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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은 중요한 과목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고등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대학입시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의 교육 현실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현실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체육 교사 김기정(46)씨는 ‘구령대에 올라가 자기 이름 크게 소리쳐 불러보기’ ‘하고 싶은 욕 종이에 실컷 쓴 다음 찢어버리기’ ‘마음 버리기’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의 몸 마음을 챙겨준다. 아이들에게서 특이한 선생님이라 불리기도 하는 그는 자신 역시 마음수련을 통해 편안해졌기에 생각해낼 수 있는 방법들이었다고 한다. 서울 잠실고등학교 체육 교사 김기정씨의 마음공부 이야기를 들어본다. ‘하늘만큼 넓어지기’ 가르치는 ‘특이한’ 체육 선생님 시험 기간. 담임선생님 김기정씨의 종례가 끝나자 학생들은 내일 시험을 걱정하며 웅성웅성 빠져나가고 학교는 어느새 텅 빈다. 공놀이하는 아이 하나 없는 적막한 운동장. 대학입시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 고등학교의 현실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그럼에도 텅 빈 운동장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건 그가 체육을 가르치기 때문일까. 한창 자라는 아이들, 운동으로 풀어내지 않으면 아이들로서는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김기정씨는 체육시간이 없다면 아이들은 다른 식으로 발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체육시간을 제일 좋아해요. 어른들도 ‘체육은 너무 중요한 과목이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교과를 짤 때는 그게 안 되죠.” 때문에 일주일에 2시간, 혹은 1시간의 체육시간이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잠실고 학생들은 김기정씨를 ‘특이한 선생님’이라고 한다. 농구, 축구, 배구 같은 운동 말고도 그만의 독특한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체육 외에 ‘진로와 진학’ 시간도 맡고 있는 그는 아이들과의 시간이 주어지는 대로 ‘구령대에 올라가 자기 이름 크게 소리쳐 불러보기’ ‘하고 싶은 욕 종이에 실컷 쓴 다음 찢어버리기’ ‘잔디에 누워 하늘 바라보기’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 써보기’ 등을 한다. 수업을 해본 아이들은 ‘속이 시원했다’ ‘마음이 넓어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이렇듯 김기정씨가 아이들의 마음까지 살피고 헤아리게 된 것은 그 자신이 마음수련을 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1998년, 그는 친구의 권유로 마음수련을 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쌓아온 힘든 마음들을 버려 본래의 맑고 편안한 마음을 되찾아 살게 된다는 마음수련.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있을까. 그는 지난날들을 떠올려 버리기 시작했다. 초등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6남매를 혼자 키워내야 했던 어머니, 중3 무렵부터 늘 사는 건 재미없다고 느끼던 자신, 밤이 새도록 ‘사람은 왜 사는지’를 고민했었다.
‘왜 사는가’ 고민, 마음수련하며 풀려 누구와도 대화가 안 된다는 좌절, 철저히 혼자라는 외로움. 대학생이 되어도 군대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여행도 많이 다녔지만 어떤 산, 바다도 그를 감동시키지 못했다. 교사가 된 후에는 학생들에게 실망했고, 교사라는 직업에 절망하기도 했다.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게 하는 아이들, 자존심을 건드리는 아이들, 사고치는 아이들, 교사로서의 한계를 느끼게 했던 순간들…. “마음 버리면서 알았어요. 사는 게 재미없었던 이유는 엄청난 욕심 때문이었다는 걸 말입니다. 완벽하게 즐겁게, 완벽하게 자유롭게, 마음껏 누리며 삶을 살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아예 처음부터 아무것에도 의욕을 갖지 않았던 거였죠.”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을 존중하는 완벽한 선생님이 되겠다는 욕심…. 때문에 나는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있다고 믿었고, 그것은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에게 불만을 갖는 원인이 되었다. “부끄러웠어요. 그리고 감사했죠. 원인을 아니까 버릴 수 있더라구요. 아이들 대하는 게 정말 편안해지는 겁니다. 내가 먼저 다가서게 되고, 마음이 넉넉해지니까 무슨 일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화도 훨씬 안 내게 되고요.” 그러던 어느 날 김기정씨는 스스로도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매일 지각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예전에는 늦게 왔다고 혼내고 핑계 댄다고 혼내고 그랬거든요. 근데 그날은 제가 아이의 핑계를 끝까지 다 들어주고는, ‘마음 버리기’를 알려주더라구요. 자꾸 늦잠을 자는 데는 원인이 있을 거 아니에요. 먼저 그걸 찾게 도와주는 거죠. 다음에 그 원인을 찾아서 버리면 지각은 없어질 거니까요.” 아이들에게도 마음은 쌓여 있고 그 마음들은 나쁜 습관으로 표출되곤 한다. 김기정씨는 아이들에게 마음 버리기의 원리와 방법을 가르쳐주고 틈틈이 해보라고 권해왔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선생님으로서 그처럼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거였다.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돈엽 학생의 변화는 확연했다. 선생님의 사랑 느낀다는 아이들 “운동을 싫어해서 체육시간이면 항상 구석자리에 앉아 있고 그랬거든요. 근데 지금은 적극적으로 해요. 애들한테 잘한다는 소리도 듣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수련한 게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체육 싫어하는 마음을 계속 버렸거든요.” 학급회장 황정훈 학생은 “자꾸 잊어버려서 잘 못한다는 아이들, 몇 번 해보았지만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는 아이들, 귀찮다는 아이들, 반응은 다 다르지만 단 한 가지만은 같다”고 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챙겨주고 싶다는 그가 또 하나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 “나중에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거나 사회인이 되어서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릴 때, 체육 선생님이 마음 버리기를 가르쳐줬었지, 하고 기억해줬으면 하는 거예요. 살다 보면 마음을 돌아보고 싶을 때가 오잖아요. 제가 해준 이야기들이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언제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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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기정 선생님~ ^^*
우와 멋진 선생님.. ^^
오빠~~ 잘 지내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