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白鷗)야 말 물어 보자 놀라지 말아스라.
명구승지(名區勝地)를 어디어디 보았는다.
날다려 자세히 일러든 너와 게 가 놀리라.
조선 후기 시조 작가 김천택이 지은 자연친화 사상이 나타난 시조이다. 백구야 놀라지 말고 나에게 너가 본 명승지를 자세히 알려다오 그러면 너와 같이 그 곳에 가서 놀겠다는 내용의 시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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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천택(?-?) 조선 후기 시조작가·음악가. 자는 백함(伯涵)·이숙(履叔). 호는 남파(南坡). 생몰연대 및 출신 배경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 수 없으나 출생년은 1680년대 말로 짐작되며, 신분에 관해서는 《해동가요(海東歌謠)》의 <작가제씨(作家諸氏)>에서 숙종 때의 포교(捕校)로 소개되어 있다. 중인계층 출신으로 잠시 관직생활을 한 뒤, 거의 평생을 여항(閭巷)에서 가인·가객으로 지낸 것으로 짐작된다. 창곡(唱曲)에 뛰어났으며, 김수장(金壽長) 등과 더불어 경정산가단(敬亭山歌壇)에서 후진을 양성하였다. 1728년(영조 4)에 시조를 정리하여 영조 4년 (1728)에《청구영언(靑丘永言)》을 편찬하였다. 그의 시조작품은 약 80수이다.
작품의 특성 및 내용
아름다운 자연 속에 노닐고 싶은 시인의 심정을 형상화 한 작품으로 자연물인 갈매기에게 명구승지를 물어 보는 문답법을 사용하여 자연과 화합하여 삶을 살고자 하였다. 명승지를 찾아 그 곳의 경관을 완상하며 자연과의 완전한 합일을 추구하려는 시인의 지극한 자연애와 명승지 관람의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갈매기야 말 좀 물어보자. 놀라지 말거라. 놀기 좋은 땅을 어디어디에 가 보았는냐? 나에게 자세히 알려주면 너와 함께 거기에 가서 놀겠다는 내용이다.
초장에는 ‘백구(白鷗)야 말 물어 보자 놀라지 말아스라.’는 화자가 실제로 갈매기에게 말을 건네고 갈매기가 화자가 자신에게 건네는 질문에 깜짝 놀라는 모습이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백구(白鷗)야 놀라지 말아스라. 말 물어 보자.’고 하였으면 화자가 갈매기가 놀랄 것을 염려한 뒤에 자신의 의도를 말하므로써 갈매기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화자의 자세를 행동을 보여주는 것에 비하여 ‘백구(白鷗)야 말 물어 보자 놀라지 말아스라.’는 화자가 갈매기에게 말을 묻는 행동을 갈매기가 예상하지 못하고 깜짝 놀라는 행동을 보여 주므로 마치 이러한 행위가 실제로 일어난 듯한 생동감을 주는 표현이다.
중장 종장의 ‘명구승지(名區勝地)를 어디어디 보았는다. / 날다려 자세히 일러든 너와 게 가 놀리라.’는 화자가 갈매기에게 묻는 의도가 명승지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과 갈매기를 통해서 자연과의 화합을 희구하는 것임을 나타낸다.
‘백구’는 갈매기를 말하며 ‘마라스라’는 말아라의 예스런 표현이다.
‘명구승지’는 이름난 곳과 경치 좋은 곳을 말한다.
‘닐러든’은 ‘닐다’에 ‘러든’이 결합한 것으로 ‘말해 주면’의 의미이다.
‘게가’는 ‘거기에 가’의 준말이다.
이본고
이 시조는 이본간의 차이가 많다. 초장 ‘말 물어 보자 놀라지 말아스라’는 《청구영언(靑丘詠言)》가람본 298에 ‘나 너 아니잡으리라’로 《고금가곡》가람본126 《근화악부》145에는 ‘지 말아 녯벗인줄 모다’로 표기되어 있다. 중장 ‘어디어디 보았는다’는 《고금가곡》가람본 《근화악부》에 ‘믈너오니 강호(江湖)로다’로 표기 되어 있다. 내용은 비슷하나 차이가 많은 것은 다음과 같은 시조가 있다.
백구(白鷗)야 놀지 마라 너 잡을 아니로다.
성상(聖上)이 리시니 갈 곳 업셔 예 왓노라
이난 즈리 업스니 너를 좃녀 놀리라.(병와가곡집689)
참고
포교(捕校) ꃃ〖역사〗 =포도부장.
포도-부장(捕盜部將) ꃃ〖역사〗 조선 시대에, 포도청에 속하여 범죄자를 잡아들이거나 다스리는 일을 맡아보던 벼슬아치. 포도 종사관의 아래이다. ≒포교02(捕校)‧포도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