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에선 이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베이징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싼시성(陝西省) 성도인 시안(西安)에서 정육점 주인으로 있는 루부쉬앤(陸步軒·38)이라는 사람 때문이다. 그는 1985년 고향인 창안(長安)현(지금은 시안시 창안구로 바뀜)에서 대입 수능 수석 합격을 하면서 중국 학생이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베이징대학 중문과에 입학, 89년 졸업했다. 이후 그는 정부가 배정해준 대로 고향의 기계부품 공장 관리직 직원이 되었으나 회사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자 실내장식과 조그만 가게 등에 손을 댔다. 그러나 이마저 모두 실패하자 먹고 살기 위해 2000년부터 시안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푸줏간을 열었다.
평범한 푸줏간 주인으로 끝날 것 같던 그의 운명은 최근 시안의 현지 신문인 ‘화상보(華商報)’가 그의 인생역정을 보도한 이후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 전국 매체가 이를 전재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상당수 인사들은 “정부가 엄청난 돈을 들여 키운 고급인력이 지력(知力)이 필요하지 않은 정육점 일을 하는 것은 낭비”라며 “정부가 인재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가 대졸자의 일자리를 챙겨주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어긋나고 베이징대 출신이라고 해서 무슨 일이든 못할 것은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루부쉬앤의 처지가 언론에 보도되자 20여개 기업에서 그를 취직시켜주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베이징대학도 그의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했으면 한다”고 밝혀 푸줏간 문을 닫을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