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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던 나로서는 이번 환경캠프가 무척 뜻 깊은 체험이었다. 비록 힘들고 빽빽한 일정의 캠프였지만, 그 속에서 환경에 대해 더 많이 알았고,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환경을 지키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나름의 깨달음을 가졌다.
8月1日 출정식
명신여고 2학년 학생은 나를 포함해서 2명밖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모르는 아이들이었다. 난 6조에 편성되었는데 너무 어색한 탓에 같은 6조인 여자아이 한명하고 밖에 이야기하질 못했다. 너무 아쉬웠다. 이번 캠프에 다리가 아픈 데도 불구하고 참여하는 아이들, 초등학생 3학년인데도 가겠다고 나선 아이들까지 다양했다.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각기 나름대로의 다짐과 포부로 환경캠프에 참여하고 이 자리에 서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정말 나 자신도 뿌듯해졌다.
굴포천 방수로 공사 현장
방수로란, 홍수를 막기 위해 인공으로 만든 물을 흘려보내는 수로라고 한다. 이 굴포천 인근 지역은 지대가 낮아 홍수 시, 물이 넘쳐 잦은 홍수가 일어난다. 그래서 서해로 흘려보낼 수 있는 방수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굴포천이란 이름도 한자 뜻 하나하나를 보면, 파낼 굴, 개 포, 내 천 이란 뜻인데, 방수로 이름답게 지어졌단 생각이 들었다. 관계자 분께서 프레젠테이션을 통하여 세세하게 설명해 주시는 걸 들으니 역시 자연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항상 우리가 이용하고 가볍게 여겼던 물이 우리를 덮치면 우린 이렇게 거대한 공사를 해야만 물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방수로가 완공되면 하나의 하천이 또 생기는 것과 다름이 없는데, 그 물길을 통해 내륙교통이 완화되고, 연근해 수송이 가능하며, 다리를 놓아 지역간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공사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다 물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공촌천 자연형 하천공사 현장에도 직접 가 보았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아마 몇 년 뒤에 다시 와 보면 물이 흘러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공촌천 수질검사
차를 타고 이동해서 수질검사를 하기 위해 공촌천에 왔다. 공촌천 흐르는 물과 생활하수를 비교해서 조사해 보았다. 공촌천 하천 물은 COD가 5~10으로 2~3등급 나온 반면에 생활하수는 COD가 40, DO가 6~7로 수질등급이 5등급이 나왔다. 무척 더러운 물인 셈이다. 하천오염의 주범이 공장폐수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가정에서 버리는 생활하수가 하천을 더럽게 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비디오 촬영기사께서 오셔서 우리를 취재하러 따라오셨는데, 난 이 공촌천 수질검사 인터뷰를 했다. 이 물을 보고 느낀 점이 뭐냐고 물으셨는데 당황해서 말을 잘 못했던 게 생각이 난다. 아마 지금 다시 물어보신다면, 나는 “내가 버리는 물이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습니다. 물을 이렇게 계속 생각 없이 쓴다면, 아마 공촌천은 완전히 오염되고 말 것입니다. 이제 물을 소중히 생각할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수질검사를 하고 나서 깨닫는 점은 참 많다. 특이 이렇게 비교해서 검사를 해 보면 자연 그대로의 물과 인간의 손이 닿은 후의 물은 심각하게 차이가 난다는 걸 알 수가 있다. 아예 물을 안 쓸 수는 없겠지만, 조금만 더 자연을 생각해서 물을 사용한다면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녹총자 사료관
난 처음에 녹총자 사료관이란 말을 들었을 때, 여기가 어디인가 싶었다. 1조~5조 정도가 앞에 먼저 들어가고 뒤에 있는 조가 나중에 들어갔는데, 난 6조라서 늦게 들어가게 되었다. 기다리면서 녹총자 사료관 안의 자료들을 보았다. 여러 가지 도자기가 많이 있고, 모형 인간들이 도자기 굽는 모습을 차례로 묘사해 놓은 것을 보고 도자기 굽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도 선생님께서 이 곳에서 직접 도자기 만드는 것을 체험해 본다고 하셨다. 너무 기대가 되었다. 한개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도자기에 글씨를 새기는 체험이었다. 처음 해보는 거라 손이 떨렸다. ‘명신여고 2학년 유민지’라는 글씨를 새기고 나니 꼭 내가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는 정말로 내가 직접 체험해서 만드는 것이었다. 전문가들만 사용하는 물레같은 것에 손을 집어넣어 머그컵을 만들었다. 느낌이 요밀조밀 재밌었다. 집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컵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플라스틱은 요즘 환경호르몬이 배출된다고 하여 몹시 안 좋게 인식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고 자연에서 나오는 흙을 사용해서 만든 도자기를 사용한다면 환경과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무겁긴 하겠지만,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플라스틱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한 달 뒤에 나올 나의 도자기들이 기대가 된다.
공촌천 청라 유수지
내가 아버지께 일정표를 보여드렸을 때, 아버지께서는 이 곳으로 자주 낚시하러 가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고기가 살면 물도 깨끗하고 주변도 깨끗할 거라 여기고 기대하며 그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우리가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은 정화활동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더러웠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어느 건설업체까지 나서서 도와주셨다. 나는 이 쓰레기들이 다시 물을 더럽히고 그 물을 먹은 고기들은 죽고 이런 생태계의 흐름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했다. 각 조당 하나씩 포대가 배급되어 그 곳에 쓰레기들을 담았다. 몇 분간 쓰레기가 보이는 대로 넣었더니 어느 샌가 주변이 깨끗해졌다. 만약 우리가 정화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곳은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되어있을 것이다. 쓰레기가 많은 곳엔 사람들도 ‘이곳엔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곳이구나.’하고 무심결에 생각해 버리고 만다. 옆에 물은 보지도 않은 채... 아마 여기 말고도 정화활동을 해야 할 곳은 무척이나 많을 것이다. 사람들이 조금만 조심해서 버리고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정화활동을 할 필요도 없게 될 것이다.
환경시설공단 가좌사업소
이 곳은 물을 정화하는 곳이었다. 학교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얼마나 내가 쓰고 있는 물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곳은 무척 넓었다. 물이 엄청 많았으며 깊었다. 더러운 물을 정화하는 곳이라 그런지 냄새도 상당히 이상했다. 그러나 정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걸어갔는데 점점 냄새가 사라지는걸 알 수 있었다. 홍보관에서 설명하는 말을 들어보니 우유 한 컵을 정화하려면 가정에서 쓰는 욕조 물이 30개가 넘게 필요하다고 한다. 이 정화된 물을 우리가 또 사용하면 또 정화해야 하는 것이다. 물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아마 여기 관계자들도 나와 생각이 똑같을 것 같다.
‘이렇게 힘들게 정화하는 만큼 사람들이 물을 소중하게 생각해 줬으면...’
이 곳은 주민 편의시설로 잔디구장을 만들어 놓았다. 이 곳에서 남자들은 축구나 배구를 했다. 학부모님들께서 물과 아이스크림 등 간식을 제공해 주셨다. 참 고마운 분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를 계속 따라다니시면서 지켜보시며 우리를 대견하게 생각하신다. 나에게 있어서 환경캠프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다.
청라도 야영지
이 곳에서 우린 석식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각 조별 장기자랑도 하고, 불꽃놀이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애써 주신 덕분에 우린 잠자리도 편히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아직 조원들하고 친해지지 못해 아쉬웠다. 피곤했는데도, 밤 1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8月2日 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 탐험
숙소 근처 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 갔다. 계속 벌판을 걸어 다녔다. 이 곳이 곧 전부 개발될 거라고 생각하니 참 기대가 되었다. 걸어 다니는 내내 잠자리가 너무 많아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근처에 물이 많았다. 계속 걸을 것을 예상하시고, 간식도 많이 챙겨주셨다. 너무 힘들어서 많이 먹진 못했지만, 참 감사했다. 우린 무척 많이 걸어 다녔는데, 허허벌판이 나오자 좀 쉬라고 하셨다. 해가 쨍쨍 내리쬐지 않아 무척 다행이었다. 아마 우리가 힘들 꺼라 생각하시고 위에서 구름을 만들어 주신 것 같았다. 쫌 쉬다가 다시 계속 걸어 다녔는데, 점심 때가 다 되어서야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멈추었다. 그 곳에서 조끼리 라면을 끓여 먹으라는 것이었다. 처음엔 너무 당황했다. 휴대용 가스레인지도 없이, 주신 것은 라면, 물, 냄비가 전부였다. 당황해 하고 있는 사이 선생님께서 나무로 어서 불을 붙이라고 하셨다. 나무젓가락도 없으니 알아서 나무젓가락을 만들라고 하셨을 때는 너무 당황했다. 하지만 다른 조가 하는 것을 보고 우리 조도 금새 하기 시작했다. 돌, 나무, 지푸라기 등을 구해오다가 자꾸 늪에 빠져서 신발도 엉망이 되어버렸다. 모두 땀범벅이 되었다. 게다가 쉽게 불이 붙지도 않았다. 다른 조가 이미 다 끓여 먹고 있을 때, 우리는 계속 불을 지펴야 했다. 5조도 우리 조만큼 못 해서 당황해하고 있는 사이, 우리가 먼저 끓이게 되었다. 너무 기뻤다. 원래 라면을 잘 안 먹어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날 만큼은 정말 맛있었던 것 같다. 조장이 물 조절을 잘 한 탓인 것 같다. 라면을 다 끓여 먹고, 다시 움직였다. 너무 많이 걸어 다녀서 힘은 힘대로 다 빠졌다. 그래도 힘내서 걷다보니 어느새 버스 앞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런 데서 인내심과 협동심도 배우는 것 같다.
차이나타운
차로 몇 분 안 가서 차이나타운에 도착했다. 인천 한 가운데에 작은 중국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냥 신기했다. 인천 살면서 이 곳에 처음 가 보았던 것이다. 정말 중국에 온 것 같았다. 계속 걷다보니 시간이 벌써 석식 먹을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우린 차이나타운의 한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원래 면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계속 면을 먹어서 그런지 속이 더부룩했다. 그렇지만 땀을 뺀 만큼 많이 먹었다. 차이나타운의 여러 상점을 카메라 안에 담았다. 이런 곳에 와볼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쁜 일정 때문에 서둘러 가야 해서 아쉬웠다. 캠프를 통해 이런 경험도 해볼 수 있어서 무척 이색적이었다.
월미도
나는 항상 월미도에 가면 놀이공원만 갔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놀이공원도 안 가본지 몇 년이 지난 터라 정말 오랜만에 갔다. 바다가 보이는 월미도는 실로 오랜만에 보아서 참 새로웠다. 갈매기가 나는 모습도 ‘역시 물과 가까운 인천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했고, 바다냄새도 생각보단 나쁘지 않았다. 어머님들께서 힘들게 해 오신 수박화채를 먹으며 쉬고 있을 때, 가족들이 나들이 나온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때 왠지 우리 가족은 뭘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체 주황색 티를 입고, 깃발을 든 채 월미도에 가서 함께 있는 모습은 그 곳에 놀러 온 사람들에게 색다른 황당함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우리도 처음엔 사람 눈을 많이 의식했지만 나중엔 그냥 즐겼던 것 같다. 캠프에서 참 많은 경험을 해 본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즐겁다. 인천 살면서 월미도 놀이공원만 찾은 내가 좀 한심했다. 바로 옆에 바다가 있는데 바다는 잘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친구가 옆에서 말하기를 “밤엔 이 물이 다 빠지는데, 빠지고 나면 이상한 게 무지 많아.”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사람들이 더럽혀서 쥐가 지나다니든가, 아님 쓰레기일 거라 생각했다. 왠지 마음이 씁쓸했다. 다음에 월미도에 다시 오게 되면 놀이공원에 갈 게 아니라 이곳 먼저 들려야겠다.
소래포구&장수천 탐험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버스에선 모두들 지쳐 잠이 들었다. 소래포구라는 곳에 간다고 하시길래 배가 많겠구나 싶었는데 배가 하나도 눈에 띄질 않았다. 그리고 계속 걸었다. 무슨 논밭 한가운데를 계속 걸었던 것 같다. 모기약을 뿌려가며 걷다보니 나만 힘든 게 아닐 꺼란 생각이 들었다. 같이 오신 선생님, 학부모님도 계신데 아직 젊은 내가 투정하면 안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중간에 화장실과 에어컨이 있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 그리고 또 계속 걸을 거란 말을 들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포기할 순 없단 생각이 들었다. 파주에서 여기까지 봉사 활동하러 온 아이들도 열댓명이 되었다. 그 아이들도 무척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학부모님들께선 물을 계속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아픈 아이들도 몇몇 생겨나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렇지만 모두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며 괜히 내가 다 뿌듯했다. 우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목적지도 모르고 걸었다. 가면서 깨달았다. 남동구에 있는 인천대공원까지 걷는다는 것을. 너무 힘들었다. 초등학생들은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고등학생한테 업혀서 가고, 물집 난 아이들은 발을 절룩이며 걸어갔다. 나 역시 발에 자꾸 힘이 풀리고, 물집이 나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정신력으로 걸었다. 처음엔 떠들던 아이들도 나중엔 좀 조용해지고, 말없이 걸었다. 선생님의 “거의 다 왔다, 좀만 힘내라.” 이 말 한 마디에 기운을 내 봤지만, 1시간이 지나도록 목적지는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힘든 캠프에 왜 왔을까도 생각해 보고, 왜 이렇게까지 걸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았고, 차 놔두고 왜 걷는지도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다 꾹 참았다. 우리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가 모두 깨달은 게 많길 바라시는 단장님과 선생님, 그리고 어머님들이 우리를 다 지켜보시기 때문이다. 몇 시간을 걸어서 도착한 곳엔 우리 엄마를 포함해서 많은 학부모님들이 기다리고 계셨다. 우리를 박수치면서 맞이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참 감사했다. 게다가 우리 힘들었을까봐 햄버거, 음료수, 아이스크림, 컵라면 등을 준비해 주신 것을 보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숙소를 마련하지 못해 길바닥에서 쉬었지만, 불평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캠프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 뿌듯하다. 어머님께서 준비해주신 간식들을 먹으며 2시간 정도 쉬고 우린 모두 촛불을 켜고 이번 캠프를 돌이켜보았다. 아직 반나절의 캠프 일정이 남아있다. 지금까지 무사하게 캠프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빈약 우리들의 의지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각 조장들이 나와서 소감을 발표했다. 우리 조장은 조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촛불식을 마치고 우린 다시 출정 준비를 했다.
굴포천 발원지 만월산 등반
밤새 만월산이라는 산을 등반한다고 하셨다. 난 솔직히 겁이 났다. 만월산은 전부 공동묘지로 되어 있는 산이며, 밤이라 벌레, 곤충들이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밤새 잠도 안 자고 걷는 데에는 무리가 있을 거라 여겼다. 두려움으로 시작한 만월산 등반이 두려움은커녕 중간중간 바닥에서 잘 시간을 주면 잠만 잘 잤다. 자고 일어나서 걷고, 또 걸었다. 아프다고 불평하는 아이는 이제 없다. 묵묵하게 당당하게 걸을 뿐이었다. 해가 뜨기 시작할 때, 우리는 굴포천 발원지를 찾았다. 그 곳은 무척 깨끗했다. 그 곳에서 가재도 잡았다. 세수도 하고, 발도 씻을 때, 물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집에 가서 샤워하고 싶단 생각을 열 번도 넘게 했다. 그러나 단 한번의 세수로 그런 생각도 잊혀졌다. 가재가 살 정도의 물이면 이 물은 얼마나 깨끗한지를 알 수가 있다. 한 하천의 발원지는 이렇게 조그만데 이런 물들이 모여 큰 강을 이룬다 생각하니 참 실로 놀라웠다. 산을 타고 내려와 버스를 기다릴 때, 다시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청계천 탐방
버스에서 내린 곳은 우리가 기다렸던 아침식사가 마련된 식당이었다. 따뜻한 것을 먹으니 몸이 나른해졌다. 우린 버스에 다시 탑승하여 서울 청계천으로 갔다. 서울 한복판을 단체티를 입고 걸어도 이젠 창피한 마음이 없었다. 오히려 소속감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청계천은 사람이 직접 만든 하천임에도 불구하고 물고기 살고, 정말 깨끗했다. 발을 담그고 그늘에서 쉬면서 청계천도 카메라에 담았다. 청계천에 온 것은 이번이 2번째인데 똑같은 장소였다. 그땐 밤에 와서 그런지 야경이 예뻤는데 이번엔 낮이라 돌과 물고기가 훤히 보였다. 사람들이 만든 물도 이렇게 깨끗하게 보존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하천이 많이 생기면 생길수록 도시도 자연과 가까워 질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 곳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다시 인천으로 갔다.
해단식
점심으로는 냉면을 먹었는데 무척 맛있었다. 이런 맛있는 음식을 신경 써 주셔서 참 감사했다. 해단식 장소까지 또 걸어갔다. 계속 걸어 다녀서 지칠 법도 한데 지치지 않았다.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곧 끝날 환경캠프도 마무리를 잘 해야 진짜 열심히 했단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한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도착한 청소년 수련관에는 역시 어머님들이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아마 우리만큼 힘들고 고생하신 분들이 아닐까 싶다. 그 곳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갔던 곳, 우리가 했던 것, 같이 찍었던 사진 들을 보았다. ‘우리가 정말 저렇게 많은 것을 했었나.’할 정도로 빠른 시일 내에 많은 체험을 해 보았다. 사진 속의 우리들은 웃는 표정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찡그리거나 포기한 모습의 사진들도 없었다. 다들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환경캠프였을 것이다.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한 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힘들 때 이번 기억을 떠올리면 쉽게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환경에 대해서도 한 걸음 가까워 진 것 같아 나 자신도 뿌듯해졌다. 보통 아이들이 쉽게 해보지 못할 경험들을 한꺼번에 해볼 수 있는 캠프였다. 이 캠프를 통해,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물의 소중함을 알았으며, 친구를 위하는 마음, 협동심, 의지, 인내심을 배웠다. 쉽게 마음이 흐트러질 때 이번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그럼 더 나은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