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면 기쁘고, 행복한 날이나 무언가 특별한 날에는 어디를 가고 싶다거나 무엇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나 누구와 함께 가거나 넉넉한 품으로 맞아주는 곳, 인사동은 그런 곳이다. 낮선 이에게는 낮선 대로, 낮 익은 이에게는 낮 익은 대로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간, 어떤 사람도 어울려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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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쌈지길의 아기자기한 상점 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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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돌 |
| 갑오개혁 당시 한성(서울)의 행정구역은 동서남북중(東西南北中)의 5개 부와 47개 방, 775개 동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중 중부 관인방(寬仁坊)에 속해 있는 큰 절이 있던 마을을 큰절골(대사동 大寺洞)이라 불렀는데 행정구역이 바뀌면서 관인방과 대사동의 가운데 글자 인(仁)과 사(寺)를 따서 만든 곳이 오늘날 인사동이다. 큰절골(대사동)이란 말은 지금의 탑골공원 자리에 조계종의 본사인 흥복사와 원각사가 있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전한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리면 안국동 사거리 초입에 인사동관광안내센터가 있는데 그 옆에 인사동임을 알리는 ‘인사동 표지판’이 보인다. 물론 종로2가에서 들어서거나 3, 5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낙원상가를 지나 다가갈 수도 있다. 지금의 인사동 거리는 예전에 비해 조금 넓어져, 종로 2가에서 인사동을 지나 관훈동 북쪽의 안국동 사거리까지를 말한다.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는 전통 상품을 힐끔 보고 어느 술집에 들어가 동동주나 마시는 단조로운 인사동 구경이 인사동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다. 그렇게 해서는 인사동에 매력을 느끼기가 힘들므로 한두 가지 소재와 장소를 정한 후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는 것이 좋다.
시끌벅적 옛 시골장을 연상시키는 거리와 노점상, 진열장에 전시된 아름다운 빛과 선의 전통 공예품, 향 그윽하고 맛도 정갈한 전통차, 부어라 마셔라 벗과 함께 흥건히 취해볼 수 있는 주점, 국내외 예술인들의 끼와 혼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공간 등 자신의 취향과 때에 따라 깊이 있게 찾아보는 것이 좋다.
인사동 거리는 어릴 적 시골 장날을 떠올리게 한다. ‘찰칵 찰칵’ 흥겨운 가위질에 춤사위가 곁들여진 엿장수가 있고, 지글지글 기름 불판에 ‘털썩’하고 뒤집히는 호떡 냄새가 입맛을 다시게 하며, 수염을 기르고 역학책을 펴고 사주나 관상을 봐주는 사람, 혁필이나 붓글씨로 가훈을 써주는 사람, 초상화를 그려주는 사람 등이 있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미처 다 눈길을 줄 새도 없이 거리 끝까지 와버리고 만다.
길을 지나오고 나서야 “아참 그걸 봤어야지”하며 온 길을 되돌아가 그것을 본 후, 다시 무언가가 보고 싶어 길을 몇 번이나 오가기를 반복하는 곳이 인사동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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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사공예품을 만드는 모습을 아이들이 넋을 잃고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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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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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담이 구성진 현대판 엿장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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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돌 |
| 인사동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전통 공예품이나 기념품 등을 파는 상점을 둘러보는 것이다. 문방사우를 파는 필방이나 선과 색이 아름다운 자기와 생활자기를 파는 도자기집, 그림이나 글씨를 병풍이나 액자에 담아주는 표구사, 갖가지 전통 소품을 파는 기념품 가게, 옻칠의 향과 색이 아름다운 목공예 가게, 오래된 서적과 옛 지도 등을 파는 고서점, 전통을 기본으로 요즘 감각에 맞게 만들어진 개량 한복집, 골동품이라 하기엔 쑥스럽고 요즘에는 보기 힘든 물건이 중심이 되어 1960-70년대를 되돌림 해주는 추억 가게 등 아름답고 소중한 물건들이 가득한 상점들이 넘쳐난다.
인사동 길 양쪽으로는 무료로 사진전이나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와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 학교 졸업전이나 동호회 회원전, 아티스트의 개인전, 유명 작가 초대전 등 다양하고 풍성한 전시회가 많아 굳이 전시 일정을 챙기지 않더라도 괜찮은 전시회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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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공간 '아트사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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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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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물건을 파는 골동품 가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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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돌 |
| 인사동 큰 길을 걷다 슬쩍 슬쩍 보이는 작은 골목들에는 정겨운 이름, 공간이 있는 찻집, 술집, 밥집 등이 알알이 맺혀있다. 무심코 눈에 띄어 찾아가는 것에서 벗어나 구경도 할 겸 골목을 누비다 보면 보석과도 같은 아름다운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작은 간판에 담쟁이 넝쿨 드리워져 있고, 손님 맞아주는 소박한 화단에 땡그랑 풍경 달려있는 나무문이 있는 찻집부터 조명 은은하고 실내 분위기 그윽한 고급 한정식집까지 보물찾기하듯 둘러보는 것이 좋다. ‘땡그렁’ 풍경소리 울리는 문을 열고 들어가 불빛 은은한 창가에 앉아 벗을 마주하고 차나 술을 나누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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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넉넉해지는 찻집 입구에 놓여있던 우체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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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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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퓨전 찻집의 바깥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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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돌 |
| 최근에는 ‘쌈지길’이라는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겨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끌고 있다. 인사동의 많은 풍물들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쌈지길은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벤치와 나무가 심어 있는 넓은 공간이 있고 각 층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상점들이 즐비하다. 쌈지길만 다 구경한다 해도 하루는 족히 걸리지 않을까 싶다.
쌈지길의 명물은 건물 오른쪽으로 들어서는 입구 한쪽의 오밀조밀 형형색색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상점들의 간판이다. 울긋불긋한 색상에 조명까지 있어 많은 이들에게 기념사진 찍는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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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쌈지길 건물의 내부 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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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돌 |
| 인사동은 알수록, 다가갈수록 다양한 표정과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곳이다. 인사동 주위로는 60-70년대를 연상시키는 옛 거리와 사람들의 표정이 남아 있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보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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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3가역 근처 노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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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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