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결혼식
온몸이 찌푸뚱하고 잠이 부족하다
어제밤 자정미사을 마치고 늦게 돌아온 탓일게다 .
등산장비를 주섬주섬 차리고 차가운 새벽을 열면서
우리 부부는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로 향했다
목적지는 박달이와 금봉의 애절한 사랑이 깃던 박달재고개 !
그들의 조각상이 있는곳이다
금년이 3 번째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앙상한 나무들로 뒤덮인 산속을 헤지며
쉼없이 차는 잘 빠진다
12시 쯤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크게 들려오는 천둥산 박달재 노래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깔고
막걸리 잔 가득채우 놓고 묵념으로 기도했다
금년한해도 끝자락에 와 있다고
덕분으로 그동안 우리들도 별일 없었다고 ......
당신들도 변함없이
천년동안 아니 영원히 사랑하리라고 .....
간단히 예를 갖춘 우리 일행은
옛날의 그 주막에 들어갔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합없는 초라한 주막집
장작난로 에 꾼고구마를 안주삼아 들이키는 한잔의 동동주에
4 년전의 오늘을 잠시 생각해 본다
그러니까
우리가 박달재와 금붕이와의 인연(?)은 4 년전으로 소급된다
언젠가 우리 아름다운 가족사랑팀( 친구모임 4 부부 )이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는중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들린곳이 이곳이다
.........낙방거사로 돌아온 박달이 금봉이가 4 흘전에 죽었다는 소식에
땅을 치며 목놓아 울어단다....
울다 지친 박달이 얼핏 쳐다본 고개길에 너울너울 춤을
추며 달려가는 금봉이의 모습이 보였다
이름을 부르며 뛰어 뛰어 겨우 고개마루에서 잡을 수는 있었으나
와락 금봉을 끌어 않았는체
박달은 천길 낭떨어지로 떨어져 버린다 ........
음각된 둘만의 사랑이야기가 눈물겹도록 마음이 찡하다
꼭 껴안고 빰을 맛대고 서있는 그 들의 조각상이 그래도 왠지 쓸쓸해 보였다
이심전심
우리일행 모두가 내린 결정이다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그들의 공식적인 사랑의확인 절차로
그들의 결혼식을 늦게나마 우리가 치루어 주자고 .........
그후
공휴일을 잡아 선택한 날짜가 4 년전 그리스 마스 날이다
혼백을 달랜다고 한줌의 흙을 가지러 이른 새벽 박달재로
간 일행이 도착한다
마-트가고 준비한 음식이 차례로 상차려지고
주례서고
박달재노래를 결혼 행진곡 대신으로
다같이 합창하며 성대히 ( ?) 결혼식 치루었다
예물로선 흙으로 잘구어진 호돌이와 호순이의 사기저금통 ....
한잎 한잎 쌓여진 이 저금통을
일년마다
누군가를 위해서 개봉하겠다고 ......
그리고 당신들의 살림이 영걸어 질 5 년동안만
이날 찾아간다고 약속했었다
뒤풀이 한잔 술에 뿌듯한 마음 금할 수가 없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얼마나 웃었는지 .....
그것도 어제 같은데
벌서 4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묵 무침과 묵 밥이 나왔다고 주막 아줌마 가 고함친다
실내장식이라곤 하나없는 주막에
하나의 액자만이 나의 시선을 끈다
동동주 한모금에 그 액자의 글귀 한구절
묵무침 한 젓가락에 그 액자의 글귀 한구절을 마음속깊이
각인 시켜본다 .....
업장이라 ! ( 액자의 글귀 )
쇠라서 불로써 녹여 보리까 ?
얼음이라서 햇빛으로 녹여 오리까 ?
더덕 더덕 붙어있는 이 업장을
누렁지라 주걱으로 벗기오리까 ?
욕심으로 벗기려고 달려드니
더욱 달려붙은 이 업장 !
용광로에 쇠처름 녹여 주소서
문경세재를 넘어 대승사로 윤필암으로
화엄산림대 법회가 열린다는 양산 통도사에
오늘늦게라도 도착하려니
나그네의 마음은 한층 바빠진다 ..............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