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여자가 남자보다 더 질투를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질투의 화신이다”라는 말이 그것을 잘 드러낸다. 하지만 G. L. White의 연구(「Some correlates of romantic jealousy」, 『Journal of Personality, 49』, 1981)에 의하면 남자와 여자는 비슷한 정도로 질투한다고 한다.
오히려 남자의 질투가 더 강렬하다는 증거가 있다. 예컨대 질투 때문에 일어나는 배우자 살해의 절대 다수는 남편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것은 남자의 질투가 더 강렬하기 때문이 아니라 남자가 더 힘이 세기 때문이거나, 남자가 더 공격적이기 때문이거나, 남자의 질투가 공격성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 사실이 “여자가 질투의 화신”이라는 말과 부합하지는 않는다.
질투에 의한 살인이 사회적 관습으로 정당화되는 사회가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여기서 “정당하게” 살해될 수 있는 경우는 아내가 바람을 피웠을 경우뿐이다. 이것 역시 “여자가 질투의 화신”이라는 말과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많은 사회에서 아내를 집안에 가둬 두는데 그 이유는 자명하다. 남자의 질투 때문이다. 여자에게 외출할 때 온몸을 가릴 것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이다. 물론 이것은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시각적인 자극에 더 민감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를 질투의 화신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이 글은 그것을 해명해 보려는 시도이다.
첫째, 남자들이 세상을 지배해 왔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온갖 부정적인 특징들은 여자의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여자들은 도덕적으로 열등하며, 지적으로 열등하며, 감정에 의해 이성이 마비되는 존재라고 여겨졌다. 여기에서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남자였다는 사실, 여자들이 지적인 세계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는 사실 등이 외면될 수 있었다. 질투 역시 부정적인 특징이다. 질투를 한다는 것은 쪽팔리는 일이다. 결국 자신의 매력(돈이든, 외모든, 성격이든, 힘이든)이 떨어져서 짝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둘째, 일부다처제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부 다처제 사회에서 여자들은 질투를 할 상황에 더 많이 부딪히게 된다. 왜냐하면 남편을 다른 여자와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일부 남자들은 짝짓기에서 배제되는데 그런 남자들은 질투를 할 이유가 없다. 질투는 이미 짝이 있는 상태에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 남자들이 더 많이 바람을 피울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동성애라는 요인을 무시한다면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바람을 피우기 위해서는 남자와 여자가 모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남자들이 더 많이 바람 피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규모의 여자 매춘부의 존재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넷째, 여자들이 바람 피우는 것에 대해 가혹하게 처벌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자들은 바람을 피운 것이 드러나면 살해되거나 쫓겨났다. 따라서 남자들은 더 이상 질투를 할 필요가 없다. 죽거나 쫓겨난 아내를 질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여자들은 바람 피우는 남편을 계속 견뎌내야 했기 때문에 질투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다섯째, 어쩌면 남자들이 질투한다는 사실을 더 많이 숨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질투 뿐 아니라 남자들은 대체로 자신의 감정을 여자보다 더 많이 숨기는 것 같다.
여섯째, 남자들의 질투가 이데올로기로 더 잘 포장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이것을 잘 드러낸다. 칠거지악 중에는 부정(不貞) 또는 음행(淫行)과 질투(嫉妬) 또는 투기(妬忌)가 있다. 여자가 바람을 피운 경우에는 남자가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부정 또는 음행의 악행을 범한 것이다. 남자가 바람을 피운 경우에는 남자가 부정 또는 음행의 악행을 범한 것이 아니라 여자가 질투 또는 투기를 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정당한" 살해 경우도 마찬가지다. 바람피운 여자가 살해되는 이유는 남자가 질투하기 때문이 아니라 여자가 패륜의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또는, 바람피운 여자가 살해되는 이유는 남자가 질투하기 때문이 아니라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마찬가지로 여자가 밖에 나갈때 온몸을 가려야 하는 이유는 남자가 질투하기 때문이 아니라 여자는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하기 때문이다.
일곱째, 여자들이 사회생활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집안에 있는 사람이 바람을 피우기는 집밖에 나도는 사람보다 더 힘들다. 따라서 실제로 바람을 피우든 아니든 집밖에 나도는 사람은 바람을 피운다는 의심을 받기가 쉽다. 따라서 집안에 갖힌 여자가 더 많이 질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