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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best 사연(2008.9.5.)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비교육적 입시사교육’ 걱정을 나누고 국민들이 함께 대안을 찾는 운동입니다. 현재 까페(noworry.kr)를 통해서 학부모들과 시민들 간 진솔한 나눔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그 나눔 중에서 주 1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정 금주 best 사연’을 정리해서 사회에 알리고, 이런 부모들과 아이들의 아픔을 공유하며, 나아가 사회 구조와 정책의 변화를 통해 이런 아픔이 치유되고 해소하길 힘씁니다.
고야님은 학원 강사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시작될 때, 이 까페에 가입해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올 수만 있다면, 학원 강사 생활 청산하고 길거리 붕어빵 장사를 해도 나는 좋겠다고 말씀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분이 결국 학원을 그만 두시게 되었다는 글이 까페에 올라왔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금주 베스트 사연으로 올립니다. |
‘학원 강사직을 그만 두며 : ‘여보, 마트 주차 관리도 괜찮아요’
글쓴이 : 고야(학원 강사, 까페 회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열리게 된다면, 입시 사교육 학원이 모두 사라져서 강사라는 직업이 사라지게 된다면,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에서 붕어빵을 팔아도 좋다 라고 이야기했던 고야입니다. ^^
오늘 드디어 학원 원장님께 이야기했습니다. "원장님! 강사 생활 그만 하겠습니다~" 최근에 제가 근무하던 학원이 법인학원으로 바뀌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입시설명회도 개최했고 무엇보다 앞으로 많이 성장(?)하게 될 것 같은 분위기였거든요!
강의도 하고 학원 기획관련 업무도 맡아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심적으로 정말 많이 괴로웠습니다. 특히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 온 우편물을 받아보고, 제가 올린 글이 브로슈어에 실린 것을 보고는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글은 말과 달라 만년을 간다는데...구차한 생계 문제 등의 이유로 제 자신을 비참하고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내 글의 내용과는 어긋난 모습으로 하루하루 성장(?)하는 제 자신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결국 결심을 굳혔습니다. 수업은 아이들과의 약속이니 당장 그만 둘 수는 없어서 추석 전까지만 일주일에 이틀이나 사흘 강의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전 실업자가 됩니다. ^^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도 많지만, 수년간 가슴에 얹혀있던 돌덩이가 사라진 느낌이 들어요.
아내는 33살이나 된 남편에게 마트에서 주차관리를 해도 괜찮다고 용기를 줍니다. 4살배기 아들은 아빠가 너와 함께할 시간이 많아질 거라는 이야기에 신나 소리를 지릅니다. 당장은 밥벌이 고민을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가 남긴 했지만, 이제는 이 소중한 공간에 당당하게 들어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게는 가족 생계 부양에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사표를 내던진 오늘이 행복한 주말 저녁입니다. 앞으로는 종종 오프라인 행사에도 모습을 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학원에서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저의 본 모습(?)을 고백했어요. "얘들아 선생님이 직업을 바꿔볼까 고민중이야. 선생님은 사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라는 단체의 까페 운영자 가운데 한 사람이거든. 그런데 선생님은 이렇게 학원에서 너희들을 가르치면서 살아가고 있단다. 선생님은 고민 끝에 진짜 자존심이 강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단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이라 이야기하더라도 너희들 스스로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꼭 지켜야 할 가치 있는 일이 있다면, 세상이라는 파도에 힘없이 끌려 다니지 않고 진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붕어빵을 굽기에는 턱없이 더운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학원 문을 걷어차고 나와 버린 이 철없는 가장에게 많은 용기를 주세요! ^^
댓글 모음
청보리 마음이 울컥하네요...제대로 된 사회를 꿈꾸고 실천하는 큰 몫을 해내셨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기실천이 제일 절대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야님! 존경합니다.
김향숙 밥벌이를 걱정해야하는 가장에게 마냥 박수만을 보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저도 올 3월에 하던 일을 접고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준비하느라 책 사보고, 교육 과정 (유료) 듣고, 대전서 서울 올라가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야말로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나서 이제 바야흐로 빈민(?)층이 되었습니만 그 선택, 후회하지 않습니다. 여기 등대지기 학교에 강사로 나온 이범 님의 강의를 아이랑 들은 적이 있는데 오히려 무료 강의를 하며 행복했다 합니다. 물론 이범 님이야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갈 수 있는 경제적 자립이 나름 마련되었겠지만....글이 옆 길로 빠졌습니다만. 다시 돌아와....가장 신통찮은 일은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벌이도 신통찮은 경우'라고 하더군요....^^ 궁극적인 밥벌이를 외면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그 안에서 고민하고 힘들어 했을 고야님의 선택에 우선은 박수를 보냅니다. 어렵게 결정을 했지만 분명 또 다른 길이 있으리라 생각되어집니다. 우선은 쉬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 등을 잘 고민하면서 자기 사명서를 한번 써 보길 권유합니다. 그러면 뭔가 밑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생각합니다. 자신이 꼭 지켜야 할 자존심, 그리고 가치 있는 일이 조만간 나타나서 밥벌이의 고민이 길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박수 보내고, 응원합니다.
희동이 용기있는 결단을 하신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래봅니다. 고야님! 화이팅! 08.08.31 10:19
교설우교 대단하십니다. 가정을 책임지고 있고 이어지는 일자리마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실수 있는지... 그리고 아내 되시는 분도 대단하시네요. 고개가 숙여집니다. 힘내세요!!
드림 교직 20여년 지낸후 퇴직한 저도 명퇴도 아닌 시기에 그만뒀다는 것에 대한 경제적 부담은 있는데..이제 4살 아가의 아빠께서...저하고는 비교도 안 되실 정도로 대단한 결심을 하셨군요. 고야님은 다른 뭔가를 꼭 잘 해내실 분 같으시네요. 그리고 사모님도 참 대단하십니다..파이팅입니다.
햇살처럼 브로슈어에 실린 글을 보고 어떤 분일까 참 궁금했습니다. 진심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근데 더 큰 결단을 하셨네요. 가장으로서 정말 어려운 결단이셨을 텐데요... 그리고 그 결정에 지지를 보내주신 사모님도 정말 대단하신거 같아요.. 시간이 지난 후엔 옳다고 생각한 길을 위해 다른 걸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진정한 빛을 발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야님같은 분이 계셔서 역사는 발전해 나간다고 믿습니다. 선생님께 맞는 좋은 일자리를 반드시 구하게 되실 겁니다. 저두 4살배기 아이들이 있는데... 아빠랑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제일 행복해하겠네요^^ 우선은 아이랑 신나게 놀아주셔도 좋을 거 같네요
캐슬리더 가슴 아프네요..저는 현재 놀이센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예가 이기도 하지요. 만드는 게 너무 좋아 작업실이 필요해서 시작했던 게 이렇게 사업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너무 썰렁한 분위기에 한숨이 나오더군요. 사교육이 뭔지 아이들 잠깐 와서 놀다가는 것도 시간이 없어 목 온다니 5살부터 학원이 기본으로 5개 이상 이랍니다. 우리 아이들이야긴 말하면 길지만 몇달전 부터 학교와 학원에 회의를 느껴 유학과 대안학교를 알아보았지만 그것도 길이 막막하더군요.그래서 얼마 전 부터 학원을 안보내고 ,지금은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막막하지만 용기있게 시작하렵니다.아이들이 행복했으면 합니다.
민건훈 선생님 용기있는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금은 많은 어려움과 헤쳐 나가야 할 많은 산들이 있지만 선생님을 진정 지지하는 사랑하는 아내와 이이가 있기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라 믿습니다. 7년 전 저희 부부도 비슷한 결정 앞에 내가 나가 돈을 벌어도 되니 남편에게 그만 둘 것을 지지했었고 그 후 선하게 길을 여시는 주님을 볼 수 있었지요.선생님을 향한 주님의 계획이 놀랍게 이뤄지길 마음깊이 기도하겠습니다.
지성학 용기와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고야 아이를 유치원 버스에 태우고 집앞 공원 벤치에 앉아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를 좀 바라봤습니다... 냉정해져야 한다는 다짐을 몇 번이고 합니다... 많은 용기를 주신 여러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글쟁이 고야님. 존경을 보내고 가치있는 결정에 응원을 보냅니다. 저는 가톨릭 신앙 안에서 생활하고 있구요. 기도하겠습니다.
이현주 대단하지만 정말 용기있고 가치있는 일을 하셨네요.. 어떻게 힘을 실어 드릴 수 있을까요..? 택하신 길이 바른 길이라고 옳은 길이라고 누군가는 먼저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하셨다고 박수해 드립니다..용기 잃지 마세요.. 우리가 함께 합니다..^^!!!
etson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길이 없는 곳에 길이 되는 사람의 삶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고야님의 길을 축복합니다. 많은 활동으로 우리가 덜 먹고 덜 쓰더라도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이 있음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 잠깐!
○ 까페의 글을 기사로 다루실 경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무실로 연락을 주세요. 간단한 원칙 한가지만 지켜주시면, 이 내용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지도록 돕겠습니다.
2008.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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