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구도 시대에 따라 유행이 달라진다.80년대의 프로야구는 슬라이더의 시대였다.직구처럼 들어오다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이 변화구에 타자들은 헛스윙이나 엉거주춤한 타격으로 일관했다.하지만 더 이상 슬라이더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타격기술이 발전해 웬만한 타자들은 이 공을 끝까지 쫓아가 받아친다.
90년대는 떨어지는 변화구의 시대라고 부를 만하다.커브도 낙차 크게 아래로 떨어지는 파워 커브가 유행했고,노모처럼 포크볼을 던질 줄 아는 투수들이 상종가를 기록했다.이 변화구의 단점은 투수의 몸에 심한 무리를 줘 선수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뉴밀레니엄의 변화구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21세기는 체인지업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중요성이 강조돼온 이 변화구의 완성은 새천년 투수들의 화두다.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스피드만 10∼20㎞ 가량 줄여 타자의 헛손질을 유도하는 체인지업은 다른 변화구들과 달리 전혀 몸에 무리가 없고,직구의 위력을 배가시킨다.개발하기에 따라 구질도 무한대로 변화한다.그레그 매덕스(애틀랜타)나 정민태(현대) 등 현재 정상에 선 투수들은 모두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사용한다.LA 다저스 박찬호도 20승 고지에 오르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체인지업의 완성을 들고 있다.체인지업을 완벽하게 구사하는지에 따라 21세기 투수의 몸값이 결정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