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강진이야 몇 번을 가본 곳이지만
진도는 가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곳일까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멀기는 정말 먼 곳이었다.
버스로 6시간 정도를 달려서
도착을 했으니 말이다.
하기야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가는 길이니....
진도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뭔가가 있는 곳이었다.
일단 울돌목의 그 빠른 조류가 사람을 빨아들일 것 같았고,
금골산의 황금뼈들이 초등학교 뒤에 버티고 서있는 장면도
다른 곳에서는 쉬 볼 수 없는 광경이었고,
남도석성 내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슬레이트 민가들의 특이함도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혜수가 알아와
어렵사리 빌린 25인승 버스.
버스 면허를 따고는 처음 몰아보는 버스.
전날 버스를 인수인계 받아서
울산시내에 주행을 해보니
사이드 브레이크의 위치가 반대이고
차체가 커서 운전하는 데 힘이 많이 들었다.
그 덕에 다음 날 실전에서는
그나마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날
순천 시내를 지나면서
본의 아니게 신호를 놓치면서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었는데
그 때 사고 없이 지나간 게
지금 생각해도 참 운 좋은 일처럼 느껴진다.
몇 년 전 이런 날을 대비해서
버스 면허를 따려고
운전면허 학원에 다닐 때
날씨도 덥고
시간 내는 일도 힘들었지만
결론적으로 멀지 않은 장래를 내다본
혜안이 빛났음을 자찬해보며....
새벽에 박인숙샘 먼저 시외버서터미널에 모셔드리고
돌아와 숙소 앞에서
차가 시동이 꺼져
결국 수리를 해야만 했고,
귀중한 답사시간을 한 시간 정도
빼앗긴 것은 잊혀지지 않을
버스와 관련된 또 하나의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