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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월간 한비문학 원문보기 글쓴이: 한비문학
간이역 시 에세이
박해수
장항선
장항선은 충청남도 천안역에서 전라북도 익산역을 연결하는 노선이다. 천안 신창 구간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연계된 통근형 전동차가 2008년 12월15일부터 운행하기 시작했다. |
예산역
함박꽃나무 밑둥 허리 시린 늦가을 가랑비, 홀랑 벗은 예산역, 역(驛) 이마가 젖은 하늘, 푸른 광선(光線) 푸르다. 달맞이꽃 피고 산허리, 물푸르게 멍이 든 슬피나무도 눈을 들어 먼 하늘 본다. 두손 모아 산을 보면 산주름이 보인다 두손 내린 산은 무거운 이승의 잔상(殘像) 무거운 기차처럼 서 있는 예산역 네 가슴은 물푸른 단풍이다 달맞이꽃이다 네 가슴에 예산역은 들소뿔빛 노을로 서 있다 |
예산역, 내포 평야, 예산 사과, 안면도 천수만의 조기잡이, 조개, 굴, 내포 땅, 예산, 홍성, 서산, 태안, 아산, 당진 곡창지대 젖은 하늘 푸른 광선, 물푸른 단풍, 성상문, 이순신, 최영, 추사 김정희, 김대건 신부, 윤봉길 의사, 김좌진 장군, 상록수 심훈, 만해 한용운(홍성) 의연한 역사적 인물이 내포 평야를 끼고 살아오신 곳 덕숭산, 해미 가야산 기골 장대한 의사, 충신들이 많이 태어난 곳, 들소뿔빛 노을, 들뿔빛 기개가 노을로 서 있다. |
삽교역
삽교에 가면 삽이 서 있다 흙을 다 파고 낮게 걸린 낮달 마을로 낮게 기우는 저녁연기 접시꽃 옷고름 풀고 새하얀 울음 웃음으로 틀다 아픔이 서 있다 토란잎 줄거리 잎 움트는 푸른 생명 촉, 촉, 촉, 몸 젖은 네 목숨 어지러이 떼 까치 떼, 떼, 떼, 때 몸 벗기는 물꼬 트는 저수지 뭣 하러 서 있을까 아슬, 아슬, 아스라한 몸 비낀 눈 먼 돌부처, 저물녘 가을, 가을은 기적소리 설핏, 설핏, 달덩이 몸 당기는 찔레꽃불 향기 산머루 머리 깎인 절개지(切開地) 핏빛 몸 가신 슬픔, 삽교역 목덜미, 마늘 향기 마늘, 마늘, 마늘빛 노을은 삽교역에 서있네 삽교역 어둠이 서있네 |
삽교역, 무궁화 새마을호가 정차한다. 컨테이너 화물을 취급하는 곳 수덕사역, 덕산온천 사찰 같은 아늑한 장항선 무궁화호. 오가마을 과수원, 오가마을 들판, 내포 평야를 지나 잎 움트는 푸른 생명. 눈먼 돌부처 저물녁 달덩이 핏빛 몸 가신 슬픈 삽교역. 수덕사가 있는 삽교역 뒷마을 일엽 스님의 청춘을 불사르고 당신은 나에게 무엇이 되었삽기에 살아서 이 몸도 죽어서 이 몸까지도 그 맘 다 받치고 싶어질까요. 삽교역 마늘 빛 노을이 얼굴을 감추고 서 있다. |
화양역
네 얼굴은 팔색조로 둥근잎꿩의비름, 팔색똥 누고 있으니 네 마음 끝 간 곳 없이 뜨겁다. 달빛과 길 없는 세상 길들, 푸른 색깔 산굴뚝나비에 걸려 넘어간다. 화양역, 뼈속으로 스미는 무덥고 긴 길, 울음 반, 눈물 반, 코 끝에 스쳐 비인 마음 구절초, 흰목물떼새 소리 뜨거워 지는 네 피의 목울음, 네 허공 깊숙이 네 피의 사랑넝쿨, 허무의 풀밭에 겸허히 일어서는 네 기도의 두손을, 다시 태어나고 있으니 불빛 하나, 물빛 껴안고 바람 흔들며, 네 품에 안기듯 그리움처럼 삭아가는 네 운명처럼 한밤의 화양역, 기차속에 너는 가벼워지고 기차속에 나는 가벼워 지고 가도 가도 철로를 밟고 가는 길 흑고니처럼, 화양역 달이 지듯 가고 있으니, 언덕 아래 네 눈물 감추고 있으니 네 얼굴 팔색조, 저 달 속으로 날개 펼쳐 가고 있으니 날개 펼쳐 가고 있으니 |
여객열차가 무정차 통과하는 곳, 화차 공장이 있었고 화물취급도 했었지만 지금은 화물취급도 하지 않는다. 경기도 안산시의 원시역까지 가는 서해선 철도를 건설할 것이라고 한다. 구불구불했던 자신의 허리 천안, 신례원 간성, 간치 장항 곧은 직선이 될 것이다. 삽교역과 홍성역 사이에 끼인 화양역 구불구불한 선로는 흙으로 덮여져 있고 비인 마을 구절초 너는 가벼워지고 흑고니처럼 달이지는 화양역 내 마음 팔색조로 날고 있으니 저 달 속으로 가리워져 가는 화양역. |
홍성역
싸리꽃에 눈물 젖나. 농다리 지네 등빛, 사랑도 미움도 던졌다. 앙가슴 태우며 산자락, 산갈피에 서러움도 접었다. 붉은 사랑꽃 열정에 속세를 버렸다. 연꽃 푸르다. 버려질 듯 이어질 듯 끊임없이 끊길 듯 굴러 가는 염주알, 알알이 묻혀 나온 옹골 깊은 네 사랑을, 홍성에 가면, 홍성에 가서 천년의 역사를 천년의 그리움을 물어보라. 공룡 쌓인 발자국. 비비꽃 장령산, 희망은 언제나 붉게 푸르게 뽐내며 불탔다. 싸리밭, 싸리골, 싸리꽃 피는 싸리빛 희망은 붉고 큰 성안에 붐비다. 성안에 피는 가슴 비운 사람들, 빈 마음 풀고 가는 희망을, 눈멀미, 꽃멀미, 그리운 네 멀미, 자욱한 네 사랑, 네 마음속의 화두(話頭)를 끌어 안고 홍성역 가다. 그립고 간절한게 무엇이랴, 가슴 불태우며 천년의 그리움, 싸리꽃빛 안고 숫염소뿔 노을안고 홍성역 간다, 네 마음의 푸른성, 껴안고 그리운 홍성역 간다. |
홍성역 싸리꽃에 눈물 젖다. 농다리 지네 등 빛 화양역을 무정차로 장항선 기차가 7~8분 만에 홍성역에 닿는다. 천안역에서 50분쯤 전에는 1시간이 넘었는데 몇 개역이 사라지고 속도는 빨라졌다. 1920년대 역사가 생긴 이래 이제 고향역 홍성역을 찾는 사람은 현대식 역사에 내리게 된다. 구멍가게와 국밥집, 은하수 다방, 양지 식당. 붉은 꽃 사랑꽃 열정에 빈 마음 품고 가는 희망을 눈 멀미, 꽃 멀미 그리운 네 멀미가 싸리꽃 빛으로 빛난다. |
광천역
시커멓게 두팔을 벌리고 서 있는 순결의 흰꽃들은 네 정령(精靈)의 흰꽃들이 쌓이는 달과 별, 산과 구름 하염없이 묵묵함을, 네 눈빛에 살고 있음에랴 삶은 차고 흰것에 긴장한다 기도하는 네 감긴 두눈을, 만물은 물달팽이속, 물집에 헤매고 있는 것을 골짜기 숲속에 은자(隱者) 피 마른 사랑, 애 마른 그리움 속속들이 남겨두고 네 영원, 싣고 가는 먼 윤회, 윤회의 발걸음도 묻혔으리라, 마른나무 가지 차고 가는 저 바람도 물떼새 휘젓는 날개속에 살고 있으리니, 돌아보지 마라 시커멓게 팔을 벌리고 고깔제비꽃, 희고 찬 몸, 몸 흔드는 꽝꽝나무의 묵언(默言), 강변 따라 가는 들녘길에 물억새풀, 무엇으로 흔들 수 있을까, 만상(萬象)을 안고 돌아가는 네 정령(精靈)의 물억새꽃, 쌓이는 물빛만 물억새꽃 쌓이는 그리움만 광천역에 쌓이고 있구나 |
광천역, 광천토굴젓, 산행인파, 아차산 관음사, 꿀꿀이봉 오서산, 아차산 아차산 지나 오서산 밤나무숲 성연저수지, 마른 가지 차고 가는 물떼새, 광천 토굴젓 먹으러 간다. 물억새풀, 산촌 생태마을 오서산 보령의 모습길 보인다. 골짜기 숲 속에 은자처럼 토굴젓갈, 삶을 차고 흰 것에 우리는 긴장한다. 네 정령의 흰 꽃들이 산 위에 차고 하염없이 묵묵함을 이기고 서 있는 광천역, 바람이 차다. 강변 물억새꽃, 고깔제비꽃 시커멓게 팔을 벌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