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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트처치<뉴질랜드>=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 27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응회환,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로 구성돼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이들 제주 자연유산의 특징을 간추려 본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한라산은 신생대 제3기말∼제4기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제주도의 중심부에 있는 삿갓모양의 화산체로 대략 30만∼10만년 전에 형성됐다. 주변에 360여개의 크고 작은
기생화산(오름)을 거느리고 있다. 높이는 1천950m.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은 1966년 해발 600∼1천300m 이상의 산악 지역을 천연기념물 제182호로 지정하면서 구획됐다. 이후 효돈천과 신례천 하천 계곡이 편입되거나 제외되는 등 일부 조정됐다.
정상부에는 깊이 108m, 둘레 1천720m의 화구호인 백록담이 있으며 서쪽 절반은 3만년 전에 분출한 조면암으로, 동쪽 절반은 3천년 전에 분출한
조면현무암으로 이뤄져 경관은 물론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한라산에는 백록담을 비롯해 물장올, 사라오름, 소백록담, 동수악, 어승생악 등의 산정호수가 있어 신비로움을 더하며 제주에서 가장 큰 분화구 호수인 몰장올은 습지로서 보존가치도 매우 크다.
식생은 대체로 해발 600m까지는 난대 상록활엽수림대, 600∼1천400m는 온대 낙엽활엽수림대, 1천400∼1천950m는 아한대 또는
아고산대의 다양한 식물 분포대를 이루고 있다.
정상 부근에는 우리나라 특산종인
구상나무가 넓게 분포하며 초원지대나 암벽지대에는 시로미, 암매, 구름떡쑥 등 다양한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다.
식물 1천900여종, 곤충 2천500여종이 분포하고, 포유동물은 노루, 오소리, 제주족제비, 박쥐류 등이 서식한다. 조류는 매와
황조롱이, 검독수리, 독수리, 새매, 소쩍새,
큰소쩍새 등 19종이 관찰되고 있다.
정상부에는 연평균 5일에 한 번 꼴로 초속 17m 이상의 태풍급 강풍이 휘몰아치며, 연간 최고 강수량은 4천700여mm에 이른다. 2006년 등반객은 74만5천여명으로 집계됐다.
세계자연유산지구에는 천연보호구역 90.93㎢와 그 경계로부터 500m 이내 완충지역 73.47㎢ 등 총 164.40㎢가 포함됐다.
◇성산일출봉 응회환
제주도 동쪽 끝인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은 10만년전 수심이 낮은 바닷가에서 수중화산 폭발로 형성된 전형적인 응회환(tuff ring)이다. 해발 182m로, 원래는 섬이었지만 제주도 본섬과의 사이에 모래와 자갈이 쌓여 연결됐다.
용암이 물에 섞일 때 일어나는 폭발로 용암은 고운 화산재로 부서져 분화구 둘레에 원뿔형으로 쌓여 경관이 매우 수려하다. 정상에는 지름 600m, 바닥면의 높이 해발 90m의 거대한 분화구가 있다.
일출봉 주변 해역에는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등 총 127종에 이르는 다양한 해조류가 자란다. '제주분홍풀'로 지칭되는 신속, 신종 홍조식물과 '제주나룻말'로 지칭되는 신종 홍조식물의 원산지이기도 하다.
해산동물로는 산호충류, 복족류, 갑각류 등 총 177종이 자라며, 그 중에는 많은 한국산 미기록종들이 포함돼 주목되는 지역이다.
제주도에서는 예부터 일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뜨는 광경이 아름다워 '영주십경(瀛州十景)'중 제1경으로 꼽았다. 2000년 천연기념물 제420호로 지정됐다.
세계자연유산지구에는 천연보호구역 0.51㎢(공유수면 0.14㎢)와 완충지역 1.17㎢(공유수면 1.11㎢) 등 총 1.68㎢가 포함됐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거문오름은 한라산에서 북동쪽으로 20여㎞ 떨어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말굽형 분화구로 해발 456.6m이며, 2005년 천연기념물 제444호로 지정됐다.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류들은 지표의 경사면을 따라 북동쪽 방향으로 해안선까지 도달하면서 벵뒤굴(입구 해발 300m), 만장굴(〃 84m), 김녕굴(〃 57m), 용천동굴(〃 30m),
당처물동굴(〃 12m) 등 20여개의 많은 용암동굴을 발달시켜 하나의 계통을 이루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지구에는 핵심지역 3.30㎢와 완충지역 19.06㎢ 등 총 22.36㎢가 포함됐다.
▲벵뒤굴(제주도 지방기념물 제52호) = 제주도 중산간 용암대지에 분포하는 미로형 동굴로 총 길이 4천480m, 최대 폭 20m, 최대 높이 3m이다. 경사가 완만한 지역에서 지표 가까이에 형성돼 통로의 발달 방향과 형태, 내부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만장굴(천연기념물 제98호) = 총 길이 7천420m, 최대 폭 23m, 최대 높이 30m로 이 동굴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이 동굴은 완만하게 사행하는 구조로 곳에 따라 2층, 3층 구조를 갖기도 하며 3개의 입구가 형성돼 있다.
또한 세계의 다른 용암동굴에 비해 그 생성 연대가 매우 오래됐으나 동굴의 형태와 동굴내 다양한 이미지형이 잘 보존돼 있으며 일부 구간이 공개돼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녕굴(천연기념물 제98호) = 길이 705m의 'S자'형 동굴로 모양이 뱀이 기어가는 모습과 흡사해 '사굴'이라고도 부른다. 동굴은 지표가 함몰된 2개소의 협착부(狹窄部)에 의해 3개로 나눠진다. 김녕굴은 남쪽으로 연속되는 만장굴과 동일한 동굴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곳에 따라 2층 구조를 갖기도 하고 용암폭포, 용암유선 등이 잘 발달돼 있다.
▲용천동굴(천연기념물 제466호) = 제주 세계자연유산등재 노력이 한창이던 2005년 구좌읍 월정리에서 전봇대를 교체하기 위해 땅을 파다 발견된 총길이 2천470m, 최대폭 15m, 최대 높이 20m의 유사 석회동굴이다.
이 동굴은 작은 생물껍데기 조각으로 구성된 지표 사구층의 탄산칼슘 성분이 빗물에 용해돼 동굴의 갈라진 틈을 따라 내부에 유입된후 다시 탄산칼슘으로 이뤄진 광물인 방해석이 침전되면서 여러 형태와 크기를 갖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석회장식들을 간직하고 있다.
바다에 가까운 동굴 막장에는 길이 200여m, 수심 6∼15m, 폭 7∼15m의 맑고 푸른 호수가 형성돼 있다. 동굴안에서 도기, 숯, 돌탑, 전복껍데기, 동물 뼈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처물동굴(천연기념물 제384호) = 1995년 농경지 정리작업중 동굴 벽이 무너지면서 태고의 신비를 드러낸 동굴로 총 길이 110m, 폭 5∼18.5m, 높이 0.3∼2.7m이다. 길이는 짧지만 다양한 탄산염 동굴 생성물이 발달돼 있으며 그 밀도가 아주 높다.
이 동굴은 용암동굴인데도 흔히 볼 수 있는 용암석주, 용암구, 용암석순 등이 없고, 석회동굴에서 생성되는 종유관, 종유석, 커튼, 동굴진주, 용암곡석 등이 발달돼 학술과 경관적 가치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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