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일 수요일 신문박물관 나들이
* "참고로... 오늘은 만우절이야!"
4월 1일, 오늘이 만우절이군요. 아이들은 만우절이라며 핑계 삼아 장난 한 번 해보려고 꾀를 냅니다.
그리고는 첫 번째로 정우가 나섰죠.
"엄마~ 시냇가가 1200번을 타야하는데 120번 탔어. 짜증나~"
"정우야~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짜증나... 근데 말이야... 참고로 오늘은 만우절이야...^^"
"으이그...이제 그만해!"
정우는 이미 엄마에게 만우절해프닝을 벌였었다는군요.
다음은 진지한 창훈 군.(사실 창훈이는 생각도 없었는데 우리 모두 한 번 해보라고 마구 권했더랬죠)
" 엄마, 시냇가가 나 화장실 간 사이에 아이들 데리고 가 버렸어."
"뭐!!! 너 지금 어디야?
"응... 버스 정거장..."
"어느 정거장, 어디야? 혼자 있어?"
"응. 행신초등학교 앞이야. 근데 참고로 오늘은 만우절이야.^^"
"너!!! 죽을래?"
통화가 끝나자 창훈이가 푸하하하~ 웃음보를 터뜨립니다. 엄마에게 하는 거짓말, 아이들이 엄청 통쾌해 합니다. 많이 놀라셨더라도 이해하시길... ^^ 사실 만우절은 '다함께 웃자'는 날인데 웃음을 만드는 방법에 아이들이 아직 미숙합니다. 하긴 우리 사회가 웃음을 만드는 일에 모두 미숙하죠. 지구 모두 약속한 웃음의 날, 누군가를 속이지 않고도 웃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내년에는 찾아야 겠어요. 자, 이제 출발합니다. 1200번을 보내고 9706번을 타고 광화문으로!
* 얼굴 좀 펴게나 올빼미여, 이건 봄비가 아닌가
'언제 도착해? 공주' 정우가 광화문을 코 앞에 두고 다시 또 묻습니다. 언제 도착하냐고...^^ 자기도 자주 묻는 게 미안했던지, 이제는 그 질문을 하려고 불러놓고 눈이 마주치면 슬며시 웃습니다. 그래도 질문 수가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광화문 광장 공사 때문에 길이 꽉 막혀서 버스는 오도가도 못 하고 길에 갇힌 꼴입니다. 그러자 아이들이 창밖을 내다보며 재미있는 놀이를 시작했죠. 교보문고 빌딩 벽에 커다랗게 써 붙인, '얼굴 좀 펴게나 올빼미여, 이건 봄비가 아닌가'라는 문장을 보고 패러디 하는 놀이입니다. '얼굴 좀 펴게나 택시여, 저기 손님이 아닌가?' '얼굴 좀 펴게니 시냇가여, 저시 시냇물이 아닌가?' 등등 마구 쏟아져 나왔는데 미처 적지 못했습니다. 아주 기발한 문장들이 많았는데 너무 아쉬웠죠. 덕분에 막히는 차 안에서 즐거웠습니다.
* 어느 박물관에 가는 거야?
늘 그렇지만, 오늘도 어디에 가냐고 묻습니다. 가는 곳을 모르는 채 나들이에 온 아이들은 매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시냇가 주변에 모입니다. 시냇가가 관련정보를 귀뜸해주면 그 정보를 가지고 맞추어야 하거든요. 일종의 다섯고개 같은 거죠.^^ 그런데 오늘은 창훈이가 이미 알아버렸네요. 엄마에게 전해 들었거든요.(창훈 아빠가 시내에서 창훈이를 데리러 오셔야 했기에 부득이하게 정보가 누출되었답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소륜이가 바짝 다가와 묻습니다. 귀뜸해 달라고...
"첫번 째 힌트는 '종이'야."
"그렇다면 '종이박물관'!" 소륜이가 자신있게 말합니다.
"으이그... 힌트라고 했잖아. 종이와 관련된 거를 찾아봐야지."
"다음 힌트는 '소식'이야."
"그렇다면, '종이소식박물관'이지!" 소륜이가 여전히 자신있게 말합니다. 으이그 맙소사... 귀여운 소륜이...
두 번의 힌트로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자 다른 친구들이 거들어줍니다.
정현이가 '편지박물관' '우체국박물관'을 떠올렸으나 아니라고 하자, '소식'이라는 힌트에서 정우가 '핸드폰박물관'을 답합니다.
승수도 열심히 생각을 짜내며 여러 박물관을 만들어봅니다. ^^ 그래서 마지막 힌트를 주었죠.
"안 되겠다. 시냇가가 마지막 힌트 줄게. 음.. 매일매일 만나는 거야."
"매일매일 만난다고?"
아이들이 세 가지 정보를 모아서 생각을 하는 사이, 한울이와의 담소에 푹 빠져있던 창훈이가 아주 간단히 말해줍니다.
" 아! 난 알아. 우리 신문박물관에 가는 거잖아."
"아~ 그렇구나..." "아! 맞다!!!' 등 한 마디씩 하며 아이들이 세 가지 관련 정보를 다시 떠올려보네요.
그 사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어느새 우리는 신문박물관 앞에 도착했습니다.
* 1883년에 시작된 신문의 역사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 전시실에 붙어있는 설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최초의 인쇄신문인 한성순보를 시작으로 1988년 국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한겨레신문까지, 아이들이 진지하게 듣습니다. 특히 관심을 보인 부분은 일제치하에서의 신문역사입니다.
1905년, 을사조약이 강제로 체결되자 그 울분을 글로 쓴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 사건과 1910년 한일합병 후 한국인이 발행하던 신문들을 모두 폐간한 일, 1936년 베를린올림픽의 손기정 선수 소식을 전하면서 가슴의 일장기 사진을 지우고 발행하자 무기정간 처분을 받게 된 신문의 역사. 그러나 끝내 굴하지 않고 독립을 이룬 우리 민족의 저력을 말해주고 이 심정을 속담으로 표현해보기로 했습니다.
- 창훈 : 흥!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군.
- 한울 : 잠 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렸다.
- 정우 : 계란으로 바위 치기야.(^^)
-승수 : 나도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같아.
다들 제법입니다. 자유를 즐기는(?) 정현과 소륜은 저쪽에서 신기한 것 구경하느라 모둠에 오질 않네요.^^
이외에도 언론통폐합과 한겨레신문 창간, 신문에 등장한 광고의 역사 등을 두루 살펴보았답니다.
* 덜덜덜 떨면서 3층에 이어 4층으로
신문박물관은 엘리베이터가 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시냇가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이런 엘리베이터를 전혀 타지 못하죠. 거기다 계단도 공중에 나선형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이 곳에 올 때마다 식은땀을 흘리곤 합니다. 오늘도 여지없이 벌벌 떨며 엘리베이터 바닥에 엎드려야 했지요. 3층까지는 눈 꼭 감고 잘 왔지만 4층에도 전시실이 생겨 한 층 더 올라가야 한답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그런데 3층과 4층에 사이에는 엘리베이터가 운행을 하지 않아 할 수 없이 계단으로 걸어가야 했답니다. 아! 무서워라!!!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대부분의 아이들이 무서워서 저처럼 벌벌 떨며 올라가는 겁니다. 푸하하하~~~ 어찌나 우습던지... 4층 입구에 설치된 이소연과 고산의 인형 사이에서 아이들이 독사진을 찍었는데 거의 다들 기어다녔다고 봐야죠.^^
4층에는 직접 신문을 만들어보는 체험코너가 있습니다. 각자 사진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고, 사진 밑에 설명을 달아야 합니다. 국회의사당, 청와대, 월드컵경기장, 백두산 등 다양한 배경 가운데 원하는 것을 골랐죠. 그리고 글을 써넣었습니다.
-소륜 : 지금은 소륜기자입니다. 지금 국회의사당입니다.지금 국회의사당은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국회의사당)
-한울 : 장한울군은 경복궁에서 손을 들었다. 자랑스러운 경복궁 앞에서 손을 들다!(경복궁)
-승수 : 이승수는 축구선수인 꿈을 이루어서 손을 들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한다.(월드컵 경기장)
-창훈 : 네, 저는 이창훈 기자입니다. 여기는 청와대입니다. 여기에서 지금 대통령이 살고 있습니다.(청와대)
-정우 : 최초로 백두산 천지에 오른 초등학생 권정우양 다음에는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정상에 도전한다고 한다.(백두산 천지)
-정현 : 정우 다음으로 백두산 천지에간 초등학생이 되었어요.(히죽히죽~^.^)(백두산)
이 글들은 아이들이 쓴 글을 원문 그대로 실은 것입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수정 없이요.^^
* 월요일마다 한 번씩 나오는 '월간'?
각 신문사마다 신문 외에 잡지를 발행했습니다. 주간지 월간지 등 다양했죠. 쉬어갈 겸 아이들에게 퀴즈를 냈습니다.
"얘들아~ '주간'은 일주일에 한 번씩 책이 나온다는 거야. 그럼 '월간'은 얼마만큼 한 번씩 나오는 걸까?"
-창훈 : 음... 1달?
-시냇가 : 한 달이라고... 다른 사람 생각은?
-소륜 : 아! 알았다. 열 달에 한 번
-시냇가 : 열 달에 한 번씩?... 또 다른 생각은 없어? 승수는?
승수 : 난 한 달에 한 번씩 나오는 거.
이쯤 되자 아이들은 아직도 정답이 안 나온 것을 확신하며 머리를 쥐어짭니다.
-정우 : 그렇다면 10일에 한 번!
-시냇가 : 어허... 조금만 더 생각을 해봐.
그랬더니만, 한 달에 한 번이라고 맨처음 말한 창훈 군이 손을 번쩍 들고 말합니다.
-창훈 : 알았다. 그러면 월요일마다 한 번씩!
ㅋㅋㅋ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단계에 들어갔죠.
-시냇가 : 자, 이제 자기 답이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만 손들어 봐.
-정우, 소륜, 한울, 정현 : (손을 번쩍 들고) 나! 나!
한 달에 한 번이라고 말했던 승수와 창훈이만 빼고 다 자신있게 손을 듭니다. 결국 사실대로 말해주었죠. 그러자 창훈이가 '아이~ 뭐야!'랍니다. 조금 억울했겠죠? 하지만 그 이유를 말해주었더니 끄덕끄덕합니다.
* 가슴에 질문 하나 담아서 돌아오는 길
점자신문을 본 아이들이 궁금해 합니다. 종이 위에 볼록 올라온 부분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고요. 시냇가도 모르는 것이라 다음에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점자의 볼록부분에 대한 우리 친구들의 생각입니다.
-한울 : 양초 / -소륜 : 플라스틱 / -창훈 : 본드 / -승수 : 무늬 / -정우 : 기계 / 정현은 갸우뚱갸우뚱
간식 시간도 잊은 채 박물관에서 노는 바람에 버스 정거장으로 가는 길에 간신히 간식을 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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