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휴무일이다.
산엘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침 군민달리기가 끝나자 마자 돌아 오니
미리 봐 두었던 완행버스 시간과 맞았다.
'준비된 나의 보따리'를 매고 대동리 정류장으로 출~발!!!
준비물은 라면2봉, 육포1개.. 술은 참기로 했다 --, 이온음료 1개를 챙기고
8:30분 심방행 버스에 올랐다. 코스는 양각산-수도산-단지봉 일주.
내심 지리산을 마음에 두었으나 전 날 저녁 산벗의 조언으로 주변 산을 택하기로 했던 것이다. 수신 제가 치국..이라 했던가^^;
버스안은 몇 안되는 승객으로 여유로웠고 차창 밖 들판은 굵어져 가는 벼알들로 느긋하게
넘실거렸다.
중촌리 심방마을은 버스 종점지였다. 하루 2-3회 드나 든단다. 그리고
마을은 등산객이 찾을 것 같지 않은 조용하기만 한 곳이었다.
마침내 마을어귀 안내도(다소 미흡함)를 안내 삼아 오르기를 시작하였으나
중간중간 리본을 의지해야 할 정도로 등산로는 c급 이었다.
안개 뿌연 비탈을 1시간 오르니 오석으로 된 양각산 표지석이 기다리고 있었고 오른편 심방마을과 왼편으론 웅양면 소재 마을들이 발 아래로 가물거린다. 그리고 북쪽으로 수도산인 듯한 봉우리가 올려다 보였다.
수도산 방향은 길이 양호했으며 주변 조망도 가슴을 탁 트이게 해 주었다.
양각산에서 1시간 정도 걸으면 수도산이다. 여기는 김천시에 속한다.
처음 알았지만 김천이 이렇게 가깝게 있었구나 싶었다.
돌탑형식으로 정상을 표시 해 놓은 그 옆에 무심회에서 수고한 정상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반가워라^^; 무심산악회!!
육포로 잠시 입맛을 달래고 산행을 잊자니 산행객 1~2팀을 만났다.
뜻밖이라 반가웠다. 그리고 길도 양각산 주변보다 좋았고 중간중간에 이정표를 마련해 두었는데 김천시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양각산길이 c급이라면 수도산길은 b급 정도의 안전한 길이다.
수도산 중턱 쯤 위치한 수도암은 고찰은 아닌 듯 하였으나 규모가 작지 않은 사찰이었으며,
사람들이 많았는데 공부하러 온 듯 보였다.
점심을 해결하고 임도를 택해서 가는데 길이 아무래도 이상하였다. 임도는 완만하게 길이 나 있는 것이 특징이지만 지루하기 짝이 없는 길이도 하다.
1시간을 걸어도 길이 보이지 않으니 잘 못 든것이 틀림없었다.
조급한 마음이 들 즈음 산 기슭으로 노란 리본이 반갑게 나풀 거렸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c급 산길이었다. 산행 들머리에서 독사 놈을 본 터라 발 밑이 조심스러웠다. 반바지가 아무래도 부담이 되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출발 4시간 거리를 되돌아 가기는 불가능하다.
갈증을 심하게 느낄 쯤 주 능선에 이르렀다. 절에서 받아 온 물은 그 무엇
보다 시원하였다.그러나 희열도 잠시 예보에 맞게 하늘은 먹구름을 잔뜩 품고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이미 몸은 땀으로 목욕을 한 뒤라 냉장고에 떨고 있을 픽쳐만이 환상처럼 아른거리는데... --ㆀ
그러나 오늘 산행의 피크는 그때부터 였다. 억새와 다래넝쿨로 뒤 덮인 길은 급한 마음과 다르게 끈질기게 막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길로 다시 1시간여를 싸우자니 천둥과 함께 결국,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였다. 업친데 덮친다더니.. $%#@&!
비 맞은 생쥐 꼴이란게 이 경우지 싶었다.
펑퍼짐한 단지봉은 다리품을 되게 팔아야 했다. 낮이막한 정상석을 곁눈질만하고 곧바로 하산길을 재촉하였다 (이 정상석도 무심회에서 마련하였다)
걷기 시작한지 5시간이 넘었고 먹거리도 없으니 최대한 빨리 내려가야지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을로 빠지는 길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고 능선길은 끝이 없었다.
이런 경험은, 근래에 없던 상황이었다.
비 오는 산속은 어두워 오고 오리무중이었다.젖은 등산화는 질컥거렸고 하산길은 갈수록 지친발을 잡아 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하산길을
찾았으나 신고 온 비브람은 발가락, 뒤꿈치등 여기 저기 흠집을 내 놓았다.
버리기 아까워 계속 사용할 요량으로 신고 왔지만,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더니 하산지점에 도착 했을때는, 내 너를 다시는 찾지 않으리..였다
출발에서 도착지까지 7시간이 넘어서고 있었다. 산벗에게 sos를 하였으나 사정이 여의치가 않았고 배터리도 동이 난 상태였다.
설상가상이구나 싶었다. 2시간을 다시 망연자실 앉아 있자니 밑에 마을에서 경음기 소리가
들려왔다. 버스가 오고 있었던 것이다. ^0^;;
오늘 하루 중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
그리고 아주 특별한 산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고생한 만큼,
그러나
..사람에게 주어진 최대의 선물은 망각이라는데.. .
빠샤!!!
첫댓글 내 너를 다시는 찾지 않으리............ㅋㅋㅋ 하루행님, 겨울산 같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