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鎭安) 구봉산(九峰山:1002M)을 가다.
글쓴이 고 학영
10월23일, 날씨가 너무 좋다. 잔치가 많아서 걱정 이었는데 참가인원(38명)이 대견하다. 연변(沿邊)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는 우주를 수(繡)놓으니... 오색 단풍으로 갈아입는 나무들과 어울어져 정겹게 다가오니, 나그네의 연정(戀情)이 한결 더 솟아난다.
얼마를 달렸을까? 해인터널 오르막길을 내달리니 귀가 다 멍멍하고, 좌천변(左川邊) 계곡은 오를수록 깊어있어, 자경산(503.3M) 기슭의 양돈목장은 고즈넉한 분위기에 한가롭기 그지없다. 합천 터널을 지나 거창 휴게소에서 조반(朝飯)을 드시다.
계절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숲그늘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은 밝다 못해 찬란하다. 동녘으로 오도산(1120M)의 철탑(송신탑)은 정상보다 더 높아 하늘을 찌를 듯 하고, 그 옆으로 미녀산, 숙성산(898.9M), 월현산(551.2M)으로 이어지니 그 형세는 사람이 누워 있는 듯 하다.
휴게소 뒷산의 비계산(飛鷄山:1130M)은 닭이 날개를 펴고 동녘으로 비상(飛翔) 하려는 듯 하고, 가조면의 안산인 박유산(712.0M)에서 금귀산(710M)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대붕(大鵬:전설의 새)이 날개를 펴고 날으는 형국이라 언제 봐도 아름답다.
함양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접어드니 길은 더욱 넓어있어 운행이 순조롭다. 백두대간을 가로 지르며, 영호남을 잇는 육십령 터널의 길이는 끝이 없어라... 터널공사의 기술이 세계에서 1,2위를 다툰다더니 과연 허언(虛言)이 아니외다. 장수와 진안을 거쳐 정천면에 이르니 지방도는 좁아 있어 요동이 심하다.
출발기점인 윗양명 마을 구봉산 주차장에 이르니 차량이 거의 없어 여유롭다. 가을 단풍이 예상보다 훨씬 깊어 있어, 거의 산 기슭까지 물들어 내려오고 있음을 보고, 구봉산(1002M)의 첫 봉우리는 구슬처럼 빛나 있어 단풍과 어울어 지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숲길로 줄지어 오르는데 선두는 얼마만큼 진행 하였는지, 무전기(워키토키)로 음성은 들려오나 보이지는 않는다. 산기운도 서늘하여 기분도 상쾌하고 산 오르기는 얼마나 좋은지... 1봉의 근처에 이르니 주위의 조망이 조금은 나타나니, 구봉산의 연봉(連峰)들이 아름답기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가뜩이나 아름다운데... 동녘의 가을 햇살을 받으니 암봉들이 빛을 발한다. 보호 철책을 따라 1봉에 오르니 안광(眼光)이 일망무제(一望無際)로 탁 트이는데, 저만큼 주차장은 발아래 내려다 보이고, 구봉산의 지류들 사이로 용담호(龍潭湖)가 조금은 나타나 보인다.
그 뒤로는 이름모를 연봉(連峰)들이 줄지어 다가오고, 백두대간상의 덕유지맥의 끝자락인 적상산(1038M)으로 짐작된다. 백두대간의 능선은 북에서 남으로 끝없이 이어 지는데, 남으로는 북덕유,남덕유, 함양의 백운산 으로 이어져 달리고, 북으로는 민주지산, 삼도봉, 김천의 황악산으로 끝없이 이어지니 공룡의 등뼈 같다고나 할까?
겹겹이 싸인 안산(案山)들이 풍수상으로 좋다고 해서일까? 1봉의 정상에는 한사람이 앉을 자리 정도의 묘가 있는데... 보는이로 하여금 안타깝게 한다. 아무리 좋다지만 어찌 이 좁고 뾰족한 촛대 바위 위에 모셔 놓았는지... 이래 저래 그것도 산(活)사람의 욕심이 아니던가...?
다시 20 여분을 더 오르니 2봉이 나타나는데, 조망은 1봉에서 보다 훨씬 더 천하가 넓어 보인다. 오늘따라 하늘의 축복인가 날씨가 어찌나 좋은지... 남쪽, 동쪽방향이 더 청명하여 시야는 넓어 보이고 조망하는 경치도 훨씬 아름다우며, 정상으로 부터 단풍 행열이 산기슭으로 이어지는데... 거의 70퍼센트 정도는 물들어 있다함이 좋겠다.
3봉을 거쳐 4봉에 이르니 조망할 수 있는 시야는 거의 다 눈에 들어와서, 산전체로 보면 정상이 제일 붉어 아름답고, 그다음 7~8부 능선이 물들어 내리니 거대한(우주를 담을 만한) 붉은 색소 물통을 위에서 들어 부어 붉은 물감이 서서히 타고 내리는 듯...
최대장과 몇 몇 회원님들이 둘러 앉아 과일들을 나눠 드시니, 단풍의 붉은 물이 사람에게도 옮아졌는가? 온 몸이 다 붉게 보인다 함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언제나 그러하듯 山 인심이야 더 말해 무엇 하리요... 여기 저기서 웃음소리가 메아리 지고, 보호 철책을 잡고 내리고 오르고,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데 산행객은 줄을 잇는다.
대구 온천 산악회에서 오시고, 서울서도, 군산에서도 오셨다 하시니 각지방의 말씨들이 한데 어울어져 8도의 말잔치가 산속에서 일어 나는가 싶다. 5,6봉을 거쳐 7봉,8봉에 이르니 깍아지른 절벽의 암봉(岩峰)이라, 경치는 뛰어나나 등반은 할 수 없어 좌측으로 돌아 보호 철책에 의지해 로프(줄)를 타고 오르니, 산행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느낀다.
시간은 12시 50분을 가르킨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경사가 심하여 진행이 무척이나 더디다. 한걸음 한걸음 힘들여 오르니 급 경사지역에 이르러서는 벼랑끝 바위에서 낙수물처럼 떨어지는 물방울이 있어 그 밑에는 종이컵을 받혀 놓았다. 목마른자를 위한 것인가?
올 가을 날씨는 여느때 보다 좋아 가을 단풍이 이만 저만 고운게 아니다. 오르고 또 오르고 여러 회원님들을 앞질러 정상에 이르니... 멀리서 보던 그 뾰족한 정상이 이외로 평평하여 많은 산행객이 쉬어 갈 자리가 넉넉 하다. 선착객은 식사를 하시며 함께 들자고 인사를 나누신다.
사방은 틔여 있어 한 눈에 조망 할 수 있고, 북서 방향에 복두봉(1018M)은 바로 눈앞에 보이니 암봉(岩峰)으로 솟아 있고, 금남정맥상의 운장산은 복두봉 능선에 가리워져 보이지 않는다.
구봉산(천황봉:1002M)은 백두대간상의 육십령재 조금아래 영취산(1076M)에서 서북 방향으로 신무산(897M), 팔공산(1151M), 진안에 마이산(685M)을 거쳐 주화산에서 남으로는 호남정맥으로 이어지고, 북으로는 금남정맥으로 이어져 연석산(925M), 운장산(1126M), 복두봉(1018M)을 거쳐 이곳 구봉산을 지나 매봉산(489M)에서 그맥을 용담호(龍潭湖)에 떨구고 있으니, 풍수상으로 보면 갈용음수형(渴龍飮水形:목마른 용이 물을마심)의 명당이라 할만하다.
금강은 금남호남 정맥상의 신무산(897M) 아래 수분리 무룡샘(舞龍泉)에서 발원 돼니, 진안을 휘돌아 이곳 용담호에서 잠시 머무르다가 다시 금산, 옥천을 돌아 대청호에 이르러 충청도 일원의 젖줄이 돼고 있으며... 공주와 부여에 이르러 백마강으로 잠시 이름을 바꾸다가 군산, 장항 사이로 흘러 서해 바다에 이르시니...
백두의 정기(精氣)와 금강의 풍요로움이 구봉산을 일으키고 감싸니, 어찌 하늘의 뜻이 없다 하리요...! 아~아~ 천지(天地)는 말이 없으나 뜻으로 나타내고, 그 뜻을 오롯이 받아 만물이 소생하니... 지구촌의 만상만물(萬象萬物)은 천지의 뜻이어라...!
천황봉 정상에서 내려다 보면, 9봉은 용머리요, 8봉,7봉에서 1봉에 이르기까지, 다시 매봉산의 꼬리가 용담호에 잠겨 있으니... 마치 거대한 용이 용담호에서 기어나와 막 고개를 쳐들고 승천(昇天) 하려는 듯한 형국으로 느껴진다.
회원님들과 용머리(정상)에서 식사도 하고, 기념촬영도 하면서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내려다 보는 조망이 하도 좋아 머무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시간이 늦어 있어 하산길로 접어든다. 바랑재로 내려오는 중간 중간 9봉들의 경치는 적당한 거리에서 더욱 아름답게 조망되니, 보는이로 하여금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사진도 찍으면서 능선을 따라 계속 내려오니, 양지바른 언덕위에 묘(墓:경주김씨묘) 한기가 있는 지점에 9봉의 경치를 조망(眺望) 하기에는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든다. 석양에 반사되어 암봉(岩峰)들이 찬연히 빛을 발하니 감탄하지 않는 이가 없다.
아~아~ 이 아름다운 경치를 누구에게 선물 할꼬...! 사진기에 담아서 사랑하는 님들에게 보여 드리리라...!
바랑골 계곡 저 아래 저수지는 하얀 손수건을 펼쳐 놓은 듯 하고, 저수지라 하기 보다는 차라리 산중에 연못이라 함이 더 좋겠다.
그 주위로 양철 지붕으로 덮여있는 성냥갑 만한 집이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 채가 마주하고 있으니, 어느 처사(處士)의 수도처(修道處) 인가? 이름은 바랑골이나 절집은 보이지 않고, 산기슭에는 인가(人家)도 드물고 전답도 거의 보이지 않으니... 깊은 산촌(山村) 임이 실감난다.
계곡을 따라 산아래로 나려오니 우거진 숲사이로 감나무가 여기 저기 보인다. 늦가을의 정취에 황금색의 감들이 잎떨어진 앙상한 가지에 아롱 다롱 모습들이 정겹기 그지 없다.
오솔길로 걸어 나오니 석양에 물들어 빛나는 9봉산의 모습은 찬연히 빛나고, 늦가을의 정취와 노을에 물들은 단풍이 나그네의 발길을 뒤따라 붙잡으니... 나아 가자니 아쉬움이 더 하고, 머무르자니 갈길이 멀구나...! 아~아~ 진양의 가을 단풍이 구봉산에서 아름 다워라...!
단기4338년(서기2005년) 10월23일 진안 구봉산(1002M)을 가다.
첫댓글 회장님~ 그 감이 얼마나 예뻤던지...바~~알갛게 익은 감들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구봉산 의 가을 단풍과 함께....
바~알~간... 감 이라도 하나 따 드릴껄...!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읽을 수 없으니...?
에~~공 ! ...하나 따 주시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