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한국불교아동문학상 수상자 결정
-수상자-최시병 교수
제9회 한국불교아동문학상 후보로 접수된 작품집 수는 모두 16권 작가로는 13명이었다. 1차 불교아동문학인과 전회 당회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불교계 언론매체에 종사하는 문화부 기자들에게 반신용 우표를 동봉해 추천을 받은 작가는 도리천 스님의 작품등 7명 12편의 동화와 8편의 동시 작품이었다.
2차 모임을 갖고 심사위원 전원회의를 거쳐 확정한 수상자는 경상대 사진학과 교수 최시병 선생의 작품 '동백섬의 인어상'과 '관세음보살의 피리' '구름소'등 불교 색채가 짙은 단편 동화작품이 기간중에 국내에서 발표한 불교 소재의 작품으로는 가장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단독 수상자로 결정하였다. 이번 심사는 이슬기, 긴진식, 이상교, 박정숙, 박춘근, 한승욱, 장경호, 김종상, 신현득, 곽영석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시상식은 1991년 5월 19일 칠보사 대웅전에서 하오 5시 정각에 대한불교조계종 강석주 대종사 스님을 증명법사로 모시고 봉행된다.-글/곽영석
동백섬의 인어상
최시병/경상대 교수
차를 멈추기가 바쁘게 아저씨는 얼른 대문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땀이 후줄근하게 등골을 타고 내렸습니다. 겁에 질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이불을 둘러 쓰고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잠이 들면 낫겠는데 좀체 잠이 들지 않앗습니다. 자꾸 아까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아저씨는 택시 운전을 한지가 그럭저럭 이십년이 되었습니다. 사고를 한 번도 낸적이 없고 봉사활동도 많이 했기 때문에 모범 운전사입니다. 운전석 앞에는 염주를 걸어 두었습니다.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에는 불경을 외웁니다. 지금은 개인택시를 몰고 다닙니다. 회사에 내어야 되는 돈을 벌기 위하여 무리하게 차를 몰아야 되는 일도 없습니다. 사람을 많이 태우기 위해 도심지로만 다니지 않습니다.
마음을 여유있게 먹고 변두리나 바닷가로 차를 몰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몇 시간 전에도 해수욕장이 있는 마을의 길을 달렸습니다.그 시간에는 도심지의 복잡한 거리에도 차를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를 않습니다.
가끔 친구와 어울려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이 길 가에서 차를 세울 뿐입니다. 호젓한 해수욕장 근처에는 승객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물론 차도 많이 다니지를 않아 한산합니다. 그런데 아저씨는 훤히 보이는 해안도로를 매우 좋아합니다. 손님이 없어도 꼭 마치는 시간이면 이 해안도로를 지나치는 것입니다.
가로등만 환히 켜져 있고 도로변의 상점에는 불이모두 꺼졌습니다. 아직 개장을 하지 않은 해수욕장에는 파도소리만 간간히 들렸습니다.
아저씨는 속력을 조금 더 높였습니다. 상쾌한 바닷바람이 차창으로 들어와 조금 신명을 돋구었습니다. 아저씨는 속력을 내리고는 핸들에 힘을 주며 조심조심 몰았습니다.
앞에 웬 청년이 손을 번쩍 들며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차를 청년의 곁에다 멈추었습니다.
모자를 푹 덮어 썼기 때문에 자세히 살필 수는 없으나 아주 잘 생긴 얼굴이었고 옷도 잘 차려 입었습니다. 물빛 양복에다 흰구두를 신고 있었습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아저씨는 뒤를 돌아보며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동백섬으로 갑시다."
"동백섬으로요?"
"예. 거기에는 저의 어머님이 살고 계십니다."
아저씨는 조금 의아해졌습니다. 동백섬은 해운대 신시가지와 바로 붙어 있지만, 호텔도 없고 또 민가도 없습니다. 그저 소나무숲과 바위가 있는 공원입니다. 그러나 손님이 요구하는대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동백섬 입구에서 내려 걸어서 갈 것이거니 여겼습니다. 아저씨는 차를 몰면서 거울에 비친 청년을 얼핏 살폈습니다. 깜짝 놀란 아저씨는 하마트면 핸들을 놓칠 뻔 했습니다.
아저씨는 그럴 리가 없다. 여기고 정신을 차려 뒷자리를 돌아 보았습니다.분명히 뒷자리에는 아름다운 청년이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담배를 피우고 앉았습니다.
얼굴이 약간 구릿빛이었지만 눈이 유리구슬처럼 맑았습니다. 청년은 빙긋 웃더니 인사를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요금을 더 드리겠습니다. 거기에는 저의 어머님이 계십니다."
"아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동백섬에는 가지 못합니다."
"아니 왜 그렇습니까?"
청년은 매우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너무 늦어서입니다. 바로 앞에 아주 큰 호텔이 있습니다."
아저씨는 겁에 질린 소리로 겨우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거울에 비친 모습을 살그머니쳐다 보았습니다. 아저씨는 숨이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잘못 보지나 않았나 싶어 눈을 한번 껌벅거리고는 다시 보았습니다. 역시 아까 나타났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아저씨는 담을 뻘벌 흘리며 운전대를 곽 붙잡고 정신을 바짝 차려 차를 몰았습니다. 지나가는 차도 없었습니다. 가닥하다가는 이 뒷자리에 앉아 있는 괴물에 완전히 잡혀 먹힐 것이라는 공포감에 빠졌습니다. 다시 뒤를 돌아보니 청년은 얌전하게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저씨는 자기가 나이가 들고 피로에 쌓여 착각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딴 생각을 갖지 않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그러나 좀체 겁을 떨쳐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거울을 보자 역시아까의 모습이 비쳐졌습니다. 그것은 한마리 물고기였습니다. 아가미가 있는 데는 염주를 둘렀습니다. 청년의 모습이 거울에는 빨간 비늘을 가진 물고기로 비추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내리십시오. 더 못 갑니다."
아저씨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청년은 미소를 띠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아랫바지 주머니를 뒤지다가 없는지 웃옷 안쪽 주머니를 뒤졌습니다. 그러나 돈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청년은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저씨는 아무래도 이 청년이 사람이 아니고 물고기가 둔갑을 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얼른 그 자리에서 빠져 나오고 싶었습니다.
"없으면 그만 두십시오"
아저씨는 요금을 받지 않고 그냥 차를 몰려고 했습니다.
"아닙니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청년은 차를 가로 막더니 목에 걸었던 염주를 내밀었습니다.
그것은 눈이 부시는 진주알이었습니다.
"이걸 요금 대신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저씨는 얼떨결에 그만 고개를 저었습니다.
"나는 강도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것은 가짜가 아닙니다. 받으십시오."
청년은 창문 안으로 그 염주를 디밀었습니다. 눈이 부시게 광채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정신을 빼앗기고 멍청하게 있는 아저씨를 두고 청년은 뚜벅뚜벅 동백섬으로 사라졌습니다.
아저씨는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물고기를 태우고 차를 몰았다는 생각을 하니 옴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이것이 현실인지 꿈을 꾸고 있는지 자기의 살을 꼬집어 보기도 했습니다.
물고기가 아니면 그런 귀한 진주알로 된 염주를 요금으로 낼 턱이 없습니다.물고기일지라도 사람으로 둔갑한 게 참으로 희안하기만 했습니다.
아저씨는 호주머니에 집어 넣은 진주알을 꺼내보지도 않았습니다. 분명히 물고기였다는 사실을 하나 더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차를 집 앞에 세워놓고 뒷좌석을 살피니 축축하게 물기가 있었고, 바다물의 짭잘한 냄새가 풍겼던 것입니다. 또한 그 자리에 물고기 비늘이 두서너 개 떨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아저씨는 이일을 누구에게 말을 해야 하나, 자기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깊은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해운대의 동백섬에는 인어상이 하나 바닷가 갯바위에 서 있었습니다.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어서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러나 작년 여름의 모진 태풍에 그만 자취를 감추어 버렸습니다. 파도에 부숴져 바닷물에 깊이 잠겨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이 인어상을 건져다가 해운대 구청의 창고에 처박아 놓았습니다.
아저씨는 아무래도 가만있을 수가 없어 이튿날 차를 몰고 해운대에 갔습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청년을 내려준 시각에 호텔에 들어온 손님이 있는가를 알아 보았습니다.
"아, 맞습니다. 밤이 늦은 새벽 2시에 한 청년이 이방에서 자고 갔습니다."라고 호텔심부름꾼이 말했습니다. 아저씨는 아- 하고,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침대 위에 자기차에서 발견했던 고기비늘 하나가 떨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 청년은 어디로 갔습니까?"
"새벽 일찍 인어상을 구경하러 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없어졌다고 하니까 얼굴이 질리더니 해운대 구청 창고에 옮겨졌다니까 부리나케 나갔습니다."
아저씨는 호텔 심부름꾼의 말을 들은 청년이 인어상을 찾아 그 곳에 갔을 거라 짐작을 했습니다. 곧장 해운대 구청으로 갔습니다. 창고를 맡은 사람에게 찾아온 일을 말하고 인어상을 좀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담당자는 참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이 오전에 왔다 갔다고 했습니다. 조각을 하는 청년이라고 하면서 인어상을 구경 시켜달라기에 보여주고 사진도 찍게 해주었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저씨는 틀림없이 그 물고기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입밖으로 내지 않았습니다.
아저씨는 인어상을 보면서 혹시 그비늘이 떨어져 있지 않을까 하고 자세히 살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인어상의 가슴에서 자기 차에서 보았던 비늘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것 보시오. 이것 생선 비늘이 맞지요?"
아저씨는 창고 담당자에게 말했습니다.
"그렇군요.참 이상한 일입니다.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여기에 고기비늘이 왜 있을까?...."
다음 날 아저씨는 부산시에 들어가서 여태것 자기가 겪었던 이야기를 다 털어 놓았습니다.
듣는 사람들은 모두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그 인어상과 물고기의 혼을 위로해 주기 위해 어서 인어상을 다시 세워야하겠습니다."
한 사람이 말하자 모두 찬성을 했습니다.
아저씨도 물고기에서 받은 진주알 염주를 인어상 속에다 넣어 달라며 내놓았습니다. 큰 부처님을 만들 적에 속에다 채우는 방식을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부산시에서는 작년에사라진 인어상을 다시 세웠습니다. 어린이 여러분은 새로 세우게 된 인어상을 보며 이 이야기를 한 번 되새겨 보지 않을래요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