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분위기와 양교수님의 미소)
제주에서 꿈의 파라다이스 오페라를 보며..... 글 / 長 山 박재도
며칠 전 기상대의 일기예보가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항시 예정된 출발의 두려움 속에서도 공항 앞 덤장식당과 노오란 유채꽃이 만발한 삼다제주 환상의 파라다이스를 간밤에 꿈에서 보았다. 아! 황홀한 꿈은 이른 새벽부터 비가 되어 추적추적 내린다. 꿈은 내리는 빗물에 흐리며, 영롱한 눈망울에 이슬이 되어 한라산CC 클럽하우스에 뿌린다. 우리들은 창밖에 내리는 무심한 비를 바라보며 다함께 한결같은 작은 소망을 간절히 기도드렸다. “비야! 비야! 제발 멈추어 다오”
허무하다 못해 혼이 떠난 비참한 창가 쇼파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한 회원의 표정이 나의 시야 속에 깊이 파고든다. 그분은 창밖 비 내리는 필드를 쳐다보며 미소를 보내고 있다. 마치 내리는 비를 조롱하듯 비와는 아무상관 없이 미소를 머금고 있다. 넉넉한 풍채에 다나한 상, 그리고 그의 뽀얀 피부에 묻어나오는 아름다운 향의 환한 미소는 금방 침체된 주위의 시선을 모은다. 그분은 우리회의 신입회원이며, 울산 문수오페라 단장님이시란다. 난 오페라는 아직 잘 모르지만, 어째든 그분에서 풍기는 향이 향기로웠으며, 순간의 분위기로 보아 우리 회원으로서의 신분에 감사드린다. 그날의 우중충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잠시 주위 허공을 헤매는 시간의 정체 속에 간절한 나의 기도가 끝나는 순간, 회원님들의 표정에 희망의 미소가 감돈다. 하늘을 보며 원망했던 빗방울도 잦아든다. 창조주께 감사드리고자 두 눈 감은 나는 대자연의 신비로운 힘 앞에 무기력한 인간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주님께 영광을 돌렸다. 이제 우리들이 기획한 남국의 파란 잔디로 단장된 황홀한 무대 위에서 옹달샘골프회 춘계야유회 겸 정기투어 오페라의 서막은 하늘의 도움으로 서서히 막이 올랐다.
모두 기쁜 표정들이다. 나도 덩달아 기쁘고 행복했으며, 1막의 무대에서 오늘따라 공이 너무 잘 되다보니, 내 마음은 한없이 날아가는 저 작은 공속에 지구보다 큰 나의 소망을 담고 싶었다. 골프 실력은 나도 초보지만 초보자로 처녀 출전한 김상남 회원님께 라이센스도 없는 선생이 되어 불법 렛슨도 하며, 권회장님 안현천씨 와도 나눈 대화는 유채꽃의 아름다움 그 속에 숨어있는 꿀맛 같았다. 라운딩을 마친 회원 모두 싱글벙글 이다. 나만큼 즐거웠던 모양이다. 회장님은 아직 힘이 넘치는 모양인지 9홀을 더 뛰고 싶다고 하신다.
1막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우리들은 2막의 준비를 위해 삼다제주의 특산인 똥돼지로 저녁식사를 마친 후 피로함도, 호화롭고 아늑한 휴식처도 멀리하고 아로마의 향이 그리워 한밤의 물안개를 헤치며 출동했다. 회원들은 그곳이 꿈의 천국이라 표현하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지만 나에게는 소돔과 고모라 시대의 환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 아팠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즐겁게 행동했다. 아로마 천장의 뚜껑이 열리는 순간 내 마음은 그 장관의 무대를 떠나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 보았다. 저 작은 삶의 공간 속에서 아비규환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러나 나와 회원들은 아로마의 아름다움과 황홀함에 취해 삼차원의 세계로 빠져들어 바로 그 중앙에 서 있었다. 절정의 환희를 다들 아쉬운 미련 속에 묻고 내일의 3막을 위해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숙소로 향했다.
눈을 뜨니 새벽이다. 차가운 기온 속에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친다. 꽃피는 제주의 4월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엄청나다. 클럽하우스의 해장국 맛은 간밤의 음주 덕분인지 참 맛이 좋았다. 밥을 2공기나 먹었다. 필드로 나가기위해 현관문을 여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문을 닫았다. 너무도 바람이 세며 춥다. 락카룸에 들려 가져온 옷을 겹겹이 끼어 입었다. 너무도 추워 공이 되지 않았다. 머리가 깨어지는 것 같았다. 동반자들 모두 몰골이 말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양 교수님은 자신의 추위도 멀리하며 필드에 피어있는 연산홍을 보며 대화하신다. “이 세찬 바람과 추위에 피어있는 야들이! 너무 안쓰럽다”고 하신다. 춥다고 호들갑을 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아직 남은 9홀을 나의 주선으로 예정된 라운딩을 접었다. 동반자님들에게 미안함을 사과드린다. 그러나 그런 악조건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예정된 일정을 전부 마친 회원님들께 찬사를 보낸다.
3막을 내린 오후 내내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피로함도 있었지만, 1박2일 동안 생각하며 보고 느낀 점이 너무도 부족한 나 자신의 발견에 마음이 더 아프다. 조용한 휘나래 속에 몇 장 남지 않은 작은 메모지에 끝없는 마음만 담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부산공항 밖에서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는 중 순옥이가 넌지시 묻는다. “오라버니 어디 아파요? 하루 종일 말도 없고 혼자서” 제 생각에 그렇게 보였나 보다. 미안한 마음에 달리는 버스 창밖을 보며 생각한다. 아~우리들 하루하루의 “삶”(喜怒愛樂)자체가 바로 진정한 오페라다. 오페라란 무대에서 펼쳐지는 음악의 종합예술이지만, 크게 보면 인간들의 삶 자체가 바로 진정한 오페라일 것이다. 천분으로 맺은 한 가정이 오페라단이며, 그 가정 안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구성원이며, 저 무한한 세상이 무대이며, 저마다 살아가는 방법들이 연출일 것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관객들일 것이다.
이젠 관객들의 박수 소리와 아로마의 환상도 삼다의 바람 속에 날아가 버리고 텅빈 무대만이 쓸쓸함을 더한다. 이렇듯 오페라 공연은 막이 내렸으도 그분의 밝은 미소 안에서 삶의 종합적인 예술을 배웠기에 양기애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또한 옹달샘 춘계야유회 겸 정기투어 오페라 단원으로서 참석하여주신 회원님과 행사를 위해 헌신적으로 수고하신 여러분께도 늘 행복과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골프회가 친교와 우애로 만발하여 항상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한 진실 된 그런 오페라를 전 회원이 서로 기획하여 행사함으로서 우리들의 가정 및 지역 사회의 선봉으로서 옹달샘의 명예를 고양시켜야 할 것이다.
* 15년전 사월에 쓴 글을 옮겼습니다 * |
첫댓글 아름다운 파라다이스 제주에서 오패라도 관람하시고
골프도 치시고 여러 지인들과의 아름다운 대화도 하시고
참으로 좋은 시간이셨네요
아직 확산하는 코로나19
조심하시기 바라며
무탈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오래전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세월이 그립습니다. 시인님, 건강하세요.
머나먼 타국에서
바라보이는 고국은 어떨까요
전 국내 여행길에서 만난
고향 버스만봐도 코끝이 찡해지던데..
늘상 행복하시길 바랍닏.
자주 만나게 되네요 시인님!
건강하시죠?
밖에서 보는 조국에 대한 시선은 누구나 다 한 차원 높다고 할까요,
하잔은 미물들도 해가 지면 집을 찾고, 보도블록 사이에 핀 잡초도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하지 않습니까.
ㅎ 반갑습니다. 건강하세요. ^^*
좋은 글 마음에 담아 갑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사랑으로
영원히 남아 있었으면.
오늘도
사랑으로 가득한 날
되시길 기도합니다
항상 기도로 사랑을 주시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