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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와 영덕군에 걸쳐 산줄기를 뻗고 있는 내연산(內延山·930m)이 자연공원 가운데 최하위급인 군립공원으로 지정됐음에도 국립·도립공원 못지않은 산으로 평가받는 것은 내연골의 수려함과 웅장함에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내연골이 여름철 더더욱 인기를 끄는 데는 동해바다와 30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한 몫 한다. 대게로 이름난 강구항에서 병곡면소재지까지 30km 길이로 이어지는 대게로(영축해안도로)는 작은 포구 마을과 갯바위, 모래사장이 연이어지면서 아름다운 동해바다 풍광을 보여주며 여름 피서지를 제공해준다.
탐승객은 연산폭 왕복, 마니아는 골짜기와 주능선 이어
문수봉(文殊峰·622m)~삼지봉(三枝峰·710m)~향로봉(香爐峰·930m) 줄기와 우척봉(牛脊峰·775m)~삿갓봉(716m) 산줄기 사이에 깊은 골짜기를 이룬 내연골은 들머리인 보경사에서 샘재에 이르기까지 한 순간도 한눈 팔 기회를 주지 않는다. 보경사 일주문을 지나자마자 벌어지는 기암절벽과 암반 골짜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하늘 높이 솟구친 바위협곡이 가슴 섬뜩케 하는가 하면, 상생폭, 보현폭, 삼보폭, 관음폭, 연산폭은 폭포 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후 연산폭을 넘어서면 한풀 꺾인 듯하다 다시 고개를 바짝 치켜들곤 수더분하면서도 웅장한 계곡미를 계속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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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묘한 형상의 관음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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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사에서 연산폭에 이르는 골짜기 구간을 세련미를 뽐내는 도시 미인에 비유한다면, 연산폭 이후로는 수수한 시골 여인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설악산이나 지리산의 유명 계곡에서나 있을 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울창한 숲이 이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내연산의 멋은 골짜기에 한하지 않는다. 보경사를 기점으로 무려 24km에 이르는 길이의 산줄기는 육산의 넉넉함과 함께 숲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한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길 듯 낮고, 하늘을 떠받칠 듯 높은 산줄기는 문수봉을 시작으로 삼지봉, 향로봉, 매봉, 샘재, 삿갓봉, 우척봉을 거쳐 다시 보경사 앞으로 고개를 떨구는 사이 고구마 형태를 이루면서 부드럽고도 넉넉한 육산의 전형을 보여준다.
내연골은 물가로 산길이 뚜렷하게 나 있다. 인기 구간인 보경사~연산폭 구간은 길이 널찍하고, 위험구간마다 철다리가 잘 놓여 있어 노약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1시간). 간간이 등산로 왼쪽으로 빠지는 길을 따르면 물가로 바짝 다가가 이어지는 옛길이나 계곡 쉼터로 다가설 수 있다.
산보객이나 탐승객은 대부분 연산폭 조망대까지 오른 뒤 다시 보경사로 내려선다. 계곡산행을 계속하려면 관음폭 아래 콘크리트 보를 건너 급사면을 올려친다. 이후 완경사 계곡길을 따라 5분쯤 오르면 희망캠프장이 나타난다. 여기서 왼쪽 길이나 50m 위쪽 갈림목(우척봉 3km 팻말, 1,820m, 약 1시간 소요)에서 왼쪽 길로 들어서면 우척봉 북동릉으로 올라선다.
음지밭등길 갈림지점을 지나 계속 내연골을 따르노라면 물줄기를 건너선 다음 갈림목을 여러 차례 만난다. 이 길들은 예전 시명리 주민들이 이용하던 우마차길이나 향로봉~삼지봉 능선으로 이어지지만 이용하는 이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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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제, 오누이 사이처럼 다정하게 물줄기를 흐리는 쌍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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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 4.5km, 보경사 3.4km’ 팻말을 지나면 협곡 사이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폭포가 보인다. 숨어 있다 하여 은폭(隱瀑)이라 불리는 폭포다. 민가 흔적이 남아 있는 Y캠프장과 잡목숲을 지나면 모처럼 시야가 트이는 너덜지대에 닿고, 이후 산길은 서서히 물줄기와 벌어지면서 잘피골에 이르러서는 오르막이 연속된다.
잘피골을 건넌 다음 15분 정도 허릿길을 따르면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지점에서 갈림목을 만난다. 오른쪽 길은 밤나무등을 타고 향로봉(약 1,500m)으로 이어지는데, 대개 여기서 내리막길을 따라 시명리까지 간 다음 긴골을 거쳐 고메이등(약 1,700m, 1시간30분 소요)을 타고 향로봉으로 오른다.
낙엽송이 군락을 이룬 시명리에는 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이삼십 가구가 살았으나 지금은 축대 등 흔적만 남아 있다. 시명리에서 왼쪽 산길을 따르면 다시 주계곡과 합류하여 계곡 최상단인 샘재까지 오를 수 있으나 이용객은 많지 않다.
보경사에서 시명리까지는 2시간30분, 이후 향로봉에 올라선 다음 주능선을 타고 삼지봉과 문수봉을 거쳐 보경사로 내려서려면 4시간 정도 더 잡아야 한다.
내연골 입구에 있는 보경사(寶鏡寺)는 거울과 관련된 창건 설화를 가지고 있는 고찰이다. 당나라 때 서역승 마등(摩謄)과 축법란(竺法蘭)이 중국에서 가져온 팔면경(八面鏡)을 신라승 일조(日照)에게 주며, 동해 끝 남산의 용담호(龍潭湖)에 거울을 묻고 사찰을 세우면 불법이 만대에 번성한다고 하자, 일조가 내연산 계곡에서 그 명당을 찾아내고 723년(성덕왕 22년)에 세웠다는 것. 보경사에는 현재 불국사 말사로서 대웅전, 적광전(寂光殿), 보제루(普濟樓), 천왕문(天王門)을 포함한 14채의 당우(堂宇)가 있다. 그중 원진국사비(제252호)와 부도(제430호)는 보물로서, 5층석탑, 부도군 등은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
보경사는 문화재관람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초교생 1,000원씩 받고 있다. 매표소 전화 054-26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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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포항까지는 각 지역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나 열차, 항공편을 이용한다. 문덕 영업소(293-0320)에서 보경사행 신안여객 500번 좌석버스가 1일 10회(05:40, 06:40, 07:30, 09:00, 10:30, 12:10, 13:45, 15:25, 16:55, 17:55) 출발한다. 1시간 소요, 요금 1,500원.
종합터미널에서는 터미널 건너편 시내버스정류소(문덕 출발시각에 15분 추가), 포항역에서 죽도시장 앞 버스정류소(20분 추가), 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죽도2동 치안센터 앞 버스정류소(20분 추가)에서 보경사행 좌석버스를 탈 수 있다. 강릉 방향에서 접근할 때는 송라면소재지에서 보경사행 버스를 탄다.
숙식
보경사 입구의 연산온천파크는 온천사우나와 숙소를 함께 갖춘 깨끗한 숙소지만 8월 중순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황이다. 2인실 70,000원(비수기 50,000원, 사우나 이용권 2장 포함), 4인실 100,000원(비수기 80,000원, 사우나 이용권 4장). 사우나 이용료 대인 5,000원. 소인 3,000원. 전화 054-262-5200.
보경사 입구 상가단지에 민박을 겸하는 음식점이나 슈퍼마켓이 여럿 있다(지역번호 054). 동해안 피서시 비싼 해변 숙소 대신 이용할 만하다. 삼보가든(262-2224), 삼지봉식당(261-6679), 영일식당(262-1130), 천령산가든(261-4330). 각 식당에서는 산채비빔밥, 산채정식, 된장찌개, 토종닭 요리, 우리밀 칼국수 등을 주메뉴로 취급한다. 토종닭 35,000원, 산채비빔밥 6,000원, 산채정식 8,000원, 칼국수 5,000원, 동동주 1되 6,000원, 도토리묵 6,000원. 민박은 방 한 칸 30,000원(3~4명 수용).
[천년그리움이 흐르는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