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산 천문대가는길
주말여행을 가자는 막내아들. 목적지를 물으니 무계획으로 떠나는 게 더 좋지 않으냐는 대답이더니 내비게이션에 보현산 천문대를 찍으며 친구가 추천한 곳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가게 된 보현산 천문대. 우리나라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인다는 곳이다.
그곳 마을 앞 바위에 새겨진 ‘별빛마을’이란 표지(標識)가 눈에 들어온다. 그것만으로도 동화적이며 뭔가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마을입구 바위에 푸른 꼬리를 단 노란 별 세 개를 비롯한 갖가지 별들의 조형물들. 가로등들마저 갓을 씌워놓아 인위적인 빛을 최소화함으로서 별들을 불러들이는 것 등은 자연스럽게 그동안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별에 얽힌 추억에 잠겨들게 했다. 저녁 먹고 동생이랑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면 수없이 쏟아져 내리곤 하던 별들. 그러노라면 서로가 네 별 내 별도 정하고 별자리를 찾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는데 요즘은 별을 본 기억이 없다. 번잡한 도시에서 살면서 잊었던 그 별들이 이곳에서는 오롯이 되살아난다.
별빛마을 초입에서 이정표를 보고 잠시 고민했다. 천문대와 천문과학관으로 길이 갈렸던 것. 과학관 보다는 천문대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멀리 보현산 정상에 하얀 돔을 이고 있는 천문대.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말 그대로 ‘하늘길’이지 않을까?
과연 하늘로 오르는 길다웠다. 해발 1124.4m의 정상에 오르려다 보니 지렁이가 뒤틀고 꿈틀거리는 것 같은구불구불한 길을 수 없이 휘돌아야 했다.
그 굽이도는 ‘하늘로 오르는 길’의 눈앞으로 펼쳐지는 겨울 나목들. 내가 그 수묵화의 화폭 속 하늘을 향해 오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주차장에 도착하고, 그 다음부터는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그 길이야말로 오솔길 같이 좁고 구불구불 이어지며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림을 이루었다.
탁 트인 시야, 병풍처럼 펼쳐진 능선들은 이렇게 보면 성난 파도이다가 또 저렇게 보면 잔잔한 물결이곤 했다.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지그시 눈을 감고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푸른 물감을 붓에 묻혀 능선 위로 쓱 밀어내면 하늘 아래 연보랏빛 수많은 능선이 부지런히 자리를 잡을 게 아니던가.
순간 마음의 때를 씻어낸 것 같은, 세상 그 무엇도, 나 자신마저도 다 놓아버린 것 같았다. 물론 여기서 내려가면 다시 세상의 것들을 주섬주섬 담게 되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아주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500미터쯤 걷다 보니 능선 줄기 끝에 전시관이 보였다. 산정에 오르니 바람이 있어 조금은 쌀쌀했지만, 칼바람이 아닌 그냥 기분 좋은, 말 그대로 바람 불어 더 좋은 날이었다.
그런데 전시관 앞에 걸린 관람시간 안내문 때문에 걸음을 멈춰야 했다.
동절기 (11~3월) : 09:30~ 16:30
하절기 (4~10월) : 09:30~ 17:30
아뿔싸. 그것도 모르고 그냥 발 가는 대로 걷다 보니 20분이나 넘긴 것 아닌가. 하지만 큰 아쉬움은 없었다. 전시관에 있는 것이야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조금은 알 수 있는 게 아니던가. 대신에 이곳을 오르면서 얼마나 많은 걸 온몸으로 취하고 얻었던가. 살다 보면 그 지점에서 족함을 주는 것들이 많다. 이 아름다운 곳을 막내가 데려와 주어 아주 좋았고, 마음이 맑아지는 시간이 된 것 같아 족한 마음이다.▣
첫댓글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지요
오래만에 오셨내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시지요?
오랜만에 들려서 송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3월에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따뜻한 마음 고맙습니다.
늘 편안하시고
행복한 봄날 되십시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선생님 즐겁고 아름다운 3월 되시고
평안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