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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사랑한다] 14
1. # 서경 마당 (13회 마지막씬 연결된)
무혁, 대문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다가.....뭔가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윤이 마루에 앉아 있다.
윤 : (무혁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다) 형!
무혁 : (당혹스럽다)
윤 : 10분만 더 기다리다 안 오면 갈려구 했었어.
무혁 : .....이렇게 나다녀두 되냐?
윤 : 안되지....병원에선 나 찾아서 뒤집어졌을 거야, 지금.
무혁 : .....어서 돌아 가, 그럼...데려다 줘?
윤 :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왔어.
무혁 : ....난 들을 얘기 없는데?
윤 : 엄마한테 얘기 들었어...나한테 심장을 주고 싶다....그랬다구?
무혁 : ....(피식 웃고) 고맙단 말 같은 거 안해두 돼....그건 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냐. ......가자, 데려 가 주께.
윤 : (이를 앙무는 느낌) 나한테 지금 무슨 짓을 시키는 거야?
무혁 : (보는)
윤 : 형을 죽이구, 내가 살라구?.....(버럭) 나한테 무슨 짓을 시키는 거야, 지금?!!!
무혁 : .......
윤 : 싫어! 안 받어! 나 그냥 죽을래! 안 받어!!..그 말 하러 왔어. (일어나더니 무혁을 스쳐 밖으로 나가려는데)
무혁 : (윤을 잡으며) 왜 싫어?....널 위해 일부러 죽겠다는 것도 아니구, 너도 알다시피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까...
좋은 일 하나 하구 천당가구 싶어 그러는데?....왜? 것두 배아퍼?
윤 : 차라리 그럼 다른 사람 주구 가!...왜 나야?...왜 하필 나야?!!
무혁 : 내가 니 형이니까!!!
윤 : (흠칫)
무혁 : 넌 내 동생이구, 난 니 형이니까!! (빙긋 웃는)
윤 : 무슨...말이야, 그게?
무혁 : 내가 니 형이라구.....너하구 똑같은 엄마가 만들어서 똑같이 세상에다 내놓은 니 형이라구, 내가.
윤 : (당혹스럽게 보는)
무혁 : 우리가 다른 게 있다면.....나랑 내 쌍둥이 누난 버려졌다는 거지. 쓰레기처럼.
윤 : .....(기가 막힌다)
무혁 : 그러니까, 어리광 부리지 말구, 가라..니 배부른 어리광 받아 주구 있기엔 내가 너무 피곤하다.
(피식 웃고 서경 방쪽으로 가는)
윤 : 형!!!
2. # 서경방
서경과 갈치, 바둑판 놓고, 알까기 게임하고 있다.
무혁, 문 열고 들어온다.
두 사람, 게임에 정신이 팔려 “엄마! 반칙이야!” “아냐! 니 가 반칙이야!” 하며 실랑이 하고 있다.
무혁 : 뭐야, 그게?
갈치 : 알까기요....접때 나랑 한번 했었잖아요....아, 엄마아! 손 전체루 밀지 말구 손가락 두 개만 써!!
서경 : (흘기며) 너두 아까 손가락 네 개 갖구 했잖아.
무혁 : 비켜봐, 누나!....내가 대신 붙어 주께....무슨 내기 했는데? 호빵 내기 했어?
서경 : (좋아서 헤 웃고) 응.
무혁 : (서경의 자리에 앉으며) 자! 덤벼봐, 김 갈치!!
갈치 : 아, 치사하다, 진짜...어른 둘이서 애 하나를 놓고 붙냐?
무혁 : 자, 그럼 삼촌부터 간다...(하며 바둑알을 퉁기는데)
이때, 윤, 방문 열고 들어선다.
갈치와 서경, 윤을 알아보고, “어, 최 윤 형아다!”하고, “우와! 최윤이다!” 하며 서경 따라서 반가워 소리 지르고.
무혁 : (갈치 보고) 뭐해, 임마! 삼촌 했어.
윤 : 무슨 말이야, 그게?
무혁 : 김 갈치! 니 차례야!
윤 : 형이랑 저 누나가....(가빠오는 숨 누르며) 형이랑 저 누나를...우리 엄마가 낳아서 버렸다...그 말을...믿으라는 거야, 지금?
서경 : (무슨 말인가 눈이 동그래서 천진한 표정으로 윤을 보고)
윤 : 형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하나두 못 알아 듣겠다구!!
무혁 : 갈치야...손님 오셨는데, 차 한잔만 만들어 올래?
갈치 :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네. (일어선다)
무혁 : 누나두...가서 갈치 좀 거들어 줘.
서경 :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어.
서경과 갈치, 밖으로 나가고, 무혁, 윤을 보지 않고, 바둑알만 손가락으로 퉁긴다.
윤 : 말이 되는 소리야, 그게?...말이 되는 소리냐구, 그게?
무혁 : (바둑알 퉁기며) 내가 살 날이 별루 안 남았거든....말이 되는 소리만 하기두 짧은 시간인데,
말이 안되는 소리까지 해가며 시간 낭비 하구 싶겠냐? 너 같으면?
윤 : (어이가 없다. 단호하게) ..나, 못 믿어!
무혁 : (보다가 다시 바둑알 퉁기며) 믿지 마, 그럼.
윤 : 형!
무혁 : 믿기지 않으면 믿지 마.
윤 : (기가 막히다...마음 다스리려 애쓰며) ....왜 숨겼어, 그럼? 지금까지?
무혁 : (바둑 돌만 퉁기는)
윤 : (믿기지 않아 빈정대는) 내가 당신 아들이다!...당신이 버린 당신 아들이다! 진작 말을 하지, 왜 숨겼어?
무혁 : (피식 웃고, 바둑판에 다시 바둑을 놓으며) 버림 받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아냐?
윤 : ....
무혁 : 버림을 받았다는 건....그걸로써 끝이라는 얘기야. (바둑돌 다시 퉁겨서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윤 : ......
무혁 : 다시 돌아와봤자 절대루 환영 받을 수 없다....죽을때까지 안 나타는 게 효도하는 거다...그런 뜻이야.
윤 : .......
무혁 : (바둑돌 다시 하나하나 놓으며) 우린 너처럼 대단하게 잘나질 못했잖냐?...한 놈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날 건달 양아치구,
한 놈은 세상천지 분간두 못하는 바보 팔푼이구...우리도 쪽팔리는 것도 알고, 자존심도 있거든.
윤 : (당황하다가 단호하게) 믿을 수 없어!...말두 안돼!...형이 우리 엄마 아들이라니....어떻게 그게...말이 돼? 안 믿어! 못 믿어!!!
무혁 : (갑자기 버럭) 믿기 싫음 믿지 말라잖아, 그러니까!!
윤 : .....(당혹한 표정으로 보는)
무혁 : (굳었던 얼굴에 다시 미소 띠우고) 믿기 싫음 믿지마....나두 그거 믿는데....그런 여자가 내 엄마라는 걸 믿는데....
내 남은 인생 전부를 쓰구 있다, 지금. (다시 바둑돌을 퉁긴다)
윤 : (어이없는...더 이상 말이 안 나온다) .....그래서? 쪽팔린다면서....다시 나타난 이유가 뭐야?
무혁 : 복수 할려구.
윤 : (얼굴빛이 새파래지는)
무혁 : 이대루 그냥 죽긴 억울해서....복수할려구.
윤 : ........(온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무혁 : 죽기전에 전활 해야지.. (전화기 귀에 대는 시늉하며 서늘한 웃음지으며) 어머니, 사실은 제가
어머니가 버렸던 그 아들입니다....어머니의 자랑스런 아들 윤이를 위해 제가 죽습니다....
어머니의 보석같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쓰레기같은 아들은 이만 죽습니다.
윤 : (충격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무혁 : (여전히 전화기 귀에 대는 시늉하고) 윤이를 위해 흘릴 눈물 백만분의 일만...저를 위해 흘려 주시겠습니까, 어머니?
윤 : (충격으로 보다가 휙 뒤돌아서서 나가 버린다)
무혁 : (서늘한 웃음 흘리는)
3. # 무혁집 앞 골목
윤, 차오르는 숨 때문에 힘겹게 걸음을 옮겨서 간다...간간히 벽도 짚어가며.
그런 윤의 뒤를 조심스레 걱정스럽게 뒤따라오는 민주...자기도 충격이다.
4. # 서경방
무혁, 서늘하게 웃으며 바둑판의 바둑돌을 하나하나 놓고 있다.
서경,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타 가지고 온 차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고,
갈치, 불안하게 무혁의 표정을 살핀다.
무혁 : 누나.
서경 : 응.
무혁 : 아까 걔두 누나 동생이다?
서경 : (어리둥절) 엉?
무혁 : 가수 최윤...걔두 누나 동생이라구.
서경 : 엉? (여전히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
무혁 : (돌아앉아 갈치를 보고) 김 갈치! 최윤 형아....아니, 최윤 삼촌이 잘 생겼냐? 내가 잘 생겼냐?
갈치 : (난감한 표정으로 보는)
무혁 : 최윤이가 멋져? 내가 멋져?
갈치 : (곤혹스런 표정)
무혁 : (갈치 머리 툭 때리며) 이 자식은 어떻게 거짓말을 못하냐?....나중에 커서 사회 생활하기 쪼끔 힘들겠다, 우리 갈치...
(하며 장난치며 웃다가 서늘해지는 눈빛)
5. # 거리
힘겹게 걸어온 윤, 택시에 올라타고 있다. 민주, 그런 윤을 한쪽에서 지켜본다.
그런 그들 뒤로 은채(13회 횡단보도 씬 이후 연결)가 고개를 떨군 채 털레털레 걸어오고 있다.
멍하니 넋나간 사람처럼 걸어오는 은채.
윤이 탄 택시, 떠나간다.
몽유병 걸린 사람처럼 걸어가는 은채.
6. # 서경집 일각
은채, 정말 몽유병 걸린 사람의 모습처럼 걸어가고 있다.
갈치, 호빵을 사들고 오다가 은채의 뒷모습에 갸웃하며 뒤따라 간다...은챈가 아닌가...긴가민가하며 따라가는.
은채, 서경집 계단 근처 까지 오는데.
갈치 : 은채 누나!
은채 : (못 듣고)
갈치 : 거기....은채 누나 아니예요?
은채 : (그제야 발걸음 멈추고 돌아본다...갈치라는 것 알고 흠칫 당황하며 놀라는)
갈치 : (반가와서) 은채 누나 맞구나.
은채 : (영문을 모르겠다는) 갈치야.....니가 여기 왜 있어?
갈치 : 여기 우리 집이잖아요.
은채 : (그제야 정신이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린다..내가 어떡하다 여기까지 왔지? 당황한 표정 역력해지는)
갈치 : 들어가요, 누나...외삼촌이랑 엄마랑 안에 다 있어요. (하며 은채의 손을 잡는다)
은채 : (당황하며 갈치가 잡은 손을 빼는)
갈치 : (오히려 더 당황해) 누나!
은채 : 어...그...그러니까...누나가....누나 집에 가는 길인데...잘못 왔어.
갈치 : 우리 집에 온 거 아니예요?
은채 : 아냐....니네 집에 온 거 아냐...니네 집에 온 거 아냐, 갈치야. (휙 돌아서 간다)
갈치 : (갸웃하며 의아한) 누나!!
은채 : 니네 집에 온 거 아냐...미안해....(당황하며 서둘러 걸음 옮겨 간다...내가 왜 이러지?.....내가 왜 이러지?...
정신 차려, 은채야...당혹스럽게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가는)
7. # 서경방
무혁, 팔베개하고 천장을 보며 누워 있고, 서경, 만화 영화에 정신이 팔려 있다.
이때, 갈치, 방문 열고 갸웃거리며 들어온다.
서경 : 호빵 사 왔어?
갈치 : 여기....(호빵 봉지 주고) 삼촌두 드세요.
무혁 : (생각에 잠겨 있는)
갈치 : (호빵 먹으며 서경 보며) 은채 누나 좀 이상한 거 같애, 엄마.
무혁 : (은채라는 말에 흠칫하며 갈치를 보는)
갈치 : (서경의 무반응에 혼자 갸웃하다가 만화 영화를 보며) 짱구가 지네 엄마한테 들켰어?
서경 : (호빵 먹으며 만화 영화 보며 고개 끄덕이는) 어.
무혁 : 은채 누나가 뭐?
갈치 : (호빵 먹으며 만화 영화에 정신이 팔려 있는) 디지게 맞았어? 그래서?
무혁 : (벌떡 일어나 앉으며, 큰소리로) 은채 누나가 뭐?!!
갈치 : (흠칫 놀라서 보는)
서경 : (호빵을 먹다가 무혁의 고함소리에 사래 들릴 뻔하고)
무혁 : (언성 낮춰) 은채 누나가 뭐?
갈치 : 은채 누나가 이상하다구요, 쫌.
무혁 : (표정이 확 달라지며) 은채 봤어?
갈치 : 예...쫌 전에 우리 집 앞에서 봤어요.
무혁 : (표정이 상기되며) 집 앞에 있어, 지금? (벌떡 일어서는데)
갈치 : 아니요....우리 집에 올려구 그랬던 게 아니구요...누나네 집에 갈려던 길인데 잘못 왔대요.
무혁 : (외투를 챙겨 들고 밖으로 뛰어 나간다)
8. # 서경집 계단 앞
무혁, 계단을 뛰어 내려 와 두리번거리며 은채를 찾는다.
9. # 골목 일각
은채를 찾으며 여기저기 뛰어 다니는 무혁.
무혁 : 은채야....은채야......은채야아아아!!
10. # 거리 (밤)
은채, 털레털레 걸어온다. 정신 차리자....자신의 뺨을 톡톡 두드리는.
은채 : 정신 차려, 송 은채....너 왜 이래?....바보야...니네 집 가는 길도 몰라?...니네 집 가는 길도 몰라?
은채, 건널목 신호등 앞으로 와 서는데, 술취한 남자 둘, 어깨동무를 하고 가다 은채를 툭 건드리고 지나간다.
은채, 휘청하며 넘어지는데.
무혁(E) : 돌팅아! 안 다쳤어?
은채, 그 소리에 고개 돌려 본다....은채 바로 옆으로 예전 그 시절의 무혁과 은채가 서 있다.
무혁의 옷 속에 꼬옥 들어 가 환하게 웃고 있는 은채. (10회 #37 거리 횡단보도에서의 모습)
무혁, “괜찮아? 춥지?” 하며 다정하게 말하고...은채, 수줍은 듯 웃는.
은채, 길바닥에 넘어진 채 그들의 모습을 부럽고 애틋하게 본다....자기도 모르게 그 시절에 지었던 미소가 얼굴에 돈다....
은채, 그들을 향해 웃다가 다시 서글픈 표정이 되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어느새 그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
은채, 정신을 차리자....내가 자꾸 왜 이러나? 고개 저으며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춥다. 몸이 으슬으슬 떨려 와 몸을 힘껏 움츠리는데...
이때, 누군가 외투 자락을 벌려 은채의 몸을 싸안는다. 은채, 놀라서 고개 돌려 본다. 무혁이다.
무혁 : (은채를 향해 씨익 웃는)
은채 : (당황하는)
무혁 : 날씨 참 춥다. 그치?
은채 : (눈물이 핑 돈다)
무혁 : 아...눈이라두 펑펑 쏟아졌음 좋겠다...그치?
은채 : .......
무혁은 웃고 있고, 은채는 울고 있다....그렇게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모 습에서.
F.O.
11. # 오들희 집 계단 (아침)
외출복 차림의 은채, 걸어내려 오고 있다.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나간 사람처럼 기운이 없고, 멍하다.
12. # 오들희집 대문앞
은채, 대문 열고 나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며 걸음 멈춘다.
담벼락에 무혁이 서 있다. 언제나 그랬듯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씨익 웃는.
무표정하던 은채의 얼굴에도 미소가 돈다. 무혁을 향해 연하게 웃어주는.
이때, 민채, "언니야! 노트북 갖구 가"하며 노트북 가방 들고 대문 열고 나오다가 어이없는 표정 짓는다.
은채가 아무도 없는 담벼락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민채 : 언니야!
은채 : (계속 미소만 짓고 있는)
민채 : (은채의 어깨를 툭 때리는) 언니야!!!
은채 : (그제야 천진한 표정으로 민채를 본다)
민채 : 뭐해, 지금? 담벼락을 보고 왜 실실 쪼개구 있냐, 아침부터?
은채 : (그제야 흠칫하며 무혁이 서 있던 담벼락을 본다...아무도 없다...내가 또 왜 이러나?...당황하며..입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민채 : 별 일이네, 진짜....(노트북 가방 내밀며) 자. 아줌마가 노트북 좀 챙겨 오라 그랬어.
은채 : (잠시 당황해 있다가....멍해져서 노트북 가방을 받아 들고) 어, 그래. (하며 한쪽에 세워져 있는 자신의 차로 가 탄다)
민채 : (갸웃하는)
13. # 은채 차안
은채, 당황한 표정으로 운전해서 간다. 내가 왜 이러지? 자신의 뺨을 톡톡 때리며 정신을 차리려 애쓰는.
이때, 다시 은채의 귀에 환청처럼 들리는.
무혁(E) : 돌팅아!
은채 :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본다...아무도 없다....당황하다가 침착하려 애쓰며 운전하는데)
무혁(E) : 은채야!
은채 : (한쪽 귀를 손바닥으로 막다가...안되겠는지 카세트 볼륨을 크게 올려 버린다)
14. # 서경 욕실
무혁, 변기에 괴롭게 토하고 있다.
갈치, 문 열고 들어오다가 놀라서 보며....무혁의 등을 두드려 준다.
갈치 : 왜 그래요, 외삼촌? 왜 그래요?!!
무혁 : (다 토하고 나서 널부러지듯 앉는....병색이 어려....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갈치 : 왜 그래요? 밥 먹은 게 체했어요?
무혁 : (고개 끄덕이는)...어.
갈치 : 천천히 좀 먹죠, 그러니까...(바가지에 물을 떠와서 주며) 자요, 입 헹궈 내세요.
무혁 : (힘겹게 웃으며 물을 받아 입을 헹궈내는)
갈치 : 어제 은채 누나 만났어요?
무혁 : (입 행궈내며 고개 젓는) 분명히...집 앞에 왔었냐? 은채 누나?
갈치 : 네.
무혁 : ....못 만났어. 아무리 찾아두 없더라.
갈치 : 은채 누나는 최 윤 형아랑 사귀죠?....둘이 결혼할거라 그랬어요, 테레비에서.
무혁 : (표정없이....입을 계속 헹궈내는)
15. # 윤 병원 로비
노트북 가방을 든 은채, 로비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자꾸만 눈앞에서 보여지는 무혁의 환상에 긴장하고 있다.
16. # 윤 병실 앞
은채, 병실 앞으로 걸어오다가 걸음을 멈춘다. 병실 문 앞에 언제나처럼 무혁이 서있다.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은채 : (긴장한다) 아저씨....
무혁 : (그대로 눈 감은채)
은채 : 아저씨이....
무혁 : .....
은채 : 아저씨이....
무혁 : (꿈쩍도 않는)
은채 : (내가 미쳐가고 있구나....눈을 질끈 감았다....뜬다.....눈물이 그렁하다)
병실 문 앞에는 아무도 없다.
17. # 병실 안
윤, 굳은 표정으로 오들희를 보고 있다.
오들희, 소파에 앉아 안경까지 꺼내 쓰고 심장에 관련된 의학책 펴 놓고 사전까지 찾아가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오들희 : 아유, 어렵다...어려워...강 실장은 무슨 책을 이딴 걸 갖다 줘 갖구....죄다 꼬부랑 글자네, 죄다..
윤아! 심장 이식이 영어로 뭐니?
윤 : (서늘한 표정으로 오들희만 보고 있고)
오들희 : 몰라? 영어루?
윤 : (그대로 보고만 있는)
오들희 : (그제야 시선 들어 윤과 마주치고) 왜? 왜 그렇게 엄말 빤히 봐? 엄마 얼굴에 뭐 묻었어?
윤 : (오들희를 빤히 보다가 침대에 드러 누우며) 애쓰지 마요, 엄마.
오들희 : 응?
윤 : 나 살리려구 너무 애쓰지 말라구.
오들희 : (의아한 표정으로 책을 놓고 윤에게 다가간다) 왜 그래, 윤아? 무슨 일 있니?
윤 : (차갑게).....살아야 할 목숨이면 어떻게든 살 거구, 죽어야 될 목숨이면 어떡해두 죽겠지....너무 애쓰지 말라구요, 엄마!
오들희 : (기가 막혀) 너...너 지금 그게 엄마한테 할 말이니? 자식이...엄마한테 할 소리야, 그게?!!
윤 : (서늘한 표정으로 천장만 보며)
오들희 : 엄마한테 할 소리냐구, 이 자식아!!!
윤 : .......
오들희 : (감정 누르며) 너만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엄만 무슨 짓이든 해..어떤 짓이든 할 거야! 됐니?!
윤 : 무혁이형 심장 받아서 내가 살면....엄마, 행복할 거 같애?
오들희 : (당황하는)
윤 : 지금부터 무슨 짓두 하지 마....어떤 짓두 하지 마....부탁이야, 엄마...그러지 마. (눈을 감아버린다)
오들희 : (당혹) 윤아....
18. # 윤 병실 밖
은채, 병실 벽에 등을 대고 쪼그리고 앉은 채 귀를 막고 있다. 무혁의 목소리가 자꾸만 환청으로 들리는 것 같다.
무혁(E) : 은채야...돌딩아...은채야.....
은채 : (이마에 식은 땀이 맺힌다)
이때, 병실 문 열리고, 외출복 차림의 오들희, 심난한 표정으로 나온다.
오들희 : (귀 꼭 막고 주저 앉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은채 보며) 은채야...
은채 : (그대로 귀 꼭 막은 채)
오들희 : (은채 앞으로 쪼그리고 앉아 은채 어깨 잡으며) 은채야...은채야....
은채 : (그제야 오들희를 본다....힘겨워 보이는 표정)
오들희 : 너 지금 여기서 뭐해?.....안 들어오구 뭐해, 여기서?
은채 : (멍해서)...아니예요...아니예요.
오들희 : 아니긴 뭐가 아냐?.....얘가 표정이 왜 이래? 꼭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은채 : .......(멍해서 들릴락 말락 중얼거리는)...아니예요....아니예요.
오들희 : ....(걱정스런 표정으로 은채 보며....은채의 뺨을 톡톡 두드리며) 은채야아...은채야아?
은채 : (넋 나간 듯 멍한)
19. # 서경 마당
핼쓱한 무혁, 마루에 나와 나무 기둥에 기대 앉아 있다. 마당엔 크리스마스 트리가 놓여 있다.
서경과 갈치, 무혁의 옆에 나란히 앉아 나즈막히 케롤 부르고 있다.
무혁 : 누나.
서경 : 응.
무혁 : 갈치 아빤 누구야?
서경 : 응?
무혁 : 갈치 아빠....갈치 아빠 누군지 몰라?
서경 : (눈빛이 살짝 떨리는) ...알아.
갈치 : (무표정한)
무혁 : 어딨는데, 지금?
서경 : 몰라.
무혁 : 누나두 어서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해야지.
서경 : (수줍게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무혁 : (중얼거리는) 우리 누나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는 거 보구 가야 되는데....
갈치 : (그런 무혁의 말을 유심히 듣는)
서경 : 난 외삼촌이랑 결혼할 거예요.
갈치 : (답답해서) 엄마.
무혁 : (피식 웃는....기가 막히다)
서경 : ....정말이예요, 외삼춘하구 결혼할 거예요.
갈치 : 엄마아.
무혁 : (울컥 노기가 솟지만, 다스리며) .....동생이랑은 결혼 같은 거 못하는 거야, 누나.
서경 : ....왜애?
무혁 : 안돼. 안돼는 거야, 건!
갈치 : 접때 내가 안된다 그랬잖아....아, 왜 그래, 자꾸? 짱나, 진짜.
서경 : (어거지 부리는) 왜 안돼애?
무혁 : (갑자기 버럭) 어떻게 동생이랑 결혼을 해, 바보야!!....그동안 나일 어디루 처 먹었냐? 갈치두 아는 걸 니가 왜 몰라?!
서경 : (갑작스런 무혁의 반응에 당황하며 울상 짓는)
갈치 : (역시 놀라서 무혁을 보며)
무혁 : 언제까지 그러구 살래? 어린 아들한테 쪽팔리지도 않냐? 미안하지두 않어?!!
서경 : (우왕 울음 터뜨린다)
갈치 : (당혹스럽게 무혁을 보고)
무혁 : 정신 똑바루 차리란 말야, 그러니까!.... 한번 가르쳐 준 건 무조건 머리 터지게 외우란 말야, 그러니까!!
서경 : (엉엉...우는) 갈치야아...
갈치 : (무혁을 노려보며) 왜 고함 질러요, 우리 엄마한테?! 자꾸자꾸 가르쳐 주면 되잖아요!
모르면 자꾸 자꾸 말해주라구 옛날에 외삼촌이 말했잖아요!!
무혁 : ......
갈치 : 나한텐 그래 놓구 왜 우리 엄마한테 고함 질러요? 왜 고함 질러요, 우리 엄마한테?!!
서경 : (울면서...삐죽이며 노려보고)
무혁 : (화가 치밀어 벌떡 일어선다)
이때, 대문 열리고, 오들희, 들어온다.
뒤따라 오는 남자(쇼핑한 물건들 가득 든)에게 “아저씨! 저 쪽으로 좀 갖다 놔 주세요.” 얘기한다.
무혁 : (눈빛이 서늘해지는)
서경 : (오들희를 보고 더 서러워져서) 아줌마아아.....(울면서 오들희에게 달려간다)
오들희 : (놀라며) 갈치 엄마! 왜 그래? 왜 울어? (하며 서경을 껴안아 다독여주며 무혁을 보는데) 왜 울어어?
무혁 : (서늘하게 노려 보고 있는)
오들희 : (잠깐 움찔하다가 울고 있는 서경의 등을 계속 다독여주며) 왜 무슨 일인데에?....무슨 일이야아?
서경 :외삼촌이요...나한테 바보라구우.....막 소리 질렀어요.
오들희 : (무혁을 보는)
무혁 : (여전히 서늘하게 노려보고)
오들희 : (타이르듯이) 누나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서경에게서 떨어져 서경의 눈물을 닦아주며)
누나한테 그럼 안돼지, 미스타 차.....누난 아픈 사람이잖아.
무혁 : (오들희 외면하고 각종 쇼핑 봉투와 쌀 푸대, 갈비와 과일 박스를 나르는 남자를 보며) 도루 가져가!
오들희 : 미스타 차!!
무혁 : (남자보며 버럭) 도루 가져 가, 당장!! (남자, 당황해서 오들희를 본다)
오들희 : 오해 하지마, 미스타 차! 내가 여기 온 건.....
무혁 : (O.L.) 이딴 거 안 갖다 줘두 준다 그랬잖아요... (버럭) 이딴 거 가져와서 안 굽신거려두
내가 죽으면 다 주구 가겠다 그랬잖아, 사모님!!
오들희 : 그게 아니라니까, 미스타 차...왜 자꾸 순수한 마음을 오해하구...(하는데)
무혁 : (O.L.) 나가!
오들희 : (기가 막힌)
서경 : (자기도 기가 막혀서 무혁을 노려 보고)
무혁 : 나가라는 소리 안 들려! 당장 나가!! 이거 갖구 당장 우리집에서 나가!!!
오들희 : (당황하며) 미스타 차!!
무혁 : 나가아!!
서경 : (불쑥) 나갈라면 니가 나가라!!
무혁 : (흠칫 서경을 보는)
오들희 : (의외의 서경의 말에 서경을 보고)
갈치 : (당황해서 서경을 보며)
서경 : (무혁을 노려 보며) 왜 자꾸 이쁜 아줌마한테 소리 질러, 깡패야! 나갈려면 니가 나가라, 바보야!!
무혁 : (당황)
갈치 : 엄마!
서경 : (식식거리고 보며) 못됐어, 씨이...여기가 니네 집이냐? (소리 지르며) 니가 나가아!!!
무혁 : (보다가 그대로 오들희와 서경을 스쳐 대문밖으로 나가버린다)
오들희 : 미스타 차!
갈치 : 외삼촌!!
서경 : (계속 식식거리며) 맨날 고함만 지르구....순 나쁜 깡패야, 씨이....
오들희 : (당혹스럽게 서경을 보는)
20. # 서경집 앞 일각
무혁, 굳은 표정으로 길을 내려 간다.
21. # 서경 마당
갈치, 괴롭다는 듯 머리를 쥐어싸고 있다.
오들희, 당혹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고, 서경, 흥분 끝이 남아 식식거리고 있다.
서경 : 바보 똥개 같은게, 씨이....
오들희 : 버선목이라 뒤집어 보일 수도 없구 증말...(서경에게 변명하는) 난 정말 다른 뜻이 있어서 온 게 아냐, 갈치 엄마....
우리 윤이가 하두 속을 썩여서......뭐라구 설명은 못 하겠는데...우리 갈치 엄마랑 갈치가 자꾸 눈 앞에 아른거려서....
그래서 왔거든....내 진심 믿지, 갈치 엄마는?
서경 : (식식거리다가....오들희의 간절한 눈빛보며 고개 끄덕인다) ...네.
오들희 : (서경의 손을 꼭 잡아주며) 고마워...고마워, 갈치 엄마...증말 고마워.
서경 : (헤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갈치 : (무혁이 걱정되는)
22. # 거리
무혁, 걸어가고 있다....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민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쓸쓸하고 막막한....
23. # 윤 병실
은채, 노트북 펼쳐 들고 윤의 팬 카페에 들어가 응원 글들을 검색해서 읽어주고 있다.
은채 : 여기 40대 아주머니 팬이 쓰신 글도 있는데....읽어 주께.
윤 : (멍한 표정으로 은채를 보고 있는)
은채 : 안녕하세요, 최윤씨....제가 불교 신자라 어젠 절에 갔다가 최윤씨의 쾌유를 기원하며 부처님께 백 팔배를 했습니다.
윤 : ......
은채 : 병상에서 많이 힘드시겠지만, 부디 희망과 용기 잃지 마시구....(하는데 문득 떠오르는 무혁의 말)
무혁(E) : 내 심장 떼서 윤이 줄테니까, 너, 나한테 올래?
은채 : (애써 외면하려 한쪽 귀를 가리고 글을 읽는)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끝까지 자신의 삶의 사랑해 주세요.
(하는데 다시 떠오르는 말)
무혁(E) : 죽기 전에 좋은 일 하나 하구 가면, 적어두 지옥은 안 갈거구 나두, 너랑 윤이랑 윤이 엄만 완전히 횡재한 거구...
괜찮은 거래 아니냐?
은채 : (자기도 모르게 악 소리 지르며....양쪽 귀를 손바닥으로 꽉 누른다...힘들어 하는)
윤 : (놀라며) 은채야!!
은채 : (노트북 치우고 벌떡 일어나며) 윤아...나 잠깐만 나갔다 오께...1분만....1분만 나갔다 오께....(허위허위 서둘러 나간다)
윤 : (굳어서 보는)
24. # 병실 복도
은채, 휘청휘청 걸어나간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허위허위 걸어가는....
마주오는 휠 체어와 부딪힐뻔도 하고....
25. # 병원 정원
은채, 벤치로 와 앉는다.....힘겹게 숨을 몰아쉬다가......천천히 핸드폰을 꺼낸다.
검색해서 ‘차무혁’ 이름을 찾는...통화 버튼을 누르려다...멈춘다.
26. # 고수부지
무혁, 강을 보고 허허롭게 앉아 있다. 핸드폰 벨이 올린다. 핸드폰 꺼내 발신자 확인하면, ‘발신자 없음’ 이라고 뜬다.
무혁,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댄다. 상대방에서 아무 소리도 없다.
27. #. 병원 정원
은채,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다.
28. # 고수부지
무혁 :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다가) .....돌팅아!...너 돌팅이 맞지?
29. # 병원 정원
은채 : (당황한 채 핸드폰 귀에 대고 있는)
무혁(F) : 은채야...... 은채 맞지?
은채 : (눈물이 그렁해지는)
무혁(F) : 잘 지내니? 아픈 데는 없어?
은채 : ........
30. # 고수부지
무혁 : 나두...아저씨도 잘 지내...건강하게 되게 되게 잘 지내.......정말... 아픈데 없지?
31. # 병원 정원
은채 : (조용히 핸드폰을 닫는다, 쓸쓸하고 멍해지는)
이때, 그런 은채를 멀찍이서 지켜보는 윤.
32. # 고수부지
핸드폰을 천천히 귀에서 내리는 무혁, 씁쓸하게 강물을 보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뛰기 시작한다.
33. # 병원 정원
한동안 멍해서 앉아 있던 은채, 천천히 벤치에서 몸을 일으킨다...병원 쪽으로 걸어가는데..
무혁(E) : 돌팅아!
은채 : (흠칫 돌아보는)
무혁 : (숨이 턱에 닿아 헉헉거리며 은채 앞에 서 있다)
은채 : (놀라고 당황하는)
무혁 : 보고 싶어서 한달음에 달려 왔지.... 잘했지, 아저씨? (다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은채 : (어처구니도 없고 반갑기고 하고....웃는) 아저씨.
무혁 : 역시 우리 돌팅이는 웃는 얼굴이 이뻐. 이런 추세루 조금만 더 가면 미스 호주도 넘어설 수 있겠다. (윙크하는)
은채 : (풋 하고 귀엽게 흘기며 활짝 웃는데)
윤(E) : 은채야!
은채, 돌아보면 윤이 창백하고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윤 : 뭐해, 여기서? 누굴 보고 웃는 거야, 지금?
은채 : (그 말에 고개를 돌려 무혁이 있던 자리를 본다. 무혁은 없다. 당황하는) ...아저씨... 아저씨.....(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윤 : (기가 막히다)
은채 : 아저씨! 아저씨?!!.....(무혁을 찾아 헤메는데)
윤 : (은채의 손을 끌어 자기를 보게 돌려 세우고) 너.... 미쳤니?
은채 : (멍한)
윤 : 너 결국 돈 거야? 송은채?
은채 : ......(흠칫하는...)
윤 : 여기에 무혁이 형이 어딨어? 무혁이 형이 어딨냐구, 여기?!!
은채 : (그제야 다시 당황한다....또 다시 헛것을 본 건가....)
윤 :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까 좀 전에 웃었던 게 그럼...무혁이 형을 보구 웃은 거야?...그래?
은채 : (당황하며 고개 젓는) 아니야, 아냐, 윤아....들어가자...들어 가자. (걸음을 돌려 병원 쪽으로 허위허위 가는...)
윤 : (가슴이 내려 앉는다....은채를 뒤따라 가는)
은채와 윤의 모습 사라지고, 잠시 후, 무혁,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어와 선다.
34. # 병실 복도
윤 : (어딘가 핸드폰을 귀에 대고 통화하고 있다) 아줌마.....은채, 요즘 좀 이상하지 않아요?.....
은채가 혹시 이상한 행동 같은 거 안해요, 요즘?
35. # 은채 거실
혜숙, 전화기 귀에 대고 있고, 민채, 옆에서 손톱 깍고 있다.
혜숙 : 글쎄..우리 은채가 원래 이상하구 특이한 행동만 하구 살잖아, 대체로...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게 이상한 거지, 걔한테는..
왜? 우리 은채가 이상해?
민채 : (통화 내용을 곰곰이 듣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는지) 인줘 봐. (전화기 가로채며) 오빠, 민챈데요. 우리 언니 아침에
쫌 이상한 짓 했어요....대문 앞에서 꼭 누가 있는 것처럼 혼자서 실실 쪼개구.....꼭 거 약간 맛간 사람처럼요.
혜숙 : 걔가 그랬어?
36. # 병실 복도
윤, 안색이 창백해져 핸드폰을 든 손을 힘없이 떨어뜨린다.
민채(F) : (핸드폰에서 계속 들려오는) 여보세요!....오빠!.....여보세요!!
37. # 윤 병실
윤, 병실 문 열고 들어온다.
은채, 등을 돌리고 창 밖을 바라보며 서 있다.
그런 은채의 작고 쓸쓸한 등을 먹먹하게 바라보는 윤.
38. # 병원 앞 (낮)
무혁, 병원 앞까지 왔지만,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운동화 발로 땅을 툭툭 차고 있다....
그러다....결국 발걸음 되돌려 가는....
39. #서경 집 앞길 (밤)
무혁, 털레털레 걸어 올라가고 있다.
40. # 서경집 계단 앞
무혁, 계단 입구까지 오는데, 오들희의 목소리 들려온다.
오들희(E) : 됐어, 추운 데 나오지마....들어가, 갈치 엄마!
무혁 : (얼른 몸을 숨긴다)
잠시 후 오들희, 서경, 갈치와 함께 문 밖으로 나온다.
오들희 : 갈치 엄마가 싸 준 김밥, 너무 너무 맛있었어. 요리 솜씨가 어쩜 그렇게 좋니?
서경 : (좋아서 헤 웃는)
오들희 : 우리 윤이 땜에 스트레스 쌓인 거 너무 잘 풀구 간다....나 또 놀러와도 되지?
서경 : 네. (끄덕끄덕)
오들희 : 그래, 고마워... 갈치는 아줌마 아들처럼 엄마 속 썩이지마?
갈치 : ...네.
오들희 : 세상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부몬데...아줌만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은 부모한테 불효하는 놈이라구 생각해.
무혁 : .......(서늘한...)
오들희 : 진짜 간다. 아줌마....들어 가.
오들희, 서경과 갈치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계단을 내려와 길을 걸어간다.
무혁, 몸을 숨긴 채, 걸어 내려가는 오들희의 뒷모습을 보는.
서경과 갈치도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무혁, 털레털레 걸어와 계단에 쪼그리고 앉는다.
41. # 윤 병실
은채, 여전히 등을 보인 채 창 밖을 보고 있다.
윤, 그런 은채의 등을 쓸쓸하게 보고 있다가.
윤 : 은채야,
은채 : (그대로 등을 돌린 채)
윤 : 송은채!
은채 : (그제야 돌아본다)
윤 : 이 쪽으로, 내 옆으로 좀 올래?
은채 : (윤 곁으로 다가가는)
윤 : (은채 가만히 껴안는다)
은채 : (무표정)
윤 : 무혁이 형한테 가고 싶어?
은채 : (무표정)
윤 : 니가 원하면 나 니 손 놔 줄 수 있어.....근데, 무혁이 형은 안돼.
은채 : (멍한)
윤 : 무혁이 형 말구, 다른 놈이 생기면 그때 말해...그땐 두 말 없이 니 손 놔 줄게.
은채 : ......
윤 : (은채에게서 떨어지며 웃는) 아, 되게 졸린다. 나 잘래, 은채야.
은채 : ......
윤 : (침대에 누우며 눈을 감는) 너무 졸린다 진짜. 너 가는 거 못 보겠다....잘가... (은채에게 등을 보이고 눕는)
은채 : (서글프게 윤을 바라보는)
42. # 병원로비
은채, 걸어나오며 하늘을 올려다 본다.
43. # 서경 집 계단
무혁,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있는데 핸드폰 울린다. 발신자 확인하면 ‘최윤’ 찍혀 있다.
무혁 망설이다가 핸드폰을 귀에 댄다.
윤(F) : 내가 했던 말, 기억 나, 형?
무혁 : .....
44. # 윤 병실
윤 : (핸드폰을 귀에 대고) 내 여자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을 때 난 내 스스로 알아서 포기한다구.
45. # 서경집 계단
무혁 : (핸드폰 귀에 대고 있는)
윤(F) : 그게 남자라구 생각한다구.
무혁 : .......
윤(F) : 은채 때문에 전화했어.
무혁 : (눈빛이 얼핏 흔들리고)
윤(F) : 은채가 미쳐가구 있어....농담 아니구, 정말루....은채가 미쳐가구 있어.
무혁 : (표정이 굳는)
46. # 윤 병실
윤 : 우리가...형하구 내가 그렇게 만들었어.....차라리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게 나을 뻔 했어....우리가 은챌 미치게 만들었어.
무혁(F) : ......
47. # 서경 집 계단
무혁 : (충격으로 멍해 있다)
윤(F) : 내가 은채 손 놔 줄테니까....형두 그만....은채 손 놔 줄래?
무혁 : .......
윤(F) : ....형이 은채한테 줄 수 있는 건 상처밖에 없어....은채 손 그만 놔줘, 형.
무혁 : ......(한참을 대답 않고 있다가...고개 저으며 단호하게) 싫어....(핸드폰을 접더니..... 뛰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48. # 병원 주차장 / 은채 차안
은채, 핸들에 뺨을 대고 엎드려 있다.
49. # 거리
무혁, 택시를 잡고 있다....택시가 잘 안 잡히자 죽을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하는 무혁.
50. # 윤 병실
윤, 핸드폰을 꼭 쥔 채 서늘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51. # 병원 주차장 / 은채 차안
은채,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며 차를 출발시킨다.
52. # 병원 앞 거리 / 은채 차 안
은채, 멍한 표정으로 운전하고 있다.
윤(E) : 너...미쳤니?
은채 : ......
윤(E) : 너 결국 돈거야? 송 은채?
은채 : (멍한)
윤(E) : 여기에 무혁이 형이 어딨니? 무혁이 형이 어딨냐구, 여기?!!
은채, 눈빛이 심하게 일렁인다.
그 때, 신호등 불이 빨간 불로 바뀌고 은채,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쿵!....뒤에서 오던 차가 은채의 차를 받았다.
은채 : (당황하며 겁먹고, 핸들에 머리를 박는다)
뒷차 운전자(우락 부락한 인상의) 내려서 은채의 차창문을 거칠게 두드린다.
운전자 : 야, 내려! 무슨 운전을 이 따위로 해? 얼른 안 내려!!
은채 : (핸들에 머리 대고 바들바들 떨며)
운전자 : (더욱 우악스럽게 문을 두들겨 대며) 이게 진짜!! 안 내려? 안 내려?!! 너 정말, 죽을래?!!
은채 : (그대로 바들바들 떠는)
이때, 길 건너편에 택시 와서 멎고, 무혁, 내린다....문득 고개 돌려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은채의 사고 현장을 보는.
운전자 : (문을 부서져라 쿵쿵 때리며) 좋은 말 할 때 빨리 내려!! 빨리 내려, 좋은 말 할 때!!...이게 정말....야!!!
(하며 급기야 차를 걷어차기까지 하는데)
은채 : (그제야 천천히 핸들에서 몸을 떼며 푸우....한숨 뱉는다. 안전벨트 풀고 차문을 열고 내린다)
운전자 : 뭐야, 이거? 새파란 기집애 아냐?
은채 : (꾸벅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운전자 : 기집애가 밤 되면 국으로 집구석에나 처박혀 있지. 차는 왜 갖고 나와서 이 지랄이야?!!
은채 : (그 소리에 기가 막혀 운전자 노려보는)
운전자 : 아쭈? 노려봤어? 니가 노려보면 어쩔건데? 이걸 그냥 확!!
운전자, 은채를 때리기라도 할 듯 손을 쳐드는데, 누군가 뒤에서 그 손을 꺾어버린다.
무혁이다. ...비명을 지르는 운전자.
무혁 : 얻다가 손을 함부로 올려, 자식아?!! 손목아지 한번 부러져 볼래?
운전자 : (아악...비명 지르는)
은채 : (무혁을 본다. 전혀 놀라거나 당황한 기색이 없다. 또 헛것을 봤다고 생각한다)
53. # 일각 고수 부지 / 은채 차 안
무혁이 운전하는 은채의 차, 와서 멎는다.
무혁 : (핸들에 뺨을 대고 은채를 빙긋이 웃으며 본다)
은채 : (멍한 표정으로 앞만 보고 있다)
무혁 : 돌팅아.
은채 : (그대로 멍하니)
무혁 : 은채야.
은채 : (그대로)
무혁 : (은채의 뺨을 잡아 당긴다)
은채 : (그제야 고개 돌려 무혁을 보고)
무혁 : 아는 체 좀 하자! 아저씨 안 반갑냐?
은채 : (여전히 멍하게......실제의 무혁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무혁 : (윤의 말도 생각나고 은채의 그런 표정이....걱정된다) 찬바람 좀 쐴래?
54. # 고수부지
은채 : (멍하니 강물을 보고 앉아 있다)
무혁 : (자판기 우유 가져와 은채의 손에 쥐어준다) 자, 따뜻한 우유다....마셔.
은채 : (무혁을 무심하게 흘끗 보다가 다시 강물을 본다)
무혁 : (자신의 외투 벗어 은채에게 덮어준다)
은채 : (우유를 마시지도 않고....그대로 강물만 보고 있는)
무혁 : 너 진짜 내 얼굴 좀 안 봐 줄래?
은채 : ......깰까봐 그래요.
무혁 : ......
은채 : 꿈에서 깰까봐.....그게 겁이 나 그래요.
무혁 : (눈빛이 흔들리는) 꿈 아냐, 은채야.
은채 : (피식 서글프게 웃고) 안 속아...늘 꿈이 아니다....꿈이 아니다....그래서 욕심껏 아저씨 얼굴 보구,
아저씨 손이라두 잡을라 그럼....늘 내 뒷통수를 치지...은채야, 일어나라...꿈이다. 일어나.
무혁 : (안타깝다) ....꿈, 아니라니까.
은채 : 꿈이 아님 헛 걸 본 거겠죠....미친 년처럼 또 헛걸 본 거겠지.
무혁 : (안스럽고....애틋하다)
은채 : 윤이가 나보구... 돌았대요. 내가 지금 미치고 있대요....(고개 끄덕이는) 그런 거 같 애....그런 거 같애요.
무혁 : .......
은채 : (중얼 거리는) 안되는데....아무리 아저씨 보는 게 좋다구....아직 아버지 엄마두 살아계신데....내가 미치면 안되는데....
무혁 : (은채의 손을 잡는다)
은채 : (그대로 가만히 있는)
무혁 : (은채의 손을 가져다 자신의 뺨에 가만히 댄다)
은채 : (그대로 굳은 듯 가만히)
무혁 : (은채의 언 손을 입깁으로 불어준다)....내 온기가....느껴지냐?
은채 : (느껴진다....꿈이 아니구나...헛 걸 본 게 아니구나...그래도 겁이 나 숨도 못 쉬겠다)
무혁 : (자신의 가슴에 은채의 손을 댄다) 심장 뛰는 게 느껴져?
은채 :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무혁을 보는.....눈물이 그렁해진)
무혁 : (따뜻하게 웃어주며) 나 여기 있어. 니 옆에 있어, 지금....꿈을 꾸는 것도 아니구, 헛 것을 보는 것도 아니구....
니 옆에 아저씨 이렇게 있어, 지금.
은채 : (은채 눈물이 그렁해져 손으로 무혁의 얼굴...눈...코...입...하나...하나...천천히 만져보고.....손도 꼭 잡아 본다...
그래, 꿈을 꾸는 것도 아니구...헛것을 본 것도 아니구나..무혁을 꼭 끌어 안는다...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무혁 : (은채를 바스라질 듯 꼭 끌어 안는다)
은채 : (이 앙물고 참지만...눈물이 흐르고)
무혁 :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F.O.
55. # 은채 동네 슈퍼 (아침)
은채, 숙채와 함께 두부, 파, 계란등 식료품을 사고 있다. 은채의 표정, 많이 밝아졌다.
숙채 : 삼 더하기 이가 뭐냐?
은채 : 오.
숙채 : 삼 곱하기 팔은? (초코렛, 과자, 막대 사탕 같은 것도 바구니에 가득 집어 넣는)
은채 : (의아한 표정으로 보다가) 이십 사.
숙채 : 삼만 팔천 팔백 이십 사 곱하기 이만 천 삼백 육십 오는?
은채 : (어이없다는 듯 보며) 그게 얼만데?
숙채 : 나두 모르지.
은채 : (기가 막힌다는 표정 지으며)
숙채 : 민채가 수시루 니 상태 점검해보라 그랬어...(손가락으로 은채를 쿡 찍어보고 맛을 보는 시늉 하며) 맛이 갔나, 안 갔나?
은채 : (피식 웃으며 바구니를 계단대 위에 올려 놓고 지갑을 찾는데....지갑이 없다) 지갑 안 가져 왔나부다.
숙채 : 나두 안 가져 왔는데.....
은채 : (난감한 표정 짓다가) 죄송하지만 아저씨 계산하지 마세요...제가 깜박 잊구 지갑을 안 가져 왔....(하는데)
이때, 계산대 위로 툭 얹혀지는 십만원권 수표 하나.
은채, 돌아보면, 무혁이 씨익 웃으며 서 있다...계산대에 식빵과 우유를 올려 놓는.
은채 : (또 헛걸 봤나...당황하는데)
숙채 : 오빠아!!
무혁 : 하이...(숙채에게 인사하고) 이걸루 내 꺼하구 같이 계산해줘요....(막대 사탕 하나 빼서 까서 입에 물고는 돌아서 간다)
숙채 : (얼굴이 빨개져서) 오빠아....
은채 : (헛 것을 본 게 아니구나...피식 웃으며 무혁의 가는 등을 보는데)
무혁 : (등을 보인 채 걸어가며....인사하듯 한 손을 들어 준다)
숙채 : (무혁이 보기라도 하는 듯 같이 손을 흔들고)
은채 : (빙긋히 웃는)
56. # 지하철 역사안
은채, 민채(보온병 같은 것을 든)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
민채 : 우리 아버지 이름?
은채 : (푸 한숨 뱉고) 송 대천.
민채 : 우리 엄마 이름?
은채 : ....장 혜숙.
민채 : 우리 엄마가 시간 없을 때 우리 세 자매를 한꺼번에 부르는 이름?
은채 : ....언니 괜찮아, 민채야.
민채 : 우리 세 자매를 한꺼번에 부르는 이르음?
은채 : ....송 삼채.
민채 : (은채 이마를 한번 짚어보고) 일단 아직은 상태가 괜찮네.
은채, 뭔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춰선다.
40대 중반의 한 노숙자가 얇은 옷만 입은 채 기침하며 신문지만 덮고 앉아 바들바들 떨고 있다.
은채, 보다가 가서 자신의 외투를 벗어서 노숙자에게 준다.
은채 : 이거 입으세요, 아저씨!
노숙자 : (이게 웬 횡재냐 하며 덥석 받아서 껴 입는다)
은채 : (빙긋이 웃고)
민채 : 미쳤어...미쳤어....(은채의 손을 끌어서 한쪽으로 데려 오며) 너 다시 돌았지?...그걸 왜 벗어줘, 그걸? 니가 산타냐?
은채 : 추워서 떨구 있잖아...난 집에 가면 옷 많은 데 뭐...(민채의 손을 끌고 계단쪽으로 간다)
민채 : 미쳤어..미쳤어...하여튼.
은채, 몸을 움츠리며 민채의 팔짱을 끼고 종종걸음 치며 가는데.
무혁(E) : 내놔, 쫌! 줘어!!
은채 : (무혁의 목소리에 멈칫 걸음 멈추고 돌아보는)
무혁, 노숙자에게서 은채의 옷을 뺏고 있다...노숙자, 뺏기지 않으려고 기를 쓰며 잡는.
무혁 : 이거 여자 옷이야, 아저씨...아저씨 반만한 여자가 입던 건데...쪽팔리지두 않냐?
은채 : (어이 없다)
민채 : (이건 또 무슨 일인가?...눈이 동그래져서 보는)
무혁 : (자신의 외투를 벗는다...안에는 반팔만 입었다) 이거 입구, 그거 줘, 아저씨....솔직히 이게 더 멋지지 않냐?
노숙자 : (이건 또 웬 횡재냐? 하는 표정으로 얼른 은채의 옷을 벗어주고, 무혁의 옷을 받는다)
무혁 : (은채의 옷을 들고 은채 앞으로 온다...벙해 있는 민채에게 눈 인사하고 은채의 옷을 은채의 어깨에 덮어주고)
감기 조심하랬는데...왜 그렇게 말을 안 들냐?
은채 : (눈빛이 떨리는)
무혁 : (벙해 있는 민채의 흘러내린 목도리도 다시 매주고) 너두 감기 조심하구! 돌팅이 동생!
민채 : (마른 침을 꼴깍 삼키는)
무혁 : (빙긋 웃으며 은채의 어깨를 툭 쳐주고, 반대편 계단 쪽으로 뛰어 올라간다)
은채 : (무혁의 가는 모습 보며) 너두....아저씨 봤지? 똑똑히 봤지?
민채 : (마른 침 꼴깍 삼키며 고개 끄덕이는) ...숙채가 갑자기 확 이해가 된다....멋지다, 오빠.
은채 : (미소 짓는)
57. # 거리
반팔 차림의 무혁,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빠른 걸음으로 간다...표정은 너무나 밝다....웃음도 나온다....
추위를 떨쳐 버리려 뛰기 시작한다.
58. # 서경집 앞길
무혁, 뛰어오는데, 저 앞으로 갈치, 호떡 먹으며 걸어가고 있다.
무혁 : 갈치야!!
갈치 : (뒤돌아보는)
무혁 : (갈치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든다)
갈치 : (샐쭉 흘겨보고 다시 뒤돌아서 가는데)
무혁 : (피식 웃고 갈치 앞으로 가서 선다) 삼촌, 호떡 하나만 줘라...추워 죽겠다.
갈치 : (들은 체도 않는다)
무혁 : (갈치가 먹던 호떡 뺏아 먹는)
갈치 : (눈을 흘기는)
무혁 : 엄마한테 고함 질러서 화났냐?
갈치 : (여전히 흘겨보는)
무혁 : 삼촌이...시간이 없어서 그래.
갈치 :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고 계속 흘겨보는)
무혁 : 내가 시간만 있음 열 번이구 스무번이구 백번이구 니네 엄마한테 가르쳐 주지....근데, 삼촌이 시간이 그럴 시간이 없어...
니네 엄마한테 열 번이구 백번이구 자꾸자꾸 말해 줄 시간이 없어.
갈치 :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겠다. 시비 걸듯)....왜 시간이 없어요? 하루가 이십사 시간이나 되는데 왜 시간이 없어요?
무혁 : 아, 삼촌 추워서 안되겠다...이러다 호떡 먹는 동태 되겠다....삼촌 먼저 뛰어 간다. (집으로 뛰기 시작하는)
갈치 : (무혁의 말뜻을 곰곰이 생각한다)
59. # 서경집 마당
갈치, 심난한 표정으로 마루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민현석, 집에서 연탄 집게로 연탄(다 탄 연탄)을 들고 오다가 갈치를 본다.
민현석 : 왜, 갈치?....쪼끄만 놈이 왜 아까부터 칠십 먹은 노인 얼굴을 하구 앉았어?
갈치 : ...(어렵게 얘기하는) 외삼촌이요, 할아버지.
민현석 : 외삼촌이 왜?
갈치 : 우리 외삼촌이 죽을 건가 봐요.
민현석 : (흠칫) 난데 없이 뭔 소리야, 그게?
갈치 : 어제...최윤 형아 엄마 왔을 때요...내가 죽으면 다 주구 갈테니까...굽신 거리지 말라구 그랬어요.
민현석 : 엉?
갈치 : 엄마한테두....시간이 없다구...시간이 없어서...열번 백번 말해 줄 수가 없다구...그랬어요.
민현석 : (흠칫 생각하는)
갈치 : 외삼촌 죽으면...어뜩해요, 할아버지? (갑자기 서러워져 눈물이 핑그르르 돌아 울먹인다)
민현석 : ......설마...그럴 리가 없어....니네 삼촌, 서른도 안된 한창 젊은 놈이 갑자기 왜 죽어?...걱정 마. 그럴 리가 없어...
(그러면서도 굳어지는 표정)
60. # 서경 욕실
갈치, 눈물을 닦으며 들어서다가 깜짝 놀란 표정이 된다.
무혁, 욕실 바닥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
갈치 : (눈이 동그래지며) 외삼촌...외삼촌.....(무혁을 흔든다) 정신 차려요...정신 차려요, 외삼촌!!
무혁 : (의식이 없다)
갈치 : 일어나요...일어나요, 외삼촌..(잔뜩 겁 먹은...울컥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 친다) 엄마아...엄마아!! 외삼촌 죽었나봐!
외삼촌 죽었나봐, 엄마아!!...(엉엉 우는)
무혁 : .......
61. # 병원 정원
오들희와 대천, 벤치에 나란히 앉아 캔 커피 마시고 있다.
오들희 : ....윤이가 안 받겠대.
대천 : ......
오들희 : 차라리 그냥 죽구 말지...무혁이 심장은 안 받겠대.
대천 : (눈빛이 심하게 일렁인다)
오들희 : 윤이가 그렇게 무혁일 좋아했었나?
대천 : (오들희를 보는)
오들희 : 그래서, 그런가....나두 무혁이가 자꾸 좋아져....보면 볼수록 만나면 만날수록...자꾸 걔가..걔네 식구들이 정이 간다?..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처럼...정이가...늙어서 그러나?
대천 : (그게 핏줄이란 거다....울컥하는 마음 누르려고 하늘을 보는)
오들희 : 이제 다 하늘에 맡길래...윤이가 잘못되면...나두 같이 가지 뭐...나두 따라가지, 뭐.
이때, 그들 뒤로 엠브란스, 요란한 사이렌 소리 울리며 들어온다.
62. # 거리
창백한 안색으로 굳은 듯 멈춰서서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다.
핸드폰에서는 갈치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은채 : (멍해서) 뭐라구, 갈치야?.....외삼촌이 뭐?.....울지 말구 말해봐...(격앙돼서) 외삼촌이 어떻게 됐다구?!!
63. # 무혁 병실 복도
은채, 미친 듯 달려와 복도 앞으로 와서 선다. 환자명 “차무혁”....가슴에 따갑게 와서 박힌다.
문고리를 잡고 선 은채,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64. # 무혁 병실
병색이 완연한 무혁, 의식을 잃고 누워 있다. 간호사, 링거를 꽂고 있고, 서경과 갈치, 한쪽에서 훌쩍거리며 울고 있다.
잠시후, 병실 문 천천히 열리며 은채, 들어와서 무혁을 본다.
간호사, 나가고, 무혁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 와 서는 은채....멍하게 무혁을 본다.
65. # 윤 병실
침대에 앉아 있던 윤, 흠칫....놀라며 오들희를 본다.
오들희 : ...무혁이가 쓰러졌대.
윤 : (당황하는)
오들희 : 상태가 많이 나빠진 모양이야....의사 말로는 앞으루 몇주일을 넘기기가 힘들 거 같다구.....
(자신도 괴로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다)
윤 : (충격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66. # 무혁 병실 (해질녘)
서경, 지친 듯 소파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고, 갈치도 지친 듯 앉아 있다.
무혁, 의식을 잃고 누워 있다.
은채, 차가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무혁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그저 멍한.
67. # 무혁 병실 (밤)
서경과 갈치, 함께 엉겨서 잠들어 있다.
은채, 여전히 그 자세로 차가운 바닥에 주저 앉아 있다....무혁은 보지 않고 멍하니 넋이 나간 듯 앉아 있는.
잠시후, 무혁, 천천히 의식에서 깨어난다....힘겨운 눈빛으로 병실을 휘 둘러본다.
서경과 갈치를 보다가....바닥에 쪼그리고 주저 앉아 있는 은채를 보는.
은채 : (멍하니 넋이 빠진 사람처럼 앉아 있는)
무혁 : (그런 은채를 울컥해서 보는데....윤의 말이 떠오른다)
윤(E) : 내 여자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단 생각이 들면....내 스스로 알아서 정리한다. 그게 남자라구 생각해, 난.
무혁 : (은채를 보는 눈에 눈물이 서서이 고여 온다)
은채 : (여전히 넋나간 사람처럼 그렇게 앉아 있다)
윤(E) : 차라리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게 나을 뻔 했어....형이 은채한테 줄 수 있는 건 상처밖에 없어.
무혁 : .......
은채 : (힘겨운 듯 벽에 머리를 대며 눈을 감는다)
윤(E) : 은채가 미쳐가구 있어...우리가...형하구 내가 그렇게 만들었어....우리가 은챌 미치게 만들었어.
무혁 :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 내린다)
시간경과.
무혁, 몸을 일으켜 링거 바늘을 힘껏 빼 버린다.
침대에서 내려 와 은채 앞으로 다가가서...은채를 애틋하게 보다가...
잠든 은채를 안아 침대에 바로 눕혀 주고 이불도 덮어주고는...마지막으로 은채의 손을 꼭 잡는다. 그 위로 다시 들리는.
윤(E) : 내가 은채 손 놔 줄테니까....형두 그만....은채 손 놔 줄래?...은채 손 그만 놔줘, 형.
무혁, 잡았던 은채 손을 천천히 놓는다.
68. # 병원 앞 거리
병색이 완연한 환자복 차림의 무혁, 힘겹게 휘청휘청 걸어간다....
그러다 픽 주저 앉아 쓰러지고....다시 일어나 힘겹게 걸음 옮겨 가지만...얼마 가지 못해 쓰러져 길 바닥에 눕는다.
69. # 헬스장
민주, 런닝 머신 위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핸드폰 울린다....발신자 확인하면, “차무혁”이라고 뜬다.
민주, 긴장하며 핸드폰을 받는다.
민주 : 어쩐 일이예요? 나한테 전활 다 주구?
70. # 무혁 병실
은채, 잠깐 꿈을 꾸었는지 흠칫 놀라며 눈을 번쩍 뜬다...잠깐 멍해 있다가 벌떡 일어나는....
내가 왜 침대에 있지? 무혁인 어디 갔지?..놀라서 두리번거리다가(잠들어 있는 갈치 모자도 보고) 한쪽에 놓인 링거 바늘을 본다.
은채 : 아저씨...아저씨.....(밖으로 뛰어 나가는)
71. # 병원 앞 거리
무혁, 힘겨운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다.
두어 사람, 쳐다만 보고 지나갈 뿐 무혁을 부축해 줄 생각도 않는다.
은채, 병원에서 달려 나오다...저 멀리 쓰러져 있는 무혁의 모습을 발견한다.
가슴이 무너지는 은채....“아저씨...” 낮게 중얼거리다 무혁을 향해 달리는.
이때, 무혁의 앞으로 민주의 자가용 와서 멎고, 민주, 운전석에서 내려 무혁에게 가 무혁을 부축한다.
민주 : 왜 이래요? 무슨 일이야?....어떻게 된거예요, 차 무혁씨?
무혁 : (힘겹게 말하는) 나 줌....데려 가 줘.
민주 : 이 몸을 해 갖구 어디루요?....어딜 갈려구요, 이 몸으루?
무혁 : 어디든...서울에서 제일 먼데루.....여기서 제일 먼데루 좀 데려 가 줘.
민주 : (기가 막히는)
무혁 : 어서 좀 데려 가줘...어서...제발....
무혁을 향해 뛰어오던 은채, 기가 막힌 표정으로 멈추어 서 있다.
저 앞으로 민주가 무혁을 부축해서 차에 태우고 있는 모습을 본다.
은채 : .......(눈앞에 무혁과 민주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아저씨....
민주, 무혁을 무사히 조수석에 태우고, 자신도 운전석에 오른다.
민주, 차를 출발시켜 가는데.
문득 정신을 차린 은채, 차를 쫓아 뛰기 시작한다.
은채 : 아저씨....아저씨이........
차를 쫓아 뛰는 은채의 먹먹하고 애절한 표정에서.....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