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김재규 개인전
2010. 10. 13Wed - 10. 19Tue
Opening : 2010. 10. 13WED PM 6:00
경인미술관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30-1 경인미술관 제3전시실 Tel. 02. 733-4448~9
정 07
53.0 x 72.7cm Oil on Canvas
정 06-백련사
130.3 x 162.0cm Oil on Canvas
정 09
72.7 x 91.0cm Oil on Canvas
꿈 08
41.0 x 53.0cm Oil on Canvas
정 07
53.0 x 72.7cm Oil on Canvas
정 05
130.3 x 162.0cm Oil on Canvas
정 10
100.0 x 65.2cm Oil on Canvas
정 07
53.0 x 72.7cm Oil on Canvas
정 09
45.5 x 38.0cm Oil on Canvas
정 05
50.0 x 65.2cm Oil on Canvas
꿈 09
45.5 x 38.0cm Oil on Canvas
꿈 10
53.0 x 41.0cm Oil on Canvas
꿈 09
45.5 x 53.0cm Oil on Canvas
발레리나
45.5 x 53.0cm Oil on Canvas
꿈 09
45.5 x 33.3cm Oil on Canvas
정 09
24.2 x 33.3cm Oil on Canvas
정 09
24.2 x 33.3cm Oil on Canvas
정 10
91.0 x 72.7cm Oil on Canvas
정 09
27.3 x 45.5cm Oil on Canvas
자연미를 탐하는 진솔하고 담백한 조형언어
신 항 섭 (미술평론가)
이 세상에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때로 꽃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어떻게 저런 색깔과 형태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지 절로 감탄하게 된다. 단순히 자연발생적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도 신묘하여 절대자의 존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온갖 형상으로 존재하는 자연의 생명체 하나하나는 저마다의 존재를 뽐낸다. 그러면서도 한데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지어낸다. 미를 탐하는 화가들이 자연미에 취해 붓을 들고 캔버스에 옮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나머지 그 모양을 캔버스에 옮겨 영속성을 부여하려는 것이다.
김재규도 그러한 시선으로 자연과 마주한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만물 가운데 결코 하찮은 것이란 없다는 사실과 마주한다. 그냥 무심히 지나치는 후미진 곳에 피어있는 들꽃 하나의 존재가 새삼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일깨워주는 까닭이다. 이는 그의 시선이 낮은 곳으로 향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자신의 키 높이보다 낮은 곳에 자리하는 작은 물상들에 시선을 보냄으로써 거기에 새로운 의미,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누구나 자신보다 높은 곳을 지향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일상적으로도 높고 먼 곳을 지향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래적인 욕망인지 모른다. 다시 말해 현상보다 더 높은 곳, 더 나은 곳을 지향하는 것은 그만큼 자기현시를 위한 욕망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속성 탓에 일상적인 시선도 낮은 곳에 두는 일은 거의 없다. 그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시선이 좁아지면 인생을 포괄적으로 보고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그림은 바로 이와 같은 자기현시, 또는 자기상승의 욕망으로 점철하는 우리들에게 좀 더 느슨하게 살도록 속삭인다. 우선 낮은 곳에 시선을 돌림으로써 세상을 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지게 된다는 점을 실증한다. 낮은 곳에서 자라는 이름 모를 풀꽃 하나일지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고유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크고 화려한 꽃에 비해 시각적인 유혹이 적으나 독립적인 생명체로서의 아름다움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풀꽃일지라도 거기에는 넘치는 생명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그렇다. 자연은 크고 아름다운 존재들만의 세상이 아니다. 작은 존재들과 큰 존재들이 한데 어우러져 공존함으로써 생명의 환희로 빛나는 자연미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꽃들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전신주 아래 무성하게 피어난 파란 나팔꽃이며, 돌 틈에서 힘겹게 고개를 내민 민들레와 빨간 야생화, 맨드라미, 담 벽 아래의 넝쿨장미 등 결코 시선을 끌만한 화려함은 없을지언정 그 자체로서 탓할 데 없이 아름답다. 그의 작가적인 시선과 애정은 이처럼 평범한 시각에서 출발한다. 물론 탐미적인 시각으로 세상과 마주하기에 형형색색의 꽃들을 무심히 지나칠 리 없다. 다양한 꽃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적지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꽃을 소재로 한 그의 정물화는 꽃꽂이 형식의 인위적인 구성보다는 자연스러운 상황을 연출한다. 즉, 여러 가지 종류의 꽃을 화병에 꽂아두는 일반적인 정물화의 구성과 달리 무더기 꽃을 선호한다. 한 가지 종류의 꽃이라도 소담한 무더기 꽃을 즐긴다. 뿐만 아니라 꽃을 화병에 꽂지 않고 그대로 탁자 위에 놓는 자연스러운 구성이다. 한 종류의 꽃을 선호하는 것은 순정한 마음의 표현이다. 이렇듯이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은 그 자신의 인생관, 그리고 삶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더구나 자기 주변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는 낮은 곳으로의 시선은 그 자신의 생활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일상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보고 느끼는 감동을 주체치 못해 붓을 들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그러한 자기감동으로 채워지고 있다. 들풀이나 들꽃뿐만 아니라, 한적한 시골동네와 전통적인 삶의 체취가 묻어나는 골목길이나 넝쿨장미가 아치를 이루는 돌계단 등 전형적인 시골풍경을 담담한 필치로 묘사한다. 시선을 끌만한 요소가 없는 평범한 시골마을 풍경에서 그는 진정 따스한 삶의 온기를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듯싶은 고요한 정적 속의 시골풍경은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과 같은 정겨움을 안겨준다. 단순히 사실적인 이미지로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자신이 보고 느낀 미적 감흥을 담는데 힘쓴다. 무엇보다도 시골만이 가지고 있는 정취를 살리는데 집중한다. 자기과시가 없는 진실하고 소박한 필치로 재현하는 시골풍경은 실제를 보고 있는 듯싶은 감정에 사로잡히게 한다. 결코 과장된 색채이미지를 추구하지 않는다. 어느 면에서는 회화적인 색채이미지조차 허용하지 않는 듯 그저 담담하고 담백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비롯하여 강변풍경, 염전, 그리고 나무 등 자연풍경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도 감정의 과잉이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 전개되는 아름다운 자연미를 진솔하게 묘사하고 있을 따름이다. 특이 멀리서 조망하는 원경의 경우 그 전체적인 이미지를 중시하는 경향이다. 여기에서는 세부묘사보다는 시야를 넓히는 대자연의 정서를 포착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이처럼 거리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원경은 대자연을 관망한다는, 즉 전체를 아우르는 폭 넓은 시야를 통해 사색의 동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눈앞에 있는 소재는 그 형태미에 시선이 머물기 마련이어서 시야를 벗어난 정서를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그의 조형적인 시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리라. 가능한 한 주관성을 배제하는 가운데 객관적인 진실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작가적인 시각은 주관적인 해석을 덧붙이지 않아도 자연은 충분히 아름답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그저 눈에 보이는 사실을 진실하게 묘사하는 것이야말로 어디 탓할 데 없는 자연미에 절대적인 순응이라는 시각이다. 자연을 정확히 흉내는 것만으로도 조물주의 창조적인 능력을 훔쳐내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그렇다.
인물화에서는 주로 가족을 모델로 하는 초상화 형식의 작품과 생활주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초상화 형식의 작품은 정적인 포즈인 관계로 그 외적인 형태미보다는 내면세계를 표현하는데 의미를 둔다. 아무래도 가족의 초상은 성격이나 생활감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므로 그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추기 마련이다. 이에 반해 오가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순간적인 표정이나 몸짓에 시선을 주게 된다. 이런 작품에서는 스냅사진과 같은 순간적인 현장감이 잘 살아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어느 특정의 장르에 안주하지 않고 풍경, 인물, 정물 등 장르의 폭이 넓다. 이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애정에서 비롯된다. 적어도 화가라면 소재 및 대상이 무엇이든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상업적인 목적과 상관없이 오직 자신의 즐거움을 좇아 작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게 된 것이다. 그의 그림은 그처럼 자기흥취가 강하게 느껴진다. 자기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인 것이다. 그의 작품에 짐짓 꾸미지 않은 순수함이 살아 있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체적으로 순색이 억제되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꾸미지 않은 진실한 표현을 추구하는 담백한 조형의식에서 비롯된다. 설령 밝고 화려한 원색의 꽃일지라도 가능한 한 순색을 지양하여 색가를 낮추는 경향이다. 자칫 색채가 너무 밝으면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들뜨기 때문이라는 생각인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설령 원색적인 꽃 그림일지라도 그저 담담한 심정으로 바라볼 수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해 마지않는 것은 거기에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아름다움은 다름 아닌 심신을 정화시키는 데 기능한다. 그 또한 그런 감동을 그림 속에 용해시키고자 한다. 그리하여 세상을 온통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감염시키려는 꿈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리라.
첫댓글 일상의 "소박한 주제"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심성이 느껴지네요 .
~~~개인전 축하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