 필요한 것을 분리하였다.
드디어, 돈으로 모두 해결하는 물놀이가 시작되었다.
내가 이리 표현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입장료도 비싸지만, 음식, 과일, 돗자리 하나도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다. 참, 입구에서 가방검사까지 하는 것을 보니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일단, 표를 끓고 안으로 입장을 하였다. 이곳은 돈을 불편 없이 쓰라고, 손목에 코인 충전 팔찌를 끼어준다. 선불체크 카드팔찌인 셈이다. 이것으로 밥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구명조끼도 사고, 보트도 타고, 자리도 살 수 있다.
한마디로 돈을 뿌릴 수밖에 없는 경우에 봉착한다. 가족들 중에 한사람만 충전을 하면 불편하다고 해서 식구 수대로 팔찌를 채웠다. 그건 정말 잘 한 것 같다.
아이들과 헤어져 3시간 동안 찾지를 못해 너무 걱정스러웠으나, 충전을 해줬기 때문에 밥은 굶을 것 같지 않아 덜 근심을 하였다.
야외수영 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크던지 아이들을 찾으려고 그리 돌아다녔어도 3시간동안이나 찾을 수가 없었다. 하도 찾을 수가 없길래 방송이라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즈음에 지나가는 애들을 친구가 겨우 찾아냈다.
애들도 찾았겠다. 본격적인 물놀이를 하였다. 비싼 입장료를 세이브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부지런히 놀았다. 애들은 친구들과 놀면 정말 좋겠다고 하길래 속으로 웃었다.
‘나는 친구랑 노는데. ㅋㅋㅋ’
리조트는 비싼 만큼의 댓가를 우리에게 주었다. 8미터나 되는 인공파도풀이며, 튜브를 타고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파도 익스트림풀의 재미는 압권이었다.
이 나이에도 이렇듯 천진하게 웃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수영을 할 줄 몰라도 알아서 다 재미있게 해준다.
친구와 나는 웃고, 소리를 하도 질러대서 나중에는 목이 따끔거렸다. 즐거우면 즐거울 수 록 남편과 함께 오지 못한 게 계속 마
음에 걸렸다. 내년에는 꼭 남편과 함께 이 재미를 나누게 되기를 바래본다.
틈틈이 쉬었다가 갖가지 먹거리를 사먹고, ‘월드댄스파티’라는 공연도 보니 하루가 금세 지나가 버렸다. 어느새 퇴장을 알리는 방송멘트가 아쉽게만 들렸다.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피곤하면서도 행복해 보였다. 우리도 그들 같은 마음으로 그 곳을 빠져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홍천 별미인 숯불 삼겹살구이를 사먹고, 어둑해 진 밤공기를 마시며 커피 한잔을 뽑아 운전석에 앉았다.
이번 휴가는 남편이 함께 가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아이들과 친구와 좋은 시간이었다.
첫댓글 재미난 시간이었겠습니다...눈앞에 쫘악 그려집니다...
홍천 숯불 삼겹살 진짜 맛난디... 난 친구와 다녀온 여행이젤로 부럽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