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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52.2%), 명예(19.6%), 권력(7.2%), 인기(6.5%)......봉사(5.7%)
이것은 어떤 통계일까요? 이것은 작년 ‘인생에서 추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국 초․중․고교학생 2만 4,126명이 대답한 결과입니다.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청소년들조차도 돈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게 만드는 우리사회. 그 모습이 씁쓸하다 못해 안타까울 정도인데요.
하지만 아직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병든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 주변엔 돈과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바로 여기 전라북도에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저는 저희 카페가 회사 같아요. 힘든 일이긴 하지만 의무가 아니라 사명감으로 일을 하는 회사. 그리고 월급대신 보람과 성취감을 얻어가요.”
돈 되는 일은 하나도 없지만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작은 숨통이라도 틔워주기 위해 매번 새로운 일을 벌이는 엄마들. 엄마들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힘이 된다는 엄마들. 그 주인공은 바로 온라인 카페 ‘전주&전북맘의 알뜰한 이야기’의 운영진들입니다. 카페 매니저 임소형(38)씨와 스텝 신영아(34)씨, 박정화(34)씨, 송현미(31)씨, 이아름(29)씨를 만나보았습니다.
회원수 13,000명 전북 엄마들의 대표 커뮤니티, ‘전주&전북맘 알뜰한 이야기'
‘전주&전북맘의 알뜰한 이야기’(이하 알뜰맘 카페)는 전북에 거주하는 엄마들이 육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회원 엄마들이 자신의 소소한 희노애락을 나누는 온라인 카페입니다. 온․오프라인 벼룩시장을 운영하며 중고 육아용품을 교환 ․ 판매하는 것으로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카페이름과 같이 전주와 전북에 국한되어 있는 지역카페이지만 카페의 회원은 무려 13000명. 지역카페라 하기엔 꽤나 큰 몸집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명이 왔다가는 벼룩시장, 엄마들이 재능을 나눠주는 핸드메이드팀
알뜰맘 카페는 온라인 카페지만 오프라인 활동 또한 활발합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활동은 중고 육아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파는 ‘온․오프라인 벼룩시장’입니다. 벼룩시장에서는 깨끗한 중고 육아용품을 시중가보다 80%~90%정도 싸게 구매할 수 있고 마음 좋은 엄마들에게 덤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금방 자라기 때문에 옷을 사줘도 한 계절 입으면 그 다음해에는 못 입어요. 엄마들은 그걸 다 아니까 파는 엄마도 사는 엄마도 다 같은 마음으로 사고파는 거예요.”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오프라인 벼룩시장에는 1시간 반 만에 천명이 넘는 엄마들이 다녀갑니다. 오프라인 벼룩시장이 이렇게 활성화가 된 건 벼룩시장이 열리던 장소가 바뀌면서 부터였습니다. 시끄럽다는 주변상가와 주민들의 신고 때문에 매달 벼룩시장이 열리던 전주 중산공원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매번 매니저 임소형(38)씨가 대여료를 사비로 지불하며 직접 장소를 섭외하러 다녀야 했지만 이것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장소가 넓고 공개적인 곳으로 바뀌다 보니 벼룩시장은 더 활기를 띄게 되었고 더불어 카페도 커졌습니다. “회원들이 비회원인 친구들이나 동네엄마들을 데려오기도 하고 우연히 지나가다 들리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저희 카페를 알게 되고 회원가입도 하게 되는 거죠.”
알뜰맘 카페에서 벼룩시장 다음으로 주력하고 있는 활동은 ‘핸드메이드팀’입니다. 카페에서는 1년에 두 번씩 요리나 재봉틀, 리본핀 등 손으로 만드는 것에 재능이 있는 엄마들을 선발하여 핸드메이드팀을 꾸리고 있습니다. 핸드메이드 팀이 하는 일은 자신의 집에 회원들을 불러와 직접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회원들은 재료비만 내고도 핸드메이드팀의 재능을 배울 수가 있습니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어디 나가서 이런 걸 배우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엄마들 중에는 자격증이 있거나 강사로 수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이 되는 엄마들이 많아요. 아이 키우고 살림하느라 묵혀두는 엄마들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거죠.”
핸드메이드팀은 또한 카페에서 회원들에게 자신이 만든 핸드메이드 물건을 팔수도 있습니다. 물론 시중에 있는 핸드메이드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엄마들이 엄마들의 재능으로 소일거리처럼 작은 수익이라도 얻을 수 있고 또 엄마들이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핸드메이드팀을 운영하고 있는 거예요.”
엄마들~사람냄새가 그리울 땐 알뜰맘으로 오세요!
카페의 활동적인 부분들이 이목을 끄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원들이 카페를 찾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운영진들은 알뜰맘 카페를 ‘육아백과사전’이라고 말합니다. 회원들이 육아나 살림에 대한 질문을 카페에 올리면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립니다. “여기 카페에서는요. 책에도 인터넷에도 나오지 않는, 살면서 겪어야지만 알 수 있는 산지식과 지혜를 빠르게 배울 수가 있어요.”
송현미(31)씨도 카페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번에 우리 아이가 새벽 4시에 열이 39도까지 올랐는데 집에 해열제가 없는 거예요. 급한 마음에 카페에 글을 올렸더니 ‘지금 어디 병원이 문을 열었으니까 거기로 가봐라.’부터 ‘저희 동네가 어디 있데 가까우면 가져다 드릴게요.’라는 댓글까지 달렸어요. 엄마들의 댓글이 큰 힘이 됐었죠.”
알뜰맘 카페는 또한 엄마들에게 위안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회원들은 육아와 살림스트레스부터 시댁과 남편 대한 스트레스까지 속으로만 앓아왔던 이야기를 카페 수다방에 시원히 털어놓습니다. 그러면 다른 회원들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댓글을 달아주고 위로를 해줍니다. “친구들에게는 자존심 상해서 못하고 친정엄마한테는 속상할까봐 못하는 이야기를 엄마들이 같이 이해해주고 공유해주면 힘이 많이 되거든요. ‘다들 이렇게 사는 구나.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느끼는 거죠.”
이런 회원들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오프라인까지 확장됩니다. 온라인 카페에서 만난 회원들은 스스로 소모임을 만들어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합니다. 띠별모임, 동별모임, 아이친구 모임 등 소모임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결혼 때문에 살던 지역을 옮겨와 외로움을 겪는 엄마들은 모임을 통해 친구도 만들고 우울증도 많이 극복한다고 합니다. 박정화(34)씨 또한 소모임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고 지금은 운영진까지 하고 있습니다. “삼천동에서 호성동으로 이사를 왔더니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거에요. 그러다 호성동모임에서 여러 언니들을 알게 됐고 언니들이 많이 챙겨줬어요. 제가 언니가 없어서 그 언니들이 친정언니처럼 느껴졌어요.”
13,000명의 카페 성장 비결은 ‘오직 엄마들을 위해서’
초기의 카페의 모습은 소모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규모였습니다. 벼룩시장에서는 10명 남짓의 사람들이 물건을 팔았습니다. 작은 카페가 회원 13000명의 카페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매니저 임소형(38)씨와 운영진들의 숨은 노고가 있었습니다. 2010년 여름. 임소형(38)씨가 카페의 매니저가 된 이후로 카페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핸드메이드팀도 강화시키고 정기적인 모임도 만들어졌고 엄격한 규정들도 많아졌습니다.
특히 벼룩시장에는 상업적인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을 적용하여 개혁에 가까운 변화를 이끌어 냈습니다. “벼룩시장의 취지는 엄마들이 집에 두기엔 아까운 것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거잖아요. 그런데 새 상품을 가져다가 장사를 하고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규정을 만든 거죠.” 반발도 만만치 않아 이 규정이 자리 잡히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2011년부터 체계가 잡히자 벼룩시장이 점점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벼룩시장뿐만 아니라 카페 전체에는 상업적인 것을 배제하기 위한 다양한 규정들이 많습니다. 가끔 엄격한 규정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회원들이 있기도 하지만 운영진들의 신념은 확고합니다. 알뜰맘 카페는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엄마들이 서로 공감하고 위로받는 곳이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카페가 상업적으로 변하면 평범한 엄마들이 카페에 들어왔을 때 자신이 설자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엄마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사람들을 끊임없이 규제하는 거고 그러다 보니 규정도 점점 많아지는 거예요.” 또한 다양한 경품이벤트와 체험이벤트로 회원들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회원들이 ‘알뜰맘 회원이기 때문에 이런 혜택들을 누리는 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카페에서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운영진들은 여기저기에 후원을 부탁하러 다녔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가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받은 후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행사에서 남김없이 회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사실 이벤트를 진행하려면 할 일이 많이 늘어요. 그래도 오직 한 가지 엄마들을 위해서 하는 거예요. 저희가 하지 않으면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정말 밖에 나갈 기회가 없거든요.”
카페가 활성화 된 후에는 먼저 후원을 하겠다고 연락이 오는 업체들도 생겼습니다. 업체는 엄마들에게 홍보를 할 수 있어서 좋고 운영진들은 엄마들에게 하나라도 더 줄 수 있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운영진들의 이러한 진심을 알지 못하고 운영진과 후원업체 사이에 상업적인 거래가 있다고 오해를 하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오해 때문에 속상해서 울기도 했다고. “아기 장난감, 화장지 같은 거 보면 저희도 솔직히 욕심나요. 같은 아이 엄마니까. 그래도 스텝들이 가져가는 것은 단 한 개도 없어요. 엄마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서요. 부럽다고 말하면 매니저님은 항상 이렇게 말하세요. 욕심내지 마. 차라리 내가 사줄게.”
“우리 한번 해볼까?” “어렵지 않을까?” “뭐가 어려워. 그냥 한번 해보게.”
엄마들의 오해가 억울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운영진들은 엄마들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 갑니다. 작년 2월에는 도내최초로 육아박람회도 개최했습니다. “육아박람회는 주로 수도권이나 광역시 지역에서 많이 이루어져요. 그러면 여기 엄마들은 육아박람회를 보러 멀리까지 가야하죠. ‘멀리가지 말고 우리도 우리 지역에서 육아박람회를 봐보자.’하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운영진의 아이디어 뱅크 송현미(31)씨가 문득 떠올린 발상은 운영진들의 열정과 함께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처음 시도해보는 육아박람회라 장소도 협소하고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엄마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가며 육아박람회를 2회, 3회까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합니다.
도지사와의 경청투어는 우연한 기회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엄마들이 아이 데리고 강연 같은 것 듣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엄마들이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보려고 여성센터와 얘기 하던 중 이었어요. 마침 도지사님이 경청투어를 진행하고 계신다고 해서 저희가 요청을 했죠.” 알뜰맘 카페 회원들은 도지사와 실질적인 육아문제에 대해 진솔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도지사님이 흔쾌히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엄마들도 그 자리에 함께 했다는 것에 뿌듯해 하고 우리 스텝들도 참 뿌듯했어요.”
작년 10월에는 체육대회도 열었습니다. 육아와 살림 때문에 바쁜 엄마들이기에 운영진이 예상한 인원은 50명. 하지만 강당에는 무려 100명의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모였습니다. 엄마들은 검정티와 흰티를 나눠 입고 응원도하고 게임도 했습니다. 그날 엄마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했다고 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달리기도 해봤어요. 같이 게임하고 어울리고 모여서 도시락도 까먹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엄마들 춤솜씨도 정말 대단했어요.”
“고맙다는 그 말 한마디 때문에 계속하는 것 같아요.”
엄마들을 위한 카페를 운영하는 운영진답게 운영진 모두 2살에서 7살의 아이들을 둘셋씩 기르고 있는 엄마들입니다. 그래서 육아와 살림에 카페운영까지 병행하려면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를 한명씩 데리고 다니며 카페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유모차를 안 가져와서 아이를 박스에 넣고 재운적도 있어요.” 집안에 일이 있거나 남편과 다퉜거나 할 때도 카페활동을 하기가 힘들지만 무엇보다도 아이가 아플 때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지지난 달에도 벼룩시장 당일 날에 아이가 아파서 해열제 먹이고 등에 업고 행사진행을 했어요. 운영진들은 다들 책임감 때문에 그렇게 해요.”
올해에는 부모교육이나 엄마와 아빠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인 행사로 만들고 엄마들이 뭔가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열정들은 모두 한 가지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카페가 주로 전주에 국한되어 있어요. 행사도 주로 전주에서 많이 이루어지고요. 그런데 저희 카페 이름이 ‘전주&전북 알뜰맘’이잖아요? 전주뿐만 아니라 전북의 모든 엄마들에게 사랑받는 카페가 되어서 전북으로 활동을 넓혔으면 좋겠어요.” 알뜰맘 카페 운영진과 함께 한 인터뷰는 시종일관 유쾌상쾌 했습니다. 편안한 삶보다 역동적인 삶을 택한 운영진 엄마들에게는 삶의 활기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돈보다는 성취, 보람, 봉사를 택한 삶에는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났습니다.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몸소 보여준 엄마들과의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니체의 말을 곱씹었습니다. “어떤 자가 자기 길을 가고 있는지 아닌지는 그 걸음걸이가 보여준다. 자! 내가 걸어가는 것을 보라. 하지만 자신의 목표에 접근한 자는 춤을 춘다.” 2013년에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춤추는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선미 블로그 기자단
첫댓글 알뜰맘 회원이였고 예전엔 핸드팀도 했었는데..시간이 흐르고 흐르니..이젠 동시모임으로
아하, 그랬구나요^^ 동시모는 탁월한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