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선교편지
1. 죄송하고 ..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힘 내겠습니다..

약 1년만에 보내는 선교편지인 것 같습니다. 참 간이 큰(?) 선교사 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선교지의 소식을 전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몇 번이나 선교편지를 쓸려고 했으나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 많은 분들의 요청에도 선교서신을 보내지 못한 것 다시 한번 송구합니다.
작년 6월 큰 아들 하린이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온 가족이 충격과 슬픔속에서 약 1년간을 슬픔과 절망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1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 하린이가 불쑥 현관문을 열고 환하게 웃으며 씩씩하게 들어올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에겐 참으로 든든하고 마음이 따뜻한 장남이요, 부모를 이해해주고 집안일과 선교사역을 도와주었든 동역자였고 특히 막내 한나를 끔찍이도 아꼈든 아빠같은 큰 오빠였습니다.
‘예수님처럼 낮고 작은 자들과 이웃하며 지내라’고 이름을 한자로 아래 하(下) 이웃할 린(隣)으로 지어서인지 살아생전 늘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깊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감독이 되어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영화,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치유해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정식으로 배우지도 않았지만 피아노치는 것을 좋아해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를 즐겨했고 매주일 선교지에서는 예배반주를 하며 저희 선교사역을 도왔습니다. 이런 든든한 하린이가 저희 곁에 없다는 현실이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픕니다.
‘제 자식하나 지켜주지 못하면서 무슨 선교를 하며 목사냐고?’하루에도 수십 번씩 저 자신을 원망해보고 자책하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힘들게 보내야만 했습니다. 올 1월, 아내와 두 아이가 한국에서 다시 필리핀으로 오기까지 낮에는 의도적으로 선교현장에서 바쁘게 제 육신을 혹사했고, 밤이 되어서는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와서 저만의 어두운 동굴 속에 들어가 날이 밝을 때까지 잠 못 이루며 혼자 영혼의 밤을 지새워야했습니다. 길거리에서 20대 또래 남자아이들만 봐도 가슴이 메이고 눈물이 핑 돕니다. 흔히들 죽은 자식은 부모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막상 이것이 저의 현실이 되고보니 이런 상황이 너무 가혹하고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주민등본을 발급받았는데 하린이의 이름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을 때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가끔 '자녀가 몇 명이세요?'라고 묻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내 한나가 큰 오빠를 보고 싶다고 조를 때 가슴이 먹먹해 오기도 합니다. 아마 저희 가정이 평생지고가야 할 십자가요, 아물지 않는 가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둘째 한슬이는 작년에 고등학교를 휴학해서 올 8월에 다시 필리핀 현지에서 고2로 복학할 예정이고, 막내 딸 한나는 얼마 전부터 필리핀 현지 유치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다음 달 9일이면 벌써 하린이가 떠난지 1년이 되어갑니다. 무슨 세월이 그리도 빨리 지나는지...... 돌아보니 혼자가 아니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상실로 인한 절망과 고통가운데 신음하고 있을 때,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 수 없을 때, 자신의 아픔처럼 함께 울어주시고, 함께 아파해 주시고, 간절히 기도해 주시고, 슬퍼하는 저희 가족들의 손을 잡으시며 위로해 주시고, 새롭게 일어날 수 있도록 기운을 불어넣어 주신 많은 분들에게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귀한 분들을 만나게 하시고 보내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시간 동안 '왜 이러셨냐고 왜 이렇게 하셔야만 했냐'고 수 십번도 더 하나님께 따지고 원망했습니다. 아직 그 답을, 그 의미를 알 순 없지만 최근에는 그래도 20년 동안 가슴이 따뜻한 하린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고 고맙다는 고백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주 많이 미치도록 보고 싶다고.....
나아가 선교사이지만 그동안 ‘육신의 가족의 울타리에 갇혀 있던’저 자신을 발견하면서 앞으로 제가 품고 돌보며 축복해야 할 자녀가 육신의 자녀 뿐만 아니라 영적 자녀들로 그 지평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을 주님께서 주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저의 선교현장에서 주님이 제게 맡겨진 수많은 영적인 자녀들을 위해 슬퍼하며 기도하는 거룩한 울보로 살아갈 것입니다.
하나님의 선교에 함께 동역하는 모든 교회와 성도님,
다시 한번 그동안의 기도와 따뜻한 위로, 격려에 감사드리고 저희 가족들도 힘내겠습니다. 물론 여전히 하루에도 몇 번씩 고통스럽고 마음이 무너짐을 경험하는 질그릇같은 연약한 종임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 상처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선용되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 시대 하나님 나라의 거룩하고 신실한 종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계속적으로 기도 부탁드립니다.
2. 건축 보고
가정적으로는 힘든 시간이였지만 하나님께서는 몬탈반 선교현장을 축복하셨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변화와 성장을 경험케 하셨습니다. 특별히 몇몇 귀한 한국교회들을 통하여서 선교지에 꼭 필요한 건축을 하게 되어 얼마나 감사하지요. 이런 일들은 먼저 대구침산교회 여전도회에서 몬탈반에 땅을 구입해 주셨고, 남선교회에서는 담장공사를 흔쾌히 감당해 주셔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터 위에 대구태전교회가 임마누엘 교회를, 울산 길선교회에서 까사마 다목적코트를, 대구 원대 교회에서 빡아사 교육선교센터를 건축해 주셨습니다. 이 건물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복음과 사랑이 이 지역에 생명의 강물로 넘쳐흘러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임마누엘 교회 전경]

[까사마 다목적 코트]

[건축중인 빡아사(소망)교육선교 센터]

3. 몬탈반 시와 협력체결 및 감사장 받음
일방적인 선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교에서 협력과 상호인정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감사하게도 지난 4년 선교의 열매로 몬탈반 시와 공식적으로 몬탈반 지역 개발을 위해 공식적으로 협력관계를 맺게 되었고, 감사장도 받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몬탈반시와 서로 신뢰 관계속에서 협력 선교를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몬탈반 시장과 상호협력서를 서명한 후]

[지난 부활주일 첫 어른예배를 드린 뒤]

4. 교회 및 행사 보고
1) 임마누엘 교회
매주일 아침 9시에 노랑티셔츠를(교회 단체티)입은 아이들이 교회로 몰려옵니다. 인원이 300명이 넘어 교회 안이 비좁아 다목적코트에서 매주일 예배와 성경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는 여름성경학교를 통해 집중적으로 성경공부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고, 마지막날에는 수료증, 우수학생 시상, 수영장에서 시원한 물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청소년부도 매주 오후에 자체적으로 예배와 친교시간을 가지고 있고 지난달에 몬탈반 4개교회 청소년 연합캠프를 가졌습니다. 100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저희 교회와 다목적코트에서 2박 3일 숙식하며 성경공부, 리더쉽 강의, 교제를 나누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부활절부터 드디어 임마누엘 교회 어른 예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약 50명 정도 인원이 모여 감격적인 첫 예배를 드렸습니다.
[주일학교 예배 후 다목적 코트에서]

[8개 마을대항 배구시합 결승전]

2) 까사마 다목적 코트
* 2월 : 8개 마을대항 스포츠 페스티벌(배구, 농구), 민속춤 경연대회, 한국음식 배우기
꾸보(필리핀 전통집) 만들기 시합, 필리핀 음식경연대회가 펼쳐졌습니다.
* 3월 : 바랑가이(한국의 동, 구청) 주최로 의료선교를 했습니다.
* 5월 : 몬탈반 4개교회 청소년 연합캠프 및 체육대회 / 로넬 전도사 결혼식 피로연
3) 빡아사 교육센터
* 5월 현재 건축중
* 6월 5일(수) 헌당감사예배 예정 (대구원대교회)
* 앞으로 오전 - 어린이집 / 오후 - 공부방 / 주말 - 청소년 악기교실로 사용되어질 예정입니다.
5. 지역사회 디아코니아 - 망고트리 하우스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와 관계성을 맺으며 교회만을 위한 선교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섬기는 선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몬탈반의 특별히 어려운 계층인 쓰레기마을, 산족마을, 집단 이주민촌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선교의 장들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감사한 것은 쓰레기마을에 제 1호 공부방 겸 예배처소가 건립되었습니다. 지난 1월달에 서귀포제일교회 단기선교팀이 오셔서 공부방 겸 예배처소를 건축하였고 이름을 '망고트리 하우스'라 붙였습니다. 이 곳에서는 매주 토요일에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평일에는 목욕사역 및 아이들과 공부방, 놀이, 성경공부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책, 걸상 등이 구비되지 않아 애로사항이 있지만, 조금씩 준비하며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고 있습니다.
[망고트리 하우스에서 예배 후]

6. 동역자들 소식
1) 로넬 전도사의 결혼
축복해 주십시오. 노넬전도사가 5월 1일(수) 결혼예식을 임마누엘교회에서 올렸습니다. 신부는 그동안 로넬전도사를 따라 함께 교회에서 봉사했던‘레이첼’입니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두 사람이 많은 사람들의 축복속에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며 살도록 축복기도해 주세요.
2)엘레인 전도사의 신학교 졸업
축하해 주십시오. 저희와 가장 오래 함께 사역했던 엘레인 전도사가 지난 3월 15일(금) 아태장신대 기독교교육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엘레인 전도사는 현재 방과후 공부방과 전체 주일학교 교육담당으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3) 사역자들 - 한국방문 예정
그 외에도 함께 사역하고 있는 에밀, 라니, 졸젠, 마크, 까일로, 주디, 빅토르 전도사도 함께 열심히 사역에 임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다음달 6월 9일(주일) ~ 30일(주일) 6분의 전도사님들과 제가 한국을 방문하려고 합니다.
[로넬 전도사 결혼식]

[엘레인 전도사 아태장신대 졸업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