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 뗀다
"동생을 감쪽같이 속이고는 시치미를 딱 떼었군요."
문화방송의 '강석 · 김혜영의 싱글벙글 쇼'에서 들은 말이다.
늘 쓰는 말이지만 '시치미를 뗀다'는
말의 어원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다.
'시치미를 뗀다'는 것은 고려시대 '매사냥'에서 생긴 말이다.
매는 매과에 딸린 사나운 새로
발톱과 주둥이는 갈고리 모양으로 날카롭고
재빠르게 날아서 꿩, 비둘기, 오리 등을 잡아먹는다.
이처럼 매사냥이 성행하게 되자
남의 매를 슬쩍 자기 매로 가져가는 경우가 생겼다.
매의 주인을 밝히기 위하여
이름이나 주소 따위를 적어서
매의 꽁지 위의 털 속에다 매어두는 네모진 뿔이 있었는데
이것을 '시치미'라고 하였다.
이 시치미를 슬그머니 떼어버리고 자기 매처럼 가져가는 것이다.
결국 '시치미를 뗀다.'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남의 매에서 시치미를 떼어버리고
자기 매처럼 사용한다는 데서 유래하여
'알고도 모른 체하는 행동이나 말'을 일컫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실제 '매의 시치미'를 떼는 일은 없지만,
부정부패의 권세가들이 수백억의 돈을 떼어먹고는
'모른다.' '만난 적도 없다.' '돈은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다.'
등의 오리발을 내미는 사람이 많아 국민을 슬프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