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 - 동지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 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살고 있다.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로 분류 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는 친구라고 부르기에는 좀 약한 듯한 확실하게 내 편인 동지가 있다.
나를 포함한 우리 골프 동지 12명은 미운 정 고운 정 들여 가면서 같이 골프 치면서 살고 있다.
그런데 기이 하게도 우리동지들의 부인들은 골프를 안 친다.
안 좋아한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 이리라.
그래서 골프를 치는 동안은 우리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가 보장 된다.
하나님의 숙제를 풀어 가면서 나도 모르게 한 인간으로서 성숙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골프는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 진전이 없었다.
내기에서 항상 지면 서도 동지들과 분위기 좋게 지내니 스스럼 없는 말들이 오간다.
내가 진다고 얼굴 붉히고 할 땐 나는 말을 별로 안 했고 그들도 내게 별로 말을 안 걸었다. 그런데 이제 분위기가 좋아지니 별 말 들이 다 쏟아진다.
골프는 한 경기가 보통 18홀을 도는데(골프장은 18코스로 되어 있고 매 코스의 마지막은 작은 홀에 공을 넣는 것으로 끝난다. 골프에선 코스라고 하지 않고 홀 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홀은 홀 컵이라고 부른다. 좀 더 멋있게 표현 하면 홀에 공을 넣는 다고 하지 않고 홀 컵에 떨어뜨린 다고 한다. 그리고 한 홀 끝나는 것을 홀 아웃 한다고 한다.) 4-5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니 수다 떨 시간은 너무 많다. 다만 심각한 경기 일 때는 말들을 별로 안 하고 경기에 집중 하지만 친구들과의 경기 일 때는 대개 별별 수다를 다 떤다.
대개는 홀 아웃을 하고 다음 홀로 이동 하는 중에 대화가 이루어진다,.
“나 큰일 났어.”
“왜?”
“우리 전무가 내가 골프 치는 것을 눈치 챘어.”
우리 친구들의 대부분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었고,
주말엔 BOOKING 하기가 거의 불가능 해 우린 주중에 새벽 골프를 즐겼다.
또한 주중 새벽엔 GREEN FEE가 저렴 했고.
새벽 4시30분에 시작 하면 8시30분경에 끝나 부랴부랴 회사로 가면 9시경엔 도착 할 수가 있었다.
하루는 결제 서류를 들고 전무에게 가니, 이 전무가,
“자네 골프 치나?”했단다.
“아니요”
“어 그런데 손등이 왜 그렇지?”
“제 손등이 어때서요?”
“골프 치는 사람은 오른 손이 왼쪽 보다 까맣고(골프는 왼손에 장갑을 끼니 장갑 안 낀 오른손만 탄다.) 테니스 치는 사람은 왼손이 더 까맣다고 하는데(테니스는 오른손에 장갑을 끼니 왼손이 더 많이 탄다.) 지네 손은 오른 쪽이 더 까맣네.”
“나 한 테야 아무려면 어떤가. 지금 핸디가 얼마나 되나?”
이 전무는 고등 학교 선배로서 이 동지를 끌어 주는 분이었다.
얼굴이 빨개져서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예, 핸디 18 입니다.”
“한참 좋을 때 구 먼. 시끄러워 지지 않게 알아서 잘 하게.”
운이 좋아 9시 전에 도착 하면 군 소리 할 필요가 없지만 만일 늦으면 핑계를 대야 한다.
여러 가지 핑계 중에서 가장 좋은 핑계가 집안에서 누군가가 돌아 가셨다는 거다.
그런데 머리를 써서 잘 해야 한다.
너무 가까운 분께서 돌아 가시면 문상 오겠다고 하니 안되고 너무 멀면 그런 데를 왜 가냐고 하니 안되고. 적당한 거리가 필요 하다.
자연 인적 자원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말을 하다 보면 아주 건강하게 잘 살고 계신 분이 2번이나 돌아 가신 경우도 있다.
듣는 사람이야 곧 잊어 버리니 괜찮지만,
하지만 그 것도 너무 잦으면 들통 난다.
“죄송 합니다. 어제 밤에 집안에 돌아가신 분이 있어 문상 하고 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자네 집안에 상이 많구먼.”
“누가 돌아 가셨나?”
“예 6촌 아저씨가요.”
”어 그 양반 지지난 주에 돌아 가시지 않았어?”
우린 배를 잡고 골프장 잔디에서 데굴데굴 구른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넌 회사 사장인데 무슨 문제가 있어?”
“내가 자기들 일 하라고 야단 치면서 난 골프만 친다고 직원들이 쿠데타 일으켜서 사장 바꿔 치려고 한대.”
“야 그거 큰 일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니?”
"다들 모아 놓고 내 입장을 확실히 했어. 난 골프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사람이고 여러분들이 아무리 불평을 해도 내가 골프장에 있는 시간 보다는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많고 골프 치는 시간 보다는 회사 일을 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그러니 더 이상 불평 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고."
여기 까진 말 하는 동지들의 능력을 믿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듣고 웃고 할 뿐이다.
그런데,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넌 뭐가 문젠데.”
“난 집에서 마누라가 남편 갈아 치운대.”
“너처럼 돈 잘 벌고 매너 좋고 건강 하며 잘 생긴 남편을 왜?”
“골프 치기 전날 마누라 하고 잠자리를 같이 하면 그 다음날은 골프가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피 했거든.”
“그런고 연습 볼 치는 데도 더욱 집중 하려고 잠자리를 피하다 보니 영 마누라 옆에 안 가게 되는 거야.”
“마누라기 화가 나서 남편 바꾸겠대.”
우린 이구동성으로 말 한다.
야 그건 정말 큰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느 한 사람의 일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또 아주 심각한 사건 이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고 의논 한다.
결론은 힘 이 있어야 하는 건데 이런 방면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타가 인정 하는 동지가 말 한다.
“걱정들 붙들어 매 놓아라. 내게 좋은 방법이 있다.”
우린 합창 한다.
“어떻게?”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뭐냐? 힘이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
“그렇지. 맞아.”
“우리 인간의 힘은 어떻게 생기냐?”
“먹는 것에서?”
“그렇지.”
“그러니까 내가 그걸 해결 할 수 있는 곳으로 안내 할 테니 모두들 따라 와라.”
토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1명이 이 동지의 뒤를 따른다.
마치 투어 가이드 인양 우리를 이끌고 안내 한 곳은 보신탕 집이었다.
“이거 보신탕 집이잖아. 난 한번도 먹어본 일이 없어. 그리고 왠지 먹고 싶지 않아.”
“야 지금 부 턴 이걸 식품이라고 생각 하지 말고 약 이라고 생각 해.”
“한약 보약 같은 그런 약품으로 아니 건강 식품으로 생각 해라. 우리가 이런걸 맛으로 먹냐? 약이니까 먹는 거지.”
하면서 좌정 하고 앉는다.
우린 엉거주춤 하면서 따라 앉는다.
“그런데 이건 소주를 곁들여야 약효가 빨라져.”
하면서 소주를 주문 한다.
“이걸 먹고 나면 힘이 솟아. 그러니 일단 느껴 보라고.”
하면서 열심히 우리에게 권하고 자기도 열심히 먹는다.
싸~악 치우고 나서 우리에게 다시 말을 한다.
“어떠냐? 좀 뭔가 느끼지 않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마늘에다 범벅을 한 보신탕과 고기에 소주를 곁들였으니 뭔가 평상시완 다르게 느껴 진다.
“그 것이 벌써 효과가 있는 거야. 그냥 집으로 가면 힘이 넘쳐 큰일 나니 어디 가서 발산 해야 해.”
좋았어!
12명이 단체로 단란주점으로 간다.
주중이라 손님은 우리 밖에 없다.
마이크 잡고 돌아가면서 노래 하기 시작 하고 안 하는 11명은 옴 몸을 흔들어 대면서 합창으로 추임새도 넣고 탬버린을 흔들고 가히 광란의 수준이다.
“나만 보면 뭐가 좋은지……..”
“촉촉히 젖은 눈빛으로 내 마음을 사로 잡았어……….”
“있을 때 잘 해………..”
“내가 미워도 한 눈 팔지마, 너는 내 여자…….”
“태평양을 건너… 언제든지 달려 갈게……”
모두가 집에 있는 부인 들에게 향 하는 노래 들이다.
부인 앞에서는 못 하는 것을 여기서 과감 하게 쏟아 내는 것이다.
3시간여를 이렇게 소리 지르고 몸을 흔들어 대니 속 옷 까지 다 젖는다.
땀으로 목욕 하고 나서 그 동지가 얘기한다.
“자 이젠 각자 집으로 진격 해서 전쟁을 치르도록 하는데 3일 후 저녁에 다시 만나 전황 보고를 할 것.”
이어서 군대에서 소대장 할 때 워낙 많이 외쳐 봐서 익숙한,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각자 의기양양하여 집으로 쳐들어 갔다.
첫댓글 딸딸이 아빠인 친구가 골프로 허송세월 보낼즈음 12년터울 늧둥이 아들본 일이 불현듯 생각납니다~~ ㅎㅎ 후편을 고대하면서 계속해서 욕보시길~~~~~~
오마나~ㅎㅎ
긴글은 쬐금 짱나는데 보고 가여 ^^*ㅎㅎㅎ
아 골프가 전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