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up 여행기-낯선 유럽의 그림속의 여행
엄태식(윤교수님과 대학원생, 1정 연수 선후배 14명)
-1991년 1월 23일 18:50 BA28기(British airways28) 탑승
15:00 신한은행에 집결하여 김포로 향한다. 김포공항에서 세 시간 정도를 기내에서 기다리다 드디어 이륙을 한다. 서울시가 고운 형형색색의 모래를 뿌린 것처럼 아름답게 반짝인다. 가끔은 밤 구름에 가려 솜사탕 속의 불빛처럼 매우 부드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서남쪽으로 기수가 옮겨지면서 어느 도시인지는 모르지만 구름사이로 비치는 도시의 불빛이 명멸하며 비행기 유리창에 꿈결처럼 아른거린다. 기내식이 들어 왔다. 처음에는 쥬스 1개 다음에는 Bar서비스, 그리고 식사가 나온다. 식단이 매우 낯설다. 스튜어디스와 말은 통하지 않지만 몇 개의 단어로 뜻이 통한다. 눈가리개와 식후 커피, 홍차가 나왔다.
-1월24일 01:00 홍콩도착
기내의 방송에서 중간 기착지인 홍콩을 안내한다. 밤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홍콩은 거대한 잘 정돈된 불빛의 거리였다. 배위에도, 바다위에도, 아파트, 그리고 거리에도 화려한 불빛들의 전시장 같다. 그중에도 눈에 띄는 것은 보루네오가구와 Gold Star의 우리나라 기업광고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30분 기다리다가 Transits와 Transfer의 구별한다. 전자는 같은 비행기, 후자는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는 것을 말한다. 반드시 시간과 Gate를 알아놓고 쉬어야 한다. 잠시 후 다시 기내로 들어와 곧바로 이륙한다. 홍콩을 뒤로 하고 비행기는 다시 긴 어둠속으로 비상한다. 한잠을 자고 나니 창밖으로 반달이 구름바다 위를 비춘다. 구름의 계곡과 구름 산 사이로 달빛이 교교한 가운데 미끄러지듯 빠져나간다. 밤 하늘의 구름이 포근하게 느껴질 정도니 낮에 보는 구름은 어떠할까? 멀리 구름 위로 별들이 더욱 선명하게 반짝인다. 뒷 좌석으로 가서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돌아와 Bar서비스에서 술을 한잔 달래고 잠을 청한다. 보다 새로움을 앞두고......
-1월 24일 05:15(한국시간 02:13)
<박물관내 조각상> <이집트 관>
London에 도착하고 있다. 착륙 시에도 이륙 때처럼 속이 울렁거린다. 비행기가 긴 활주로에 날개를 접고 안착을 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절차를 하는데 상당히 까다롭게 보고 있다. 아마 Gulf War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가볍게 인사를 하고 윤교수님이 그룹임을 설명하니 Free pass이다. Heathrow(히드로)공항에서 one way티켓, single티켓을 끊어 Subway(지하철)를 타고 시내로 향한다. 기차가 좀 낡았으나 속도가 빠르고 소음이 적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는 새벽인데도 벌써 출근 길 사람들이 타기 시작한다. 검은 피부, 홍인종, 백인들, 남녀노소 천차만별이다. 하나같이 조간신문을 보는 게 인상적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인상은 무뚝뚝하다. 차창 밖 풍경은 서울 근교와 비슷하다. 하지만 서울은 시멘트 냄새가 풍기는데 비해 여기 집들은 조금 멋있게 지어졌다. 잠깐 사이에 비행기 한 대가 히드로공항으로 날고 있다. Victoria역에서 짐을 맡기고 걸어서 Westminster사원으로 걸어간다. 거리의 모습은 고전과 현대가 잘 어우러져있는 것 같다. 사원입구에서 경찰에게 길을 묻고 River Thames 강변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조깅하는 사람도 있고 다리마다 말을 탄 옛 조각품이 멋있다. 바람이 차서 가까워짐을 알 수 있었고 곧이어 국회의사당과 Big ben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강선배와 같이 다리위에서 사진을 찍으며 폼 나게 담배를 문다. 런던 명물중 하나인 검정색 고전적인 디자인의 택시와 2층 빨간 버스가 거리의 느낌을 중후하게 한다. 택시는 마치 17,8세기처럼 장중하다. 다리건너 지하철에서 표를 내고 British Museum으로 길을 찾는다. Emankment역에서 내려 열차를 갈아타려고 지하터널을 통과하는데 오목조목한 것이 특징이다. 대영박물관에서 두 시간 동안 교수님은 숙소를 정하고 개스를 사서 아침식사를 할 예정인데 시간은 벌써 09:40분 우리시간 저녁 18:40분이다. Tottenham court road역에서 내려 보니 사람들이 모두 예쁘고 미인이다. 다운타운인 듯싶다. Domination에서 세계 공통의 둥근 개스를 사서 다시모여 British Museum으로 가는 데 개스 3개에 5파운드, 주머니 수첩하나에 7파운드 한다. 못생긴 빨간 사과를 파는 데 영 맛이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상품가치가 없을 것 같은데... 물가가 상당히 비싸 보인다. 한적한 옛 빌딩 앞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데 저마다 바쁘다. 우리는 전투식량을 청계천에서 사온 것에 밀봉을 뜯고 물을 넣어 끓여 먹는 데 지나는 영국인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걸어간다. 맞은 편 거대한 건물이 우리가 찾던 British Museum 이다. 정문을 들어서니 거대한 이오니아식의 변형의 건물이 나타나고 우리는 각 조별로 박물관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2층에 이집트 ,메소포타미아(2개 강의 사이라는 뜻임), 앗시리아, 수메르 문명을 보고 놀라워했다. 지하실에서 그리이스, 로마 조각에서 뿜어대는 아득한 예날 조각가의 숨소리가 들릴 듯 하고 입김이 나오는 듯 하다. 생생히 살아 숨 쉬는 듯한 하얀 대리석과 생명감 충만하게 넘치는, 근육이 꿈틀대는 듯한 수많은 조각 작품, 바늘만한 황금조각에서 천정에 닿을 듯한 거석, 동물조각, 두상, 전신상 남자 토르소의 강렬함과 힘으로 가득한 파워풀한 역동성 모두 매료되기 충분하였다.
<트라팔가 광장의 라이언상> < Westminster사원>
거대한 석사자상, 이집트 파라오석상, 앉아있는 오리엔탈 라이온, 거대한 돌기둥, 저승으로 인도하는 개, 끔찍할 정도의 생생한 이집트 미이라, 귀여운 영국 꼬마 소녀가 미이라를 보고 “Oh my god!"하고 외친다. 앗시리아, 수메르, 이란, 이라크, 이태리, 중세 모자이크 등은 그동안 책으로 보아왔던 편견이 어느 정도 가시는 듯 했고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나니 아쉽기도 하였다. 일정상 빡빡한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까... 다시 시내로 내려와 National tate Gallery를 보고 트라팔가 광장으로 2층 버스를 타고 거리를 본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좌측통행이다. 운전석도 반대이고...이곳은 넬슨 제독이 1805년 프랑스 나폴레옹과의 트라팔가 해전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광장으로 제독의 동상은 네 마리의 청동사자가 동상을 받치고 있는 구조로 이뤄져있는데 이 사자는 적이었던 프랑스군의 포를 녹여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역사를 바꾼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시켜 해가 지지않는 영국제국을 기초한 영웅이다. 광장에 나오니 비둘기가 엄청나게 많다.관광객이 주는 모이를 주로 하여 살아 피둥피둥하고 크기도 우리나라 비둘기 2배는 될 것 같다. 얼른 사자상에 올라 사진을 찍고 다시 바쁜 걸음으로 숙소로 향한다. 빅토리아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다음 목적지를 살펴보고 모임을 가진 뒤 휴식을 취한다. 바깥으로 나와 거리를 걷고 가게에 들러 맥주를 한병사서 들어간다.
-1월 25일 13:30 Paris 파리
서둘러 비행기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프랑스 상공에 이르니 검은 먹구름이 가득하다. 두터운 구름을 뚫고 한참을 내려가니 프랑스 파리가 짙은 어둠에 한 낮임에도 불구하고 어스름하다. 바로 팀을 이루어 루브르궁으로 향한다.
중국계 미국 건축가인 아이오밍페이(Ieoh Ming Pei) 의 설계안이 채택되어 1989년 루브르 박물관은 새로 태어났다. 나폴레옹 3세 뜰에 유리로 된 피라미드가 우뚝 솟아나 있고 주위에는 작은 3개의 피라미드와 물이 흐르는 7개의 분수가 있다. 1546년 프랑스와 1세가 만든 고색창연한 중세 건물에 차가운 정도로 투명한 유리 피라미드가 절묘하게 어울리고 있다. 출입구인 유리 피라미드아래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세계 각국에서 배낭여행, 또는 관광으로 버스를 대절하고 똑같은 모자를 쓰기도 하고, 가이드를 따라 줄지어 가는 모습들이 재미있다. 각자 조별로 흩어지고 약속을 피라미드 아래 서점으로 만나기로 하고 제각기 루브르로 들어간다. 나도 먼저 미로 같은 루브르를 헤메면서 모나리자를 찾기 시작했다. 도중에 작품 사진처럼 많은 그림을 보고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들의 현주소를 눈에 각인 시켰다. 고전주의부터 인상주의까지 그리고 프랑스 현대미술까지를 줄지어 보고 특히 나폴레옹대관식의 그림규모를 보고 사진을 찍으려 하니 카메라에 다 들어가지 않는다. 니케의 여신상, 바빌론의 함무라비 법전, 촌장상, 이집트 의 화려한 미술품, 영국보다는 세련되게 전시하여 보기가 좋았다. 그 외에도 헤라클레스와 황소, 투우사, 우아하고 아름다운 비너스 상, 각종 로마 조각신화와 관련된 수만은 미술회화, 조각품,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예술품이 가득하여 부럽기도 하였다. 메두사의 뗏목,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미켈란젤로의 노예상등 너무 많은 작품을 보다보니 잠시 쉬면서 보기도 한다. 지친 다리를 좀 쉬고 시간을 보니 벌써 만남의 시간이 다가오고 마음은 바빠 지나치듯 작품을 보고 중앙 홀로 나와 보니 일행들 중 일부는 보이지 않고 있어 서점에 들러 책을 구입하였다. 오르세이 미술관으로 향하면서 또다시 긴 줄을 서서 기다리다 입장하여 역을 개조하여 만든 미술관에서 인상파를 중심으로 화가들의 작품을 보고 특히 드가와 고호의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드가는 조각도 많게 하여 다재다능한 화가였다. 일행과 숙소로 돌아오기 전 광장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얀 색을 칠해 대리석처럼 서있는 행위예술을 하는 예술가를 보고 잔돈도 모자 속에 넣고 호텔로 와서 짐을 풀고 사워를 하고 바깥풍경을 돌아보기도 하면서 늦은 밤 빠리의 야경을 보며 잠에 들었다.
1월 26일 04:00기상 바쁜 하루...
새벽에 일찍 일어나 파리의 벼룩시장을 찾았다. 세계 각국에서 오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인간시장을 방불케 하는 베르네종 시장을 찾아 신 새벽 잠 못자고 쇼핑을 하였다. 나는 아프리카 조각 작품 서너 개와 구경을 하고 다른 사람들도 적당한 가격에 재미있는 물건들을 실랑이하면서 구입하였다. 다시 돌아와 아침을 먹고 베르사이유궁과 로댕미술관, 시내 거리 관광, 밤에는 에펠탑에 오르고 개선문을 계획하고 돌아 다녔는데 먼저 프랑스에도 데모를 하는 것을 보니 민주주의는 어디든 개인의견을 표시하는 것 같다. 우리는 바로 지하로 스며들어 지도를 보고 지하철을 타고 로댕미술관을 찾아 각개격파식으로 행동한다. 음습한 파리 날씨가 영 아니다싶다. 로댕미술관에 들러 현관문을 여니 키스가 앞에 있다. 대리석으로 만들고 우람한 근육의 남성과 아름다운 여성이 포옹하는 장면은 이미 유명하다. 청동시대와 생각하는 사람, 지옥의 문, 등을 보니 생생하다. 장학퀴즈 원종배 아나운서가 촬영차 들렀다가 우리와 사진을 찍고 즐거운 여행되라고 인사한다. 로댕 한사람의 조각품이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프랑스 파리의 명물이 되었으니 예술가의 작품은 오래도록 여러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무한자원이 되는 것 같다. 다시 식사를 하고 개선문을 찾아 나선다. 도중에 식당에 들러 맛없는 빵과 커피, 와인으로 허기를 메꾸기도 하고 세느 강변의 풍경을 즐기기도 하며 거리를 헤메다가 드디어 어스름한 저녁 무렵 개선문에 도착한다. 웅장한 개선문 아래에는 아직도 꺼지지 않는 불꽃이 일렁거린다. 프랑스의 자유를 향한 외침이듯 싶다. 다시 에펠탑을 오르기 위해 빨리 걷는다. 일행들도 저마다 제각기
다른 코스로 프랑스를 몸으로 느끼고 있으리라. 나와 최병기 후배는 드디어 에펠탑에 도착하여 티켓을 구하고 오르기 시작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드넓은 파리 시가지가 한눈에 보인다. 프랑스 파리는 세느강변을 따라 평원지대로 되어 있어 높은 산이 겨우 몽마르트 정도 안림동 갱고개 정도 높이이다. 끝까지 올라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데 우리나라와 달리 맞은 편 엘리베이터가 열려 최선생이 넘어진다. 그런데 발버둥을 치면서 넘어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고 식은땀을 흘려 일으켜 세우니 잠시 눈감고 오르다가 뒤로 문이 열리면서 넘어져 에펠탑 꼭대기에서 뒤로 추락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 순간 지나온 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란다. 여기서 죽는 구나...한참을 웃고 나서 커피를 한잔 뽑아다가 주고 밤바람을 쐬면서 파리의 야경을 보며 우리가 지나온 곳과 건물을 가리키며 즐거워한다.
1월27일 18:47 로마행 유레일 패스르 타고 28일 아침부터 로마를 보다
유레일패스를 타고 로마로 향하는 마음이 들뜬다. 침대겸 의자에 앉아 지나온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좁은 복도에서 커피도 한잔하고 담배도 피우고...먼 길이라 잠을 자두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잠에 빠진다. 이윽고 차장이 표 검사를 한다. 국경을 넘나보다. 아직도 바깥은 깜깜한 반이고 가끔씩 도시를 지나는데 이름도 잘 모르게 어둡다. 안내방송과 함께 잠에서 깨어 보니 부연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 옛날 한니발이 로마로 입성할 때 이런 감흥이었으리라. 파란 하늘은 프랑스와 다르고 초록색 소나무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나 모양이 동글동글하다. 넓은 들과 바위, 산위에 하얀 집, 넓은 대지에 초록색 농작물이 잘 정돈되어 있다. 이윽고 09;35분에 웅장한 모습의 Roma역에 도착하였다. 일행은 역사를 빠져나와 곧장 숙소로 가서 방을 정하고 식사를 간단히 하고 짐정리 후에 또다시 로마를 품에 안기위해 조별로 흩어져 로마를 구경하게 된다. 골목은 그 옛날 로마시대에 만든 돌을 박아 만든 길이라서 단단하고 좁다. 우리나라 소형차는 여기에서 중형차다. 우리 조는 시내버스를 타고 바로 바티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에 오르니 서울시내버스처럼 앞뒤에서 타고 내린다. 그런데 집시 여자가 아이를 안고 구걸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10리라를 주기도 한다. 배낭을 앞으로 메고 (도난 방지)거리풍경을 보니 거리가 완전히 박물관이다. 좁은 도로와 아름답고 웅장한 흰색 대리석 건물들과 조각품, 녹색 잔디 분홍색 이름 모를 꽃들이 가로수 역할을 한다. 조금 지나쳐서 바티칸에 도착하고 조금 걸어서 거대한 열쇠모양의 바티칸 열주들을 보니 웅장하기가 그지없다. 세계 기독교의 총본산이자 교황이 계시는 곳. 그리고 익히 들었듯이 미켈란젤로와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등. 시스티나 소성당의 그림은 천정으로부터의 강렬한 메시지인 것 같았다. 천지 창조의 그림 중 아담의 탄생에 생명을 전해주는 손가락은 영화 벤허를 보았을 때 첫 장면이 아니었던가? 성 베드로 성당의 피에타와 열주 기둥 그리고 천국으로 향하는 열쇠는 바티칸 자체였다. 그리고 나와서 다닌 판테온...천정에 구멍이 크게 뚫린 신전으로 카이사르 비롯한 모든 신들에게 바쳐진 곳. 또한 포로 로마노 거칠고 부숴
진 로마의 잔재들이 그대로 남아 과거의 로마를 마음껏 상상하는 곳, 사라진 부분들을 찾아 마음속에 재구성하니 거대한 로마 제국이 위엄있게 다가온다. 콜로세움을 찾아가니 한국말로 로마 유적을사진에 담아 싸게 팔아요...하면서 극성이다. 검투사들의 함성이 야수와 더불어 이곳에서 경기를 했다니 이름만도 로마의 상징이다. 로마의 전체를 온몸으로 느낀 하루였다.
-1월29일 08:00 Napoli 행 열차를 타고
아침을 일찍 해먹고 기차역으로 가서 나폴리행 열차에 오른다. 햇살은 가을처럼 비추고 학생들이 등교하고 많은 이탈리아 인들이 출근하며 우리네 완행열차처럼 시끄럽다. 머리에 무스를 바른 중고등학생들이 통학을 하는 모양이다. 우리도 의자에 앉아 유심히 사람들을 보니 북유럽 사람보다 한국인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약간 햇빛에 탄 얼굴과 우리와 비슷한 키 그리고 낙천적인 성격들...나폴리의 폼페이에 도착하자마자 멀리 보이는 베수비오스화산을 따라 고즈녁한 숲길을 지나 보니 폼페이 입구였다. 햇살은 따갑고 푸른하늘과 아름다운 바다가 이 도시에 축복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저주의 도시에서 이제는 축복의 도시로...길을 따라 복잡한 거리를 지나 유적지로 들어섰다. 거대한 술 항아리, 죽는 모습이 애처러워 보이는 산화된 석조 인간의 모습 고통스러워하는 시민들 그리고 두텁게 바위로 길을 내고 그 위에 두줄 마차 바퀴자국, 말을 묶어놓는 길 위에 구멍, 한 블록 지나면 나타나는 술집과 원색적인 벽화들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다. 남성과 여성의 적나라한 성적 묘사, 아름답게 채색된 바닥, 대중 목욕탕, 공동 화장실 변기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고...그리고 낙서...화산폭발과 검은 재로 뒤덮힌 지 오래 발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해는 붉게 무너진 담벼락을 비추고 파란 하늘은 누부시다. 길가에 세워진 건물 잔해 기둥을 따라 폐허의 폼페이를 뒤로 하고 해변의 계란성에 올랐다. 바다위에 지어진 성은 둥글고 푸른 바다와 잘 어울린다. 로마 시대에 여기서 전투도 있었으리라... 무심한 파도는 여전히 철썩거린다. 22:00 로마행 열차를 기다리며 열차에 올라 바로 로마로 향한다. 로마에서 내리자 마자 숙소를
찾아 푹 쉬고 다음날 은 쇼핑과 나머지 관광을 할 계획이다.
-1월30일 로마를 다시 보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신문기자와 오드리 햅번 공주의 로마의 하루는 이곳 스페인 광장에서였다. 낮은 계단과 배 모양의 분수대 아직도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고 많은 연인들이 영화속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고 공주가 되어 있었다. 카피톨 광장과 트레비 분수를 찾아가는데 은발의 노인이 캐나다에서 왔다며 동행을 하자고 한다. 트레비 분수를 찾아 사진 찍고 동전을 던져 언젠가 반드시 다시 로마에 오리라 기원하며 마음속으로 염원한다. 오가는 곳마다 로마 건국신화 인 로물루스와 레물루스 형제의 늑대 젖을 먹는 조각품이 거리 곳곳에 산재한다. 카피톨 광장과 벤허의 이륜마차 경기장이었던 라보나 광장에서 물먹는 사자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호텔로 돌아와 다음 여행지인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계획한 후 이야기 나누고 조별로 움직인 이번 여행을 잘했다고 생각하며 로마의 진정한 힘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접어든다. 지성에서는 그리이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게르만인보다도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보다 못한 로마인들이 세계를 정복하고 그를 경영한 것은 바로 합리주의와 기능주의에 바탕을 둔 개방정신과 관용정신이라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이 든다. 여전히 테베강은 흐르고 이강을 따라 로마는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도시로 영원할 것이다. 오후에는 개선문과 포로로마노를 따라 산책 후 쇼핑시간을 이용, 가죽구두 한 켤레를 사고 일부는 겨울 파카와 무스탕을 구입한다 23:00 베네치아행 열차를 기다린다.
-1월 31일 08:00베네치아 역에서
간밤에 열차로 꿈결처럼 달려온 이곳 베네치아의 아침은 역 광장에서 피티체조로 시작하였다. 체조후 아침을 버너를 피우고 라면과 쌀로 아침을 만들어 먹는 데 꿀맛이다. 여기 이후는 자동차도 없고 모두 운송수단이 배인 베네치아여서 자못 기대가 크다. 태양이 떠오르면서 일행은 짐을 싸고 교수님을 따라 베네치아 광장으로 간다. 성마르코 성당과 넓은 광장 , 인형 둘이서 망치로 치는 종소리, 그리고 비둘기가 인상적이다. 파란 바다에 인접하여 해마다 조금씩 가라앉는다는 베네치아는 정말 물의 도시였다. 곤돌라는 좁은 골목에 유용한 교통수단이고 관광객을 나르는 이국적 풍경이었고 청소차대신 청소 배가 운행 중이고 경찰도 Poliza라고 파란 경광등을 삐뽀~소리내며 오간다. 교차로는 모두 다리이고 클래식하고 오래된 아치형 다리여서 고색창연하다. 우리도 배로 가서 대중교통 버스 배를 타고 이동한다. 베네치아에서 유명한 것은 역시 비엔날레 였다. 아직도 붙어있는 포스터가 이를 말해준다. 이곳은 유리세공업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거리 어디를 가더라도 아름답고 호화찬란한 유리 공예 제품들이 가게마다 그득하고 곳곳에 Change라고 환전소가 있다. 관광객의 주머니가 목표인 듯 싶다. 우리도 유리제품을 몇 개씩 사고 널부러진 19세 미만의 포르노 잡지를 눈요기한다. 여기는 이성간의 애정표현이 아주 자유로운 곳이다. 여기 베네치아 건축물은 십자군 전쟁의 기점으로 물산과 인구유동이 많았던 곳이여서 아랍, 비잔틴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이 혼재한 곳이어서 건축가들에게는 도서관이나 다름없다. 여기 아치형의 회랑이 유명한 황금빛 성당이 바로 마르코 성당이다. 점심과 저녁을 근사한 식당에서 이름도 모르는 음식과 본고장 피자를 시켜 맛보고 우리 것과 비교하니 어째 본고장 원조 맛이 좀 그렇다.20:45 니스 행 열차를 기다리며 석양에 물든 황금빛 건물과 물위에 아른거리는 그림자도 황금빛이다. 넘실대는 물결이 곤돌라를 흔들고 있다.
-2월1일 니스에 도착
침대칸의 열차를 타고 어스름한 해변의 풍경이 보일 무렵 커튼 사이로 햇볓이 눈부시다. 드디어 야자수가로수 늘어진 니스항이다. 국제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미니버스를 렌트하여 일행을 태우고 니스에서 시내 관광을 미니버스로 출발 해변을 향하여 달린다. 비취빛 바다를 보며 현대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등대 부두에서 점심을 먹고 이브클라인, 크리스토, 장팅겔리의 작품을 보고 나오는 길에 언덕 위 사토우공원에서 니스해변을 보니 아름다운 해변이 끝없이 아득하다. 오후에는 오토바이11대를 렌트하여 모두 타고서 해변과 시내를 달린다. 지중해의 바람을 눈과 귀로 들으면서 바람처럼 달려 니스의 해변을 다리고 또 달린다. 해변 휴양지 가게에서 햄버거와 커피를 하얀 원탁에 앉아 바다를 보며 맛본다. 늦은 오후 샤갈미술관으로 마무리 하며 16:30 니스 역에 도착하여 스위스 쥬네브행 열차를 기다린다.20:22 쥬네브행 열차가 들어온다. 열차내에서 위스키 한병으로 즐기며 잠을 청하다 마르세이유에서 잠시정차한 뒤 출발하고 눈을 붙인 뒤 깨어보니 쥬네브란다. 한 건물아네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이 있다. 국경 통과시 패스포트를 보여주고 들어오니 스위스 쥬네브(제네바Geneve)시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500미터쯤 걸으니 호수가 보이고 요트, 보트들이 보인다.
-2월 2일스위스 쥬네브에서
레만 호는 스위스 최대의 호수로 동서 72km, 남북 14km에 이른다. 햇빛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호수면 주위에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휴양지란다. 레만 호수로부터 걸어서 자연사 박물관(Musee d'Histoire Naturelle)을 찾는다. 지구 상의 온갖 나라의 살아있는 동식물을 박제하여 모아 놓은 것 같다.물고기, 코끼리, 뱀, 새, 곤충 등 과 광석류, 보석류 등을 거쳐 지구의 생성과정이 생생하다. 조금 걸으니 스위스 현대 미술관이 있다. 규모는 아담했지만 짜임새 있었다. 아마 로마의 충격이 남아있었던 듯 조금 시시하다. 좀더 길을 걸어 쥬네브 역으로 돌아와 12:20부 발 기차를 타고 다시 로잔느(Lazane)로 간다. 열차는 유럽 열차중 제일 좋은 것 같다. 깨끗하고 소음이 적고 편안하다. 열차는 깨끗한 레만 호를 지나 전원과 들판을 지나 로잔느에 도착한다. 점심을 빅버거로 먹고 시내버스를 타고 Collection de l'art burt에 도착 Out sider미술을 보는데 한사람이 평생을 걸쳐 제작한 작품이다. 인상적인 글 중에는“D'ont try to know what you doing!"이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표현에 힘쓰는 걸작들이었다. 장 뒤뷔페의 작품이 좋았다. 16:35분 기차를 타고 초생달 모양의 레만호 반대쪽의 로잔느로 향한다. 여기는 IOC본부이기도 하다. 베른(Bern)으로 향하는 1등석에 탑승하니 레만호로 지는 석양의 노을빛이 물 위로 반짝인다. 건너편 구름 낀 하늘위로 산봉우리들이 황금빛으로 빛이 난다. 베른 역에 17:20분 도착이다. 안개속의 베른 역에 내렸다. 짐 보관소에 맡기고 종탑과 시청 광장으로 향한다. 이곳은 이시간만 되면 쇼윈도우에 불만 켜놓고 가게문은 전체 닫혀있다. 유럽 주에서 유일하게 거리의 분수, 수돗물을 마셔도 좋은 곳이다. 날씨는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춥다는 느낌은 없다. 가까이 산등성이는 잔설로 덮혀 있지만...모처럼 역 가까이 있는 슈퍼에서 SAGA라는 쌀을 사서 코펠에 넣어 밥을 지었다. 모처럼 먹는 쌀밥이다. 윤기는 없지만 그런대로 맛있다. 숭늉을 만들어 먹고 모두들 역시 숭늉이 최고야 한다.개운하다. 다시 역사로 들어오니 광장의 종소리가 우렁차면서도 은은한 맛이 있다. 전차가 다니고 버스 3대를 묶은 시내버스가 레일 위를 가로 지르며 달려가고 있다. 지금은 스키를 타는 계절이라 많은 유럽인들이 쌍쌍이 스키를 메고 북적거리고 있었다. 20:50부네 기차 시간에 맞추어 동료들이 시내 구경을 가고 있다.22:10분 독일 퀼른 발 열차를 타고 열차 안에서 머리를 모처럼 감고 피곤하여 잠을 청하는데 여행 첫날처럼 잠못 이루는 것이 없어졌다. 바젤(Vassel)역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잠들다 깨니 아침이다.
-2월 3일 독일 퀼른에서
05:15분 퀼른에 도착한다. 휴게실에서 쉬다가 빵과 오렌지, 쥬스로 아침을 때우고 퀼른 성당으로 들어 갔다. 상상한 것보다 고딕 건물 중에서 가장 높은 거 같았고 스테인 글라스와 주기둥, 둘레가 어른 팔 10명 정도가 연결할 만큼 크고 높았다. 높이로 보아 17층 빌딩 정도? 그리고 아치형 아름다운 실내지하실의 역사적 유물(대피소) 2차대전 당시 연합군도 폭격을 못했다는 역사의 유물, 그러나 바깥은 통일 독일의 아픔도 있었다. 시위하는 독일인들이 성당 여기저기에 낙서와 종이을 붙여 이산가족찾기처럼 어지럽다.쇼핑가는 일요일이라 문을 닫아 하지 못했고 12:05 분 브뤼셀 행 기차를 타야 한다. 성당 주변은 쇼핑가, 뮤즘, 역사박물관이고 바로 옆에 라인강이 흐른다. 커다란 배가 떠있고 붉은 태양이 거리의 스카이라인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성당앞 식당에서 커피와 빵으로 추위를 털어낸다.식사후 루드윅 아트센터(Ludwig art Museum)에서 르네 마그리트 <거인>과 <악의 꽃><불가능한 시도> 스미스 ,라우젠버그, 아키펭코, 아르망 인상파, 올덴버그, 추상파, 몬드리안, 등 현대미술의 모든 것중 흐름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고 이를 보는데 시간이 너무 짧았다.12:05분에 브뤼셀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며 역사에 있으면서 주위 전경을 눈에 담는다. 우리 조원 하나가 열차가 들어오는데 오지 않아 마음이 다급하다. 다행히 허겁지겁 뛰어오는 데 역시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모두들 피로에 젖어 신경이 날카로운 것 같다.말들이 없다.벨기에 브뤼셀 Nord역을 지나 Central역에 내려 벨기에 현대미술관으로 가서 1층부터 지하 8층까지 감상을 했는데 19세기 미술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 까지 조각, 회화. 특히 북유럽 화가들이 돋보였다. 자드킨으 파괴된 도시, 인상파미술에서 마네, 모네, 특히 막스 에른스트의 조각과 회화, 마그리트, 살바드로 달리, 부르델의 활 쏘는 헤라클레스, 페넬로페, 아르프의 구름의 목자 등이 인상적이었다. 보고나서 옆 건물의 역사박물관의 실내를 약간 보다 비인(Wien)으로 가는 열차 때문에 바로 나와 브뤼셀의 명물<오줌싸는 소년상>을 보고자 시내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작은 고추(?)를 가진 조그만 60센티 정도의 소년상에서 물줄기가 내려오고 있었고 주위에는 화환과 각국 사람들로 붐볐다. 꽃시장으로 오는 길에 햄버거를 먹었는데 완전히 3인분이어서 푸짐했다. 저녁을 먹고 다시 역사로 돌아와 비인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오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18:40분이다. 21:30분에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교수님과 이런저런 이야기와 예술과 삶에 대한 토론을 했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고독해지고 인생의 무엇인가에 대하여 회
의를 하고 진정한 자유와 휴머니즘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여행이 아닌가 반문하고 타인을 위한 배려와 삶을 존중하는 자세가 진정한 개인주의임을 말씀하신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YES와NO를 구별하는 것과 해야 할 것과 말아야 할 것 갖추어야할 소양,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욱 아껴주고 주변사람들에게 다정하게 하며 어려울수록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이해하게 되었다. 열차를 갈아타고 한숨 잔 뒤 깨어보니 프랑크푸르트이다. 앞으로 6시간 후 비인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반길까? 01:10에 눈이 감긴다. 귀에 철거덕거리는 열차소음이 이제는 자장가처럼 귀에 익숙하다.
-2월4일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WIEN으로
눈을 뜨니 08:10분 비인이 15킬로 남았다. 비인은 아침의 고요한 적막을 깨고 붉은 태양이 산등성이로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산과 숲이 많다. 비인은 숲이 많기 때문에 사이사이 전원주택과 농가도 보인다.산과 계곡은 완만하며 거리의 가로수는 오래된 고목이다. 호수에는 얼음이 얼었고 집집마다 아침 연기가 피어 오른다.WEST ABANHNHOF 역에도착하여 잠시 기다리다 밖으로 나오니 눈발이 바람에 흩날린다. 요한스트라우스의 나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으로 오히려 애국가로 알려진 나라이다. 그러나 눈이 내리고 거리에는 전차가 연이어 달리는 동안 잿빛 하늘과 공사중인 거리풍경이 약간 이미지를 흐려 놓는다. 전차의 실내방소이 종소리로 시작한다. 비엔나 자연사 박물관(NEANDERTALER)에서 2300년전 아름다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만나야 한다.스위스 쥬네브 자연사 박물관보다 오래 되었고 여기에서 네안데르탈인과 인류의 진화 발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본 것은 또 하나의 좋은 경험이었다.다시 거리를 나와 전차를 타고 schlob -schonbrum광장을 지나 West bahnhof 역으로 가서 부근의 쇼핑가에서 간단한 것을 사고 14:30 분 모여서 짤즈브르크에서 갈아타고 그리운 대한민국으로 향한다. 짤즈브르크에서 18:30분에 내려 18:44분 Paris행 Orient Express를 타려고 화물 있는 곳으로 나왔다가 독일측 관리인에게 주의를 받고 다시 오스트리아로 가서 독일로 나오는 해프닝을 겪고 물을 사러 다시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로 가는 1분에 양국을 왕복할 수 있었다. 유럽이다. 국경의 이미지는 우리에게서 철조망과 극단적 대립을 연상하는데 여기는 그저 한국의 조그만 시골 역처럼 철길을 사이로 양국이 만나고 오간다.Salzburg에서 드디어 Paris다.Legion 역에서 도착한 것이 06:44분 광장 앞 모퉁이에서 남은 라면을 끓인다.
-2월 5일 다시 파리에서 런던으로 그리고 그리운 고향...
드골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처음 어색했던 파리의 전경도 이제 눈에 익숙하고 거리의 풍경을 눈에 담으려 차창에 시선을 두지 않고 있다. 드골 공항에 도착은 11:20분 미리 도착하여 관세구역에서 일제 캐논 카메라를 한대 샀다. 철커덕거리며 날카롭고 부드러운 검정색 카메라는 마음에 쏙 든다. 이것저것 상품이 모두 마음에 드나 비용이 문제다. 날씨도 화창하고 드디어 이륙한다.몸이 뒤로 쳐지며 하늘을 향해 누웠다고 생각하는 순간 순식간에 구름을 뚫고 도버해협이다. 이득한 곳 수평선에 파란 하늘과 프랑스 땅이 아스라하다. 눈부시게 빛나는 구름 위로 저멀리 다른 비행기가 오고 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여 출국수속을 밟는데 베레모에 군견을 앞세운 보안 요원이 M16소총을 옆에 메고 검은 선그라스를 쓴 채 두리번거린다.17:30분 드디어 런던 발 서울행 비행기가 긴 소음을 내며 활주로를 달리며 영국의 풍경들이 세차게 뒤로 멀어져 간다. 언제 다시 이곳 유럽을 오겠나 싶어 붉은 안개에 젖어 구름에 가리는 영국 땅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일찍 담요를 덮고 잠을 청하니 어느 순간 식사가 온다. British Airways 28기는 지난번에 타고 온 비행기인데 이번에는 예쁜 아가씨가 아니고 아주머니 스튜어디스다. 그들은 노동에 대해 귀천이 없다. 합리적이고 능력을 존중한다. 식사가 햄버거스테이크다. 투명한 커피 1회용이 단단하다. 비행기 의자 뒤에 설치된 책자를 뒤적이니 각종 제품을 팔고 있다. 세련되게 필수품으로... 시간은 가는데 잠은 쏟아지다시피 한다. 2주간에 걸친 대장정이 나로 하여금 성숙하고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부연구름 사이로 흰 눈이 남아 있는 산야가 보인다. 그래도 보고 싶은 건 고향인 듯 서울이라는 안내방송이 부스럭거리며 내릴 준비를 한다.나도 준비를 하고 안전벨트를 풀고 안전하게 착륙한 김포공항 비행기 안에서 기다리다가 입국수속을 밟는다. 입국장에서 카메라를 신고 안했다고 뭐라고 하길래 시골 중학교 교사로 유럽 미술을 보고 그것을 카메라에 담아 왔노라고 하니까 어여 들어가시라고 한다.공항에는 서울동료들이 미중 나와 있었지만 우리는 인사를 하고 공항버스를 이용 터미널로 가서 충주로 가는 고속버스를 기다린다. 집에 도착하니 마음이 편하다. 이제부터 잠자며 시차적응을 좀 할까?
-1991년 1월 23일-2월6일 14박 15일 엄태식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