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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불암산 산행기점인 불암동은 여전히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주변에 대단위 신도시가 개발되며 천지가 개벽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무던함이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요소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정중동의 변화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음식점이 제법 많이 들어왔고 포장도로가 더 길어졌다. 절집을 알리는 표지판도 확실히 세련되고 커졌다. 하지만 묵직한 불암산의 바윗덩어리들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배꽃이 만발한 봄날 불암산을 찾았다. 전철 1호선 석계역에서 내려 1155번 버스를 타고 불암동으로 향했다. 삼육대학교 앞을 지나 좁은 길로 좌회전한 버스는 잠시 뒤 불암산의 바위 봉우리들이 올려다보이는 작은 삼거리에 섰다. 이곳이 불암산 산행 기점인 불암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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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북바위 위의 능선에서 만나는 널찍한 바위지대. 남양주 별내지구 일대가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 필암산(筆岩山) 혹은 천보산(天寶山)이라고 불렸던 불암산(佛岩山·509.7m)은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상계동과 경기도 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솟아 있다. 불암산 산행들머리는 무수히 많다. 그 중에 별내면 불암동 기점은 신라 헌덕왕 16년(824) 지증국사가 창건했다는 조계종 불암사(佛岩寺)가 있어 운치가 남다르다. 천년 고찰과 조화를 이룬 산길도 비교적 유순하며 한적해 분위기가 있다.
불암동 정류장에서 개천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아스팔트길을 따라 350m 정도 진행하면 삼거리다. 이곳에서 다시 오른쪽 포장도로를 따라 불암 무지개송어장을 지나 500m 정도 진행하면 왼쪽으로 천보암 입구가 나타난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불암가든이라는 음식점이다. 절 입구를 지나쳐 왼쪽으로 휘어지는 도로를 따라 비탈길로 잠시 올라가면 왼쪽에 불암유스호스텔 입구가 보이고 곧이어 불암사 주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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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암사 입구의 석천암 갈림길.
- 주차장에서 ‘천보산 불암사’ 일주문을 지나 숲이 우거진 길을 200m쯤 가면 불암사 절집들이 보인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 석천암으로 가는 갈림길로 접어들면 자연석 부도가 있는 바위 아래로 오르게 된다. 이후 길은 능선을 따르며 불암사를 우회한 뒤 갈림길에서 북쪽의 석천암 방면 사면길을 치고 오르게 된다. 직진하면 주능선의 깔닥고개로 곧바로 이어진다.
이정표가 확실해 석천암으로 가는 길은 헷갈리지 않는다. 천연의 바위 계단을 따라 석천암으로 오른다. 길 옆의 바위에 암자까지 이어진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이 걸려 있는 산길이 꽃으로 치장한 듯 화려하다. 불암사 뒤편의 사거리에서 석천암까지는 500m 거리.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도 오를 수 있다.
석천암은 등산로에서 왼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다. 절집을 증축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석천암 입구 옆에는‘불암산 호랑이 은거 제1동굴’터가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서울 침입을 막으려고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은거하며 유격활동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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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육대학교 내에 위치한 제명호반.
- 석천암 위쪽으로 진행하니 바위를 지붕과 벽 삼아 지은 허름한 매점들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불암산 남쪽의 거북바위를 경유해 오른다. 평일임에도 거북바위는 오버행을 등반하는 중년의 클라이머들로 붐비고 있었다. 멋진 조망을 감상하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암벽등반 대상지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도봉산·북한산 막힘없이 조망
거북바위 밑을 지나 능선에 올라서니 널찍한 바위가 펼쳐진다. 바람이 무척 센 날이다. 산 아래 남양주 별내지구 주택단지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엄청나게 넓은 땅을 밀어내고 집을 짓고 있는 모습이 생소하다. 이러다가 불암산이 온통 아파트로 포위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능선을 타고 잠시 오르니 긴 목제 계단을 만든 주능선과 만났다. 바위 지대를 곧바로 치고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어쩐지 위험해 보인다. 안전한 사면을 이용해 주등산로로 진입했다. 튼튼한 목조 계단이 불암산 정상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국기게양대가 있는 마지막 구간은 줄을 잡고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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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암산 정상부의 바위 지대에 설치된 나무 계단.
- 불암산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터진 조망이 시원스럽다. 바로 옆의 수락산은 물론이요, 건너편 도봉산과 왼쪽의 북한산까지 막힘 없이 조망할 수 있다. 동쪽으로는 멀리 천마산과 철마산을 잇는 능선까지 시선에 닿는다. 절대 고도는 높지 않지만 시야를 가리는 것이 적어 전망이 무척 좋은 산이다.
삼육대학교 방면으로 하산하려면 다시 올라왔던 계단을 이용해 남쪽 능선을 타야 한다. 정상부 가파른 구간의 계단이 끝나면 평범한 능선길이 시작된다. 정상에서 30분이면 깔닥고개로 내려선다. 이곳은 능선상의 사거리로 동쪽은 불암사, 서쪽은 정암사를 거쳐 상계역으로 이어진다. 깔닥고개에서 400m 떨어진 봉화대에는 커다란 헬기장이 있다. 이 공터 옆에 화장실 두 개와 여러 개의 벤치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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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암산의 강인한 이미지를 대표하는 거북바위. 암벽등반을 즐기는 이들로 활기찬 분위기다.
- 헬기장을 지나 계속 진행하면 불암산 정상에서 2.2km 지점에 사거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왼쪽은 별내 동원훈련장(1km), 우회전하면 중계본동(1.4km)으로 하산할 수 있다. 삼육대학교 방면으로 가려면 효성아파트 방향으로 표기돼 있는 주능선을 타야 한다. 길이 평탄하고 좋은 이 구간은 맨발로 걸어보라는 의미로 ‘맨발길’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주능선을 타고 계속 300m 가량 진행하면 능선이 두 갈래로 갈린다. 삼육대(1.2km) 방면은 왼쪽 길을 이용한다. 직진하면 효성아파트(2.7km)로 이어진다. 왼쪽 길을 따라 잠시 진행하면 오른쪽 녹색 철조망의 문을 통과해 삼육대학교 안쪽으로 진입한다. 활엽수와 소나무가 우거진 숲을 지나 잠시 내려서면 삼육동호수(제명호)라는 인공호수가 나타난다. 이후 임도를 따라 300m 정도 걸어가면 대학 건물들이 보인다. 정문 방면으로 가려면 주차장 앞 로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른다. 체육관을 왼쪽에 끼고 직진하면 삼육고등학교 옆을 지나 정문으로 나설 수 있다.
- 교통· 숙식
전철 1·6호선 석계역 6번 출구 앞 정류장에서 1155번 버스를 탄다. 이 버스는 6호선 태릉입구역, 화랑대 입구역을 경유한다. 배차 간격은 약 20분. 삼육대 앞을 거쳐 불암동까지 약 25분 소요. 요금 900원. 7호선 중화역과 먹골역을 경유하는 1225번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산지점인 삼육대 정문 왼쪽 육교 아래 정류장에서 7-3, 202, 1155, 1156, 1255번 버스가 수시로 운행한다. 삼육대학교 정문에는 등산객 출입을 금한다고 안내판이 붙어 있다. 하지만 하산해서 교정을 빠져나가는 등산객은 방치하고 있다.
불암동에는 태릉왕갈비(031-527-5665), 안진루(031-529-0608), 담터해장국(031-528-1164), 불암무지개송어장(031-527-8846), 불암가든(031-527-9626) 등 음식점이 즐비하다. - / 글 김기환 차장 사진 이구희 기자
- ***출처-월간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