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GP총기사고 희생병사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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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이 형, 의원이 형, 1년 만입니다"
고 조정웅 병장과 고 박의원 병장에게 보내는 '편지'
	최상진(csj8453) 기자

	▲ 고 조정웅, 박의원 병장의 근무 모습
	ⓒ 조정웅 병장 미니홈피

정웅이 형, 의원이 형, 1년 만입니다. 작년 이맘때는 학교 학생회관에서 영정사진으로만 뵈었는데 올해는 대전 현충원까지 직접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이리저리 바쁘다고 한번 찾아뵙지도 못해 죄송합니다. 찾아가야지, 하면서도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걸 보니 저도 참 못난 후배인가 봅니다.

1년은 참 빠르다면 빠르고 느리다면 느린 시간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낍니다. 벌써 형들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이라니 시간이 참 빠른 듯하면서도, 그 1년 동안 학교에도 그리고 저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것을 보니 느린 것 같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형들 '미니홈피'에 다녀왔습니다. 폐쇄될 줄 알았던 미니홈피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더군요. 그곳에 담긴 형들의 사진과 친구들의 글, 대책위원회의 주장, 모두 잘 보았습니다. 진작 알았더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 가눌 길 없습니다. 특히 언론보도와는 전혀 다른 대책위의 주장은 많은 충격이었습니다.

▲ 고 조정웅 병장의 근무모습
ⓒ 조정웅 병장 미니홈피

형들을 두고 언론에서는 말이 많습니다. 김 일병의 단독 범행이라는 것에서부터 공비 난입설까지. 다양한 설과 증거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저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형들이 살아계셨다면 이런 논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도 제대로 도움이 될 수 없는 제 자신이 실망스럽습니다. 하지만 언제고 진실은 밝혀지리라는 믿음은 버리지 않겠습니다. 형들의 부모님, 그리고 많은 분들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계시니까요. 저도 그분들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어제(18일) 형들의 1주기 추모식이 있었다면서요. 오늘 신문과 방송들은 형들의 부모님이 오열하시는 모습을 기사로 담았더군요. 저도 어제 이곳에 왔다면 같이 눈물 흘렸겠지요. 오늘은 연천에서 형들의 추모식이 있답니다. 저도 가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제가 가면 오늘 형들 옆에는 누가 있겠습니까. 따뜻한 햇살을 쬐며 형들 옆에 있으니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좀 전에 어떤 분이 형들을 비롯해 7명 모두에게 국화꽃 한 송이를 놓고 마음으로 대화를 하시더군요. '아차! 국화꽃을 드렸어야 하는데'란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은 첫 만남이니까 너그러이 용서해주세요.

사람들이 매번 검은 옷만 입고 와서 식상하실까봐 회색 정장까지 입고 온 귀여운 후배니까요. 또 의원이 형이 좋아하신다는 과자랑 정웅이 형 드리려고 음료수도 이렇게 사왔잖아요. 이미 28사단에서도 국화꽃 화환이 왔고, 형들 주위에 형형색색 꽃들도 많네요. 아직 형들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식지 않은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놓이네요.

	▲ 고 박의원 병장의 모습
	ⓒ 고 박의원 병장 미니홈피

저만치에서 한 어머니가 '내 아들 돌려내'라고 오열하십니다. 또 앞에서는 새로 국립묘지에 들어온 병사의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습니다. 국립묘지에서는 이런 모습이 일상일 테지만 그것을 보는 제 마음은 편치 않네요. 먼저 군대에 간 친구들, 그리고 ROTC 1차에 합격한 저도 무사하게 제대할 수 있을까요…. 집으로 돌아가서는 오랜만에 군대에 있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학교는 다시 평온한 방학을 맞았습니다. 작년 이맘때 학생회관에 마련된 형들의 빈소 앞에 가득했던 사진과 꽃, 과자 음료수들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올해는 아무것도 준비한 것 없이 오늘을 넘어가 버리네요. 마치 명예졸업장 수여가 학교로는 모든 책임을 다했다는 듯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제 가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네요. 7분 모두에게 묵념을 드리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앞으로도 잊지 않고 생각날 때 한번씩 들릴게요. 다음에 올 때는 더 많은 소식과 선물을 가져다 드리겠다고 약속합니다. 하늘에서나마 붉은악마가 되어 축구대표팀도 응원하고 동료분들과 재미나게 축구 응원도 하시고요. 금방 또 찾아올게요.

오늘은 연천 총기사고로 산화한 故조정웅 병장과 故박의원 병장 등 7명의 병사의 1주기입니다. 저는 이 두 병사의 대학 후배로 오늘 대전 현충원에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