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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테인먼트를 표방하는 SK 와이번스는 지난해에도 많은 이벤트를 열어 연고지 팬들을 끌어 모았다. SK의 스포테인먼트는 '오락으로서의 야구'라는 측면과 '산업으로서의 야구'라는 관점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사진 김재현) |
물론 그런 요인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세계 어디에도 ‘골프고등학교’라는 이름을 단 정식학교는 없다. 게다가 조만간 국내에 골프 전문대도 설립될 전망이니 일본인으로서는 고개가 갸웃거릴 만한 일임이 분명했다.
야기 아나운서는 이어 “톱클래스 프로골퍼의 경우 한국 기업들이 서로 스폰서를 맡겠다며 경쟁을 벌인다는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골프 시장이 작은 한국에서 기업들이 프로골퍼들에게 막대한 후원을 하는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일본에 ‘골프 붐’을 일으킨 미야자토 아이(21)는 산토리를 비롯해 유명 기업으로부터 수억 엔의 후원금을 받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표한 지난해 광고 계약금 순위에서도 미야자토는 8천만 엔(약 6억 4천만 원)으로 여자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CJ와 연 30억 원에 계약한 박세리나 신영건설과 300만 달러(약 28억 원)에 광고 계약을 한 미셸 위에 비한다면 한참이나 적은 액수다.
기자는 “골프를 통한 기업 홍보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라고 말하려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사실 기업 홍보 효과만큼이나 반경제학적인 용어도 없다. 객관적인 수치를 뽑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야기 아나운서에게 질문을 했지만 그 역시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한국과 일본 모두 아직 스포츠 마케팅이 ‘기업 홍보 효과’에 국한한 까닭이다.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를 거두는 ‘나이키 골프’
나이키는 당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를 선택하는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윔블던 대회 우승자인 지미 코너즈와 존 매켄로, 1984년 LA올림픽 4관왕인 칼 루이스, NBA의 수퍼 스타 마이클 조던,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 등 각국의 유명 스포츠 스타들을 앞세워 마케팅을 펼쳐왔다. 지금도 ‘포스트 조던’이라 불리는 르브론 제임스, 육상 스타 매리언 존스, 축구 황제 호나우두 등 세계적으로 1만 2천여 명의 스포츠계 인사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나이키가 지출한 광고비만도 17억 4천만 달러다. 이 가운데 스포츠 스타에게 지출한 스폰서비만 4억 7,650만 달러였다. 그렇다면 나이키의 스포츠 마케팅은 성공적일까. 가장 적절한 해답이 나이키 골프일 것이다.
지난해 나이키 골프는 타이거 우즈와 5년간 2억 달러(약 1천 8백억 원)에 재계약을 마쳤다. 1996년 우즈와 5년간 4천만 달러에 계약하기 전까지 나이키 골프는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 스포츠 산업 가운데 가장 진입 장벽이 높은 골프용품 사업에서 나이키 골프가 생산하는 골프공은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고작 1%만을 차지했다.
그러나 우즈가 나이키 골프 제품을 쓰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은 4%로 뛰어올랐다. 거기다 나이키 골프는 우즈를 등에 업고 골프클럽과 각종 골프용품을 제작 판매해 테일러메이드와 같은 세계 유명 골프용품업체를 불과 3년 만에 제쳤다. 지난해 나이키 골프의 영업이익은 5억 3천만 달러에 이르렀다.
나이키 골프는 우즈뿐만 아니라 미셸 위, 최경주 등 세계 톱클래스 선수와 계약을 맺으며 독보적인 골프 용품 메이커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나이키의 마케팅 목표다. 나이키에게 ‘기업 홍보 효과’는 큰 케이크에서 어쩌다 떨어져나간 작은 빵부스러기처럼 보잘것없는 존재다. 나이키가 목표로 하는 것은 스포츠 스타 마케팅을 통해 해당 스포츠 종목을 육성하고 활성화해 이를 통해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매출을 증대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살폈듯 나이키 골프는 우즈를 활용해 골프시장을 키웠고 곧이어 골프용품시장을 점령했다.
마케팅 방법도 색다르다. 나이키가 세계적인 유명 스포츠 스타들과 계약 또는 후원을 하는 배경에는 자사의 용품을 사용해 인지도를 높이려는 측면도 있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점은 거기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이키는 선수들을 활용해 혁신적인 신기술을 개발하고 판촉 현장에도 내세운다. 나이키 골프 코리아 마케팅팀 한정민 부장은 “나이키의 스폰서 개념은 타사와 다르다. 우즈는 단순히 용품사용에만 그치지 않고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직접 참여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제품개발이 끝나면 출시 전에 우즈에게 사용하게 해 테스트를 밟는데 이런 과정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LA 센추리 공항에 난데없이 우즈가 등장했다. 2007년 봄에 출시 예정인 나이키 골프의 신형 드라이버를 홍보하기 위한 프레스 행사에 참여한 것이었다. 우즈는 LA 센추리 공항 활주로에서 이 드라이버를 사용해 멋진 드라이브샷을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판촉을 벌였고 그 드라이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판매량이 많은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프로 선수는 상품이지 위인이 아니다
국내 프로구단은 대기업을 모체로 한다. 삼성, 현대, LG, SK 등 대기업은 이제 세계적인 브랜드다. 굳이 프로구단을 통해 ‘홍보 효과’를 누릴 필요가 없다. 일부에서 기업이 경제활동에서 얻은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며 프로구단도 이 같은 차원에서 평가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기업의 존재 이유는 수익 창출을 통한 고용 유발과 사회적 소득 증대에 있다.
게다가 해외 기업의 경우 사회 환원은 프로구단 운영을 통해서가 아니라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질병 퇴치 등 실질적인 사회 공헌 활동으로 구현된다.
요즘 국내 프로야구를 예로 들며 구단 운영이 좀 더 사업적 관점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기업 홍보 효과’가 알콜 중독자에게 맥주를 권하는 일처럼 아무 효과가 없듯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에게 보다 사업적인 측면에 집중하라고 지적하는 것 역시 설사 환자에게 우유를 주는 일과 같다. 해마다 정초에 각 구단 사무실의 벽에 걸리는 목표는 한결같이 수익증대다. 그러나 정작 변해야 할 것은 선수들이다.
구단으로부터 정해진 급료를 받는 프로 선수는 구단 이익을 위해 세일즈를 겸해야 한다. 미프로농구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찰스 바클리가 우연히 구단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구단 직원이 지역 인사에게 연간석을 판매하기 위해 통화 중이었는데 옆에서 지켜보자니 성사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보다 못한 바클리가 구단 직원의 수화기를 빼앗고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찰스 바클리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연간석을 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실제 바클리임을 알아차린 상대는 즉시 연간석을 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당신을 보기 위해 연간석을 구매했지만 당신은 내게 눈길 한번 준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이 직접 부탁하니 사도록 하죠.”
메이저리그에서도 선수들은 구단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들이 구단 마케팅에 참여하는 방식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세일즈나 마케팅을 직접 돕는 방식이고 다음은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공헌하는 방식이다.
전자의 경우 바클리처럼 팬들에게 전화를 걸어 연간석 판매를 돕기도 하지만 고객용 판촉물에 사인을 하거나 VIP를 접대하는데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중심타자였던 짐 토미는 고객용 판촉물로 제작된 포스터 600장에 일일이 자필 사인을 군말 없이 새기느라 팔에 쥐가 나기도 했다.
뉴욕 양키스의 3루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메이저리그 사상 가장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연간석을 구매한 VIP가 양키 스타디움을 방문하면 가장 적극적으로 접대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메이저리그는 구단 스폰서와의 회식이나 규모가 큰 그룹의 CEO를 초청한 파티에 구단 선수들을 참석시키는 일이 자주 있다.
후자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가장 오래 구단에 소속돼 있고 많은 팬을 거느린 선수가 아니라 연고지 팬을 위해 가장 헌신한 선수이자 그래서 연고지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를 뜻한다. 메이저리그의 프랜차이즈 스타라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게 기본이다. 은퇴해서도 마찬가지다. 지역사회의 야구교실에서 자원봉사 하는 것을 그들은 현역 생활의 연장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국내 프로 스포츠는 어떠한가. 특히 프로야구는 대단히 왜곡돼 있다. 야구팬은 갈수록 줄어들고 관중 역시 감소하고 있는데 구단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선수 연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선수들은 전년도 성적과 향후 가능성을 기초로 정당하게 연봉을 요구하기 보다는 아직도 한국 유일의 연봉산정방식인 ‘자존심을 세워달라’는 한심한 논리를 늘어놓고 있는 실정이다.
또 텅 빈 구장에서 오로지 안타 하나를 더 치고 아무도 관심 없는 가운데 1승을 거두기 위해 던질 뿐 한 사람의 관중이라도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연고지 팬을 위한 봉사나 헌신이 카메라 뒤에서 이뤄진 예도 거의 없다. 은퇴 후 후배양성을 위해 자원봉사자가 되는 것보다 사업체 운영이 성공담이고 고교야구팀 코칭스태프로 가는 것이 그나마 ‘준척’이라고 생각하는 게 야구계의 시각이다. 프로야구에서 은퇴한 선수가 지역사회 야구를 위해 봉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프로 선수는 상품이지 위인이 아니다. 프로 스포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선수들도 구단의 이익을 위해 헌신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구단 역시 ‘가장 좋은 홍보는 제품을 가장 많이 파는 것’이라는 경제의 기본원칙을 되새겨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해야 한다.
첫댓글 팬을 위한 스포츠는 대한민국 스포츠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팬이 있어야 구단도 있을 수 있고, 관중이 있어야 스포츠 산업도 발전하겠죠.. 그런면에서 SK와이번스의 스포테인먼트는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판단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