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태에게는 '1등 점포 제조기'라는 별명이 있다.
그는 늘 신규 지점이나 꼴찌 지점에 발령을 받았는데
가는 곳마다 금세 최고 지점으로 만들어내는 놀라운 재주를 부린 탓이다.
공모 지점장으로 처음 발탁되어 평택 지점으로 발령받았을 때이다.
아직 지점이 없는 상태에서 지점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지역은 아직 상가나 점포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아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과연 얼마나 예금을 유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처음 지점장이 된 유희태는 뭔가 전략을 세워야겠다고 판단했다.
그 때 문든 떠오른 생각이 있었으니,
개점 전에 먼저 고객을 찾아가 통장을 개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이나 본점에서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전 영업을 하면 안 된다'는 점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희태는 입금 시기를 개점 이후로 하면 된다고 보았고
적극적으로 본점을 설득해 허락을 받아냈다.
유희태는 직원 아홉 명을 세 팀으로 나누어 상가와 점포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개점 전에 무려 1500개나 되는 통장을 유치할 수 있었고
예상 예금액이 130억 원에 이르렀다.
그리고 막상 평택 지점이 문을 여는 날,
하루에 여신을 110억 원 달성했다.
다른 은행 지점의 세 배에 이르는 액수였다.
평택 지점에서 큰 성과를 낸 유희태는 성수2가 지점으로 발령을 받아
꼴찌에 머물고 있던 그 지점을 1위로 끌어올렸다.
그 다음은 구로동. 그 뒤로는 반월 지점에 입점해
중하위권에 머무른 지점들을 반년만에 1위로 끌어올렸다.
유희태가 기업은행의 영업통으로 활약해 부행장까지 올랐다지만
그 시작은 남들과 다를 바 없었다.
시골에서 처음 서울로 올라와 은행 생활을 하려니
일이 참 쉽지 않았다.
달마다 할당받은 액수를 달성해야 하는데 비빌 언덕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가까운 유흥주점과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냥 찾아다니면 거들떠볼 사람이 없을 듯해
그곳에서 늘 보유하고 있어야 할 동전과 신권을 교환해 준다고 나섰다.
아주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아침마다 그곳을 방문하다 보니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고
할당액 채우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게다가 달마다 최고 실적을 낸 직원에게 주는 포상을
한 해에 열한 번이나 탔다.
고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먼저 채워준 결과엿다.
하동관이라는 설렁탕집을 고객으로 끌어들인 것은
그야말로 끈기의 승리였다.
늘 금고에 현금이 쌓여 있는 걸 보면서
'야, 저 돈이 다 우리 지점으로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행동을 개시했다.
손님이 붐비기 전인 11시 45분만 되면 그곳으로 찾아가 설렁탕을 먹으면서
자신을 기억하게 한 것이다.
그것도 하루도 쉬지 않고 점심때마다 가서 설렁탕을 먹었다.
나중에는 설렁탕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렸지만
그래도 계속 갔다.
3주가 지났다.
문득 식당 주인이 말을 걸어왔다.
"손님 ! 그렇게 점심마다 설렁탕을 드시니 저야 고맙지만
설렁탕이 지겹지 않으세요 ? "
"힘들지요"
"네 ? 힘드세요 ? 그런데 왜 날마다 설렁탕만 드세요 ? "
"하지만 계속 와야 할 처지입니다."
"왜요 ?"
"어쩌겠습니까? 사장님은 아직 저희 은행 고객이 아닌걸요."
다음날도 어김없이 유희태는 점심때 설렁탕 한 그릇을 비우고 은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오후, 은행에서 하동관 사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깜짝 놀라 달려간 그에게 하동관 사장은 말했다.
이제 고객이 될테니 날마다 설렁탕 먹으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평행원에서 부행장에 오르는 데 걸린 35년.
그 세월이 길고 짧고를 떠나서 거의 모든 사람은 거기에 오르기 전에
모두 물러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세월이다.
그 세월을 돌이켜보며 유희태는 말한다.
작은 일에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것이라고 말이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만남.
혹시 그런것들이 성가시다고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그 일, 그 만남이 당신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하루 동안 소홀히 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을 것이다.
진심을 다한 '최선'은 나중에 '기회'라는 선무로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