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08년 7월 부산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약 3개월간 충정로 고시원에서
생활했을 때 이야깁니다.
집을 구하자니 그렇고 하숙은 불편할 것 같고 해서 결정을 못하던 차에 주거를
구할 때까지만 고시원에서 생활하게 되었죠.
아침 7시출근하고 10시,어떨때는 새벽에 (술마신다고가 아니고 진짜로 일한다고)들어오고 하니까 별 불편한 줄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업무에 적응하면서 아무리 하려고 해도 10시,11시퇴근때까지 해야할 일들이 줄어들면서 부터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갈데는 없고 매일 술 약속을 만들기도 그렇고...할 수 없이 일찍 고시원으로 들어오니, tv도 없고, 슬슬 먹을 것을 찾게되었는데...
고시원에는 공용으로 사용하는 주방이 있습니다. 그기에는 밥, 계란,김치 그리고 라면이 무한 제공됩니다. 단, 밥은 마지막으로 먹은 사람이 전기밥솥에 최소8인분 이상은 해 놓아야하고, 라면 끓여 먹은 사람은 냄비 등 사용한 식기를 씻어놓아야하는데...(규정을 어길시 퇴실 조치 및 cctv로 감시한다는 경고문이 붙어있음)
문제는 항상 가보면 라면 먹은 그릇은 더럽게 국물이 남고,건더기며 씻어 놓지
않은 상태로 있고, 밥솥을 열어보면 항상 한 주먹(1인분)정도만 남아있는 겁니다.
이유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배고픈 사람이 그릇은 씻어서 라면 끓여먹고
밥은 하기 싫어니까 항상 마지막으로 1인분만 남아 있는 것입니다.
어떤이는 이도 저도 하기싫어 이것저것 뒷정리 안하는 계란후라이를 한꺼번에
10개씩 해서 먹는 넘도 있고, 아예 자기만의 식기를 준비해서 자기것은 닳도록
닦는 넘도 있고요...
하루는 어중간한 시간에 퇴근을 했는 데 저녁도 안먹었고 해서...주방엘 가니
예의 씻지 않은 그릇들과 한 주먹의 밥만 남아있는 겁니다.
배는 고프고 나가자니 귀찮고...고민하면서 밥솥을 열고 한주먹의 밥을 숟가락으로 살살 끍어서 먹고 있는데...갑자기 뒤통수가 근질근질한 겁니다. 아니나다를까
뒤 돌아 보니 어떤 넘이 왜 밥하기 싫어서 남은 밥 끍어 먹냐는 듯 꼬려보고겁니다.
할 수 없어서 남은 밥은 제가 먹고 쌀 씻어서 밥은 해줬죠...ㅎㅎ
8월 어느날인가 그나마 김치냉장고가 고장나는 바람에 김치와 계란이 엉망이되어
한 달간 주방을 이용하지 못하기도 하고...
그러던 고시원 생활도 그때쯤 강남의 한 고시원에서의 살인사건으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가족들이 모두들 그기있으면 안된다고 집구하라고 해서요...
덕분에 좀 비싼데 구해서 있었지만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직장인이 근무지의 변경으로 할 수 없이 잠시동안 고시원에
생활하는 것은 무관하겠지만, 진짜 공부하는 사람들, 고시를 목표로하는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예를 들어 시험은 패스못하고 몇년씩 그기있게되면 묘한 망상에 빠지게 될 확율이 높은 것 같습니다.내가 왜 시험이 안되지..이렇게 열심히하는데 이것은 분명히 사회가 잘 못되서야...제도가 잘못되거나..아니면 이번 시험에 부정이 있거나 등등...그러한 불만이 불특정 다수에거 표출이 되면, 아무 죄없는 저와
같은 밥하기 싫어서 밥 좀 끍어 먹는 사람에게 튈지도 모를 일입니다.
첫댓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박창일 선생!!! 4월30일 왠만하면 부산 산행때 보자!
그려~~가련한 인생들~왜 숫깔 들고 있는지를 알면 조그만 수고는 할 땐데~<욕받다
차일군아! 실화가. 고생 많다. 대한민국에서 몇 사람이 알아 줄까 ?
110425 74박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