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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스크린에는 첨단시설들의 위용과 모든 시설들이 토털세이브라인과 연결된 자동제어시스템에 의해 스스로 조작되고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엔 신축중인 거대한 플랜트현장이 나타났는데 그 수효를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인간의 형상을 닮은 로봇과 탱크처럼 생긴 로봇 등 온갖 모양의 로봇들이 각자 맡은 일들을 척척 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주변에는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스강나하르에서 우리 인간들은 노동이나 위험하고 험한 일을 하지 않습니다. 도시계획부터 토목시공, 플랜트건설, 자동화설계, 전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들은 중앙컴퓨터의 지시와 통제를 받는 로봇이 대신합니다. 모든 설비의 이상 유무는 컴퓨터가 체크하고 스스로 점검하기도 하지만, 외부의 충격 등으로 파손되었을 경우 전담로봇이 수리를 합니다.”
장내의 소란이 어느 정도 멎었다. 참석자들 모두는 얼이 빠진 상태로 멀티스크린만 응시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하나의 잘 만들어진 공상과학영화처럼 느껴졌기에 ‘어쨌든 봐둬서 손해 볼 것은 없지 않겠느냐’라는 심리가 작용했던 것이다.
“이외에도 가사를 전담하는 로봇이 있는가 하면 유아를 돌보는 로봇도 있고, 각종 연예활동이나 스포츠선수로서의 역할을 하는 로봇도 있습니다. 또 로봇이 관광가이드도 하며, 안마나 마사지 등 서비스산업에서 봉사하기도 합니다.”
장내에선 잔잔한 웃음소리가 일었다. 비록 잘 만들어진 공상과학영화라 여겨지지만 그래도 어린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등장하고 과거 인류의 일상생활이었던 장면들이 나타나자 절로 즐거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우리 유니타스는 지난 20년간 극비리에 8만여 명을 스강나하르에 이주시켜왔으며, 그들 이주민들은 대부분 과학자와 엔지니어들, 그리고 일부의 전투병력, 그리고 인류의 미래라 할 수 있는 팅거휴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스강나하르엔 그곳에서 태어난 2세를 포함 10만 8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중 우주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특수훈련과 특수군사작전을 익힌 4,300여 정예 병력들이 스강나하르를 지키고 있습니다.”
멀티스크린은 마지막으로 막강한 방위력을 보여주는 첨단무기들의 기동장면들을 보여주었다. 1인승 <벰파이어 스페이스> 전투기들이 수직 이착륙과 순간발진 장면을 연출했다. 그 전투기들은 수직으로 떠오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이 전투기들은 이착륙뿐만 아니라 출격목적지나 요격대상물까지 모두 초집적 지능헤드 에니악에 의해 조종됩니다. 전투원이 조종간 좌석에 앉는 순간 모든 기기들은 자동으로 제어가 되고, 이륙에서 최고속도 3<다이징>까지는 0.3초 밖에 소요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1다이징은 지구속도로 초속 12만 킬로미터입니다.”
전투기들은 밋밋하고 동글동글한 형태가 언뜻 보기엔 돌고래를 본뜬 듯했다. 크기도 작아 평균 신장을 지닌 어른이 팔을 넓게 벌린 크기에 못 미치며 어른 둘이 양쪽에서 번쩍 들어 보일만큼 가벼웠다. 전투기라기보다는 과거 유원지에서 흔히 보이는 범프카 수준이었다. 장난감이라면 모를까 도무지 전투에는 어울리지 않을 연약한 모습을 지녔다.
“그리고 이 전투기들은 미사일이나 레이저 등 재래식 무기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어떤 목표물이든 선택적으로 분해시켜 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한 전투기가 이해력을 돕기 위해 하늘 높이 치솟은 2,100층짜리 멤사스센터 중간 층 쯤의 한 대형유리창에 붙여놓은 10센티미터 정도의 황금으로 만든 하트를 3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공격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는 마치 바닷가의 너른 백사장에서 모래 한 알만을 선택하여 사라지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전투기의 모습이 언뜻 보이더니 황금하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멀티스크린은 멤사스센터의 그 유리창이 아무런 손상도 없이 원상태 그대로임을 보여주고, 다시 전자현미경으로 백만 배 확대하여 황금하트가 미세한 원소가루로 변해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 전투기는 폭발에 의한 파괴력, 방사능이나 독성 등을 이용한 그 어떠한 재래식 형태의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단지 목표물만을 선택하여 그 목표물이 지닌 특성을 분석, 진동의 강약으로 목표물의 구조를 와해시켜 애초에 그 목표물이 지닌 기본원소로 환원시킴으로써 그 목표물 특성자체가 흔적 없이 사라지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목표물과 특성을 달리하는 물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방사능이나 소음, 파편의 확산으로 인한 피해는 전혀 없습니다.”
대회의장 안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아무리 과학의 세계가 도깨비방망이 같다한들 화면만 보고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단상 위로 뛰어 올라 갔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 맞지요?”
- 제14회에서 계속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