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을 위한 주거환경’을 기획특집으로 다루는 데 있어 처음부터 많은 걸림돌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것은 요소별로 노인을 제대로 배려한 주택이라 할 수 있는 적당한 사례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재의 어려움으로 인해 몇 차례의 회의가 거듭되었다.
결국은 노인을 위해 집을 새로 계획하여 짓거나 바꿔보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상식적인 수준의 정보라도 제시해야 한다는데 취재진의 의견이 모아졌다.
국내에 자리한 실버주택이라 하면 공동주거단지 형태의 실버타운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외에도 유료양로원 시설과 노인복지시설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바는 어떤 건축형태이던지 간에 통상적으로 공간 및 시설디자인 면에 한정해서 노인을 위한 주거환경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실내의 주거공간의 배치 및 구조를 비롯해서 색채, 조명, 가구배치, 전기ㆍ기기시설 설치, 동선에 이르기까지의 노인을 위한 주거공간별 디자인을 요소별로 아울러 보았다.
노인의 신체ㆍ심리적 조건 고려한 주택 절실해
현재 국내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339만명으로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이미 총인구의 7%를 상회하여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에 돌입하게 되었다. 나아가 2022년에는 14%를 넘어 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는 자녀 없이 사는 노인이 53.1%가 될 것이며, 자녀와 별거하는 노인은 70% 정도 될 것으로 한국노인문제연구소의 박재간 소장은 내다보았다.
점점 늘어나는 노인인구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함을 강조하면서 그중에 노인들이 편히 주거할 만한 공간의 마련은 더욱 시급을 다투는 일임을 지적한다.
“지금 국내에는 실버산업이 초기단계라 앞으로 초래될 어마어마한 노인인구에 대한 대비책은 아직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내 현실에 맞는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노인주택에 관한 복지정책이 부지런히 마련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박소장은 노인을 위한 주택마련에 있어 정부차원의 주택정책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노인의 행태와 정서를 충분히 이해한 주거환경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요즘 주택구조나 주거시설, 가구 등이 젊은 세대의 기호에 맞춰져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라 정작 노인이 주거생활을 하는 데에는 많은 불편함이 따릅니다. 진정으로 노인을 위한 주택이라면 노인의 신체적인 조건과 심리적인 특성을 고려한 주거환경이 계획되어져야 하겠지요. 점점 어린이가 없는 1~2사람의 가족구성으로 이루어진 형태가 증가하여 실제로 노인은 ‘군중속의 고독’이라는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세대간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지겠죠.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동세대의 정서교류를 마련하는 형태인 서로 모여 사는 것을 선호하게 됩니다. 가까운 사례로 너싱홈이나 노인전문병원, 노인요양시설, 유료양료원 등의 시설이 단지내 설치되어 있는 실버타운이나 노인전용아파트 등을 들 수 있습니다.
80년대 이후 서구에서는 이미 노인이 실버타운에 건강할 때부터 입주해 신체보호와 공동생활, 건강치료 등을 받으면서 남은 생애를 보내기도 합니다. 유료양로원에서는 신체보호를, 요양원에서는 만성질환을 치료하면서, 그 외에 노인전문병원과 고도의 서비스로 교육된 어시스트가 있는 공동타운 등이 복지정책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습니다.”
취미와 운동 나누면서 사는 생활, 행복합니다
전직이 치과의사였던 나호웅 씨는 절에 들어가서 산다는 마음으로 부인 표순선 씨와 함께 재작년에 실버타운을 선택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와 같은 생각이 기우에 불과했다며, 실버타운 생활에 대단히 만족해하는 눈치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모든 시설과 서비스가 다 준비되어 만족스럽습니다. 노인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은 몸이 아픈 것과 식생활에 대한 도움을 적시에 적절하게 받는 일입니다. 또한 고독함과 소외감을 해결하는 일도 큰 과제죠. 삼성노블카운티에서 같은 세대인 노인들과 함께 취미와 운동을 즐기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또한 청소, 식사 등 이 모두가 타운내에서 관리되어 힘들었던 집안 일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얼마나 홀가분한지 모릅니다. 집사람이 더욱 좋아하지요. 이외에도 갑자기 몸이 아픈 경우에는 병원시설이 갖춰져 치료를 받기가 쉽고, 개인생활이 보장되면서 항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갖게 됩니다.”
평소 나호웅 씨는 유화나 수채화로 여가시간을 보내며, 부인 표순선 씨는 적십자자문위원으로 사회활동을 하면서 타운 내에서는 고전무용과 독서 등으로 여가를 보낸다. 노인에게 맞는 주거환경에 대해 이들 노부부는 몇 가지를 제시했다.
“주거공간 내에서 문턱 없이 휠체어가 충분히 다닐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외에 계단, 복도 공간에서도 노인의 이동범위를 작게 하고, 높은 경사보다는 완만한 경사지로, 수납가구는 개폐가 용이하고 수납하기 쉽게, 공간 내 채광과 통풍이 원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곧 봄이 오면 정원에 필 꽃과 나무를 즐기며 산책하게 될 이들 노부부의 행복한 모습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충분히 그려볼 수 있었다.
노인 개인차에 맞는 주거환경 조성되어야
삼성노블카운티를 직접 설계한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의 상형종 소장은 평소 실버주택에 대한 관심과 전문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노인을 위한 주택에서 꼭 짚어봐야 할 몇 가지를 제시하였다. 그가 그동안 실무와 연구를 통해 쌓아온 노인을 위한 주택에 대한 생각을 이 지면을 통해 정리해 본다.
Q. 고령자가 요구하는 주거환경의 조건은?
A. 거주의 연속성의 원칙
고령자는 과거부터 살아온 주택 및 그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령기에 생활거점을 이동하는 것만은 피해가야 할 일이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 치매현상이 나타난다던가,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아져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부득이하게 이사를 가야할 경우라도 고령자가 기거하던 방을 예전 모습과 어느 정도 비슷하게 꾸미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매일 같이 사용하던 수납장 및 기타 물품들도 전부 버리고 새로이 장만해 가는 것 보다 이제까지 살아온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주거환경을 갖추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족·지역·사회와의 관계
고령자에게 물리적 측면의 주거환경 조성뿐만이 아니라 인적환경 측면에서도 가족과 친지와의 인간관계를 계속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월이 지나 가족 구성원이 변화하여 독거노인 및 노부부만의 고령자 세대가 증가하고 있지만 특히 고령자 주거환경에 있어서는 가족관계를 베이스에 놓고 생각해야 노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가족관계가 희박하다고 일컬어지는 선진 외국에서 조차도 의외로 부모자식간의 접촉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역사회 안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관계가 점차 좁아지는 고령자에 있어서 활력 있는 고령기를 맞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심신기능 저하에 따른 배려
고령자에 있어서 심신기능의 저하는 피해갈 수 없는 것으로, 주거환경 개선에 있어서도 신체 기능 저하에 대한 안전성 확보 및 핸디캡에 대한 배려가 필요함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향후 APT공급업체나 주택공사 등의 설계기준 베리어프리(Barrier Free) 계획을 근간으로 새로운 주택 모델의 제시가 필요하다.
고령자 보살핌의 3원칙
| 제1원칙은 연속성의 원칙 |
유럽의 고령자 시설에서는 과거의 생활과 단절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 과거 살던집에서 쓰던 가구 및 집기류의 반입을 허용하고 어떤 곳은 이전에 살던 집의 벽지색상이라든가, 조명기구 등을 조사하여 시설내 거주실에 같은 패턴 및 질감의 벽지로 교체해주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 제2원칙은 잔존 능력의 발굴 및 활용 |
외국에서는 노인주택에 입주한 고령자에게 잔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살핌서비스의 강도를 조절하는 사례가 있다. 고령자라고 하여 단순히 편안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설에서 무의미한 노후를 보내지 않도록 가능한 한 자립생활을 하도록 요구한다.
| 제3원칙은 자기결정 |
보살핌의 수위는 고령자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고령자 거주시설에서 아침식사를 무엇으로 몇 시에 먹을 것인지를 자기 자신의 생활리듬에 맞추어 정하고 보살피는 사람들은 이러한 요구사항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고령자주택 정책방향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건설교통부에서 21세기 고령사회에 대비한 주택설계지침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 지침서에는 고령자를 위한 주택설계지침이 주된 내용이 될 것이라 보지만 일반주택에 있어서도 일정 수준의 베리어프리(Barrier Free)화를 실현하여 고령사회에 대비할 필요성도 내포된다.
이러한 지침서 작성에는 주택메이커, 소재개발, 소프트개발 등 사회의 각 분야에서 전문가가 참석하는 기구 창설이 필요하다.
특히 아직은 재정상태가 건전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에 개인주택에 대한 주택개선보조금제도를 요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예전 새마을운동 전개시 농촌취락개선사업 보조제도가 있었듯이 21세기 중요과제인 고령사회에 있어 주택개선정비사업을 소홀히 한다면 사회적인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고령자 주택개선정비사업에는 물리치료사, 복지사, 간호사, 의사와 의료관계자, 케이스워커, 행정담당자, 건축설계자와 시공자 등 많은 전문가의 협력체제 구축이 필요하며, 이러한 전문 직종의 관계자가 협력하여 연구하고 그 결과를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과정들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였다고 본다.
Q. 고령화사회에 대응한 주택설계지침은?
Q. 노인을 위한 주거환경을 크게 몇 가지로 제시한다면?
▒ Living room |
거실은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창설치 바람직
노인은 실내에서 거주하는 시간이 길므로 노인거주공간은 가능한 쾌적한 실내환경과 조망권이 좋아야 한다. 그 중 거실은 노인이 주로 취미와 담소를 즐기는 공간이자 조용히 독서와 음악,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다용도의 주거환경을 이루게 된다.
특히 유리창을 통해 채광과 조망을 즐기게 되는데, 가능한 2면에서 채광이 되도록 한다. 베이 윈도우도 좋은 방법이다. 자연채광은 신체 및 정신건강에 중요한 요소이므로 거실은 맑게 갠 낮시간의 경우 30%이상 해가 들도록 계획하며, 북향은 피한다. 또한 거실의 창문은 작동하기 쉽고 청소하기 편리한 것으로 설치하며 창문 개폐장치는 높이 150㎝로 한다.
거실면적으로는 자신이 계속 사용하던 가구나 장식구 등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며, 필요에 따라 자신의 취향대로 가구를 배치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계획한다.
거실가구로는 소파나 테이블로 그 밑에 서랍이나 바구니를 설치할 수 있는 여유공간을 두어 소품들을 수납하고 안경이나 신문을 놓을 수 있는 이동식 사이드테이블을 마련해 노인이 통행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
▒ kitchen dining room |
밝으면서도 작업공간이 넓은 주방
편리한 수납가구와 적정한 높이의 조리대 구비
주방은 노인이 일을 많이 하는 작업공간으로 편리한 공간배치와 가구설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설계할 때 동선은 단순하고 최대한 짧게 계획한다. 바닥재는 청소가 용이하고 미끄러움을 방지할 수 있는 자재를 선택한다.
노인은 신체 치수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그에 따라 작업영역이 축소되기 마련이다. 주방가구 및 공간의 치수 역시 노인의 신체특성을 고려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계획되어져야 한다. 수납은 노인의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위치가 적합하고, 너무 낮거나 높은 선반은 허리를 구부려야 하므로 3백㎜~1천5백㎜의 안에서 작업범위가 이루어지게 한다.
이외에도 안전하고 조작방법이 쉬운 조리기구를 선택하고, 환기시스템을 갖추어 통풍이 원활하도록 돕는다. 수도꼭지나 찬장 손잡이는 잡기 쉽게 넓은 손잡이나 레버식, 서포트바식으로 설치한다. 또한 몸이 불편한 노인일 경우에 앉아서 쉽게 작업할 수 있도록 휠체어 사용에 따른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 BATH ROOM Ⅰ |
노인안전사고지역 1위 욕실
편리함과 안전을 위한 꼼꼼한 체크 필요
▒ BATH ROOM Ⅱ |
사용자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
손잡이, 세면대, 변기, 욕조의 높이와 위치 결정
▒ BED ROOM |
심리적 안정을 위한 조망과 조명 설계
침대, 욕실, 수납장 간의 동선을 짧고 편리하게
▒ Entrance ·stairs·floor |
낙상에 대한 두려움이 항시 존재하는 계단, 경사로, 손잡이, 밝은 조명을 설치. 무엇보다 현관과 복도 계단간의 접근성을 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