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8일 금요일.
어젯밤에 내일 오후에 부모님과 셋째가 과수원에 온다는 연락을 받고 혼자사는 표시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청소기도 돌리고 쓰레기통도 씻고 빨래도 하고 군불지필 수 있도록 땔감과 밑불을 지피는 나무가지며 밤송이를 잔뜩 아궁이 한켠에 쌓아두기도 했다.
그런 후 컴퓨터에 앉아서 하루일과를 정리하는데 아내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일 눈이 많이 온다는데 버스로 오지 말고 기차로 오라고 하여 구례구역에서 출발하는 오전 11시7분 기차표를 예약한 후 몇일전에 예약했던 진주발 수원행 버스표를 취소했다. 위약금10%를 내고.
이젠 부모님 맞이할 준비며 수원갈 준비가 끝난 후 따스한 방에서 등깔고 내일을 기다리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6시30분. 전날 준비해 두었던 휴대폰에서 일어나라고 재촉한다.
평상시와 같이 눈을 뜨자마자 누워서 체조를 한 후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를 맞을려고 창원을 열어제낀다.
아!!!!!!
마당과 나뭇가지는 온통 하얗고 하늘과 땅사이에는 흰눈이 쉴세없이 흩날린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부산에서 부모님이 오시기 힘들텐데 어쩌지!!!! 하면서 일단 7시를 지나서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불 속에서 뉴스를 본다.
7시를 조금 넘겨서 셋째동생에게 전화를 하니 안그래도 부산에도 눈이 많이 와서 과수원에 가기 힘들겠다는 이야기를 부모님과 했단다. 부모님께서 과수원으로 오는 것은 다음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를 보기 위해서 테라스에 있던 의자에서 자로 재어봤다.
자로 재고 있는 동안에도 눈은 펑펑 내렸다.
아내가 전화와서 눈이 오니까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란다. 아내의 말을 듣고 간단하게 빵을 구워서 우유와 함께 먹은 후 옷을 입고 작업화를 싣고 창고문을 잠그기 위해서 창고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도로와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보니 도시에서 보던 눈의 색깔과는 정말 달랐다. 새하얗다. 잡티하나 먼지하나 없는 깨끗한 눈이다.
창고문을 잠그고 컨테이너 문도 잠그고 집 안 곳곳의 시건장치와 전기코드를 확인한다.
옷을 갈아입고 전날 준비해 두었던 빨래가 잔뜩 들어있는 베낭을 울러메고 빵모자를 눌러써고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서기 전에 택시회사에 전화를 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를 쳐다봐도 차들이 별로 없다. 택시도 없다면 하동터미널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구례가는 버스가 9:30이므로 1시간30분 남았다.
걸어서 터미널까지 가 본적이 없으므로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운동화는 베낭속에 넣고 작업화를 싣고 집을 나서니 8시7분.
교회마당에서 집에서 걸오나온 길과 집과 과수원을 바라다보니 환상적인 모습이다.
찻길 옆에 있던 재첩국 공장 지킴이 개는 눈이와도 여전히 밖에서 생활하고 있는갑다.
길에서 과수원 전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봤다.
평소 트럭몰고 다니던 농로 길을 걸어서 큰 길가로 가야한다. 농로 길에도 눈이 엄청 쌓였다.
큰 도로까지 걸어와서 읍내 터미널까지 가던 도중에 차를 얻어타려고 손짓을 해 봤지만 헛수고였다.
아무도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그냥 스쳐지나간다. 차도에도 눈이 많이 쌓여서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터미널까지 얼마가 걸릴지 몰라서 열심히 걷다보니 몸 속에서는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단추를 풀어서 시원한 바람을 가슴 속으로 불어 넣는다. ㅋㅋㅋㅋ. 넘 시원하다.
머리에 있던 빵모자는 이미 베낭 속으로 들어간지 오래고 방한 외투의 단추도 풀어제낀지 오래다.
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걸어가니까 읍내 입구가 나온다.
눈길에 트럭이 미끄러져서 렉카차가 와서 꺼내고 있다. 트럭은 체인도 없었다. 아! 그렇구나. 걸어오면서 체인을 감은 차들은 두대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하동지역에 눈이 이렇게 온 적이 없으니까 체인이 필요없는 것이 이상하지만은 않았을 것이지만.
읍내 입구를 벗어나서 예초기 수리하던 공구점 앞에 다다렀다. 공구점 기사가 열심히 눈을 치우고 있다. 고생한다고 인사를 건네니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조금 더 가니까 하동읍내시장이 나온다. 도로가 경사진 곳도 아닌데 승용차가 움직일려고 애를 먹고 있다.
9시5분경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열심히 걸어서 인지 1시간 정도 걸렸다.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니 평소와 달리 가게는 닫혀있었고 아담한 대합실에는 승객들이 몇명 밖에 없었다.
어찌이럴까?????????
매표소 직원에게 구례가는 표를 요청했으나 눈때문에 버스 운행을 못한단다.
큰일났다.....................
진주가는 표를 요청했으나 진주도 불가.
그럼 아무데도 못가느냐는 질문에 서울은 있단다.
그럼 서울표를 주라고 하니 9시가 조금 지났지만 9시버스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까 9시 표를 끊어준다.
표를 끊고 아내에게 전화하여 구례구역에서 출발하는 기차표 취소를 부탁하고 서울로 간다고 연락하고 대합실 의자에 몸을 맡겼다.
근데 서울가는 버스가 진주에서 오는데 축동이라는 지역 부근 도속도로에서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단다.
언제올지 모른단다. 그렇다고 다시 걸어서 돌아갈 수 없지 않은가.
대합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두명의 남자는 하동역으로 가서 순천가는 기차를 타고 순천에서 서울로 가겠다면서 나에게 함께가자고 권유를 한다. 망설이다가 그냥 있겠다고 하니까 둘은 표를 취소하고 대합실을 빠져나갔다.
초조하게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회사 직원이 대합실로 와서 9시버스는 어렵고 오늘 새벽에 도착한 심야버스가 있는데 이 버스를 운행하겠다고 하면서 10시30분에 출발하겠다고 한다. 원래 10시30분에 서울로 가는 차가 있는데>>>>>>
나는 버스회사 직원에게 정확하게 10시30분에 출발한다는 확답을 받은 후 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탕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공문원들인 것 같은데 단체로 제설작업하는 모습도 목격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몸과 얼굴을 깨끗하게 하고서 터미널로 돌아오니 5분정도 남는다.
버스는 정확하게 10시30분에 출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얼마나 잤을까? 여자 목소리가 나를 깨운다. 어린아이2명을 데라고 탄 아주머니.
자기들 자리라고 한다. 내가 잘못봤나 싶어서 내가 가진 표를 확인하니까 틀리지 않았다. 아주머니가 가지고 있는 표도 틀리지 않았다. 결국 9시버스와 10시30분버스가 합쳐서 운행하다보니 중복된 것이다.
아이들이 있었던지라 내가 양보하고 다른자리로 가서 앉았고 버스기사가 구례가서 정리해 주겠단다.
버스는 화개터미널을 거쳐서 구례터미널에 도착했다. 평소 걸리는 시간보다 40분 늦게. 눈때문에 정상속도를 낼 수 없었다.
구례터미널에 도착해서 다툼이 벌어진다. 9시버스와 10시30분 버스가 합쳐져서 운행하다보니 발권한 좌석이 중복된 것이다. 결국 구례에서 탄 몇몇은 다음 차에서 좌석 약속을 받고 내릴 수 밖에 없었고 나는 아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한 탓에 제일 뒷자석에 앉아서 서울까지 와서 수원으로 어렵게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