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이야기 5
음식연구가 황혜성, 한국의 손맛을 잇다
음식연구가 황혜성 (1920~2006)
황혜성은 1920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1940년에 일본 교토여자전문학교 가사과를 졸업했습니다. 스무 살이 넘도록 조선 음식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황혜성은 숙명여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궁중음식을 처음 만났습니다. 조선왕조의 마지막 주방 상궁이던 한희순 상궁에게 궁중음식을 배우기 시작했던 황혜성은 30여 년간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전수 받으며 궁중음식의 맥을 잇게 됩니다.
황혜성은 입으로만 이어지던 궁중음식 조리법을 기록하여 정리하고, 만드는 법과 재료의 양을 계량화하여 알렸습니다. 또한 음식에 관련된 옛 책들을 연구하여 음식 문화의 역사를 정립하고, 궁중음식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 우리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궁중음식연구원을 세워 생의 마지막까지 우리 음식을 가르치고 전수할 만큼 음식에 대한 황혜성의 열정은 끝이 없었습니다.
‘예술가 이야기’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인 《음식연구가 황혜성 한국의 손맛을 잇다》는 조선왕조 궁중음식의 맛과 멋을 꾸준히 이어 온 음식연구가 황혜성의 삶과 음식 세계를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변함없는 열정과 성실함
황혜성은 숙명여전 교장의 소개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궁중음식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궁중음식과 궁중의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 모든 게 미숙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우리 음식의 정교함과 섬세한 멋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음식들을 철저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날 배운 음식을 다시 만들어 보고, 실패한 음식은 잘될 때까지 반복하였습니다.
한희순 상궁이 세상을 뜨면 궁중음식의 맥이 끊어질 것을 염려했던 황혜성은 궁중음식을 잇겠다는 사명감으로 음식 연구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한 상궁이 음식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재료, 조리법, 음식에 전해 오는 이야기, 조선의 역사까지 빠짐없이 기록하였고, 기록한 노트가 6 ? 25 전쟁 중 없어지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를 더 알려는 마음으로 규장각과 통문관을 드나들며 자료들을 찾아 정리하고 한문을 한글로 풀이하여 다른 사람들도 쉽게 읽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바쁜 나날 속에서도 잡지에 우리 음식에 대한 글들을 꾸준히 기고하고, 궁중음식을 일반인들도 요리할 수 있도록 응용하여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알리기도 했습니다. 궁중음식뿐 아니라 서민들의 음식을 알아야 진짜 우리 음식 문화를 알 수 있다는 생각에 향토 음식을 찾아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밟았습니다.
황혜성이 한평생 우리 음식에 기울인 노력과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겸허한 마음이 생깁니다. 사람에게 주어진 한평생을 허투루 쓰지 않고 진지하고 성실하게 열정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에서 인생에 대한 겸허한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평생 음식과 함께 살고 그 음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어 감사하기만 하다는 한 잡지에 실린 황혜성의 말에서 삶에 대한 그의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를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음식연구가 황혜성 한국의 손맛을 잇다》는 그의 열정적이고 성실한 삶을 잔잔하게 펼쳐 보입니다.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만드는 마음, 먹는 마음
황혜성은 60년 동안 많은 제자들에게 우리 음식을 가르쳤습니다. 그 제자들 중에는 황혜성의 세 딸도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음식 만드는 모습을 보아 온 딸들은 자연스럽게 엄마의 가르침을 받아 음식 연구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음식을 연구하고 제자들을 가르치며 황혜성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 ‘겸손’이었습니다. 황혜성은 자연의 희생 위에 음식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여 언제나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제자들에게도 ‘음식 만드는 사람은 자연에 대한 감사함과 먹는 이에 대한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고, 음식을 먹는 사람 역시 자연에 대한 겸손함과 대접하는 사람에 대한 감사함으로 먹어야 한다.’라고 가르쳤습니다.
음식을 귀중히 여기는 황혜성의 마음은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게 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황혜성은 ‘음식은 귀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주장하였고, 그 노력에 힘입어 궁중음식은 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이제 궁중음식이 개인적인 전수의 형태를 넘어 한국의 문화재로서 후대에 전해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음식들이 세대를 이어 전해질 때마다 자연과 사람에 대해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했던 황혜성의 마음도 함께 전해질 것입니다.
《음식연구가 황혜성 한국의 손맛을 잇다》는 모든 것이 풍요롭지만 마음은 더욱 이기적으로 흘러가는 요즈음, 자연과 음식을 대하는 겸손한 마음가짐을 새기게 하는 책입니다.
사진으로 보는 황혜성의 자취
《음식연구가 황혜성 한국의 손맛을 잇다》는 황혜성이 남긴 많은 자료들을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황혜성의 한평생을 담은 풍성한 사진들은 그의 한평생을 눈앞에 펼쳐보입니다.
글쓴이 안혜령 1956년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뒤 《뿌리깊은나무》와 《홈토피아》에서 기자로 일했고, 그 외 여러 곳에서 글 쓰는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도시 생활을 접고 충청북도 괴산에 새로 터를 잡아 한옥을 짓고 살면서 농사도 짓고 춤도 추고 글도 쓰며 지내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 《손인실》, 《농부의 밥상》이 있습니다.
차례
음식연구가 황혜성의 이야기를 쓰며
평생의 스승이셨던 나의 어머니
응석받이를 벗어나다
낙선재에서 만난 궁중음식
서릿발 같은 수라간 상궁들
손맛이 담긴 음식
음식의 맥을 잇는 마음으로
다시 처음처럼
옛 책에서 찾아낸 우리 음식
최초의 궁중음식 요리책
큰아들을 가슴에 묻고
3백 년 전 스승을 만나다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신선로
세상으로 나온 궁중음식
방방곡곡에서 맛본 우리네 정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한국의 손맛을 잇는 곳
만드는 마음, 먹는 마음
호사를 누린 팔순 잔치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남기고
부록
궁중음식 엿보기
맛을 돋우는 양념, 눈을 즐겁게 하는 고명
황혜성 선생님의 향기
음식연구가 황혜성의 한평생
대상: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판형: 205×230mm
면수: 80쪽
펴낸날: 2007년 12월 6일
가격: 12,000원
ISBN: 978-89-89004-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