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4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중국 주나라는 말엽에 제, 초의 두 큰 나라 사이에 끼어 괴로움을 당했습니다. ‘간어제초(間於齊楚)’ 라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약한 자가 강한 자들의 틈에 끼어 괴로움을 당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과 교회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신앙생활이 순풍에 돛단 배 모양 순탄한 것 만은 아닙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영세 입교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고 하지만, 하느님은 따오기처럼 변하여 이제는 보일 듯 말듯, 느낄 듯 말듯하게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영세 받았을 때, 주님을 모셨을 때의 그 기쁨과 평화는 우리에게서 떠난 것 같으며 다시 새로운 갈등이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속에서 밝게 빛나던 등불은 가물가물해져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되어버렸습니다. 매 주일 미사에 참여하고 매일 기도를 바치고 있지만, 주님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교회의 활동에도 열심히 참석하고 이웃에게 주님의 말씀을 전하기도 하지만 기쁨도 그 때뿐, 모든 활동이 끝나고 나면 잔치 끝난 집 마냥 주님은 없고 허전한 마음만을 느끼게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며, 왜 신앙의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이겠습니까?
그것은 우리들이 하느님의 말씀에 견고하게 뿌리를 두지 못하였기 때문이며, 하느님께 온전하게 자신을 의탁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그 어떤 것보다 하느님께 온전히 의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과 교회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믿음을 지킬 수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기념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온전히 주님께 의지한 사람이었습니다. 성인께서는 주님을 알았기에 그분을 믿었고, 그분을 사랑했기에 당신의 생명까지도 아낌없이 바쳐가며 자신을 송두리째 그분과 일치시키셨던 것입니다. 그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시며 자신의 피를 바꾸어 하나의 횃불을 만드셨고, 또 우리들의 마음속에 타오르게 하셨던 것입니다. “나의 최후의 시각이 당도하였으니 이제 죽는 것도 천주를 위하여 하는 것이니 바야흐로 나를 위하여 영원한 생명이 시작되려 합니다. 여러분도 죽은 후에 영복을 얻으려거든 천주교를 믿으시오. 천주께서는 당신을 알아 공경하지 아니한 자에게는 영원한 벌을 내리시는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 여러분! 우리들은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아간 성모님의 군대들입니다. 우리의 사령관이신 성모님처럼 그리고 한국의 첫 번째 사제이신 김대건 신부님처럼 주님께 대한 믿음이 굳건하여 신앙의 삶에 흔들리지 않고 항구함으로 주님께서 주시는 참된 위로와 평화를 누리며, 세상에서 주님을 보여주는 참된 빛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하며 이 주간을 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