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셀던은 추리소설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셀던은 10편의 소설과 23편의 시나리오를 썼다.
그가 쓴 10편의 소설을 보면, <깊은 밤 깊은 곳에>, <게임의 여왕>, <시간의 모래밭>, <신들의 풍차>, <내일이 오면>, <거울 속의 이방인>, <혈통>, <벌거벗은 얼굴>, <깊은 밤의 추억>, <천사의 분노>이다.
최근에 쓴 <깊은 밤의 추억>의 줄거리를 간단히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중요한 두 남녀 주인공은, 콘스탄틴 데미리스와 캐서린 알렉산더이다. 데미리스는 거부이며, 캐서린은 데미리스의 비행 조종사 레리 더글러스의 아내이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가난한 건달인 데미리스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거부가 되었다. 영국의 늙은 지질학자 헨리 포터와 그의 젊은 아내 시빌이 데미리스가 있는 곳으로 왔다.
젊은 시빌이 데미리스를 유혹하여, 육체적 만족을 취했고, 남편이 발견했던 유정지역을 데미리스에게 가르쳐 주고, 땅을 살 돈도 데어 주었다.
거부가 된 데메리스에게 아름다운 정부(여배우) 노엘 페이지가 있었다. 그러나 노엘은 레리 더그러스와 놀아났다. 물론 노엘과 더글러스는 죽고, 케더린은 과부가 된다.
데미리스는 노엘에 대한 사랑 때문에, 캐더린까지 죽일 음모를 세운다. 그것도 캐더린과 놀아난 후에 죽이기로 했다.
독자는 살인마 데미리스의 손에 죽어갈 캐더린을 생각하게 된다. 캐더린은 죽음에서 피할 방법도 없으며, 데미리스가 보여준 친절에 감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드니 셀던의 거의 모든 소설이 이와 같은 음모에 빠진 인물이 나타난다. 셀던을 언어의 마술사라고 한다. 독자들은 셀던의 혓바닥에 이리 끌리고 저리 뒹굴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소설문학이 무엇이냐를 알아보고 싶으면, 셀던의 작품을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는가.
셀던의 작품은 일단 독자가 마주치면, 긴장을 느끼게 한다. 긴장이 계속되면 독자는 흥분하기 시작할 것이다. 마치 연인끼리 서로 앉아 있기만 해도 긴장과 흥분을 느끼듯이.
나는 소설문학이 재미가 있는 이유가, 소설문학이 하극상의 기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극상보다는 하극상의 미학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극상의 미학에는 희극적 하극상과 비극적 하극상이 있다. 신분의 차가 있으면서 하는 결혼이 희극적 하극상이다. 상관이 부하에게 죽음을 당하면 비극적 하극상이다.
<깊은 밤의 추억>에서 희극적 하극상을 살펴보자. 데미리스와 시빌의 연애이다. 건달 데미리스가 지질학자의 아내간의 불륜의 사랑을 분명히 신분 차가 있는 연애이다.
또한 데미리스의 정부인 노엘 페이지가, 비행조종사 더글러스와의 연애도, 신분 차가 있는 연애이다.
그리고 데미리스가 캐더린과의 연애시도는 희극적 하극상이다. 이러한 희극적 하극상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벌이는 연애행각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비극적 하극상은 데미리스가 그의 부하격인 변호사에 의해서 죽음을 당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비극적 하극상은 <성서>의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울왕이 다윗에게 당하듯이.
셀던의 작품을 통해서 연애감정과 비슷한 긴장과 흥분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독서삼매에 젖어드는 것은 소설문학 속에서 긴장과 흥분을 느끼게 되기 때문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다.
<깊은 밤의 추억>에는 등장인물중의 하나인 데미리스에 대해서 작자 셀던의 침입이 있다. 살인마란 말을 독자가 생각하게끔 발언한다.
그리고 김만중의 <구운몽>에서도 작가가 작품속에 침입하여 유불선중에서 불교가 가장 중요한 종교라는 발언을 하였다.
<소설의 수사학>을 쓴 부드는, 작가가 아니고 등장인물을 통해서, 작가가 간접적으로 침입하여 말하는 방식을 "이중시각"이라고 하였다. 특히 희곡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하듯이, 소설에서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침입하는 "이중시각"은 재미있는 용어라고 생각된다.
독자는 데미리스의 음모는 알지만, 캐더린은 죽음에 대한 그림자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이것을 우리는 드라마틱 아이러니라고 하고 있다. 여기서 드라마틱 아이러니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이론이다.
또한 독자는 데미리스의 논리에 맞지 않는 행동과 말에 따르는 동업자(부하)들의 행동을 보고, 부조리를 느낀다. 다라서 부조리 영웅 데미리스와 캐더린을 통해서 부조리 문학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데미리스의 행복은 캐더린을 죽이는 살인이고, 캐더린의 행복은 데미리스의 사랑을 얻는 것이지만, 둘의 개인적인 행복은 사회(여건)이 맞지 않아 실패하므로 부조리가 발생했다.
<깊은 밤의 추억>의 캐더린은 죽음의 마수로부터 벗어날 아무런 방법도 모른 채, 그냥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을 보고, 독자는 불안에 빠지게 된다. 소외된 인물 캐더린을 보고, 독자들은 동정(연민) 하고 있다. 소외문학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데미리스같은 깡패(건달)를 보고, 건달소설(피카레스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건달은 신분이 수직적 이동을 한다. 보통 하인에서 상전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깊은 밤의 추억>을 통해서, 문학이론들인 아이러니, 피카레스크, 소외, 부조리 영웅, 이중시각, 그리고 하극상의 미학까지를 약간씩 검토해 보았다.
이러한 문학이론들은 내가 K독서회에 참여할 때, 개별독후감에서 생각해보고, 토론작품과 관련지어서 검토해 보는 용어들이다.
적극적인 독서토론의 방법 중에서, 독서노트의 활용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독서노트의 활용은 독서토론에서 높은 문학관(문학과 이론의 역동적인 이해)을 쌓아 올리기 위한 사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독서노트를 적어오고 있다. 그렇다고 대단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가지고 다니기에 편리한 노트를 사서, 독서토론 할 때, 다른 회원들의 발표내용을 요약하면 된다.
다른 회원의 발표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자신의 발표 내용을 요약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의 노트에는 지난번 독서토론회 이후에 이번 독서토론회 때까지, 그동안 읽었던 책의 제목과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그리고 문학이론과 오늘 토론하고 있는 작품을 연결하여 분석정리 해 둔다.
160여회 동안, 이런 방법으로 독서노트의 활용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독서경험이 점점 다져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
콜웰은 <문학개론>에서 보다는 토론을, 토론보다는 연구를 해야, 문학의 진정한 맛을 터득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토론이란 말 대신에 분석이란 말을 사용했지만.
시드니 셀던의 작품은, 솔벨로우나 셰익스피어와 마찬가지로, 하극상의 미학을 포함한 문학이론을 올바로 이해하고 검토하려는 학도에게는 알맞은 대상이 되리라고 믿어본다.
덧붙여서, 적극적인 독서토론방법을 위한 3가지 실천사항을 적어두고자 한다. 첫째는 꾸준히 독서를 계속할 것. 둘째는 토론 중에 독서노트를 활용하여, 자신의 느낌이나 사고를,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가질 것. 셋째는 일기나 시나 수필 등 자신에 맞는 글을 써 볼 것을 권해 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