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이란?
성경의 첫 다섯 권은 기원 이야기로 시작하여 모세의 죽음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 설화본문들과 계약법전 및 십계명 등으로 구성되는 법전 본문들로 이루어져 이 다섯 권을 가리켜 ‘토라(율법)’ 이라 하는 것은 유다의 랍비 전통에서 유래한다. 오경을 그리스어로 펜타테우코스 비블로스(다섯 권의 두루마리)라 일컫는데, 이는 ‘다섯 개로 구성된 책’이란 뜻이다.
첫 다섯 권에 모세라는 이름을 붙여 ‘모세 오경’이라 부르게 된 것은 교부들과 고대 작가들에게서 비롯되었다.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에서는 오랫동안 오경을 모세가 쓴 단일 작품으로 여겨왔으나 17세기 중반 비평가들에 의해 오경이 여러 문헌으로 짜여졌다는 연구와 비평이 제기되었다. 이에 오경이 생기기까지 병행하는 문헌과 독립적인 문헌들이 여럿 있었다는 문헌가설이 18세기에 제기되었다.
서로 다른 시기에 쓰여지고 다른 문학적 신학적 특징을 지닌 문헌이 오경을 이룬다는 문헌가설은 오경안의 모순과 결핍, 반복 등의 난제들을 이해하게 하였다.
오경이 어느 한 저자의 독립적 저술이 아니라 다양한 자료들로 합성된 본문임은 분명하나 오경 전체는 땅을 향하여 방향 지어졌다. 주님은 아브라함에게 땅을 보게 해주시겠다고 약속하시고 모세는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두고 죽는다.
오경에 내재하는 공통요소로 율법, 예배, 땅을 꼽는데 이 요소들은 상반되지 않고 서로 연관되어 이스라엘의 정체성 문제의 본질적인 면에서 일관성을 갖췄다.
창세기는?
유다인들은 성서의 첫 단어로 그 책의 이름을 삼는데 창세기의 히브리 이름은 “브레쉿(한 처음에)”이다. 이 책을 그리스말로 옮긴 70인 역 성서에서는 창세기의 내용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제목을 붙였다. 그 이름이 “게네시스(기원, 시작이란 뜻의 그리스말)”인데, 이 이름이 더 널리 퍼지며 우리말로 창세기(創世記)란 이름도 이 그리스말 이름을 한문으로 옮긴 중국어 성서에서 비롯되며 ‘세상 지어질 때의 기록’이란 뜻이 담겨 있다.
어느 책이 언제 쓰여졌는가를 알면 그 책의 배경을 좀 더 잘 알 수 있지만 창세기가 언제 쓰여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아마 오랜 옛날부터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전해진 여러 민족들의 창조 이야기가 이스라엘 신앙 안에서 입으로 전해졌다고 생각되며 BC 10C부터는 조금씩 글로 기록되어 전해 내려오면서 더 분명한 꼴을 갖추게 되었다. 요즈음 우리가 보는 창세기는 유다인들이 바빌론 유배를 다녀온 다음인 BC 400년경에 이루어졌다.
내 용 : 온 세상 전체와 이스라엘의 첫 시간들의 이야기가 주 내용이며, 하늘 창조 이야기로 시작하여 이집트에서 야곱과 요셉이 죽는 이야기로 끝난다. 요셉은 죽기 전에 자기 후손들이 약속된 땅으로 돌아가게 되리라고 예고하는데, 이렇게 열린 결론을 통하여 창세기를 탈출기-신명기를 연결 지으면서도 고유하게 일단락 짓는다.
탈출기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탈출기에 ‘브엘레 쉬모트 (이름은 다음과 같다)’ 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이름은 탈출기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로, 관례에 따라 붙여진 것이나 그리스말로 구약성서를 옮긴 70인 역 성서는 책의 주제를 중시하여 이 책의 이름을 ‘액소도스 (탈출)’ 로 정했다.
저자는 분명하게 알 수 없으나 유다인과 그리스도인은 오랫동안 모세가 탈출기를 썼다고 믿어 왔고 모세가 한 일이 탈출기의 주 내용이다. 하지만 학자들이 자세히 살펴본 결과 탈출기에 서로 겹치거나 부분적으로 엇갈리는 내용이 있음을 알게 되어 이 책은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이 기록하고 여러 차례 편집되었다는 것을 밝혀 냈다. 출애굽기는 많은 사람의 공동작품인 셈이나 물론 그 모든 것을 성령께서 비추어 주셨다.
쓴 사람이 여럿이듯, 쓰여진 기간도 긴 세월에 걸쳐 쓰여졌다. 아마 출애굽 사건이 있은 다음에 그 사건에 대한 체험담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BC10C 경에 이르러서야 부분적인 기록이 이루어졌고, 그 다음에 다른 저자가 이 내용을 또 기록했다. 오경이 최종적으로 편집이 이루어진 때는 기원전 400년 경이다.
내 용 : 이집트에서의 야곱과 요셉의 역사를 요약한 것으로 시작하며, 이를 통해 ‘성조들의 역사’는 ’이스라엘의 역사‘로 넘어간다. 탈출기는 이집트 종살이에서 탈출하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탈출의 방향은 단순히 고향(약속의 땅)으로의 귀환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이 되는 데 있으며 이것은 법전의 언어로 다시 강조된다. 뒷부분에서 ’만남의 천막‘을 통해 주님께서 백성 사이에 머무르시며 인도하시는 이야기가 전개되며 레위기를 준비한다.
레위기는?
이 책의 히브리 이름은 레위기의 첫 단어인 “와이크라 (그리고나서 부르셨다)”이다. 그런데 그리스어 성서인 70인 역 성서에서는 책의 주제를 고려해서 성서 이름을 붙였다. “레위기”란 이름은 사제 역할을 맡은 레위인들이 해야 할 예배와 규정을 다룬 책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 이름이 라틴어 성서인 불가타 성서에 그대로 받아들여지면서 널리 퍼졌다.
유다인과 그리스도인들은 모세가 써서 전해주었다고 믿어 왔지만 요즘의 학자들은 레위기도 오경의 다른 책처럼, 예전부터 구전이나 문헌으로 내려온 자료들이 시대에 따라 덧붙여지고 편집되었고 아마도 최종적으로 이 성서의 꼴을 잡은 이들은 사제들이었을 것이다.
쓰여진 시기는 분명하게 밝힐 수는 없으나 레위기를 꼼꼼이 읽어 보면, 시기에 따라 다른 부분들이 있다. 초기 자료도, 왕정시대의 자료도, 유배 이후의 자료들도 들어 있어 레위기도 어느 한 사람에 의해, 어느 한 때에 다 쓰여진 것은 아닌 셈이다. 레위기가 완성된 꼴을 갖춘 시기는 바빌론 유배 이후, 400년경으로 현재 추정되고 있다.
내 용 : 구약성서에는 어쩌면 성서 전체에서 가장 읽기 곤란하고, 읽어도 재미없고,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를 성서로 꼽는다면, 아마도 제일 먼저 레위기가 꼽힐 것이다. 그러나 레위기는 구약성서에서 제일 중요시된 성서인 오경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유대인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성서로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제 주님께서 만남의 천막에서 말씀하신다. 레위기는 시나이 산을 계시의 장소로 언급한다 (26,46; 27,34). 주님께서 시나이 산에서 선포하시는 모세를 통해 전달된 율법은 유일무이한 규범으로 남다른 가치를 갖는다.
민수기는?
민수기의 히브리 이름도 처음에는 첫 단어인 “와예다벨”(야훼께서 말씀하셨다)였으나 좀 더 후대로 와서는 첫 문장의 다섯 번째 단어인 “브미드발”(광야에서)을 책의 이름으로 삼았다.
그런데 그리스어 성서인70인 역 성서는 이 성서에서 여러 번의 인구조사, 장정과 성소 집무자, 희생제물수 등의 숫자에 주목하여 책이름을 “아리트모이”(숫자들)이라고 붙였다. 그래서 중국어 성서는 “민수기(民數記)”라 지었고, 우리말 성서이름도 “민수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민수기의 전체 내용에서 숫자가 아니라 광야에서 있었던 사건들이 중심을 이루기 때문에, 좀 더 잘 어울리는 성서 이름은 ‘광야기’일 것이다.
오경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민수기에도 아주 옛날 노래부터 유배시대의 자료까지 다양하게 실려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겪었던 이야기는 물론 후대에 그 체험을 되새긴 이야기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에 의해 기록되고 모아지면서 정리되어 사제들이 바빌론 유배 이후에 마지막 정리를 맡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내 용 : 민수기에는 하느님의 백성답게 살기 위해 주어지는 각종 율법 규정들과 함께 시나이 광야에서 모압 평원에 이르는 광야 체험기가 실려 있다. 하느님이 세워 주신 지도자 모세에게 대들고 하느님을 시험하며 불평하는 소리가 높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물과 양식을 주시며 인도하시지만, 계속 불평하고 거역하는 백성들을 처벌하며 그 결과 이집트를 떠난 이스라엘 백성 중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는 벌을 받지만 약속의 땅으로 향한 여정이 주 내용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민수기는 역사를 이끌어 가시는 하느님께 대항하는 ‘목덜미가 뻣뻣한’ 사람들은 결국 자멸의 길을 걸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또 인간의 거듭된 반역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구원목적을 이루어 가심을 보여준다. 따라서 믿는 이들은 언제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당신 약속에 충실하신 하느님을 끝까지 신뢰하고 그분의 뜻에 순종해야 함을 알려 준다. 아울러 하느님과 백성을 사랑하며 그 가운데에 고뇌하는 모세를 부각시키며 참된 지도자의 모습과 그 길에 대해서도 일러주며, 여기서 약속된 땅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신명기는?
신명기의 저자도 분명치 않지만 오경의 첫 네 권과는 다른 저자가 쓴 것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신명기는 여호수아서, 판관기, 사무엘 전후서, 열왕기 전·후서까지 이어지는 긴 역사서(흔히 신명기계 역사서라 부름)의 첫 부분에 해당된다.
학자들은 편의상 이 저자들을 ‘신명기 사가’ 또는 ‘신명기 학파’라 부른다. 그들이 신명기에 처음 손댄 때는, 신명기를 꼼꼼이 살펴볼 때, 북이스라엘은 멸망하고 남 유다는 존속하고 있었던 BC 7C경으로 여겨진다. 신명기는 한 번에 다 쓰이지 않고 여러 차례 손질되면서 마지막으로 완성되고 오경의 마지막 권으로 묶여진 때는 BC 5-4C경이다.
신명기는 한마디로 모세의 설교집이라 할 수 있다. 모세는 광야를 거쳐 오면서 행한 지난날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약속의 땅에 들어가서는 더 이상의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백성들을 간곡하게 타이른다. 그가 이야기하는 내용의 핵심은 언제 어디서나, 특히 위기에 처할 때에도 출애굽의 하느님 야훼만을 믿고 따르며 그분이 일러주신 말씀과 율법을 준수해야 살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명기는 이스라엘 율법의 최고 권위자인 모세의 입을 빌어 이스라엘이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그리하여 광야 세대뿐 아니라 후손들이 이러한 내용을 잘 알아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땅에서 오래오래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가르침을 역설하고 있다. 신명기는 오경의 한부분이면서 총정리 하는, 신명기계 역사서의 머리글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명기는 신약성서에 83회나 인용될 정도로 아주 많이 인용된 구약성서이다.
내 용 : 모세가 설교하는 위치와 장소가 소개되며 설교가 시작된다. “이것은 모세가 요르단 건너편 아라바에 있는 광야에서, 온 이스라엘에게 한 말이다…사십 년째 되던 해 열한째 달 초하룻날”(신명1,1-3). 모세의 설교가 주 내용이다. 1-30장은 거의 모세가 백성에게 한 설교로 이루어져 있다. 곧 모세가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두고 죽기 전에 남기는 일종의 영적 유언과 같다. 모세는 바로 그날 모든 설교를 마치고 눈을 감는다(신명 32,50; 34,5). 모세의 죽음과 더불어 신명기와 오경 전체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