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 감상 포인트
- 이 시는 쓸쓸한 역 풍경을 배경으로 하여 고향으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추억과 회한을 아름답게 그려 낸 서정시이다. 대부분의 시가 그렇듯이 이 작품도 서사적 구성이 아니라, 쓸쓸한 역사 풍경을 바라보는 시인의 한 순간의 감정이 시적 상상력을 통한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있다. 마치 영화의 장면들을 연상시키는 이 시는 개관적인 제재들을 마음 속 깊은 상처와 그리움으로 감싸서 독특한 서정적 경지를 만들어 낸다.
▣ 작품 분석 :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역: 애환에 젖은 삶의 행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공간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사평역에서, 문학과지성사, 1983>
▶시어연구
♣ 막차 : 기다림의 대상. 쓸쓸하고 외로운 분위기 형성
♣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 유리창에 성애가 꽃처럼 서려 있는 모양
♣ 톱밥난로 : 대합실 안의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
♣ 그믐처럼 ~ 쿨럭이고 :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의 모습
♣ 그리웠던 순간들 ; 따뜻함의 이미지
♣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동류의식
♣ 할 말 : 살아온 내력에 대한 이야기
♣ 청색의 손바닥 : 애환의 흔적들(차가운 이미지)
♣ 술에 취한 듯 : 맹목적인 삶
♣ 한 두름의 ~ 귀향하는 기분 : 자랑스럽지도 떳떳하지도 않은 귀향
♣ 오래 앓은 ~ 담배연기 :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민중들의 삶을 형상화
♣ 눈꽃 : 평화와 위로를 주는 존재
♣ 단풍잎 같은 : 차창의 불빛을 비유
♣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 미래에 대한 불안 의식이 엿보임
♣ 그리웠던 순간들 : 따뜻함이 있었던 시절(현실과 반대)
♣ 한줌의 눈물 : 서글픔과 연민의 정
▣ 요점 정리
‣ 지은이 : 곽재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애상적, 서정적, 감각적, 묘사적, 회상적, 시각적
‣ 제재 : 사평역 대합실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 어조 : 고요하고 나직하며 삶의 애환이 드러나는 연민과 아픔을 드러내는 애상적 어조
‣ 주제 : 삶의 고단함과 애환, 가난한 사람들의 추억과 아픔,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삶의 애환
‣ 특징 : 짧은 행들로 이루어진 이 시는 전체적으로 침묵과 고요함이 녹아 있는 분위기를 띤다. 어조들은 간결하게 간추려짐으로써 침묵을 돕는 나직한 소리들로 이루어진다. 타오르는 불길을 조용히 비춰 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 시는 가난한 삶이 가지는 일상적인 시련과 기다림, 미래에 대한 기대감 등을 한 순간에 응결시키고 있다. 차가움과 따뜻함의 이미지 대조를 통해 시적 대상을 표현했고, 간결하고 절제된 어조로 표현함.
‣ 표현 : 이 시를 임철우는 단편 소설 '사평역'으로 소설화하였다. '사평역'은 원시의 분위기와 주제를 유지한 채 시점을 3인칭으로 이동시키고, 전형적인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내용은 인물들의 처지에 따라 현실성 있게 상세화하였다. 단편 소설화된 '사평역에서'의 시는 시각적 이미지와 그 대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쓸쓸한 소멸과 정처 없는 떠돎의 이미지를 담은 시어를 사용하고 있다.
‣ 시적 화자 : 시적 화자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삶의 애환을 서정적인 분위기로 조용하게 그려 낸다. 이 시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오래 앓은 기침 소리를 내고 쓴 약 같은 담배 연기를 내뿜지만, 자신의 삶의 무게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시적 화자는 과거의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현재의 삶의 무게를 묵묵히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에게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이라는 말로, 현재의 삶의 무게와 고통도 지나가면 그리운 순간들로 변할 것이라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 감상과 이해
- 시의 화자는 혼자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시행에서 정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여행은 조금은 쓸쓸하고 우울한 편이다. 이 시를 모티브로 하여 시인의 친구인 소설가 임철우는 비슷한 제목의 단편을 쓴 바 있는데, 그 소설에서 1인칭의 화자가 수배중인 운동권 대학생이었음을 참고하면 이 시를 재미있게 읽는 데 도움이 된다. 어쨌든 그가 어두운 분위기의 여행을 하고 있음은, 제 7·8연의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라는 서정적 표현에 의해 뚜렷이 드러난다. 이 표현은 사실 이 시의 분위기에 주춧돌을 이루는데, 마지막에는 약간 변주되어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에서 한번 더 나타난다. 조용히 지난 일을 떠올리며 톱밥난로에 톱밥을 던져주는 젊은 남자, 이 장면은 이 시가 이룩한 하나의 서정적 성취의 중심에 있다고 할 만하다. 그래서 우리는 붉게 타오르는 불씨를 삶의 핵심적 정력으로, 그 위에 던져져 작고 아름다운 불꽃으로 연소하는 톱밥을 시간 위에 꽃 피는 삶의 아름다운 순간들로 바꿔 읽을 수 있게 된다.
- 특급열차는 서지 않는 변방의 간이역. 그 역사의 바깥을 채우며 내려 쌓이는 눈. 막차를 기다리는, 삶에 지친 사람들. 그 사람들 가운데 지펴진 난로. 이와 같은 극적 공간에서 시인은 시적 경구를 생산해 내는데, 그것은 `산다는 것은 때론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는 아름다운 구절이다. 과연 조용한 침묵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삶의 진정한 실체를 느끼게 될 법도 하다. 이 시는 우리에게 혼자만의 여행이 주는 응시의 시간을 환기한다. 설사 그 여행이 강요된 것이며 도피의 몫이라 할지라도.
- 이 시는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품으로 곽재구 시인의 등단작이다. 제한된 공간 속에서 알뜰하게 사람사는 얘기를 서정적인 필치로 엮어내고 있는 이 시는 1980년대의 한국 서정시가 도달한 한 정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해설: 이희중]
▣ 관련 심화학습
● <사평역에서>와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과 비교
- 이 시의 등장 인물들은 들뜬 마음으로 혹은 큰 기대감과 설렘으로 고향을 찾는 것이 아니다. 삶에 따라 붙는 고달픔과 고단함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안식과 위로를 얻으려 영혼의 쉼터인 고향을 찾는 것이다. 이런 점은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에 나오는 정씨와 비슷하다. 교도소에서 출감한 뒤 공사판을 떠돌던 정씨는 고향으로 가기 위해 삼포로 가는 길을 되밟는다. 고향으로의 여정은 그에게 방랑의 삶을 마감하는 길이고, 안식처를 찾아가는 길이다. 따라서 <사평역에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삼포가는 길>의 정씨는 다같이 고향을 정신의 쉼터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관련작품
- 임철우의 소설 <사평역>
줄거리 : 시골 간이역 대합실에는 모두 다섯 명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농부는 눈 오는 날에 병원에 가자는 아버지에게 짜증이 나다가도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중년의 사내는 감방에 있었던 허씨가 생각난다. 청년은 얼마 전 학교에서 제적 처분을 받았다. 서울말을 하는 뚱뚱한 중년 여자와 화장이 짙은 처녀(춘심), 행상하는 아낙네 둘이 대합실로 들어왔다. 중년의 사내는 허씨의 부탁으로 그의 칠순 노모를 찾으러 왔으나 이미 죽은 지 5년이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이었다. 청년은 집안의 희망이어서 부모와 형제들 앞에서 퇴학당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춘심이는 청년을 보면서 대학생이란 존재를 부러워한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하는 중년 여자는 주방에서 일하다 돈을 가지고 도주한 사평댁을 잡으러 왔는데, 남편이 죽어 거지 신세가 된 사평댁과 아이들의 처지가 딱해 오히려 지니고 있던 돈을 다 주고 오는 길이다. 결국 열차는 두 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갈래 : 단편소설
▶성격 : 서정적, 현실 반영적
▶배경 : 시간-산업화 시기
공간-눈 내리는 어느 시골 간이역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제재 : 사평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
▶주제 :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달픈 삶의 역정
▣ 감상과 이해
- 이 소설은 한 시골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모여든 사람들을 잔잔한 어조로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들은 열차를 기다리지만 열차는 연착하고, 두 번이나 특급열차가 지나간다. 특급 열차와 시골 간이역의 대조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지는 현실과 작은 시골의 대조로 볼 수 있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산업화 현상에 대한 '낯설게 하기'를 유발하여 우리 현대사 전체를 반성하게 한다.
- 중년 사내 무기수, 술집 여자, 돈을 벌기 위해 음식점을 경영하는 과부, 운동권 학생, 잠자는 미친 여자 등의 모습을 병렬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우리 삶의 현실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삶이 낯설고 서정적인 배경 속에 놓여짐으로써 얻어지는 아름다움의 효과는 이 작품의 독특한 특성이다. 운동권 삶이든 일반적인 아주머니의 삶이든 동등하게 가치있는 것이라는 작가의 휴머니즘적 시각도 나타나 있다.
▣ 평가문제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6] [2004학년도 5월 고3 경기도 학업성취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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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A]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곽재구, 사평역에서
(나) 새벽 시내 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원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 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
다시 꽃 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 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 최두석, 성에꽃
(다)
말에 내려 인가를 찾아가 보니
아낙네 문간에 나와 맞이하네.
띠집 처마 아래 손을 앉게 하고
나를 위해 밥과 반찬 내어 오네.
남편은 어디에 나가 있냐 하니
아침에 따비를 메고 산에 올라
산밭을 일구느라 고생을 하며
저물도록 돌아오지 못한다네.
사방을 둘러봐도 이웃은 없고
개와 닭도 산기슭에 의지해 사네.
숲 속에는 사나운 호랑이 많아
나물도 마음대로 못 뜯는다네.
슬프다 ㉤외딴 살이 어찌 좋으리
험하고 험한 산골짝에서…….
평지에 살면 더없이 좋으련만
가고 싶어도 벼슬아치 두렵다네.
- 김창협, 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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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다)에 나타난 화자의 공통적인 태도는?
①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인해 절망하고 있다.
②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다.
③ 소외된 자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④ 부정적 현실에 비추어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있다.
⑤ 일상에 대한 관찰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2. (가)를 <보기>의 각 요소와 관련지어 설명하였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대합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지친 삶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
② ⓑ : ‘나’를 화자로 설정함으로써 시인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③ ⓒ : 화자는 부정적인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④ ⓓ : 청자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독백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⑤ ⓔ : 주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3. (다)의 화자 ‘갑’과 <보기>의 화자 ‘을’이 나눈 대화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갑 : 산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많이 아프군요.
② 을 : 저도 어렵게 살아가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③ 갑 : 백성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안타깝군요.
④ 을 : 저는 목민관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기꺼이 할 생각입니다.
⑤ 갑 : 저도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다면 벼슬자리쯤은 기꺼이 내놓을 것입니다.
4. ㉠~㉤ 중, [A]에서 환기되는 이미지와 거리가 먼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5. 시적 상황과 발상이 ⓐ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②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③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 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
④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 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6. (다)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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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이 시에서의 ‘산민’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평지에서 살고 싶지만 벼슬아치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쩔 수 없이 험한 산골짝에서 살게 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한자성어가 생각났습니다. ②예나 지금이나 정치가들이 정치를 잘못했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백성들에게 돌아가나 봅니다. 산골 사람들은 나물을 뜯어 연명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충분치 못해 가난함을 면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③그들은 늘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 살아가지만 손님을 위한 대접에는 결코 소홀함이 없는 순박한 사람들입니다. 이 작품에서 ‘산’은 관리들의 횡포를 피할 수 있는 도피처로 그려져 있습니다. ④시의 내용으로 보아 이웃도 없고 사나운 호랑이가 많은 산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당시 백성들의 힘든 삶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⑤이처럼 당시 관리들의 횡포가 산 속에까지 이를 정도로 가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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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1.③ 2.③ 3.⑤ 4.② 5.② 6.⑤
[해설]
1. [화자의 태도상 공통점 파악]
[출제의도] 시적 화자의 공통적인 태도를 추리할 수 있는가를 문제이다.
[해설] (가)~(다)의 화자들은 모두 소외된 자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의 정서를 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정답은 ③번이다. ①번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절망한다는 내용은 (가)와 (나)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②의 모순된 현실에 대해 극복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가)와 (다)에선 찾기가 어렵다. ④는 부정적 현실에 비추어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내용이 없으며, ⑤의 일상에 대한 관찰이 바탕에 부분적으로 깔려 있기는 하지만, 그런 모습이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은 아니다.
2. [작품의 수용에 대한 이해]
[출제의도] 의사 소통 구조에 따라 작품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문제이다.
[해설] ⓒ에서 화자는 시적 대상이 처한 현실을 관찰하고 있으며 그 현실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지는 않다. 정답은 ③이다.
3. [인물의 행위와 의도의 이해]
[출제의도] 다른 작품의 화자와 대상을 보는 태도가 다름을 파악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문제이다.
[해설] <보기>의 화자는 ‘풀’에 비유된 백성들을 다 살려내고 싶다는 목민관으로서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으나, ‘갑’은 대상에 대한 안타까움 정도만 드러낼 뿐이다. 여기서 ‘을’이 목민관으로서의 할 일을 다하겠다고 한 것을 ‘갑’이 자신도 백성을 위해 벼슬자리를 내놓겠다는 식으로 받아들인 것은 ‘을’의 뜻을 잘못 이해한 결과이다. 따라서 ⑤번은 옳지 않다.
4. [시구의 이미지 파악]
[출제의도] 작품 속에 나타나는 특정 시구가 환기하는 이미지가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는 문제이다.
[해설] [A]에서는 고단한 서민들의 슬프고 절망적인 심리를 그려주고 있는데 부정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로 환기되고 있다. 그러나 ㉡에서의 ‘눈’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긍정적이고 따뜻한 이미지로 환기된다. 정답은 ②이다.
5. [시적 상황의 표현 방식 파악과 적용]
[출제의도] 시적 형상화의 방식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문제이다.
[해설] ⓐ는 추운 겨울에 더욱 그 모습을 선연히 피워 내는 성에꽃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따라서 역경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피는 성에꽃의 모습에서 서민들이 피워내는 강인한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어려움 가운데서 더욱 아름다움을 드러낸다.’는 시적 상황과 발상을 보이는 것은 ②이다. ②에서도 하늘도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새 생명의 상징인 꽃은 더욱 빨갛게 핀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6. [한시에 담긴 내용 이해]
[출제의도] 한시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하게 감상하여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문제이다.
[해설] ⑤에서 관리들의 횡포가 산 속에까지 이르렀다고 하였으나 작품에서 평지에 나가 살고 싶지만 벼슬아치가 두려워서 못 내려간다는 점을 두고 생각하면, ‘산속’은 관리들의 횡포를 피할 수 있는 도피처의 성격이 나타나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⑤와 같은 감상은 적절하지 않다.
[작가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