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정보는 '크메르의 세계'가 기획한 <음모론 연구사전>을 구성하는 항목으로서, <위키피디아 영문판>의 해당 항목을 '크메르의 세계'가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상편'을 먼저 읽어보려면 '여기'를 클릭하라. |
"크메르의 세계" 음모론 번역연구 시리즈
음모론 연구 총론 : '음모론'이란 무엇인가 (하)
Conspiracy theory
6. 컨스피래이시즘에 대한 학문적 연구
1936년 미국의 언론인 겸 평론가로 독설가로 유명했던 H. L. 멩켄(H. L. Mencken)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모든 정신박약자들은 자신이 스스로의 공통적 권리와 참다운 혜택에 반하는 신비로운 음모의 희생양이라는 생각을 중심적인 믿음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이들은 자신의 모든 실패를 세상 탓으로 여기며, 자신의 모든 선천적인 무능력과 지독한 바보스러움을 월스트리트 혹은 어떤 다른 불명예스런 소굴과 관련된 늑대인간들의 술수 탓으로 돌리곤 한다.(주24) |
1960년대부터 음모론에 관한 믿음이 민간전승 분야와 관련하여 사회학자와 심리학자, 그리고 전문가들로부터 관심받는 주제가 되었다. 특히 이 시기에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의 암살사건이 발생했는데, 마침내 "워렌 위원회"(Warren Commission)가 발표한 공식적인 보고서에 대해 직접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주24) H. L. Mencken, Baltimore Evening Sun, 1936-6-15. |
6.1. 심리학적 기원
일부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어떤 한 종류의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또다른 음모론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어떤 한 종류의 음모론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은 또다른 음모론들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주25) 아마도 이러한 점은 특정 정파들이 자신들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보의 차이에 따라서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의미의 탐구"(search for meaning)가 음모론들의 발전과정과 컨스피래이시즘에서 공통적인 사항이며, 그것만으로도 이에 대한 관념을 최초로 형식화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일단 어떤 정보가 인정될 경우,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역주*) 및 "인지적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역주**)의 도피 성향이 그러한 신념을 더욱 강화시킬 수도 있다. 어떤 사회적 집단 속에서 하나의 음모론이 보다 저변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에 "집단적 신념강화"(communal reinforcement)(역주***)도 부분적 역할을 담당한다.
영국의 "켄트대학"(University of Kent)이 진행했던 몇몇 연구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태도가 변했음을 자각하지 못한 채로 음모론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실험 참가자들은 다이아나(Diana) 비의 죽음에 관한 널리 유포된 음모론 내용을 읽은 후에, 자신의 동료들 중에 음모론에 호의적인 태도로 변화된 사람들의 수에 대해서는 거의 정확하게 추산해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태도에 대해서는 상당한 정도로 낮게 추산했다. 따라서 이 연구의 저자는 음모론이 사람들의 신념에 영향을 미치는 "숨겨진 힘"일 수도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주26)
"인본주의 심리학자들"(Humanistic psychologists)(역주****)은, 음모론에서는 그 음모의 배후 조직이 거의 언제나 적대적 존재들로 자리매김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사의 복잡다단한 현상과 대격동 현상이 인간의 통제권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인간이 만들어낸 사건이란 생각을 음모론 주창자들에게 갖게 만들어, 일종의 안도감을 주는 재확신의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그러한 음모를 꾸미는 정파를 믿음으로써, 특정한 사건들이 아무렇게나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성을 통해 꾸며졌음을 사람들에게 재확신시키는 기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그러한 사건들을 포괄적이고 잠재적으로 통제가능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변화시켜준다. 만일 어떤 사태의 전개과정에 어떤 집단이 개입되어 있다면, 그러한 집단이 가진 권력을 박탈하거나 혹은 그 집단에 합류하거나, 아니면 스스로가 가진 어떤 권력을 사용하여, 희박하긴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희망이 생겨나는 것이다.
어떤 집단의 권력에 관한 이러한 믿음은, 종국에는 인간존엄성에 관한 절대적 천명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비록 이러한 관념이 종종 무의식적으로 발생하긴 하지만, 인간이 완전히 무익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필연적으로 긍정함으로써, 최소한 일부 수단을 통해 인간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는 책임을 긍정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주27)
(주25) Goertzel (1994). "Belief in Conspiracy Theories". Political Psychology (Political Psychology, Vol. 15, No. 4) 15 (4): 733–744.
(역주*)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믿음에 부합되는 정보는 신속히 수용하고, 그에 반하는 정보들은 무시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믿음을 보강하는 정보로 왜곡해 사용하거나 하는 심리적 성향을 말한다. 특히 과거에 그러한 경험을 위해 지불한 비용이 클수록 그 성향도 강화된다.
(역주**) "인지부조화"라고 번역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행하는 행동과 신념 사이에 부조화가 발생했을 때, 심리적 긴장상태에 빠지게 된다. 심리학자인 패스팅거는 이러한 심리상태를 "비참한 상태"라고도 표현했다. 이때 현실적인 행위는 변화시키기 어렵지만, 심리적 믿음은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지적 부조화 상태에서 심리적 태도변화 경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주***) "조직에 의한 강화"란 기존 번역어들도 사용되지만, 본 역자는 새로운 표현으로 의역했다. 결정적 경험적 근거나 필연성을 지닌 논리적 근거 없이도 조직 혹은 집단이 반복적으로 주장하면서, 그 저변이 확대되면서 해당 신념이 더욱 더 강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현상에는 때때로 대중매체들의 무분별한 인용과 보도가 한몫하기도 하며, 그로 인해 주장과 보도 사이에 상호순환적 사이비-근거의 확보가 이뤄지기도 한다.
(주26) Karen Douglas and Robbie Sutton (in press). "The hidden impact of conspiracy theories: Perceived and actual influence of theories surrounding the death of Princess Diana".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역주****) 의미와 가치, 인간의 책임과 영성 등의 요소를 받아들여 현상학적이고 실존주의적 방법론을 적용한 심리학을 말함. 여기에서 동양철학이나 동양의 심리학도 많은 영향을 미쳤음.
(주27) Baigent, Michael; Leigh, Richard; Lincoln, Henry (1987). The Messianic Legacy. Henry Holt & Co. |
6.2. 정신적 투사
일부 역사가들은 컨스피래이시즘에 어떤 "정신적 투사행위"(psychological projection)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투사(投射, projection: 투영)는 자아의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들을 음모의 기획자들에게 부여하는 형식을 통해 현현(顯現, manifest)한다고 한다. 리차드 호프스타터(Richard Hofstadter)는 자신의 저서 <미국 정치에 나타난 편집증적 양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자아의 투사인 이러한 적들은, 자아의 이상적 측면과 수용불가한 측면 양자 모두가 그들에게 귀속되는 경우가 많다는 결론을 부인하긴 쉽지 않다. 그러한 적은 "세게주의적 지성인"(cosmopolitan intellectual)이지만, 학문(scholarship)이라는 [제도적] 장치(apparatus)를 통해 편집증(paranoid: 피해망상)에 압도되고 만 자들이기도 하다...... 가령 "KKK 단"(Ku Klux Klan, 쿠 클럭스 클랜)은 사제와 유사한 복장, 정교하게 정립한 제의절차, 그리고 엄격한 위계질서 등에서 가톨릭 교회를 모방했다. 미국의 반공 극우단체인 "존 버치 협회"(John Birch Society: JBS)는 공산주의자들과 세포들(cells)의 조직작업 및 "전위"(front) 조직을 통한 준-비밀작전 수행 등 유사한 방식으로 경쟁했으며, 그들의 적이었던 공산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념전쟁에 있어서 가차없는 처형을 부르짖기도 했다. 여러 다양한 근본주의 반공 "십자군들"의 대변인들은 원래 공산주의자들이 주창했던 충성심과 규율을 공공연하게 칭송하기도 했다. |
호프스타터는 또한 "[그러한 믿음의] 참다운 신봉자들은 반-프리메이슨적 입장에서 프리메이슨 집단의 형벌의 잔학성을 조명할 때와 같이, '사드-메저키즘적'(sadomasochistic: 가학-피학성) 표현수단들을 너무도 자주, 그리고 매우 생생하게 표현하곤 한다"고 지적하면서, "성개방"(sexual freedom: 성적 자유)을 "음모의 기획자들"에게 부과하는 악덕의 한 속성으로 사용하곤 한다고도 지적했다.(주28)
(주28) Hofstadter, Richard. "The Paranoid Style in American Politics". Harper's Magazine, 1964년 11월호, pp.77–86. |
6.3. 인식론적 편향성
"음모론들은 그것들이 단정한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들이 모두 실제로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대중성을 갖게 되며, 또한 그것들이 급진적인 단순성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도 대중성을 갖게 된다." --- 2007년 10월, 공상과학 소설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주29) |
인간이 지닌 특정하고도 기본적인 "인식론적 편향성"(epistemic biases)이 조사 중인 대상에 투영(투사)되는 일도 가능하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어떤 대단한 사태가 특정한 상당한 원인을 갖고 있기를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관행적인 대략의 규칙"(rule of thumb: 엄지손가락 규칙)(역주*)을 적용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주30)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이 하나의 사태에 대해 4가지로 변형된 선택지들을 제시했다.
외국의 대통령 한 사람이,
(1) 완벽하게 암살당한 경우,
(2) 부상만 입고 생존한 경우,
(3) 부상만 입고 생존했지만, 나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경우,
(4) 아무런 해도 입지않고 무사한 경우. |
다른 모든 증거들이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실험참가자들이 이 가운데 그 대통령이 완벽히 사망한 경우에서 "중대한 사태" 속에 음모가 개입됐을 것으로 여기는 빈도가 다른 경우들에 비해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이 연구는 "파레이돌리아"(pareidolia)(역주**)와 관련하여, 우연한 사건 속에서 어떤 패턴들을 찾아내려는 인간의 유전적 경향이 어떤 중대한 사태 속에서 음모의 "발견"(discovery)을 가능케 해준다고 설명하려는 시도였다.
인식론적 "엄지손가락 규칙"이 타인이 관련된 의문에 잘못 적용되는 사례로는 "퀴 보노"(cui bono), 즉 그 음모를 통해 누가 이익을 얻는가 하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타인의 숨겨진 동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은 인간의 의식 속에서 전개되는 보편적 특정 중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엄지손가락 규칙은 특정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용의자들을 선정할 때도 사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누가 [범행] 동기와 그 수단, 그리고 기회를 가졌는가?" 하는 사고방식은 엄지손가락 규칙을 완벽하게 타당한 방식으로 사용한 것이다.
(주29) Beers, David. "William Gibson Hates Futurists". The Tyee. 2007-10-18.
(역주*) "엄지손가락의 규칙"(rule of thumb)이란 용어는 원래 19세기 초까지 영국의 <보통법>에서 "엄지손가락보다 얇은 굵기의 회초리를 사용한다면, 남편은 아내를 때릴 수 있다"고 규정했던 데서 유래됐다고도 하며, 또다른 설명으로는 과거 양조업자들이 엄지손가락을 담갔다가 술맛을 보고 술의 숙성을 조절했다는 데서 유래됐다는 설도 존재한다. "경험상의 대략적 규칙"을 의미하는 관용구이다.
(주30) "Who shot the president?", The British Psychological Society, 2003-3-18.
(역주**) "파레이돌리아"란 불분명하고 모호한 영상 속에서 일정한 패턴이나 유의미한 특성을 찾아내는 심리적 기질이나 심리현상을 말한다. 가령 불규칙한 연기의 모습 속에서 사람의 얼굴을 파악해내거나 하는 현상을 말한다. |
6.4. 임상심리학적 관점 Clinical psychology
일부 개인들에 있어서는, 음모론을 믿고, 조사하며, 재생산하려는 강박관념이 적절한 심리적 조건들이나, 혹은 편집증과 정신분열증 등을 설명하는 가설로서 적절한 설명이 될 수도 있다.(주31)
6.5. 사회-정치적 기원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는 음모론들을 "민주주의의 소진된 향연[香煙]"(exhaust fumes of democracy)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너무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너무도 많은 정보들이 초래한 불가피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다른 사회 평론가들과 사회학자들은, 음모론이 민주적인 --- 혹은 여타 형식의 --- 사회 속에서 변화가능한 여러 선택지들로부터 생성된 것이라 주장했다.
음모론적 설명방식은 하나의 사건을 안정적으로 이해가능한 상황 속에 위치시키거나 도덕적 맥락을 부여하는 데 있어서, 정서적 만족감을 부여해줄 수도 있다. 음모론을 믿는 이들은 정서적으로 문제를 느끼는 사태나 상황에 대해, 그 도덕적 책임을 명료하게 인식된 어떤 개인들의 집단에 전가시킬 수도 있다. 가장 결정적인 점은, 음모론의 신봉자가 바로 그러한 집단에는 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모론의 신봉자는 부조화의 실제적 원천이 될 수도 있는 제도적 혹은 사회적 결점이 그 어떤 것이든간에, 그것을 치유해야 할 도덕적 혹은 정치적 책임감으로부터 안도감을 누릴 수 있다.(주32)
음모론에서 책임을 지닌 행위자는 사회적 조건들을 통해 방해받거나, 혹은 한 개인의 능력을 단순하게 초월한다. 음모론은 요구받는 그러한 정서적 ---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의 표현에 따르자면 --- "도전들"을 폐기하거나 종결(closure)시켜야만 한다. "도덕적 패닉들"(moral panics)과 마찬가지로, 음모론들 역시 사회적 고립감이나 정치적 권력에서 배제된 경험을 가진 공동체에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마크 펜스터(Mark Fenster)는 "전반적인 음모론들이 단지 잘못되었다고 해서, 그러한 음모론들이 무의미한 것으로 보아선 안 된다. 특히 이러한 음모론들은 이념적으로 실제하는 구조적 불공평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위축된 시민사회와 생산수단의 소유가 집중화된 것에 대한 하나의 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위축된 시민사회와 생산수단의 소유 집중화는 정치적 구성원들을 공적 영역에서 인정받거나 중요도를 부여받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 주장했다.(1996: p.67)
사회 역사학자였던 홀거 허윅(Holger Herwig)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 원인에 관한 독일인들의 설명방식을 연구하는 가운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장 중요한 그러한 사태들은 이해하기도 가장 힘든 것들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태들이야말로 신화 작가들과 협잡꾼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이 평범한 과정은 수많은 영향력들 때문에 다양해졌을 수도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심리적 필요의 압박이 이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보편적인 정신적 기제들 중 어떤 것이 인식론적 "맹목의 지점들"(blind spots)을 부과했을 수도 있다. 집단 혹은 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역사적 요소들이 다소간 문제점이 있는 만족할만한 의미들을 부여하는 과정을 유발시켰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공적 기록들에서 이용가능한 증거가 그 사태의 일반적이고 공식적인 전개과정과 부합하지 않을 때, 음모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음모론은 때때로 사태들의 일반적이고 공식적인 해석에 존재하는 "맹목의 지점들"을 조명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Fenster, 1999) |
(주32) Vedantam, Shankar (2006-06-05). "Born With the Desire to Know the Unknown", The Washington Post (The Washington Post): p. A02.: 버몬트(Vermont)에 있는 "미들버리 대학"(Middlebury College)의 사회학자 테오도르 새손(Theodore Sasson) 교수는 "음모론은 혼란스런 사태들이나 사회적 현상들을 특정한 행위, 즉 권력을 가진 개인들이란 관점에서 설명한다"고 말한다. 혼란스런 사태들을 단순하게 설명한 실례 중 하나로는,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기 기획했다고 하는 주장이다. 이러한 설명방식을 사용하는 이들은 책임을 전가하거나, 혹은 때때로 불가해하게 발생하는 비극적 사태들로부터 사람들이 그 책임에서 면죄부를 받도록 해주기도 한다. |
6.6. 언론과 매체의 영향
Charles Harpole / "History of American Cinema"(미국영화사)
언론을 통해 글을 쓰는 이들은 뉴스 보도나 문화평론 등을 통해, 사태들을 이해함에 있어서 보다 복합적인 구조적 차원의 설명방식이나 제도적 설명방식을 사용하기보다는, 개별적 작인(作因)이란 프리즘을 통해 이해하려는 경향을 보여주곤 한다.(주33) 이러한 경향이 제대로 파악된 것이라면, 언론 글쓰기에서 강조되는 사항들을 필요로 하거나 혹은 그것을 소비하는 독자들은, 사회적 현상들에 관한 설명 중에서 보다 개성있고 드라마틱한 설명방식에 더욱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앞의 지적과 관련이 있겠지만, 두번째 문제는 언론매체들의 경우 부정적 사태들에 대해 개인의 책임성을 밝혀내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언론은 며칠 내로 잠잠해지지 않을만큼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의 책임자(용의자)를 찾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의 이러한 경향 때문에, 심지어는 "순수한 사건"(pure accident)이란 개념은 뉴스에서 채택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주34) 또한 이러한 경향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언론의 소비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부정적 사건들을 인식하게 되는가에 따른 현실적 변화를 반영하게 될 것이다.
헐리웃 영화들과 TV 쇼들은 음모론에 대한 믿음을 기업이나 정부의 표준적 기능방식으로 영속화시키면서 확대 재생산해낸다. <에너미 업 더 스태이트>(Enemy of the State: 국가의 적)나 <더블타켓>(Shooter) 같은 영화들은 특히나 음모를 국가의 일반적 활동 속에 깊이 각인시키고 있다. 이러한 영화들은 1970년 이전 시기의 전형적 영화들에서 음모들에 대한 회의적 태도 같은 요소는 배제시킨다. 심지어 <더블타켓>은 케네디 대통령(JFK) 암살자를 지칭하면서 "그것이 바로 음모가 작동하는 방식"(that is how conspiracies work)이란 자막을 집어넣기도 했다.
뉴스의 경우 음모론을 통해 이슈들을 개성있게 하거나 드라마틱하게 만들곤 하는데, 영화와 TV 쇼들까지 이러한 점에서 동일한 경향을 보여주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영화 <귀향>(Coming Home)은 귀향한 베트남 전쟁 상이용사가 안고있는 거대한 문제를, 그가 사랑에 빠지는 기회로 변화시키는데, 이를 통해 많은 문제들이 해소된다는 강력한 함축을 담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헐리우드 영화들의 전개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자연스런 결과물이다. 헐리우드 영화들은 대체로 주요한 스타들이 연기하는 1~2명의 주인공들이 주목받길 바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영화의 마케팅에도 이로운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사실에 대한 검토나 고증은 왜곡될 수도 있다. 게다가 비록 관객들이 희망하는 사항이긴 하지만, 모호하게 정당화시킨 해피 엔딩으로 나아갈 필요성 때문에, 잘못되거나 작위적 장면들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사실 상 모든 매체들이 말하는 모든 내용에 대해, 대중들의 불신을 더욱 강화시켜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러한 신뢰가 상실된 틈바구니를 바로 음모론적 설명방식이 뚫고 들어오는 것이다.
한편 실제 사건이든 허구의 사건이든, 그것을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정 정도의 오류나 작위적인 노력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날의 재치있는 관객들은 그 점을 재빨리 간파한다. 오늘날의 "뉴스들"은 사실상 거의 언제나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 과정은 "모든 기사는 '양쪽 입장' 모두를 담고 있어야만 한다"는 저널리즘의 허구적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입장에 반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즉 "일방의 입장"에 초점을 맞춘다든지, 영화처럼 사건을 보다 강도깊게 드라마틱한 연출을 통해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즉 명백한 드라마틱화 과정을 통해, 최소한 정치적 음모론의 정의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인,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은 조작된다는 관념을 언론이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6.7. 퓨전 파라노이아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소속 언론인으로, 좌파와 우파 모두의 반전운동에 대한 비판자이기도 했던 마이클 켈리(Michael Kelly)는, 좌파와 우파의 운동가들이 반전 이슈와 시민적 자유라는 이슈를 중심으로 정치적 수렴을 이루는 현상을 지칭하면서 "퓨전 파라노이아"(fusion paranoia: 혼합형 편집증)이란 신조어를 사용했다. 그가 주장한 이 용어는 컨스피래이시즘이나 반전운동의 관점에 대한 공유된 믿음이 동기가 된 부분을 가리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사회비평가들이 이 용어를 차용하여, 각종 편집증적 음모론들이 어떤 방식으로 종합되는지 설명할 때 사용했는데, 이러한 시각은 미국의 프린지적 성향의 사람들로 그 대상을 한정한 것이었다. 이들 사회비평가들은 그러한 프린지적 성향의 사람들이 대중적 호소를 사용하여 대중매체들에서 일반화된 현상처럼 등장하게 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사람들이 "종말론적 새천년"(apocalyptic millenarian) 시나리오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게끔 만드는 전례없는 시기를 시작시킬 수 있었다고 보았다. 이들 사회비평가들은 그러면서, 이러한 전개양상이 기존의 정치적 권력을 전복시킬 수 있는 혁명적 "우파 대중주의" 운동의 출현 같은 미국 정치의 황폐화 현상 뿐만 아니라, "과격 테러리즘"(lone wolf terrorism)에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주35)
대니얼 파이프스는 2004년 <예루살렘 포스트>(Jerusalem Post)에 기고한 <퓨전 파라노이아>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적 혹은 사업상 경쟁자가 자신을 해칠 것이라는 방식의, 상당한 음모에 관한 공포감은... 인간의 영혼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하지만 "일루미나티"(Illuminati: 예지자), 즉 유태인들이 세계를 정복하려 한다는 거대 음모에 대한 두려움은 900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러한 이론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프랑스 혁명 이후부터 고작 2세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음모론이 그 중요성을 확대시킨 것은 그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기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2명의 음모론자들이자 상호간에 적대시하기도 했던 히틀러와 스탈린이 인류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유혈참극을 초래했다. 이 끔찍한 광경은 미국인들을 냉정하게 만들었고, 이후 수십 년간 그들은 음모론들을 프린지 세력이라고 평가절하시켰다. 이러한 프린지 그룹은 주로 그러한 관념을 증장시키고 있던 다음과 같은 2종류의 그룹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1) 정치적 불만을 가진 세력: 이들의 음모론은 정치적 의제들을 포함하지만 근거를 결여한다.
- 흑인 과격파들 : 루이스 파라칸(Louis Farrakhan)이나 신시아 맥키니(Cynthia McKinney).
- 극우파 : 존 버치 협회나 팻 부캐넌(Pat Buchanan).
- 여타 이질적 분파들 : 로스 페로(Ross Perot)나 린든 라루슈(Lyndon LaRouche).
(2) 문화적으로 수상쩍은 이들: 광범위한 대중성을 갖지만 정치적 의제를 포함하지 않음.
- 케네디 암살음모론자들
- UFO 신봉자들
- 파충류 종족이 지구를 지배하고 지표면 아래에 외계인들의 군사기지가 있다고 믿는 이들.
※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3%의 미국인들이 UFO의 존재를 믿는다고 한다.
"시러큐스 대학"(Syracuse University)의 "맥스웰 스쿨"(Maxwell School: 공공정책대학원) 소속인 정치학자 마이클 바쿤은, 새롭게 나타나는 주요한 전개양상은 이들 두 그룹들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질 뿐만 아니라, 이들이 합리주의(rationalism)에 싫증을 느낀 "신비주의 숭배자들"(occultists, 오컬티스트)과 연대세력으로 변하는 것이라고 보고했다. 신비주의 숭배자들은 영성주의(spiritualism), 신지학(Theosophy),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 연금술(alchemy), 점성술(astrology) 같이 바쿤이 "이단적이고, 스캔달적이며, 유행에 뒤쳐지고, 위험한 문화적 덤핑의 토대"라고 부른 방향으로 경도된다.
그러므로 "비밀결사 조직"(Secret Service)이 "바바리아의 일루미나티"(Bavarian Illuminati, 光明會)로부터 명령을 받을 것이란 우려를 하는 저술가는 벌써 낡은 학파에 속한다. 이제는 "파충류 종족-바바리아의 일루머나티 공동 전선"(joint Reptilian-Bavarian Illuminati)이 세계를 지배할 것을 염려하는 이가 새로운 종합의 경계에 서있는 이라고 할 것이다. 이들 기괴한 관념들이 바로 마이클 켈리가 "퓨전 파라노이아"라고 부른 것을 형성하는 내용들로서, 그 어떤 종류의 근거들이라 할지라도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공포들을 마구잡이로 흡수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주36) |
(주35) Barkun, Michael. 2003. A Culture of Conspiracy: Apocalyptic Visions in Contemporary America. Berkeley: Univ. of California.
(주36) Pipes, Daniel (2004). "Fusion Paranoia". |
7. 정치적 용례
음모론들은 신화(myth)의 경지에서 존재한다. 이러한 영역에서는 상상력이 거칠게 전개되며, 공포들(fears)이 사실들(facts)에 대해 승리하며, 증거들은 무시된다. 하나의 초 강대국으로서, 미국은 종종 이러한 드라마들의 악역으로 캐스팅되곤 한다.(주37) |
칼 포퍼는 자신의 저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에서, "음모론"(conspiracy theory)이란 용어를 파시즘(fascism), 나치즘(nazism), 공산주의(communism)를 가속화시키는 이념들을 비판하는 데 사용했다. 포퍼는 "전체주의"(totalitarianism)가 음모론을 토대로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즉 전체주의가 부족주의(tribalism: [역주] 혈연, 학연, 지연 등 동질성 집단주의), 쇼비니즘(chauvinism: 배외주의[排外主義]), 인종주의(racism)의 기반 위에서 예언되는 "편집증적 시나리오들"(paranoid scenarios)을 통해 추동되는, "상상적 모의들"(imaginary plots)을 기반으로 해서 도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퍼는 --- 후대의 문헌들이 부정확하게 제안했던 것처럼 --- 일상생활의 음모들의 존재를 비판했던 것은 아니다.
포퍼는 심지어 "음모"(conspiracy)라는 용어를 플라톤(Plato)이 묘사한 "고전기 아테네"(classical Athens)에서 이뤄지던 일상적인 정치행위를 지칭하는 데도 사용했다. 플라톤은 그가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공격하고자 했던 주요한 타켓이었다.
포퍼는 20세기 전체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에서, "나는 음모들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려고 하진 않는다. 그와 반대로, 음모들은 원래 전형적인 사회적 현상들이다"라고 말했다.(주38) 그는 "음모들은 인정될 수밖에 없을 때 발생한다. 하지만 그렇게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사실이 음모론을 반박하여 결국에는 이들 음모들은 거의 성공을 거두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음모의 공모자들"(conspirators)이 자신들의 음모를 완성시키는 경우는 드물다"고 적었다.(주38)
8. 픽션들
음모들은 그 드라마틱한 잠재력 때문에 스릴러나 공상과학물의 대중적인 테마가 된다. 복잡한 문학사에서는 음모론은 중세의 도덕극(Morality play, 道德劇) 속에 다시금 채택되기도 했다. 도덕극에서는 악한 자들이 사악한 사태를 일으키고 선한 자들이 이를 인식하여 그들을 패퇴시킨다. "허구적 음모론들"(fictional conspiracy theories)은 깔끔하고 직관적인 줄거리를 갖고 있다. 이 장르에서 음모 기도자들의 모의는 이야기의 플롯이 필요로 하는 드라마틱한 요소에 밀접하게 부합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음모론의 "퀴 보노?"(누가 이익을 얻는가?)적 측면은 신화적 이야기들의 어떤 요소와 무척 닮아있다. 즉 감춰진 동기를 찾아내려는 시도이다.
1964년에 개봉된 블랙 코메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는 현대의 핵전쟁을 소재로 했다. 이 영화에서는, "미국 전략공군사령부"(SAC)의 핵폭격기 비행단 지휘관인 잭 리퍼(Jack D. Ripper) 장군의 망상으로 인해, 이 세계가 종말을 향해 치닫는다. 리퍼 장군은 공산주의자들이 불소화된 물을 이용하여 미국인들의 "신성한 혈통"을 "오염시킬"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믿는다.
1997년에 개봉된 스릴러 영화 <컨스피러시>(Conspiracy Theory: 음모론)에서 멜 깁슨(Mel Gibson)은 택시 기사 제리 플래처(Jerry Fletcher) 역으로 나온다. 제리 플래처는 정부의 음모들을 의심하고 자신의 견해를 담은 뉴스레터를 발행하는데, 날이 갈수록 그러한 내용이 점점 더 사실에 가까와진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인기리에 방영된 TV 시리즈 <X 파일>(The X-Files)은 주로 폭스 멀더(Fox Mulder)와 대이나 스컬리(Dana Scully)라는 2명의 "미국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의 활동을 따라 줄거리가 진행된다. 이들은 때때로 "더 론 건맨"(The Lone Gunmen)이라 불리는 3인의 음모론자 그룹의 조력을 받는다. 이 시리즈는 많은 경우 "담배피는 남자"라고만 알려진 어떤 개인 및 그보다 더 신비에 휩싸여있는 미스테리한 국제 "음모조직"(Syndicate: 신디케이트)이 지휘하는 미국 정부의 한 부서가 담당하던 외계인의 침입에 관한 사항들을 다룬다. 이 시리즈가 보여준 유명한 문구는 "진실은 그 바깥에 존재한다"(The Truth Is Out There)로서,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어떤 것에서 의미를 찾아내려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소설 <푸코의 진자>(Foucault's Pendulum)는 컨스피래이시즘에 관한 광범위한 풍자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템플 기사단"(Knights Templar: 성전기사단)을 필두로, 바바리아의 일루미나티, "장미 십자회"(Rosicrucians), 지구 공동설(hollow Earth theory, 地球空洞說)의 열광적 신봉자들, "순결파"(Cathars), "예수회"(Society of Jesus)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를 포섭한 음모론 구축을 시도한다.
로버트 쉬어(Robert Shea)와 로버트 안톤 윌슨(Robert Anton Wilson)의 공저로서 1975년에 출판된 3부작 소설 <일루미나투스!>(Illuminatus!: [역주] 일루미나티의 단수형)는 대단히 풍자적이며 사이키델릭(psychedelic: 환각적)한 소설로서, 매우 복잡한 플롯을 지니고 있다. 이 소설의 내용은 "비잔틴의 음모론들"(Byzantine conspiracies)이 보다 큰 규모의 음모론들 속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데, 모의의 규모 및 그 가담자들의 대담성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더욱 더 확장되어 간다. 그리하여 그 안에 여러 현존하는 음모론들이 포섭되는데, 바바리아의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바티칸, 마피아, 크고 작은 정부들, 좌파에서 우파를 망라하는 프린지 그룹들 등이 등장한다. 이들이 꾸미는 모의들은 몇몇 가공의 조직들을 아우르는 계획들과, 그들 스스로 농담조로 "디스코디안들"(Discordians, 불화파)이라 인식하는 하나의 실제적인 "종교"(religion)로 통합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운명의 장난처럼, 이들의 소설 <일루미나투스!>에 대한 숭배현상(cult)이 반(反)-문화적인(countercultural) 주요한 의지처로서 성공을 거두면서, 도리어 현실세계의 디스코디안 종교(Discordian society)의 출현과 발전의 과정에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참고로 "디스코디안"은 어떤 형식화된 틀을 가진 집단이라기보다는 동화적 성향을 지닌 이들이 느슨하게 군집을 형성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소설 <일루미나투스!>의 성공은 디스코디안들의 "성스런 문헌"(holy writ)인 <프린키피아 디스코디아>(Principia Discordia: 불화 원론)이 지난 20세기의 마지막 30여년 동안에 주목을 받도록 해주었다. 쉬어와 윌슨은 <그리스 신화>에서 혼돈과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Eris)를 찬미하는 이 코믹한 소책자(pamphlet)에서 재치넘치는 구절을 인용했는데, 바로 <일루미나투스!>의 매 장(章, chapter)들이 시작될 때마다 그 문장을 사용했던 것이다.
음모론들은 심지어 비디오 게임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 비판적으로 갈채를 받았던 "RPG/슈터"(RPG/shooter) 게임 <데우스 엑스>(Deus Ex)와, 그보다 약간 강도는 약했지만 그 속편인 <데우스 엑스 : 인비지블 워>(Deus Ex: Invisible War)은 "마제스틱 12"(Majestic 12: [역주] UFO 비밀연구 결사라고 주장되는 조직), "51구역"(Area 51: 에어리어 51), "일루미나티" 같은 현존하는 음모설들을 끌어넣고 있다.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 2003년 출간)로 유명한 작가 댄 브라운(Dan Brown)이 2000년에 발표하여 논란을 일으켰던 서적인 <천사와 악마>(Angels and Demons) 역시 음모론적 관념의 대중화에 공헌했다. 이 책은 하버드대학 기호학과 교수로 상정된 주인공 로버트 랭던(Robert Langdon)이 가진 의문을 둘러싸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랭던은 "일루미나티"라 불리는 비밀결사의 미스테리들을 폭로하고자 한다. 대 브라운의 소설 역시 다른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음모론자들에게 생명줄 같은 원천이 된 미상의 관념들을 다시금 반복하고 있다.
정치학자 마이클 바쿤은 미국 문화에 있어서의 컨스피래이시즘(음모론적 세계관)에 관한 전문 연구자이다. 그에 따르면, 굉장히 많은 수의 대중적 관객들이 멜 깁슨 주연의 1997년 개봉작 <컨스피러시>(Conspiracy Theory: 음모론)을 본 후, 미국 정부가 "검은 헬리콥터"(black helicopters)를 탄 "비밀 팀"(secret team: ST)을 운용한다는 관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후 우파 급진주의자들은 이러한 관념을 더욱 세련되게 가다듬은 바도 있다.(주1)
<다빈치 코드>는 댄 브라운이 2003년도에 발표한 미스테리 탐정소설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로버트 랭던과 소피 느뵈(Sophie Neveu)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조사하면서,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가 마리아 막달레나와 결혼했을 가능성을 둘러싼 음모를 폭로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참고문헌 목록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Conspiracy theory"
Barkun, Michael (2003). A Culture of Conspiracy: Apocalyptic Visions in Contemporary America.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ISBN 0-520-23805-2.
Chase, Alston (2003). Harvard and the Unabomber: The Education of an American Terrorist. New York: W. W. Norton. ISBN 0-393-02002-9.
Fenster, Mark (1999). Conspiracy Theories: Secrecy and Power in American Culture.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ISBN 0-8166-3243-X.
Goldberg, Robert Alan (2001). Enemies Within: The Culture of Conspiracy in Modern America. New Haven & London: Yale University Press. ISBN 0-300-09000-5.
Hofstadter, Richard (1965). The Paranoid Style in American Politics and Other Essays. New York: Alfred A. Knopf. ISBN 0-674-65461-7.
Johnson, George (1983). Architects of Fear: Conspiracy Theories and Paranoia in American Politics. Los Angeles: Jeremy P. Tarcher. ISBN 0-87477-275-3.
McConnachie, James; Tudge, Robin (2005). The rough guide to conspiracy theories. ISBN 1843534452.
Melley, Timothy (1999). Empire of Conspiracy: The Culture of Paranoia in Postwar America. Ithaca, New York: Cornell University Press. ISBN 0-8014-8606-8.
Mintz, Frank P. (1985). The Liberty Lobby and the American Right: Race, Conspiracy, and Culture. Westport, CT: Greenwood. ISBN 0-313-24393-X.
Pipes, Daniel (1997). Conspiracy: How the Paranoid Style Flourishes and Where It Comes from. New York: The Free Press. ISBN 0-684-87111-4.
Pipes, Daniel (1998). The Hidden Hand: Middle East Fears of Conspiracy. New York: St. Martin's Press. ISBN 0-312-17688-0.
Popper, Karl R. (1945). 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ISBN 0-691-01968-1.
Posner, Gerald (1993). Case Closed: Lee Harvey Oswald and the Assassination of JFK. New York: The Random House. ISBN 0-385-47446-6.
Sagan, Carl (1996). The Demon-Haunted World: Science as a Candle in the Dark. New York: The Random House. ISBN 0-394-53512-X.
Vankin, Jonathan; John Whalen (2004). The 80 Greatest Conspiracies of All Time. New York: Citadel Press. ISBN 0-8065-2531-2. |
더 읽어볼만한 자료들
"Conspiracy Theories". CQ Researcher 19 (37): 885–908. October 23, 2009. ISSN 1056-2036. http://www.maxwell.syr.edu/uploadedFiles/news/Conspiracy%20Theories.pdf.
Aaronovitch, David (2010). Voodoo Histories: The Role of the Conspiracy Theory in Shaping Modern History. Riverhead. ISBN 978-1-59448-895-5
Conspiracism, Political Research Associates
Cziesche, Dominik; Jürgen Dahlkamp, Ulrich Fichtner, Ulrich Jaeger, Gunther Latsch, Gisela Leske, Max F. Ruppert (2003). "Panoply of the Absurd". Der Spiegel. http://service.spiegel.de/cache/international/spiegel/0,1518,265160,00.html. Retrieved 2006-06-06.
Matthew Gray (2010). Conspiracy Theories in the Arab World: Sources and Politics. Routledge. ISBN 978-0415-57519-5.
Parsons, Charlotte (2001-09-24). "Why we need conspiracy theories". BBC News - Americas. BBC. http://news.bbc.co.uk/1/hi/world/americas/1561199.stm. Retrieved 2006-06-26.
Meigs, James B. (2006). "The Conspiracy Industry". Popular Mechanics. Hearst Communications, Inc.. http://www.popularmechanics.com/science/research/4199607.html. Retrieved 2006-10-13.
James McConnachie and Robin Tudge (2005). The Rough Guide to Conspiracy Theories. Rough Guides. ISBN 978-1843534457.
Barry Coward, ed (2004). Conspiracies and Conspiracy Theory in Early Modern Europe: From the Waldensians to the French Revolution. Ashgate Publishing. ISBN 0754635643.
Christopher L. Hodapp and Alice Von Kannon (2008). Conspiracy Theories and Secret Societies For Dummies. Wiley. ISBN 0-470-18408-6.
Peter Knight, ed (2003). Conspiracy Theories in American History: An Encyclopedia. ABC-Clio. ISBN 1576078124.
Gordon B. Arnold, ed (2008). Conspiracy Theory in Film, Television, and Politics. Praeger Publishers. p. 200. ISBN 0275994627.
Transparency and Conspiracy: Ethnographies of Suspicion in the New World Order. Durham, North Carolina: Duke University Press. ISBN 978-0-8223-3024-0.
Rudmin, Floyd (2003). "Conspiracy Theory As Naive Deconstructive History". newdemocracy.org. Archived from the original on 2008-05-17. http://web.archive.org/web/20080517055713/http://www.newdemocracyworld.org/conspiracy.htm. Retrieved 2008-04-18. |
음모론을 다룬 문학작품들
The Protocols of the Elders of Zion.
Balsiger, David W.; Sellier, Jr., Charles E. (1977). The Lincoln Conspiracy. Los Angeles: Schick Sun Classic Books. ISBN 1-56849-531-5.
Bryan, Gerald B.; Talita Paolini, Kenneth Paolini (2000) [1940]. Psychic Dictatorship in America. Paolini International LLC. ISBN 0-9666213-1-X.
Cooper, Milton William (1991). Behold a Pale Horse. Light Technology Publications. ISBN 0-929385-22-5.
Icke, David (2004). And the Truth Shall Set You Free: The 21st Century Edition. Bridge of Love. ISBN 0-9538810-5-9.
Levenda, Peter (2005). Sinister Forces: Trilogy. Trine Day. ISBN 0-9752906-2-2.
Marrs, Texe (1996). Project L.U.C.I.D.: The Beast 666 Universal Human Control System. Living Truth Publishers. ISBN 1-884302-02-5.
Pelley, William Dudley (1950). Star Guests: Design for Mortality. Noblesville, Indiana: Soulcraft Press.
Robertson, Pat (1992). The New World Order. W Publishing Group. ISBN 0-8499-3394-3.
Wilson, Robert Anton (2002). TSOG: The Thing That Ate the Constitution. Tempe, Arizona: New Falcon. ISBN 1-56184-169-2.
Yallop, David A. (1984). In God's Name: An Investigation into the Murder of Pope John Paul I. New York: Bantam. ISBN 0-553-05073-7.
Mathias Bröckers. Conspiracies, Conspiracy Theories and the Secrets of 9/11. Sees conspiracy as a fundamental principle between cooperation and competition. Proposes a new science of "conspirology."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