鎭(진압할 진)字는 金(쇠 금)에 眞(참 진)이 합해져서 '진압하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글자이다. 글자로 봐서는 '참(眞) 쇠(金)네요.' 그런데 어떻게 진압하다는 의미로 쓰였을까?
한자는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져서 철기시대로 넘어오면서 철이 구리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철을 소유한 종족이 기존의 구리만을 가진 종족을 지배할 수 있었으므로 '진압하다'라는 의미로 쓰였다.
邪(간사할 사)字를 한 번 보자.
牙(어금니 아)에 邑(고을 읍)의 변형이니 어금니 같은 고을이란 뜻인데 왜 '간사하다'라는 의미로 쓰였을까?
어금니(牙)의 뿌리모양처럼 생긴 고을(邑)이라면 지금의 산둥반도를 가리키는 글자다. 한자의 의미가 생성되던 춘추전국시대에 제나라를 뜻했었고, 그 곳의 물자가 다른 나라보다는 풍요롭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볼 때는 재물이 많을수록 풍속이 저속하다며 '간사하다'라는 의미를 붙였다.
綿(솜 면)字는 어떤가? 帛(비단 백)자는 白(흰 백)에 巾(수건 건)이 합해져서 하얀 천이니 비단이라는 의미로 쓰인 건 당연한데 거기에 실사(
)자가 더해지면 무슨 뜻으로 쓰일까?
한자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비단이나 삼 혹은 동물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었다. 솜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중국에서는 AD 9세기 경부터인 것으로 확인된다. 솜의 재배는 추위를 해결하는 커다란 역사적인 사건이기에 솜에서 자아내는 무명실이 누에고치에서 나오는 명주실에 버금간다는 의미로 비단 같은 실을 만드는 솜이니 '솜 면'字로 쓰였다면 설득력이 있지 않은가?
이상과 같이 한자를 이해하기 위해 문자학적 측면과 역사적인 사실에 입각한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한자는 더 이상 고통스러운 암기과목이 아니라 무한한 창조력의 원천임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