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한 해를 열며
물 마실 컵만 달랑 들고 다니던 무소유자의 철인
손으로 시냇물을 떠 마시는 소년을 보고 무릎을 쳤다지요 아마?
컵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은 거지요.
디오게네스가.
개와 함께 안 산다고 문제되는 건 아니지만
살아가는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한 사람은
빈센트 반 고흐랍니다.
애정을 숨김없이 표현하고,
칭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고,
자신의 한계를 알고, 놓아버릴 때를 알고...
개한테서 배울 점이 무려 67가지나 된다네요.
별을 좋아하는 사람은 꿈이 많고,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슬픈 추억이 많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름답지만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를 좋아한답니다.
그렇습니다.
그곳을 향해 가는 동안 우리는 할 일이 많습니다.
배워야 할 일도
사랑해야 할 사람도
위로해 줘야 할 친구도
그리고 함께 여행하고 싶은 친구도...
한 해가 갔다고 아쉬워하기 보다는
아직 많은 날이 남아 있다는 걸 고마워하듯
소원했던 친구며
얼굴 붉혔던 일이며
남에게 닫아걸었던 마음의 빗장이며
없는 사람 소홀히 대했던 오만함 따위 모두 잊고
겸손의 한해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그토록 바라던 행복
그토록 희구하던 일이 이루어진다면
그 기쁨 누구와 나눠야 할까요?
우리가 살아가는데 값진 것 중 하나가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대상이랍니다.
우리 가끔 만나는 자리지만
종이컵에 담긴 커피 마시며 떠들던
그 자리
그 자리에 당신은 늘 있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당신이 있어 그 자리는 빛이 나고
당신이 있어 주위가 포근하고 즐거운 것이니까요.
길 잃은 건 아니겠지요?
바쁘다는 핑계는 안 대시겠지요?
혹 날짜 기억나지 않아서 불참할 수도 있겠네요만...
이달 두 번째 금요일인 13일 낮 12시 부림에
당신이 앉을 빈자리 있다는 거 잊지 마세요.
몸은 비록 세월에 찌들어도
마음만은 늘 어린애 같은
순박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요.
해오름달 초아흐렛날 밤에
박동진이
21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