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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우수작품상|
이달의 우수작품상 선정 발표
3월의 우수작품상 선정 결과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수상 작품
동시 부문: 나무 (이병승 작, 어린이책이야기 겨울호)
동화 부문: 거실에 있는 큰 코끼리 (백승자 작, 아침햇살 겨울호)
•심사위원
예심위원: 송재진 민현숙 박선미 손수자 이지현 유효진
본심위원: 조두현 오순택 김문홍 소중애
시상 내용: 상패와 기념품
시상식: 2012년 정기총회 시
•심사 경위
3월의 우수작품상 역시 운영 규정을 준수하였다. 이번에는 <월간문학 2월호>, <어린이와문학 1월호>, <아동문예 1, 2월호>, <동시문학 겨울호>, <어린이와 문학 겨울호>, <새싹문학 겨울호>, <아침햇살 겨울호>에 실린 회원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하였다. 예심을 통해 본심 추천 작품(동시 4편, 동화 4편)을 뽑았으나, 동시의 경우 본심위원의 작품이 본심에 올라왔기 때문에 공정한 심사와 규정에 의해 부득이 제외시켰다.
2011년은 우수작품상 선정이 가능한 많은 회원들의 창작열을 돋우고 격려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회원들에게 수상의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대상 문예지의 영역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며, 엄정한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3월의 우수작품상 심사평-동시 부문
위로와 구원이 되는 동시
이웃 나라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이로 인한 원전 사고와 방사능 유출 뉴스, 여기에 더해 지구 저편에서는 M혁명으로 불리는 민주화 시위 확산과 시민들의 희생, 리비아 공습. 이런 지구촌 소식에 가슴이 답답했었다. 그러던 차에 그나마 마음에 위안을 갖게 하는 두 편의 동시를 접하게 되었다. 이번 본선에 올라온 두 작품 모두 삭막한 세상에서 어떠한 마음을 갖고 살아야 될지 일깨워 준다. 동시가 살벌한 문명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고 구원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문학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작품 가운데 선뜻 어느 작품에 손을 들어 줘야 될지 망설여졌다. 시가 주는 메시지가 비슷하고 두 시인의 시적 역량 또한 별로 나무랄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시적 완성도가 더 뛰어나다고 판단되어 이병승 시인의 ‘나무’를 이달의 우수작품으로 선정했다. 나무는 온몸이 새를 잡는 무기인 새총 모양이지만 무장하지 않고 그 누구를 겨냥하지 않는다. 꽃 피우고 열매 맺고 자신이 할 일에 충실하다. 거기에 생명이 깃들고 늘 평화가 넘친다. 메시지는 크지만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았기에 표현이 아주 쉽고 공감이 가는 시가 되었다. 그것이 바로 동시문학이 갖는 매력일 것이다.
이 우수작품상 선정이 수상자가 계속 더 좋은 시를 쓰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 봄날에 제발 아픈 소식은 그치고 평화의 메시지만 날아들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 오순택 조두현
•3월의 우수작품상 심사평-동화 부문
가슴속을 은근하게 데워 주는 조용한 울림
예심에서 올라온 작품은‘장난꾸러기 우리 할머니는’,‘어찌 이런 일이’,‘평화가 평화롭기 위해’,‘거실에 있는 큰 코끼리’등 4편이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작품으로는 기존의 구태의연한 동화적 발상을 뛰어넘는 형식으로서의 새로운 시각, 그리고 가슴을 은근하게 데워 주는 내용으로서의 깊은 울림이 있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러한 기준에 약간 못 미치는 앞의 두 작품은 밀려나고, 형식의 새로움을 보여 준‘평화가 평화롭기 위해’와 내용의 깊은 울림을 준‘거실에 있는 큰 코끼리’가 최종적으로 남았다.
앞의 작품인‘평화가 평화롭기 위해’는 중편 분량으로 그 형식이 새로웠다.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우화적인 발상으로 ‘지금 이곳’의 당면한 문제성을 천착한 작품으로 시의적절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주제가 작품 속에 용해되지 않고 그 거친 촉수를 겉으로 드러낸 듯한 미학적인 흠, 동어 반복적인 장면의 유사성에서 오는 교시적 기능의 강화, 그리고 일차적 독자인 어린이의 수용에 있어서 다소 무리가 있어 망설여졌다.
그래서 조금 새로움이 덜하긴 하나 가슴을 은근하게 데워 주는 깊은 울림이 강한 백승자의‘거실에 있는 큰 코끼리’를 3월의 우수 작품으로 선정하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 작품은 지구촌의 이웃인 다른 민족을 우리의 새로운 가족의 일원으로 품어야 한다는 시의적절한 주제, 주제를 형상화하는데 있어서 물 흐르듯 한 유려한 구성의 기법, 읽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그러면서도 은근하게 데워 준 깊은 울림이 크게 다가왔다. 가장 큰 미덕은 결코 흥분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독자에게 접근하는 자연스러움이었다.
-심사위원: 김문홍 소중애
∣3월의 우수작품상∣
나무
동시∣이병승
나무는 온몸에 새총을 가졌어요
커다란 새총
작은 새총
y y y y y
Y Y Y Y
하지만 나무는
고무줄을 매지 않고
누구를 겨누지도 않았어요
꽃으로 장식하고
열매로 장식하고
잎사귀로 가렸어요
그래서 새들이 날아오고
다람쥐가 놀러오고
바람도 쉬어 갔어요.
•수상 소감
문학의 아르케, 아동문학을 생각하며
십수 년 전부터 제가 인터넷에서 써 온 닉네임은 아르케(arche)입니다. 만물의 기원, 시초를 뜻하는 이 말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한국아동문학인협회 3월의 우수작품상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문학의 아르케는 아동문학이다,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성인 시와 소설이 해체로 나아가면서 독자와 소통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는 즈음에, 아동문학은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이해하고 향유하며 소통할 수 있는 작품으로 독자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저는 참 좋습니다.
또 아동문학은 현실의 선과 악, 미와 추를 세밀하게 보면서도, 인간의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사랑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는 참 좋습니다.
성인 시도 함께 쓰고 있지만 동시를 쓸 때 참 많이 행복합니다. 함께 가는 동료들이 많이 있어 기운이 납니다.
첫 동시집 <초록 바이러스>를 낸 이후 여러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이제 내 동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고민하던 차였습니다. 우수 작품으로 선정되어 무척 기쁘고 힘이 납니다. 심사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격려와 더불어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겠습니다.
•약력
1989년 <사상문예운동> <실천문학의 시집>으로 등단하였다. 2009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푸른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 수상. 2011년 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지원금을 받았다. 장편동화 <빛보다 빠른 꼬부기> <차일드 폴> 동시집 <초록 바이러스> 등이 있다.
∣3월의 우수작품상∣
거실에 있는 큰 코끼리
동화∣백승자
<1>
언제부턴가 잠자리에 들기 전 책상 서랍을 여는 버릇이 생겼다.
하루 일을 다 끝내고 호젓하게 서랍 속을 뒤적이는 일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필통과 용수철 공책과 코끼리 인형을 꺼내 한 번 쓰다듬고 도로 넣는다.
그리고 내가 가장 아끼는 해리포터 원서를 들고 침대로 간다. 지금 나의 영어 실력으로 띄엄띄엄 읽고 있지만 그 두꺼운 영문판 책을 언제나 다 뗄 것인가. 우리말 동화책 읽듯 휘리릭 책장을 넘길 날을 꿈꾸는 중이다.
서랍에 든 것들은 미국에 유학 가 있는 사촌 형이 보내 준 것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문 대학에 다니는 욱이 형.
"남의 나라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용돈을 아껴 사촌동생 선물을 사 보내는 형이 또 있겠니! 욱이는 문화재감이야."
나도 물론 엄마 말씀에 동의한다.
열두 살과 스물한 살, 내가 태어났을 때 욱이 형은 이미 초등학생이었다고 했다.
동생을 갖는 게 소원인 형은 사촌 동생이나마 생긴 게 그토록 기뻤다고 했다.
언젠가 욱이 형이 재미있는 미국 속담을 알려 준 적이 있다.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거실에 있는 커다란 코끼리’ 라는 뜻이라고 했다.
"거실에 코끼리 한 마리가 있는데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면 어떤 의미겠니?"
에이, 형이 또 곤란한 질문을 한다.
"모두가 외면하는 진실, 불편한 채 익숙해져 버리는 어떤 상황…. 누구나 그런 일에 처할 때가 있을 거야. 누가 봐도 뭔가 이상하고, 꼭 얘기를 꺼내거나 물어 봐야만 할 것 같은 큰 일이 생겼는데 아무도 말을 안 꺼내고 다들 꾹꾹 참고 있는 경우."
형의 설명에 비로소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 예의 없는 일인 것 같고,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봐 참고 넘어가는 상황."
"오호, 우리 결이가 제법인데! 뭔 말을 꺼내기만 하면 척척 알아들어?"
형과 나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펄쩍 뛰어올랐다.
<2>
설 하루 전날이다.
큰아버지 댁에 가는 길은 고속도로가 아무리 막혀도 신이 난다. 더구나 추석에는 없던 욱이 형이 방학을 맞아 와 있다니 그야말로 기대되는 명절이다.
"결이 형, 또 나 빼놓고 욱이 형이랑만 놀 거야?"
현이는 벌써부터 자기가 왕따 될까 걱정인 모양이다.
"나도 형들이랑 같이 놀고 싶어. 형들은 공부한다고 방에 들어가서 문 닫고 재미있는 얘기만 하면서…. 꼬맹이라고 비키라는 건 기분 나빠! 형들은 뭐 여섯 살 때가 없었냐?"
따다다다다, 여섯 살배기 말이 어찌나 빠르고 정확한지 속사포를 쏘는 것 같다.
어이없어 입을 딱 벌린 나와 달리 엄마와 아빠는 뒤를 돌아보며 환하게 웃으신다.
"옳고말고! 우리 현이 말솜씨를 누가 당해 내랴!"
현이는 더욱 신 나서 온갖 수다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보이는 것마다 이야깃거리가 되는 신기한 녀석이다.
어쨌든 귀는 좀 따가웠지만, 현이 덕분에 지루한 줄 모르게 큰아버지 댁에 도착했다.
"형이다!"
욱이 형이 어느새 달려와 차문을 열어 주며 맞았다.
"어서 오세요, 작은아버지, 숙모님!"
그리고 나와 현이 어깨를 안아 주었다.
일 년 만에 보는 욱이 형은 키도 더 커지고 턱수염도 거뭇해서 진짜 어른 같았다.
"와, 멋진 조카! 우리 결이가 더도 덜도 말고 꼭 욱이처럼 크면 소원이 없겠다!"
엄마는 또 욱이 형 타령이다.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께 절을 올리고 각자 할 일을 찾아 일어섰다.
"저희도 좀 거들까요?"
욱이 형은 부엌을 들여다보며 옷소매를 걷어붙인다.
"자, 욱이와 결이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렴. 어서!"
엄마가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만날 때마다 욱이 형을 내 과외 선생님으로 몰아붙이는 작전이다. 작은 방에 둥근 상을 펴 놓고 내 가방 안의 문제집들을 어느새 꺼내 놓았다.
"와, 숙모님도 참. 이런 날은 좀 봐 주시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형은 내 엉덩이를 슬쩍 떠밀어 작은 방으로 들어앉힌다.
"히히! 우리 뭐 할까?"
나는 애써 문제집들을 외면하고 형 눈을 들여다본다. 언제나 그랬듯이 형은 흥미롭게 말문을 연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보다 형을 통해 듣는 세계 역사나 우주 과학 이야기… 그 신비로움을 나는 스펀지처럼 흡수해 간다.
<3>
"더 올 사람 없을 테니 대문 잠그마."
밤이 이슥해지자, 할아버지는 대문을 닫고 마당의 전깃불마저 꺼 버렸다.
하지만 저녁밥을 먹자마자 꿈나라로 간 잠꾸러기 현이 빼고는 모두 잠잘 생각이 없어 보였다.
큰아버지 내외와 우리 엄마 아버지는 거실에, 나와 욱이 형은 작은 방에 들어앉아 밀린 이야기가 끝이 없는 시간이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큰아버지가 달려 나가고 우리도 밤손님이 궁금해 창을 열었다.
“아버지, 철호예요. 막내가 왔어요.”
잠잠하던 집 안에 큰아버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막내 삼촌이셔."
욱이 형이 내 귀에 속삭였다. 막내 삼촌은 어린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현관에 들어섰다. 너댓 살쯤이나 되었을까. 우리의 눈길은 모두 유난히 까무잡잡한 얼굴에 이마와 입이 튀어나온 작은 아이에게 쏠렸다.
"아버지…."
삼촌이 할아버지 앞에 깊이 머리를 숙였다. 아무 말 없는 할아버지 눈에 얼핏 눈물이 비치는 걸 나는 보았다.
무슨 사정이었든 몇 년째 소식 끊고 살아 온 막내아들. 홀로 남은 할아버지의 걱정과 그리움이 얼마만 했을지 알고도 남을 일이다.
"어서 오세요, 도련님. 그럼요, 이렇게 오셔야지요. 이제야 명절 기분이 제대로 나네…."
큰어머니가 아이를 안았다.
낯선 품에 안긴 아이는 울 듯한 표정으로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다.
우리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할아버지와 막내 삼촌의 움직임을 따르고 있었다.
"앉아라."
할아버지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인같이 기죽은 모습으로 절을 올린 삼촌이 비로소 눈을 들어 모인 가족들과 눈을 맞추었다.
"오, 욱이구나! 결이도 많이 컸네…."
몇 년 만에 보는 삼촌은 처음 보는 사람처럼 어색했다. 내가 현이만 할 때만 해도 군밤을 구워 주고 나를 목마 태우고 온 동네를 돌았던 삼촌인데 말이다.
거실에 무거운 침묵이 맴돌았다.
"수지? 수지라고 했지? 이리 오렴. 아빠 닮아 귀엽게 생겼네…."
"맞아요. 동그란 이마랑 갸름한 턱 선이 꼭 아빠네 뭐."
큰엄마와 우리 엄마가 아이를 끌어안고 말문을 열었다.
"큰엄마가 머리끈 다시 묶어 줄게."
"이렇게 예쁜 딸이 생겼으면 진작 보여 주셨어야지요. 우리 집안에 딸이 귀한데 얼마나 좋아!"
엄마와 큰어머니의 노력에도 어색한 분위기는 풀리지 않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욱이 형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만 지었다.
모두들 수지를 귀엽다고만 할 뿐 막내 숙모에 대해서는 말문을 열지 않았다. 그 동안 어디서 살았는지, 결혼식은 했는지, 삼촌이 왜 아내를 데려오지 않았는지….
궁금한 게 산더미 같았지만 서로 눈치만 보며 잠자리에 든 것이다.
<4>
설날 이른 아침.
막내 삼촌까지 더불어 차례 상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때, 초저녁부터 잠들어 있던 현이가 부스스 눈을 비비며 나왔다.
막내 삼촌을 기억할 리 없는 현이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마침내 수지를 향해 한방의 속사포 터뜨렸다.
“어? 너 누구야? 외계인인가? 엄마, 얘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잖아요?”
수지를 손가락질하며 소리 지르는 현이 때문에 모두 당황했다. 긴 곱슬머리가 헝클어져 바구니를 쓴 것 같은 수지가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현이를 싸안다시피 작은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궁금한 게 많은 현이를 황급히 달래고 이해시키느라 진땀을 흘리실 게 뻔했다.
한참 뒤, 현이가 다시 해맑아져서 나오며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 사촌 동생아."
그러나 수지는 몸을 홱 돌려 버렸다.
"너 엄마는 어딨어? 왜 같이 안 왔어? 설날에는 헤어진 가족들이 다 모이는 거라는데…. 그리고 우리는 사촌인데 왜 처음 만나?"
현이는 원래 한두 가지 질문으로 끝나는 법이 없는 녀석이다. 아무래도 궁금한 게 풀릴 때까지 수지를 달달 볶을 태세다.
"나도 엄마 있어. 할아버지가 '와라' 그러시면 울 엄마도 온댔어."
수지의 똑부러진 대답에 삼촌도 흠칫 놀라는 눈치다.
"할아버지, 들으셨어요? 빨리 수지 엄마한테 '와라' 그러세요. 얘도 엄마가 보고 싶을 거 아니에요? 아, 무선전화기 갖다 드릴까요?"
할아버지는 순간 헛기침을 하고, 큰아버지 큰어머니, 우리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삼촌은 말없이 두 아이만 쳐다볼 뿐이었다.
"허허, 우리 현이 녀석이 해결사로 나서네…!"
큰아버지가 가장 먼저 크게 웃음을 터뜨리자 금세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
나는 욱이 형을 방으로 잡아끌었다.
"형!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너무 궁금해서 욱이 형의 허리춤을 흔들었다.
"네가 짐작하는 대로야. 할아버지의 허락을 얻지 못한 채 막내 삼촌이 외국인 아내를 맞았고 수지를 낳은 거겠지."
형은 잠깐 사이 다문화 가정에 대해 설명을 보태 주었다.
그리고 현이와 수지도 방으로 불러들였다.
"한 욱, 한 결, 한 현, 한 수지. 내일 우리 사촌끼리 나란히 사진 한 장 찍어 두자."
"오, 그거 재미있겠다!"
나도 처음으로 수지를 한번 안아 보았다. 스무 살 넘은 대학생부터 다섯 살 수지까지, 우리가 한 집안의 핏줄을 나누었다는 사실이 실감나면서 문득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러니까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 거실의 코끼리를… 우리 현이가 잡은 거잖아?"
형이 현이를 번쩍 치켜들었다.
"어? 난 코끼리 못 봤는데?"
"어쨌든 커다란 코끼리를 잡은 건 너라니까!"
나는 순진무구한 현이한테 달려들어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그 모습을 본 수지가 손뼉을 치며 환하게 웃었다.
삼촌이든 사촌이든 모두 입 모아 웃으며 맞은 설날 아침, 한겨울 햇볕이 유난히 화사했다.
•수상 소감
고맙습니다…
수묵화 시작한 지 두 해 넘어, 이제 겨우 붓 잡는 게 평안한 정도가 되었다.
최근 우연히 무명천에 들꽃 수를 놓기 시작했다. 색실과 바늘만으로 애잔한 꽃밭이 일구어지는 감동이 크다.
마음 쉬려고 시작한 일에 밤새우기 일쑤… 동화 쓰는 일로는 그만큼 행복했던 기억이 없다.
인디언들은 영혼이 미처 못 따라올까 봐 문득 바쁜 걸음 멈추고 뒤돌아본다던가.
…띄엄띄엄, 쉬엄쉬엄 가려 한다.
얼마 전, 동인지에 쓴 저의 근황입니다.
이런저런 구실로 동화 쓰는 일에 오래 게을렀습니다.
쓰는 일보다 좋은 작품 찾아 읽는 일이 오지게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우수작품'이라고 이름 붙여 주신 코끼리 이야기는, '동화'를 저만치 밀어두고 딴 짓만 하는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걸 눈여겨봐 주셨다 생각하니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꼭 가야 할 길로 찾아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약력
1960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자랐다.
1988년 전국 마로니에 여성백일장 아동문학 부문 장원, 아동문예 동화 부문 작품상으로 등단하며 한때는 부지런히 쓰고 책을 내기도 했다.
1997년 한국아동문학상 수상, <어미새가 사랑하는 만큼> <호수에 별이 내릴 무렵> <엄마는 나만 미워해> 등의 창작동화집과 그림책을 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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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병승 선생님, 백승자 선생님, 수상을 축하드리고 좋은 작품 잘 감상하고 갑니다. (^.^)
이름을 바꾸서 누군가 했어요. 여기서 보니 정말 반가워요.
ㅎㅎ 이규희 선생님! 저는 수상자선생님들 이름을 잘못 적었나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직 책도 나오지 않은 새까만 신인이라 기억하기 쉬운 이름 쓰려고 필명을 택했답니다.
선생님도 건강하시죠? ^---^
권타오 선생님이 누구신데요? 너무 특이한 이름이라 궁금합니다!
안선모 선생님! 저는 그작년에 간신히 등단하고 올봄 열린아동문학에 엄마의 피아노
시와 동화에 기저귀를 찬 천사를 발표한 늦깍이 신인이랍니다.
유명하신 선생님이 관심을 주시니 송구함이 가득... ^^*
우와, 두 선생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3월 우수작품상 수상하시는 두 분께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꽃 피는 봄, 좋은 소식이네요. 두 분 축하드립니다.
매달 편지처럼 기다려지는 소식^^ 이병승 선생님, 백승자 선생님 두 분 축하드립니다. 창밖에 꽃이 가득한 봄날입니다..^^*
축하드려요. 새봄처럼 환한 소식....
제 마음에도 봄꽃이 피었습니다.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백승자 선생님, 이병승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두 분께 축하를! *^^*
나뭇가지들도 열심히 꽃을 피워내며 축하해주고 있네요. 이병승 선생님, 백승자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두 분 선생님, 우와~~~왕축하드려요~~~
다시 한번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두루두루 부끄럽기도 하고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두 분 축하합니다! 교재로 좀 쓸게요.
이 봄에 행복을!
이병승님, 백승자님, 축하드립니다. 늘 건강 건필을 빌며 이준섭 드림
두 분, 모두 축하 축하 드려요. 백승자 선생님, 이병승님... 날로 날로 건필하세요.
축하하고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축하합니다
늦었네요. 우수상 수상하신 두 분께 축하드립니다.
저도 늦었네요. 수상하신 두 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