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 큰애 혜린사비나와 안식구 유스티나가 약 한 달 일정으로 스페인 산티아고를 향해 떠났습니다.
열두 사도 중 하나인 성 야고보(산티야고보-->산티아고)의 주검이 발견되는 바람에
그 자리에 무덤과 기념 성당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la)가 세워지고
파리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그곳으로 향하는 약 800km의 순례 길이 중세 때부터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10세기 중반 이후 천 년이 넘는 세월로 어어져 온 묵언 수행의 길인데
옛날에는 주로 종교적 이유로 걸었다면, 오늘날은 한 해 수만 명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삶과 자아에 대한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40여 일 걸리는 도보 여행지로 찾는다고 합니다.
근래 들어 한국인 여행자들이 많아져 스패니쉬는 물론 유럽인들이 그 이유를 궁금해 하기도 한답니다.
열렬히 동행하고 싶었지만, 여러 모로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웠고
막내와 나, 남은 두 사람은 언니와 엄마, 기꺼이 두 모녀만의 여행으로 꾸려지는 데 동의했습니다.
아마도 안식구에게 이번 여정은 큰애와 좀처럼 갖기 힘든 둘 만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다투기도 하고 기대기도 하면서 서로를 껴안는 경험을 하겠지요.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었던 서명숙씨가 벤치마킹하여 올레길을 만들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일,
나중에 네 식구가 함께 제주 올레나 한 바퀴 돌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 한 달 간 밥해 먹고 막내 챙기고 학교에 다녀야 하는 일이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 수 있는 길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보기도 합니다.
첫댓글 다녀오신 후 사진이랑 간단한 설명 올려주심 안될까요? 갠적으로 저도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에ㅛ..^^
네에, 큰애에게 사진 많이 찍어 오라 해놓았으니 다녀오면 그렇게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