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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산행
능동산(981m) - 사자봉(1189m) - 재약산(1108m)
* 일시 ; 2001. 10. 1(월) - 3.(수)
* 인원 ; 7명 (남 4명, 여 3명)
장태현(걷는 이), 전천호, 갈대, 안윤희, 김인숙, 장태현 여동생(장태순)과 매제(남중호)
* 산행 코스 ; 배내고개-능동산-사자봉-재약산-(죽전)고개 근처-용주암-배내골, 죽전마을
* 산행 개요
- 추석 연휴 동안의 영남알프스 산행
- 여유있는 산행을 최대한 즐기자는 의미로 산행 종주보다는 야영과 억새군락
감상하는 마음으로 코스는 짧게 그러나 최대한 즐기는 산행으로 !
- 10/1 ; 배네고개 1박 10/2 ; 사자봉 지나 안부에서 2박 10/3 ; 하산
* 산행지 소개 - 영남알프스 ; 경북 밀양, 청도, 울산
영남 알프스 란 ? 영남알프스는 울산 울주군 상북면과 경남 밀양군 산내면, 경북 청도군 운문면 등 3개 시도에 모여 있는 해발 1천m 이상의 7개 산군(山群)을 지칭한다.
가지산(해발 1,240m), 운문산(1,188m), 재약산(1,189m) 신불산(1,208m) 취서산(1,059m), 고헌산(1,032m), 간월산(1,083m) 등이 그것으로 유럽의 알프스와 풍광이 버금간다는 뜻에서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남알프스의 명물은 8∼9분 능선 곳곳에 펼쳐진 광활한 억새밭. 이 가운데 재약산 사자평원은 억새밭이 가장 장엄하게 펼쳐진 곳으로 꼽히고 있다. 무려 1백여만평에 이르는 사자평원에는 가을이면 흰색 자태를 뽐내는 억새가 활짝
피어나 등산객들을 반긴다 (한국의 산하)
* 안내사이트
http://members.tripod.lycos.co.kr/sungonkim/home.html
http://www.sangbuk.ulsan.kr/index.html
* 산행기
장대장은 나에게 계속 전화가 온다. 영남 알프스 가자고......끈질기다. 장대장은.....
아무튼 고맙기도 하다. 매번 산행마다 연락하고 이리저리 신경써서 준비해 주고 잔 일 싫증 없이 하고...
좋은 상태가 아니라 몇 번이나 거절(?)하거나 답변을 미루어 왔지만 연휴 첫째날 마침 비도 오고 집에서 하루 쉬었는데 오후동안 집에서만 있으니 몸이 건질
한 것이 몸살 비슷한 증세에다가 무기력에 가까운 피곤함을 더 느낀다.
오후에 서울서 친구 한 놈이 "대구 왔으니 소주 한잔하자" 고 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가서 무언가 활동이라도 좀 해야 할 것 같아 일단 나갔지만 생맥주 한 잔 하는 것도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추석 연휴동안 집에서만 있으려니 병이 더 생길 것만 같다.
이미 지난주에 촌에는 다녀왔고 특별히 더 다닐 만한 곳을 찾아가기에는 친구
놈(?)들이 시간이 안될 것이고........ 할 수 없다. 산에 갈 수밖에......
10/1 (월)
추석날 오후 3시 남부정류장에 모이기로 했지만 장대장이 트럭이라도 몰고 갈
수 있다기에 3시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2시까지 와서 국채보상공원에서 윤희씨와 함께 만나서 남부정류장으로 가서 천호씨와 인숙이 배낭만 트럭에 싣고
둘이는 3시 40분 석남사행 버스로 가기로 하고 세명이 트럭으로 3시경에 출발하였다.
운문댐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운문호를 바라보는 망향정에서 간단한 간식을
하였다.
망향정은 댐공사로 인해 조상 대대로 살아오다가 삶의 터를 잃고 다른 곳으로
이주해 간 수몰인을 위한 고향을 바라보는 장소인데 이곳에서 내가 느끼는 나의 고향은 어디일까 ?
운문사 갈림길을 지나 운문산 자연휴양림을 거쳐 가지산 탄산 유황온천을 지나는데 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 ~~ 이거 참 네 ! 우리는 야영만 하려고 하면 비를 봐야 하나 ?
부분적인 시꺼먼 구름이 바람의 영향 탓인지 빠르게 이동하는데 우리가 야영할 곳만 피해갔으면 좋겠는데 제발 그렇게 해 주기를 바라면서 우리 팀에서 누가 비를 몰고 오는지 누구누구일 것 같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한다.
운문령에서 트럭의 짐칸에 있는 배낭을 텐트 후라이로 덮고 가게에서 어묵을
먹으면서 아랫동네의 석남사 지구와 저 멀리 뻗어 가는 배내골 일부를 보면서
가슴이 흥분되기 시작한다.
다행히 비구름은 우리를 피해 가는 것 같다.
목적지는 석남터널 위의 석남고개이다. 능선 위에서 보름달을 감상하고 산행을 시작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석남고개와 배내고개 갈림길에서 석남고개로
들어서자 마자 배내고개로 U턴하기로 했다.
석남고개에서 능동산은 이미 간 적이 있고 산행 시작을 최대한 여유있게 산행하고자 석남고개-능동산 구간을 없애고 배내고개에서 능동산을 거쳐 사자평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5시 13분에 배내고개에 도착하여 짐을 내리고 장대장은 천호씨와 인숙이를 데리러 석남사로 가는 동안 나는 작년에 갔었던 기억을 바로 되찾을 수 있었다.
배내골은 이천리에 있다고 해서 이천고개라고도 하는데 천황산까지 8 k, 1시간 40분 소요되고 천황산에서 재약산까지 2 k, 1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울산광역시장에서 세운 안내도가 있으며, 이천분교까지는 6 k 정도 된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가만히 있으니 춥다. 주위 주변을 살펴보는 동안 장대장이 천호씨와 인숙이를 모두 태우고 다시 현위치에 왔다.
4발 달린 발통만 있으면 어디서라도 편리하게 산행할 수 있어 좋다. 원래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것으로 하다보니 시간과 거리를 감안하여 어느 정도 제한된
산행을 하지만 차량이 있으니 오늘도 석남고개에서 배내고개까지 오기로 한
것이다. 아무튼 장대장은 수고도 많고 고생도 많다.
모두 5명이 모인 자리에서 오늘 야영지를 정하기 위해 의논해 본다.
능동산 정상 부근에 하려니 능선상에서의 야영도 좋지만 식수 사정이나 날씨가 지금은 애매모호해서 이 곳 주차장에 바로 텐트를 설치하기로 했다.
날은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이곳 주민인 듯한 아저씨가 다가와 야영하는 것에 대해 좀 불만인 듯한 표정인데 양해를 구하고 텐트를 설치완료 후
갖자 가지고 온 제사음식으로 저녁 만찬을 한다.
너무 한꺼번에 많은 양이라 오늘 못 먹으면 버려야 할 음식도 있는데 최대한
노력하여 먹는데 까지는 먹는다.
술은 빠질 수 없지.. 그런데 장대장이 페트병에 있는 것이 소주인 줄 알고 집에서 가지고 온 것이 물이었다. 그래도 다른 술도 가져왔으니 다행이다.
모두 한가위 음식을 잘도 먹는다. 장대장이 가져온 돼지털(?) 카메라로 한 컷 !
보름달이 둥그렇게 떴다. 모두 텐트 밖을 나와 구름 속에 가려졌다 다시 나오는 보름달을 보면서 모두 어깨동무하여 우리의 소원을 하나씩 말한다.
지나씨에게도 통화하면서 이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한사람씩 폰을 돌리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임로를 따라 산책한다. 정당한 장소에 앉아서 끝말잇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에
함께 어울려 있는 것도 그동안 우리들끼리 없었던 것 같다.
야영을 해도 전쟁인 양 유격대도 아니요 특공대도 아닌 것이 야간산행해서 올라온 다음 야식 먹고 술 한잔하고 잠 잠깐 자고 아침에 빡시게 산행하고 그리고 하산주 씨~게 땡기고...
오늘은 차로만 이동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었다.
출발 전 이번 산행 예정은 1박 2일이지만 상황 봐서 2박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최소한 2박이다.
이런 저런 얘기 속에 어느덧 잠드는 시간이다. 텐트 속으로 다 들어가고 나는
오늘도 갈대밭에 헤매는 한 마리 늑대인 양 그냥 자기에는 아까운 시간이기도
하지만 잠을 이룰 수 없어 란탄을 가진 채 산을 올라간다.
술 한잔에 야간산행은 위험하겠지만 잘 알고 있는 길이고 주의해서 올라간다.
보름달이 나의 등을 비춘 채 구름 속에 숨었다가 다시 나타나고는 한다.
억새밭을 통과하기 전에는 숲속 길이라 훤하지는 않지만 억새밭과 헬기장을
지나갈 때는 훤하다.
오늘처럼 산에서 보름달을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아니면 보았어도 기억에 남을 만한 느낌이 없어서 모를지도 모른다.
란탄에 비춰진 길과 억새와 돌과 나무를 보면서 쉬지 않고 가는 길에 나의 허한 마음을 위로라도 해주듯 한다.
11시 45분 야영지를 떠나 산길로 들어서 2 개의 헬기장을 지나 다음 날 00시
12분에 능동산 정상 (981 M)에 올랐다. 경남 울주군 지역으로 부산 구덕산악회에서 세운 정상 표석이 있고 돌로 쌓은 탑이 있고 삼각점이 있다.
정상에서의 야경은 저 멀리 언양 시내인 듯 야경 불빛이 아른아른 거리고 원동으로 이어지는 배내골에서는 띄엄띄엄 불빛만이 보인다.
이제는 구름도 없고 별과 보름달과 정상에 서 있는 초라한 작은 인간 한사람뿐이다.
보름달은 밝지만 더 이상의 감동은 없는 것 같다. 이미 동화되어 무감각한 것인지 아니면 느낌이 정체된 기분인지 알 수 없다. 나도 알고 보면 그저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내려올 때의 마음은 비어있는 것 같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
야영지로 돌아와 담배 한 모금에 피어나는 담배연기에 숨어 버리는 듯한 보름달처럼 나 자신도 텐트 안으로 숨어버린다. 이제는 좀 자야지..... (12시 47분)
그리고 해가 뜨는 무렵에야 드디어 다시 나온다.
10/2 (화)
배내고개(11;10)-능동산(11;40)-샘물상회(2;00)-사자봉(4;48)-사거리안부(6;40), 야영
해가 뜰 무렵에 눈이 떠진다. 이미 해는 솟아올랐지만 일출은 아직 볼 수 없다.
산을 완전히 넘어야만 우리가 있는 쪽에서 해를 볼 수 있으니까...
산 봉우리에 걸친 구름이 붉게 보이는 듯 하다.
야영 후 아침시간은 하는 것이 없어도 시간은 잘도 간다. 부스스한 얼굴도 이제는 서로가 잘 알고 있으니 체면 차릴 것도 없고 오히려 그 자체가 산에서는
더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세면도 적당히 하고 볼 일도 보고 아침밥을 하는데 죽밥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나는 맛있다. 내가 했으니까 ......^-^
장대장의 여동생과 매제는 집에서 이제 출발한다고 한다. 우리도 그 시간에 맞추어 정리를 한다.
10시 27분경 후발대가 다 오니 이제는 7명이 모두 모인 셈이다.
장대장과 매제, 나는 산행종료 예상지점인 죽전마을 (배내고개에서 옹달샘 가든을 지나 자연농원이 있고 화장실이 있는 영남알프스 산장 직전의 지점) 에
트럭을 주차 (10시 40분) 시키고 사자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확인하고 (사자평 4 k) 장대장 매제의 차로 배내고개로 되돌아왔다.
(배내골 포장도로는 자가용, 대형버스까지 운행 가능함, 조금 불편할 뿐)
11시 10분에 출발한다. 이제 모두 모여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신나는 산행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11시 40분에 능동산 정상에 올라섰다.
어제 밤에 올라온 덕분인지 쉬지 않고 올라왔는데 우리 팀들은 중간에 쉬고 있는지 올라오지 않고 있다. 한동안 머뭇거리면서 다시 한번 간월산, 신불산의
능선을 쳐다본다. 간월산과 신불산 사이에 안부가 간월재인데 작년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었다.
윈드자켓을 입고도 벌벌 떨면서 점심을 먹은 기억이 나는데 오늘 날씨는 약간
덥게 느껴질 뿐 산행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씨였다.
인숙이가 먼저 올라온다. 인숙이 배낭이 적은 것 같아 집에 놀고 있는 배낭을
주겠다고 하자 너무 좋아한다. 내가 쓰지 않은 배낭을 하나 주는 것도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 없이 좋은 가 보다.
뒤에 일행이 모두 올라온다. 정상에서의 정상석을 배경으로 한 컷씩 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한 다음 출발한다.(12시 10분)
바람은 조용하고 잠시 숲속길을 내려가는데 쇠점골 약수터가 나왔다.(12시 16분)
물호스에서 나오는 수량이 풍부한데 사철 믿을 만한 것 같고 옆길 벗어난 지점에 야영한 터가 있는데 약수터를 깨끗이 사용하자는 안내문이 샘터에 있다.
곧바로 가자 임로를 만났다. 5분 진행 후 임로를 벗어나 등산로로 발길을 옮겨갔다. 임로 옆에는 헬기장이 있었다.
12시 35분경 봉우리 같은 공터에 도달하자 처음으로 영남알프스의 모든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영남알프스의 전체가 조망되는 곳으로 영남알프스의 산군을 개별적으로 다녀봤지만 오늘처럼 탓 트인 조망을 즐길 수 있었던 기억은 없었던 것 같다.(12시
44분 출발)
5분 진행 후 또다른 공터에 도달하였는데 (왼쪽 아래에 임로와 헬기장 있음)
역시 멋진 알프스의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장대장은 영남알프스의 주봉들을 연속적으로 돼지털(?)카메라로 찍는다.
이 얼마나 멋진 장면인가 ?
운문산, 운문산 아래 흰 암봉이 멋진 백운산, 가지산, 능동산,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등등..
주위에 억새가 작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그 사이에 들어가서는 사진을 찍는다.
앞으로 억새를 원 없이 볼 평원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다시 등산로에서 임로로 합쳐지는 길로 접어들어 적당히 쉴 만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1시 10분)
중식을 했어야할 시간이지만 조금만 더 가면 샘물상회가 있기에 거기서 중식을 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간식을 하기로 한다.
천호씨가 잘 말린 누렁지를 꺼낸다. 지난 여름 미녀봉 산행시 누렁지에 대한
감격의 감회를 즐긴 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기억하였는지 내 앞에 꺼내놓는다.
맛이 꿀맛이다. 집에서는 잘 먹지도 않을 것인데... 사실 누룽지 만큼 산에서는
비상식으로 쓰기에 훌륭한 식품도 없다. 맛도 고소한 것이 유효기간도 없고 그냥 먹어도 되고 숭늉으로 끓여 마셔도 되고 얼마나 훌륭한 비상식량인가 ? 누룽지 덕에 소주한 잔 더 마신다. 또 한잔에 또 한잔 ...
장대장이 술이 남아돌지 않을 것 같은 눈치를 채고 없어지기 전에 자기도 마신다.
오프로드 산악용 지프차가 우리 앞으로 지나간다. 배내고개에서 우리가 출발할 때 같이 출발한 차 같은데 임로 바닥이 차 바퀴 모양으로 변해간다.
보통 짚차 바퀴 2배는 될만한 바퀴로 가니 웬만한 돌덩어리가 있어도 무식하게
지나간다.
오프로드도 그들 나름대로의 취미와 건전성을 가지고 하겠지만 길 옆 주위에
때때로 보이는 부러진 나무줄기나 이리저리 튀는 돌맹이를 보면 반갑지가 않은 생각이 든다.(1시 30분 출)
15분 진행 후 샘이 있다. 이 곳에서도 샘이 있다니 쉽게 믿겨지지는 않지만 한
모금 목을 축이고 누룽지를 든 채 계속 먹으면서 간다.
1시 57분경 임로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진 길을 따라 <천황산 정상 2.37 k><샘물상회> 이정표를 따라 샘물상회에 도달한다. (2시)
(**샘물상회 (알프스목장, 샘물산장 : 대표 정지홍) 011-862-7493,
055-355-1064) 는 천황산(재약산 사자봉) 아래에 목장 하던 곳에 민박집을
운영하는데 방이 12개나 된다는데 큰방은 4개로 15명 정도 쉴 수 있는데 4만원을 받고 3~5명 들어가는 방은 2만원을 받는단다. 토요일 저녁 표충사에서
종주를 원하시는 분은 이곳에서 하루를 유하면서 산의 밤을 맞볼 수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단체손님이라든지 전화를 예약해야 군불을 지펴 준단다.**)
동동주, 차와 약간의 음식을 파는 곳으로 테이블과 의자 등 쉼터를 겸비한 천막과 약간의 구조물로 이루어진 간이 산장식이다. 식수는 상회 안에 있는데 민박도 가능하다.
우리는 여기서 중식을 하기로 하고 라면으로 해결한 다음 천황산과 재약산, 사자평의 억새의 황혼빛 도는 광경을 보기 위해 산행시간을 늦추기 위해 여기서
낮잠을 자기로 한다.
따뜻한 햇빛 아래 내려쬐는 햇살이 뜨거울 정도다.
참 한가한 산행이고 여유를 맛보는 산행이다. 빠르지도 않는 산행 속도에 볼
것 다 보면서 산행하는 것도 즐겁다.
1시간여 동안 낮잠을 즐기고 일어나니 몸이 나른한 것이 몸에서 ? 가 2 %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차 한잔씩(생각이 안 난다) 주문하고 씀씀한 입맛을 다시자 장대장이 동동주를
시킨다.
한 잔의 술과 함께 모두 출발 (4시 12분) <천황산 정상 2.37 / 下 배네골 5 /
얼음골 5.45>
임로를 버리고 등산로로 진행하는 발걸음이 조금 무거워지는가 싶더니 이내
가벼워진다.
서서히 천황산(지금은 사자봉으로 부르는데 곳곳에 천황산이라는 이정표가 있어서...)으로 올라가는 약한 오르막이 시작돤다.
사자봉 정상의 돌탑이 보인다. 그리고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군락이 보인다. 조금씩 마음이 설렌다.
억새의 황홀한 장관을 보려면 이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일몰이 지는
시간대에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해야 일몰을 보면서 일몰의 붉은 역광이 억새의 황금빛 색깔과 조화를 이루어 멋진 파노라마가 연출될텐데 억새가 황금빛으로 변할 10월말 11월초만 되었다면 좀 더 멋진 광경이 기대될 수
있다.
4시 19분 <천황산 정상 1.4 / 배네골 6 / 얼음골 3.55 / 샘물상회 250m> 갈림길에서 그대로 직진한다. (우측은 얼음골)
10분 진행 후 <얼음골 2.1 / 사자봉 1.0 / 신명마을 2.0> 갈림길에서 폰 전화가 울린다.
민선배다. 재숙이랑 지리산 종주 마치고 화엄사 정류장이라면서 대구서 만나자고 한다.
" 민선배 ! 우리 지금 사자봉 정상 올라가는 중입니다....." 라고 답변한다.
민선배랑 재숙이랑 출발 당시 날씨도 좋지 않아 장터목과 치밭목산장(관리소
무전연락 부탁했음)에 저녁 8시까지 연락을 했는데 찾는 사람이 없다 길래 조금은 걱정 아닌 걱정을 하였는데 민선배니까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대원사-화엄사까지 잘 마쳤다니 우리도 종주 아닌 영남알프스의 진맛을 맘껏
즐기리라 !
추석 연휴 동안 우리팀들은 집에 있는 사람이 별로 없네. 일부는 지리산 종주
가고 일부는 알프스 가고.....
바위전망대에서 잠시 쉬면서 민선배랑 재숙이 지리산 종주 무사히 마쳤다는
소식을 알리니 다른 일는 없었는지 궁금해한다. 무슨 일 ?@#$%
간월재와 신불평원이 잘 보인다. 간월재에서 올라온 듯 패러글라이딩 3기가 보인다.
마지막 힘을 다해 정상에 다가선다. 탁 트인 능선에 억새밭이 깔려있다.
드디어 사자봉에 올라섰다. (4시 48분)
5-6년 만에 다시 찾은 사자봉이다. 남다른 감회에 젖는다. 여러 산의 정상에
서 보았지만 오늘처럼 흥분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기분이다. 울고 싶어지는 듯한 그런 감정이다.
예상한 짐작한 그대로의 그 느낌이다. 뭐라고 할까 ? 지난날의 감회랄까 ? 추억 ? 갈대 ?
오늘도 갈대밭에~~~~
지난날의 감회와 충동을 일으키는 매체가 하나 더 있다. 까마귀이다.
다른 산에서는 까마귀를 본 기억이 없다. 그러나 사자봉에서 만큼은 올 때마다
본다.
까마귀는 흔히들 재수 없는 새로 알고 있다. 까마귀를 보면 어디선가 죽음, 시체가 생각나는데 실은 그것이 아니다. 죽은 이의 영혼을 까마귀가 귀하게 모시고 가는 새다.
반면 까치는 좋은 새로 알고 있지만 농촌에서는 꼴치덩어리 새다. 익은 과일을
좋은 것만 파먹으니까....
그 순간이다. #$%@? 같은 왠 언어폭력(?) 같은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사자봉 정상에서 약간의 음료와 간식을 파는 사람인데 벌써 술이 좀 취한 상태인데 뭐~~~라고 하면서 "지리산 욕쟁이가 바로 나다" 면서 이 일대에 퍼져있는 산 능선과 봉우리의 조망에 대해 설명해준다.
팔공산, 보현산, 방어진, 무척산, 금정산, 가야산, 낙동정맥, 희미하지만 지리산 일대,,, 등등을 설명해 주면서 반가히 (?) 맞이한다.
동동주 한잔이 그리워 1병을 사서 마시면서 서로 나누어 마시다 형님으로 부르기로 하고 산에서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형님은 지리산 10년, 사자봉 10년 동안 산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였다고 한다.
모처럼 지나가는 나그네가 아닌 말벗처럼, 산 친구처럼 형님을 대하니까 형님은 기분이 좋으신지 우리가 1병 팔아주고 2병을 공짜로 얻어 마신다.
이 동동주는 밀양 아줌마의 노하우로 만든 것이라고 자랑하는데 이 맛도 특별한 것이 맛이 탁 쏘는 느낌이 좋다.
형님께서 파시는 술 2병을 공짜로 주셨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고 대신 형님의
장사하는 자리에서 커피를 끊여 드린다. 내 커피가 아니고 형님이 파시는 커피인데 .... 주객이 바뀌었다. ^-^
사자봉 일대에서 사진도 함께 찍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사진도 또 찍고 얘기를 나누고 또다시 사자머리 바위라고 일컫는 암봉에서 동동주 한잔을 더 마신다.
형님이 너무 기분이 좋은지 함께 내려가려고 한다.
사자봉의 형님 장사하는 물건 등과 배낭을 놔둔 채 그냥 내려가려고 한다.
우리는 고사리분교 일대에서 야영을 하려고 하였으나 형님께서 자리를 봐주겠다면서 함께 내려가자고 하는 바람에 형님 짐도 못 챙기고 (사자봉과 재약산
사이) 안부까지 내려왔다. (6시 40분)
사자봉 일대 부근에서 2시간여 동안이나 있었던 셈이다.
안부에 도착하니 또 다른 차량 매점이 있는데 이미 파장을 한 시간이고 여기서
양해를 얻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텐트를 치기로 했는데 형님께서 생활하고 있는 텐트집(?)을 공개하겠다고 한다.
아래에 가면 계곡이 있어 식수로 써도 된다고 한다.
일반 등산객에서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집을 공개하겠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이미 술이 많이 취한 상태라 물도 구할 겸 장대장과 함께 안전하게 형님을 모시고 텐트집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역시 10여년 동안 생활한 텐트 분위기가 느껴진다. 2인용 텐트에 조그마한 공간,,,,,
텐트 위로 방수를 위해 쳐놓은 낡은 비닐천막, 약간 높은 잠자리 바닥엔 담요,
여기저기 있는 담배꽁초, 잡주머니 안에 있는 건전지, 담배, 라이터, 촛불의 농이 떨어져 굳어버린 몽땅초, 어수선하지만 한 곳에 기타가 있다. 동동주 한잔에 또 댕긴다. 형님의 기타 솜씨에 장대장과 나도 함께 오빠생각 한 곡을 부른다.
외로운 것일까, 인간사 가장 슬픈 것이 무관심과 외로움, 고독일까 ?
형님은 모처럼 사람다운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이 즐거웠던 모양이다.
형님에게 88담배를 2갑이나 주신다. 형님께 인사하고 우리 텐트자리로 돌아왔다.(7시 45분)
형님을 만나지 않고 그냥 지나쳤더라면 지금쯤 고사리분교에 있었어야 할 자리였으나 이곳에서의 자리도 좋다.
아 참 ! 우리가 일부러 샘물상회에서 낮잠까지 자면서 일몰 시간에 맞추어 억새 광경을 보려고 했는데 사자봉에서 2시간이나 머물면서 제대로 봤는지 모르겠다.
흐흐흐.. 동동주 맛있더라..
텐트에서의 두 번째 야영이다. 마지막 남은 술마저 다 마시고 나니 역시 부족한 것은 술이다. 아쉽게만 흘러가는 것은 시간 뿐이다.
이 시간마저 잡으려고 사자봉으로 다시 올라가려고 한다. 윤희씨가 밖에 나와있어 함께 가자고 하고는 10여분 올라가고는 내려가자고 한다. 내려간다.
텐트안에는 잠드는 시간 이였다. 오늘 술 진짜 많이 마셨다.
몇시에 잤는지도 모르게 잠이 든다. 모처럼 잠 못 드는 밤을 이기고 눕자마자
잠이 든 것 같다.
10/3 (수)
텐트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 동시에 눈을 뜨고 부스스하게 일어난다.
안부에 있는 가게주인과 형님과의 얘기가 오고가고 하는 모양이다. 형님이 우리가 깬 것을 알고 우리 텐트로 다가와서는 "어제 술이 너무너무 많이 취해서
미안하다"며 동동주 한 병을 건네준다.
목 축이라면서....
형님은 어제 사자봉에서 정리 않고 놔 둔 산행인에게 팔 음식류와 짐 등이 걱정인 듯하나 서둘러 올라갈 생각을 않는다. 지갑, 배낭 등 모든 것이 위에 있는데...
형님에게 함께 올라가자고 하니 같이 올라가자고 하면서 어디서 나왔는지 동동주 한 병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 한 병을 내가 들고 사자봉 중턱에 서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바위 위에 걸터앉아 찬란한 광경을 본다.
형님은 그 광경을 보면서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라며 탄성을 자아낸다.
형님은 여기에서 10여년 동안 계셨는데도 오늘의 이 광경을 보고 대단하다고
하시지만 솔직히 내가 보기에는 아주 대단하게 보이지는 않는 것 같은데 형님께서 그 동안 보아 온 일출의 광경을 혼자서 만이 보았기 때문에 그 광경을 아무리 멋지다고 할지라도 옆에 함께 있어 줄 사람이 없으면 그 감동은 그저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형님 곁에 내가 있으니 그 감동을 함께 보고 함께 이해할 수 있으니 있는 그대로의 감동을 내놓은 것 같다.
일출 광경을 하나씩 설명해 주시는데 처음에는 수평선 위 구름 주위가 붉다가
조금 뒤 바다가 붉게 보이다가 해가 완전히 뜨면 전체가 보인다고...
그 말을 듣고 조금씩 변해 가는 일출의 광경을 보니 정말로 산에서 처음 느껴
보는 일출의 감상이다.
사자봉에 올라서니 어제 있던 물건들이 그대로 있다. 형님은 까마귀에게 까옥아 ! 하고 부른다.
낯선 내가 있어서 안 오는 것 같다고 한다. 형님 혼자 있으면 까마귀가 형님 앉아 있는 의자 다리 사이로 떨어져 있는 음식 부식물을 쪼아먹으면서 있다는데
오늘은 불청객 때문에 오지를 않는다.
까마귀야 ! 나도 너와 친구가 되고 싶단다.
나는 산 넘어 산 ! 그리고 또 산 넘어 산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산 너머
너머에는 산이 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있다는 것을 처음 느낄 수 있었다.
삼면이 바다인 줄 알면서도 산 너머 바다라는 것을 오늘 일출을 시간이 흐르면서 보면서 느낀 것이다.
산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그만한 노하우와 경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셈이다.
나는 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형님과 산꾼 얘기를 하다보니 지리산에서 본 노형님을 형님도 알고있다면서
여러 얘기를 해 주었다.
얘기하다 보니 지금의 형님은 초면이 아닌 것 같다. 지리산에서도 뵌 적이 있다.
그렇지만 나도 이제는 내려갈 시간이라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형님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地水火風 (표충사 사자평 작전로 초입에 위치한 찻집인데 형님과 잘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듯.
www.Sajapeng.co.kr) 이라는 명함 한 장을 꺼내주고는 시간 나면 그 곳에서
차 한 잔 마시고 가고 靑山이라고 남들이 부르더라는 말만 하고는 갈 길이 있으니 나 때문에 더 이상 머무르지 말고 가라고 한다.
산꾼들은 마지막 인사를 꼭 찾아오겠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언젠가 발 길이
옮기고 머물다보면 만나겠지 하고는 동동주 병을 들고 등을 돌린 채 손을 흔들며 돌탑 쪽으로 걸어간다.
나도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곧장 아래로 내려온다. 아쉬움과 후회스러움이
교차되는 순간이다.
그 뒷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차라리 처음 본 순간부터 그냥 지나갔으면 내 뇌리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는데.....
다시 야영지로 돌아가니 이미 아침을 다 먹은 모양이다. 그런데 라면 밖에는
먹을 식량이 없단다.
어제는 제사음식이 남아돌아서 버리고 했었는데 이제는 라면도 2개 밖에 없단다.
라면도 안 먹힌다. 형님이 두고 간 동동주는 이미 마셔버렸단다...의리 없이 다
마셔버리다니,, 하긴 뭐 나도 위에서 한 잔 마시고 왔지만.....
텐트를 정리하고 억새밭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출발한다. (9시 20분)
서서히 약한 오르막을 오르면서 바위를 오르면서 올라간 곳이 재약산 정상.(9시 41분)
드디어 사자평의 위력적인 장관이 보인다. 임로가 보이고 지도상 알프스 목장이라고 한 건물이 보이고 더 넓은 평원지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 아래에는 표충사가 잘 보인다.
우리가 하산지점으로 잡고 있는 855봉 아래의 안부도 잘 보인다.
예전에 재약산 정상에서 추워서 바위틈에 쭈그려 있었던 기억이 난다. 우습다.
(10시 출)
아래로 서서히 내려가면서 중간에 샘터는 아니고 석간수처럼 생긴 물이 흘러나온다.
물 한 모금에 시원함을 달래고 바위전망대에 도달한다.(10시 15분) 예전에 이
곳에서 재약산 올라갈 때 쉬었던 곳이기도 하다.
고사리 분교와 고사리 마을 민박집이 보이지 않는다.
분교터와 집터라도 보일 줄 알았는데 분간이 안 된다. 고사리분교와 고사리마을은 이미 철거된 지 몇 년 되었지만 어떻게 철거되었고 그 흔적이나마 확인하고자 가는 것이다.
정기산행은 일정한 코스에 정해진 시간 내에 산행을 해야 하는 단점을 우리끼리 가는 비정기산행은 시간, 장소, 코스 일정에 구애 없이 원하는 코스만큼 즐길 수 있어 좋다.
더욱이 이번 산행은 2박3일의 일정에 비해 산행거리는 짧으므로 "앞으로 돌진,
계속 진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최대한 즐기면서 낮잠도 자기도 하고, 좋은 구경거리가 있으면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여유를 최대한 즐길 수 있어 좋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 미리 계획한 것이니까 좋을 수밖에.. 아무튼 좋다는 말
밖에....(10시 32분 출)
숲속길로 접어들면서 <고사리분교 0.4 / 재약산 0.7 / 진불암 0.7> 이정표에서
왼쪽 고사리분교 방향으로 가자마자 임로에 접어들었다.
임로를 따라 계속 진행하다가 우측 억새군락지가 있어 임로를 버리고 억새밭으로 들어갔다.
누군가가 억새밭으로 들어간 흔적이 있어(억새가 쓰러져 있음) 억새를 밟으면서 가는데 억새의 키가 내 키를 넘어가는 것 같다. 발 아래에는 땅도 보이지 않는 빽빽한 억새 밭이었다.
황홀한 나머지 억새밭에서 취해 있는 동안 길이 곧 나오겠지 하고 계속 억새군락지를 뚫고 이리저리 돌고 돌다가 이제는 잡목과 가시밭이다. 이것 마저 뚫고
가니 계곡에 도달했다.(11시 10분)
이 계곡은 층층폭포, 홍룡폭포가 있는 계곡의 위쪽인 듯 하다.
계곡에서 잠시 쉬는 사이 장대장 매제가 임로를 찾기 위해 윗능선으로 올라가
보았지만 임로가 보이지 않는다며 다시 내려온다.
계곡으로 올라가기로 한다. 어차피 계곡 위로 올라가다 보면 우리가 하산하고자 하는 길을 중간에 만나게 되어 있으니 모두들 계곡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누군가가 " 왠지 지금까지 산행이 수월하다 했다 " 면서 뭔가 다시금 억새군락에서의 방황(?)과 또다시 계곡을 거슬러 가는 것에 대한 특별한 산행, 예상치
못한 코스로의 재미를 맛보는 산행에 모두들 또 하나의 우리들만의 특별한 산행이 된 것이다.
고사리분교와 고사리 마을터를 못 보고 간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지금 산행도 재미있고 흥미롭다.
계곡은 깊지 않은 것이 돌을 디딤돌 삼아 이리저리 건너가면서 진행하다가 좋은 구경거리 하나가 나온다. 잎 모두가 빨간 단풍나무 한 그루가 우리들 정면에 위풍당당하게 맞이한다.
모두들 한 컷 한다. 이번 산행에 사진을 뽑으면 잘 나올 것 같다. 단지 모두 사진을 찍는 모습이 역동적이지 않고 정적인 자세라 조금 아쉬울까 ?
그래서 간혹 억새군락을 지날 때,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의 모습을 적당한 거리에서 찍은 것도 몇 장면 있다.
11시 45분경 계곡이 갈라지는 듯한 지점에서 장대장과 나는 좌우측 길을 확인한 후 계곡을 벗어난 우측 길로 가기로 한다.
길은 나 있는데 임로는 아니고 경운기로 비슷한 길인데 사람 다닌 흔적이 있고
길 폭도 넓다.
현 위치는 밀양군과 울주군 경계선 능선 좌측과 사자평 임로 중간 지점의 고원지대로 사자평의 또 다른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길은 일반 등산로는 아니고 예전 고사리 마을 화전민들이 사용한 길이라고
추측되는데 일반 등산로를 벗어난 길이기에 일부러 찾지 않고서는 보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중간 중간 철조망으로 둘러쳐 진 곳을 옆으로 지나가는데 철조망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드넓은 마치 고원지대의 초원과도 같은 곳을 지나 약한 오르막을 오르고나니
능선을 따라 철조망이 길게 설치되어 있다. 이 철조망을 넘고 아래로 내려가면
(길은 있는지 없는지 모름) 배내골이다.
1시 방향으로 배네고개의 모 연수원건물이 보이고 능동산이 보인다.
여기서 지도를 살펴본다.
고사리분교에서 임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임로를 버리고 우측 산길을 택해서
855봉 직전에서 좌측으로 내려가야 죽전마을로 하산할 수 있는데 우리는 고사리분교도 못 보고 임로도 못 찾은 상태에서 어느 능선상에 올라와 있는데 현위치를 파악해 본 결과 855봉이 있는 능선에서 조금 떨어진 곳인데 이 정도의 위치라면 좌측 임로가 보여야 하는데 좌측에는 하나의 언덕이 있고 11시 방향에
봉우리가 있어 855봉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확신이 서질 않는다. 현재 서 있는 능선이 맞기도 한데....
장대장이 좌측 언덕으로 먼저 올라가서 임로가 있다고 확인하여 일단 여기서
임로로 먼저 내려간 후 855봉 능선으로 가기로 하고 장대장과 내가 먼저 좌측
언덕을 넘어 임로로 진입하여 뒤 일행도 내려오라고 하였다. (1시)
임로 옆에는 계곡이 있다. 아까 그 계곡이 계속 이어진 것이다.
임로에서 좌측이 고사리분교 방향이고 우측이 가게가 있고 고개가 있다는 지나가는 사람의 말을 듣고 우측으로 가기로 하였지만 왠지 방향이 잘 맞지 않는다.
10여분 진행하니 가게가 나왔다. (1시 17분) 캬 ~~ 반갑다.
마침 중식 시간이고 가지고 온 식량도 없고 (이제껏 이런 일이 없었는데) 여기서 어묵에 동동주에 라면을 끓여 먹기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쉬고 있다. 가게 주인 아주머니인지 아가씨인지 젊은
아줌마는 주말에만 장사를 한다고 한다.
아주 추운 날에는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옆에 장대장이 말하기를 " 주암 가는
길이다 " 라고 한다.
우리는 주암으로 가면 안 되는데....(주암은 배내고개 방향쪽에 있음)
지도상에는 임로가 주암까지 나 있지 않은데 길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주암까지는 상당히 먼 길이다.
가게 주인에게 죽전 가는 길을 물으니 가게 옆으로 돌아와서 전망이 좋은 곳으로 가서 저 멀리 있는 봉우리를 가리키며 " 저 봉우리에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임로에서 가다가 좌측으로 언덕을 넘어 가서 능선쪽으로 가다가 길이 있는
곳으로 가면 내려가는 길이 있을 것이다 " 라고 하면서 " 요즘은 그 길로 가는
사람이 없어 길 찾기가 좀 어려울 것이다 " 라고 한다.
일단 봉우리를 확인한 후 라면에 동동주에 어묵에 진수성찬인 중식을 한다.
아침도 라면, 점심도 라면인 셈이다. 길을 잘못 찾은 것에 대한 실수보다는 이
가게에서 라면 먹고 동동주 한잔하라고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는 위로의 위안으로 삼는다. 전화위복인 셈이다.
사실 먹을 것이 거의 없었다. 어찌 되었거나 잘 왔다.
인숙이는 아까부터 표충사 얘기를 한다. 왠 표충사 ? 인숙이는 잘 먹는다. 잘
먹는 것도 복이다.
오고가는 얘기 속에 웃음꽃이 피고 우리들의 팀웍도 다져진다.
정말 재미있는 산행이다.
이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
여기가지 왔는 김에 주암으로 임로를 따라 그냥 갈 것인가 ?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855봉 직전에서 죽전으로 내려갈 것인가 ? 여러 의견으로 봐서 다시 죽전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가 철조망이 있는 능선 봉우리로 다시 올라가야 한다. 자 ! 잘 먹었고 이제
가자 ! (2시 20분 출)
고사리분교 방향으로 뒤돌아와서 임로에서 이제는 언덕 넘어 봉우리로 올라간다. (2시 35분)
불행 중 다행이랄까 ?
원래 계획대로 고사리분교에서 임로를 따라 갔으면 855봉 능선으로 오르는 우측길을 찾지 못했을 것이 뻔하다. 다행히 억새밭을 헤매고 계곡으로 거슬러 가다가 855봉 아래의 고원에서 능선으로 올라와서 확인한 길이기에 얼마나 다행인가 !
시그널은 전혀 하나도 없다. 더욱이 억새에 가려 길도 잘 보이지 않았는데 우리가 내려왔던 그 길을 다시 쉽게 올라가서 그 능선을 별 의심 없이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2시 50분에 능선에 다다라 철조망이 벌려져 있는 곳을 통과하니 능선길이 나와있다. 여기에도 억새천국이다.
제대로 찾은 길이기에 모두들 한결 여유있는 모습들이다. 사진도 찍고 오늘은
억새를 원 없이, 한없이 즐기는 구나...
까마귀가 운다. 영남알프스의 까마귀는 나를 과거의 회상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앞으로는 좋은 친구가 되자구나 !
3시 4분경 855봉 직전의 안부에서 좌측으로 내려간다. 정확한 죽전고개(아래
마을이 죽전이라 이 고개를 죽전고개라 자칭한다.)는 아니지만 수풀 사이로 길이 나 있어 선두는 그 길을 따라 내려간다.
시그널 하나 없이 흰노끈으로 간간히 표시기 노릇을 하는 것이 보이는데 아늑한 분위기의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아마 마음의 여유가 그 느낌을 가지게 하는가 보다.
전방 진행방향 방위각에서 약간 벗어난 방향이지만 잘 내려가다가 좌측으로
크게 틀면서 내려간다.
길이 나 있긴 한데 방향은 직진해야 죽전마을 방향인데 무시하고 내려간다.
3시 35분경 계곡을 만난다. 야호 ! 물이다. 장대장, 천호씨, 나는 그 곳에서 목욕을 하기로 하고 나머지 일행은 먼저 간다.
물이 차가운 것이 장난이 아니다. 발을 잠시만 담가도 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첫날 출발 때부터 입고 있는 옷을 이제야 갈아입는다. 홀가분한 느낌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3시 55분)
4시 3분경 묘 1기를 지나 임로에 도달하여 우측으로 진행하니 집이 한채 있고
대한불교 철구소 용주암이라고 하는 절이 하나 있다. (4시 5분 - 20분)
10여분 길을 따라 가니 배내골이 보이고 즐비한 가게와 산장들이 보인다.
민박집이 있고 다리가 있고 건너편에 상주식당이 있는 곳에 도달하여 산행은
실지로 끝난 셈이다.
천호씨와 나는 여기서 기다리기로 하고 장대장은 앞서 간 일행을 좇아 주차한
곳으로 간다.
장대장을 기다리는 동안 부산사람이 원동에서 여기까지 걸어오고 있는데 석남사까지 간다는데 우리도 그쪽으로 가니까 잠시 기다렸다가 함께 가자고 하여
기다리는 동안 언양-석남사 간 370번 대우여객 버스가 배내골을 경유하여 지나간다.
장대장이 트럭을 몰고 앞선 일행을 뒤에 태우고 온다. 우리도 거기에 타고 배네고개로 간다.
우리가 지나온 능선 길이 하나씩 보인다.
"야 ! 우리가 저기에서 저리로 갔다" 멀지도 않은 듯 하면서도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한 기억으로 남으리라.
5시 10분에 배내고개에 도착하여 장대장 매제의 차와 트럭에 서로 나누어 타고 출발한다.
아쉬운 기억 속에 이제는 우리가 추억과 정을 묻어두고 떠나간다
석남사에서 부산사람을 내려주고 언제 다시 올 날을 약속 없이 기약하며 석남사를 뒤로하며 운문령을 지나 운문댐에서 잠시 쉬고 경산에서 장대장 집으로 가서 저녁 함께 먹고 장대장 매제가 2년 동안 담아놓은 송이버섯주와 함께 이번 산행의 소감을 한마디씩 하면서 아쉬운 산행을 정리한다.
집에 10시 40분경에 들어갔다. " 만돌아 ! 내 없는 동안 밥 자~알 먹었나 ? "
<끝>
E-mail ; galdae80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