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연재를 그만두고 2001년쯤 이곳(분당의 화실 겸 자택)에 왔어요. 지하는 꽤 큰 공간인데 거기서는 작은 그림을 그려요. 2층에 작은 작업실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서는 큰 그림을 그리죠. 세밀하게 그리려면 큰 데가 편하고, 크게 그리려면 작은 데가 편해요.” 김성환의 최근 작업실은 그렇게 나뉘어 있었다. 100여 평은 족히 되어 보이는 지하실은 앉은뱅이 책상이 놓여있는 작업실이자 작은 갤러리였고, 개인박물관이자 수장고였다. 책상 위에는 현재 작업 중인 A4사이즈의 파스텔화가 놓여 있었고 바닥에는 누군가에게 팔린 그림이 포장되어 있었다. 벽면에는 개인소장용 작품 10여 점이 걸려 있었고 최장수 연재만화를 증명하는 인증서와 각종 기념사진도 있었다. 철제로 된 옷장 크기의 함에는 그간 그렸던 각종 만화의 원고가 보관되어 있었고 유리장에는 옛 것으로 보이는 각종 물품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작업 중이던 그림과 벽에 걸린 그림에 대해 설명하던 김성환은 유리장에서 화첩 하나를 꺼냈다. 거기에는 김환기, 김용환, 이상범, 김승옥, 정현웅 등 5, 60년대 활동하던 작가들과 이현세, 허영만, 이두호 등 요즘 활동하는 작가들의 원화가 수 백장 들어있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장편만화의 원화 한 페이지가 김성환의 품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활사 수집가로서도 명망이 높은 그의 수집 품목들을 보노라면 그리 놀랍지도 않은 일이다. 세계적인 우표수집가로 1986년 스웨덴 국제우표전에서 대금상을 받기도 했다. 우편봉투에 그림을 그려 유명 화가들과 서신을 주고 받은 것을 ‘까세’라고 하는데 김성환은 40여 년간 150여 명의 화가들과 까세를 주고 받았고 이를 [나의 육필 까세집]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어 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