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는 오락과 정보를 같이 전달하는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일수록 방송되는 모든 내용이 그냥 오락프로그램보다 신뢰도가 더 높습니다. 그럴수록 자막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것도 한국어능력시험도 자체개발 해서 운영하는 KBS가 말입니다.
아주 기본적인 맞춤법도 매번 틀립니다. 그 틀리는 수준이 너무 쉬운 거여서 말하기도 민망합니다. 예를 들면 붙여써야 할 조사 '밖에'를 띄어쓴 경우입니다.
집 밖에 나가 놀아라.
그럴 수밖에 없었어.
이 명사 '밖(outside)'+'에'와 조사 '밖에(only)'가 어떻게 다르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대부분 이런 예들이었습니다. 조금만 주의를 하면 다 알 수 있습니다. 그 수많은 제작진들이 좋은 정보, 정확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에게 의뢰하고 실험하고 외국에까지 나가기도 하고 몇 날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노력에 비해 자막에 투자하는 노력은 너무 형편없지 않습니까? 공영방송국의 자막에 대한 맞춤법 수준이 일반 국민의 수준과 비슷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물론 스펀지만 그런 건 아닙니다. 사실 더 심각한 것은 불필요한 자막입니다. 스펀지는 좀 덜하지만 본격적인 오락프로그램들은 엄청 심각합니다. 요새 자막은 프로그램을 돕는 정도에서 도가 지나쳐 딱 작가들의 눈높이로 프로그램 감상이나 감정 흐름, 웃는 지점까지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심지어는 호칭까지 강요당합니다. 저보다 나이가 적은 출연자라도 작가나 다른 어린 출연진들의 시선으로 자막엔 '형님'으로 나가 저도 형님으로 모셔야만 합니다. 출연자들이 했던 말을 그대로 혹은 정리해서 전달해주면 충분할 자막이 작가의 눈높이, 마음높이, 관계로 자막에 실어 마구 쏟아내니 시청자들이 나름대로 보고 재미를 느낄 여유는 물론 상상력과 판단의 여지도 싹 뺏어가버립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지나치다 못해 더 이상 못봐줄 정도로 과감하고 발빠른 제작진들이 조금만 공부해도 아니, 사전만 그때그때 찾아봐도 알 수 있는 기본적인 맞춤법을 틀리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요샌 인터넷에 맞춤법 자동검사기도 있습니다. 틀린 부분을 자세히 설명까지 해줍니다. 올바른 언어사용, 화법, 발음 등을 이야기하기 앞서 기본적인 부분도 지켜지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어떤 답을 줄 수 있을는지요? 그나마 올바른 국어사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KBS라 이렇게 건의드리는 것입니다. SBS는 절망적입니다.
아무리 학교에서 국어교육을 해대도 연예인 진행자의 말투, 발음, 자막 한 줄이면 전혀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걸 더 잘 아실 것입니다. 올바른 자막을 내보낼 의지가 있는지요? 그렇다면 방법은 많이 있을 것입니다. 작가들을 매주 한 시간씩 교육시키는 시간을 마련할 수도 있고 제작진들이 힘에 부치다면 자원봉사자라도 한시적으로 뽑으십시오. 하다못해 작가들이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작성해 돌리는 것도 방편일 수 있습니다. 이런 건의가 수많은 목소리 중 하나로 묻히기 십상이지만 또 한번 바보 같은 기대를 해봅니다.
답변-
KBS 시청자상담실입니다.
'자막 오기 및 표현'에 대한 시청자 의견에 감사합니다.
주신 의견은 '보고서'형식을 통해 관계부서에 전달하여 자막 표기에 더욱 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청자 의견에 감사합니다.
첫댓글 이런 글을 올리며 늘 하는 생각이 '힘을 빼야겠다, 생각을 아껴야겠다'였는데 또 흥분하여 힘은 잔뜩 들어가고 힘만 빠지고.. 한번에 다 쏟아뱉고... 또 반성하지만...
잘 하셨습니다. 가입한지는 오래 된것 같은데 이렇게 오늘처럼 조목조목 읽기 처음입니다. 박우진님 덕분에 많은것을 배우고 갑니다. 우진님 아자! (저도 실수가 많을까봐 걱정됩니다...)
제목만 읽고는 퍼다 놓으신 글인가 했는데 읽어내려가면서 선배님이 직접 쓰신 글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말로 표현은 안되지만 특유의 글투가 있으시거든요....^^ 답변을 받으셨으니 마냥 바보같은 일은 아니었네요. 물론 얼마나 반영이 되느냐가 문제긴 하지만요... 빠진 힘 다시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