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미스트를 추천해달란 요청 댓글을 보고 바로 떠올렸던 제품이 이니스프리에요. 지난 해 여름쯤 이니스프리 그린티 미네랄 미스트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우리 운영자 중 한 분이 이거 넘 괜찮다며 꼭 써보라고 선물해줬는데, 그 이후로 쭉 이니스프리만 쓰고 있어요. 150ml / 50ml 2가지 용량으로 나오는데요 제겐 둘 다 필요해서요. 150ml는 집에 놔두고 쓰고요, 50ml는 파우치에 쏙~ 넣어 밖에서 뿌리곤 하죠. 제가 자외선에 쉽게 달아오르는 피부인데 요 녀석 덕분에 두 해 여름을 잘 버텼네요.
가격 대비 만족도를 따져 제가 요즘 계속 재구매하는 건 이처럼 이니스프리에요. 그런데 미스트계의 제왕은 따로 있죠. 고민할 것도 없이 아모레퍼시픽! 공교롭게도 둘은 같은 회사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네요. 아모레퍼시픽의 모이스춰 바운드 스킨 에너지 미스트는 브랜드가 론칭과 동시에 가장 빨리 입소문났던 제품이고, 아직까지도 열렬한 마니아 부대를 이끄는 스타 셀러 제품이에요. 그때만 해도 ‘페이셜 미스트’라는 품목은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에서 비대중적인 품목이었거든요. 그런데 아모레퍼시픽이 아주 근사한 미스트를 선보이면서 페이셜 미스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저도 그 열풍에 동참해 지인과 카페에 열렬히 추천했던 기억이 납니다. 풋~ 2,000년대 중반에는 미스트 본품 200ml짜리를 구입하면 30ml의 깜찍한 미니 미스트를 같이 줬었거든요. 휴대용이지만 본품과 거의 동일한 분사력을 자랑해 아주 유명했던 미니 미스트인데 혹시 기억 나세요? 전 그걸 마르고 닳도록 재활용하고, 또 재활용하고.. 그러다 너무 닳아서 버린 기억도 있어요. 풋~
여기서.. 제 추측이긴 한데요 아모레퍼시픽 미스트 원가분석을 해보면 용기값이 화장품 원료값보다 더 비쌀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그만큼 용기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한 미스트거든요. 예를 들자면 아벤느처럼 스프레이 통에 담긴 미스트는 분사력이 미세하고 넓게 퍼지기 쉬운 구조거든요.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처럼 플라스틱 보틀에 스프레이 캡이 달린 타입은 상대적으로 찍찍 뿜어져 나오기 쉬운데 아모레퍼시픽 미스트는 마치 안개가 퍼지듯 미세한 방울이 고루고루 얼굴에 뿌려져 큰 매력이 있어요. 처음 홀릭했던 그 땐, 그 치명적인 분사력이 제게 경이로울 정도였다니까요.
아모레퍼시픽 미스트가 좋은 첫 번째 이유는요, 이처럼 수증기처럼 미세하고 넓게 퍼지는 분사력 때문이에요. 다른 미스트를 쓸 때처럼 굳이 손으로 두드리지 않아도, 알아서 얼굴 전체에 고루 미세하게 잘 분사되어서 그 점이 무지 좋아요. 두 번째로는 촉촉함이 상당히 오래 간다는 거! 대부분의 미스트는 즉각적인 수분 공급과 시원함은 있지만 뿌리고 난 뒤 금세 증발되어버리곤 하잖아요? 그런데 얘는 상대적으로 더 오랫동안 피부에 수분을 붙잡아 주는 느낌? 이건 써본 사람만이 격하게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랍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탁월한 진정 효과도 빼놓을 수 없죠. 단지 미스트를 뿌렸을 뿐인데 피부 컨디션이 급격히 좋아지고 피부가 아주 평온해지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요. 참고로 두 번째, 세 번째 이유가 가능했던 건 미네랄 워터가 아닌 ‘대나무 수액’을 베이스 원료로 썼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걸 말씀드릴게요. 이 때문에 그 이후로 국내 화장품 업계에지금까지도 수액 바람이 불고 있잖아요. 대나무 수액, 자작나무 수액 등등.. 이게 바로 아모레퍼시픽 미스트의 힘입니다. 살아 있는 미스트계의 전설이라 부를 만하죠.
그치만 너무 비싸잖아요. 글로벌 프레스티지 브랜드라는 이유로 58,000원씩이나 하니까요. 그래서 전 가격이 만만한 이니스프리 미스트를 주로 써요. 얘는 제주화산암반수로 만들어졌거든요. 프랑스에서는 치료용으로 권할 정도로 유명한 온천장들이 유리아쥬, 아벤느, 라 로슈 포제, 비쉬 같은 곳(지명이자 곧 화장품 브랜드명)인데요, 세계 최고의 스파 워터라는 찬사를 받는 만큼, 거기서 솟아나는 미네랄 워터는 단지 그걸 스프레이 통에 담는 것만으로도 뚝딱 화장품이 되어 버려요. 안타깝게도 그런 프랑스 미네랄 워터와 제주화산암반수는 물의 급이 달라서, 그 앞에 가면 깨갱~하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저는 요즘 즐겨 쓰던 유리아쥬, 아벤느 미네랄 워터보다 이니스프리를 더 즐겨 쓰는데요.. 암반수 외에 기타 등등 식물 추출물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거든요. 보습력이나 향이 프랑스 미네랄 워터 스프레이보다 더 제 맘에 들어서요.
그럼 ‘제주’ 얘기가 나온 김에.. 제주 얘기 좀 해볼게요. 제주도는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도라 하지만 요즘 키워드는 올레길이죠! 저 역시 언젠가 핏플랍 스니커즈를 장만하면 제주 올레길을 꼭 걸어보겠다며 다짐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저에게 제주는 올레길 못지 않게 녹차밭의 이미지가 강해요. 제주 갈 때면 종종 들려서 그런가봐요. 약 100만평 규모로 펼쳐진 거대한 오설록 녹차밭은 아모레퍼시픽이 태평양이던 창업주 시절 녹차와 제주에 대한 각별한 애착으로 탄생했다고 하죠. 그러고 보면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기업이면서 동시에 녹차 기업이잖아요? 바로 그 독창성이 주는 시너지 효과가 대단한 것 같아요. 녹차 화장품에 상용화시킨 것이나 EGCG를 전세계에서 주목하는 화장품 성분(안티 에이징 효과)으로 부각시킨 것에 아모레퍼시픽의 역할이 상당했다고 전 보거든요. 그리고 아모레퍼시픽의 여러 브랜드 중에서도요 녹차 추출물이든, 녹차 컨셉이든 가장 많이 녹차가 적용된 브랜드가 바로 이번 메일의 추천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과 이니스프리에요. 그룹에서 가장 값비싼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과 가장 저렴한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라는 것에 저는 살짝 재미를 느낀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타임 레스폰스 라인에, 이니스프리의 경우 그린티 라인에 녹차 추출물이 주성분으로 함유되어 있어요. 물론 2개 브랜드에 같은 급의 녹차 추출물이 들어간다고 보진 않아요. 녹차 카테킨의 항산화 효과도 엄청 차이날 수밖에 없겠죠. 명품을 지향하는 아모레퍼시픽에는 최상의 추출물을, 대중성을 지향하는 이니스프리에는 “상대적으로” 저급한 추출물을 넣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래도 녹차 컨셉을 더 잘 활용하고 있는 건 이니스프립니다. 아예 그린티 라인을 만들었잖아요. 그린티 광고를 한참 할 때 ‘제주 녹차’를 대대적으로 내세웠구요. 그 라인의 대표 주자 그린티 미네랄 미스트는 제주화산암반수에 녹차 추출물과 각종 식물 추출물, 그리고 여러 가지 화학 보존제가 들어가 만들어집니다. 베이스 원료인 미네랄 워터가 아무래도 프랑스 스파의 미네랄 워터에 비해서는 급이 낮지만, 녹차를 비롯한 다른 식물 추출물들이 보습과 리프레시 효과를 제법 주기에 전 만족해요. 거기에 녹차향과 꽃향이 섞인 싱그럽고 은은한 향은 마음까지 배려해주는 것 같고, 가격대도 만만하구요. 그래서 추천하는 거죠.
오늘은 녹차 얘기로 마무릴 지을게요. 녹차 추출물로 잘 알려진 카테킨은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의 일종이거든요. 그리고 카테킨의 주요 성분인 EGCG(EpiGallo Catechin-3-Gallate)는 항산화/항바이러스/항균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죠. 그래서 양질의 녹차 or 녹차 추출물을 먹고, 바르는 것은 우리 신체의 노화를 더디게 할 수도 있는 거구요. 항산화(Anti-oxidant)라는 건 곧 산화 반응에 맞서 이를 저지한다는 뜻이고, 산화는 곧 노화로 연결되니까요. 최근 일본에서는 녹차 추출물인 EGCG가 타미플루보다 100배쯤 강한 신종플루 치료 효과를 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이슈가 되기도 했었는데 아세요?
그 정도로 EGCG는 강력히 떠오르는 항산화 성분이에요. 그런데 이니스프리 그린티 미네랄 미스트에 그게 들어 있는 지는 모르겠어요. 극소량이거나 아예 안 들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에요. 녹차 추출물=EGCG는 아니니까요. 제주도 유기농 녹차수 97.1% 함량이라는 표기가 있긴 하지만, 이건 녹차 추출물을 미네랄 워터(제주화산암반수)에 휘휘 섞어 그게 97.1%라는 비율을 차지하는 것일 테니까요. 이에 반해 아모레퍼시픽은 좀 달라요. EGCG하면 저는 타임레스폰스 라인이 떠오를 정도로 아모레퍼시픽의 녹차 추출물은 최상, 최고를 지향합니다. 그치만 아무리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해도 피부과 레이저 시술비와 맞먹는 40~50만원 가격대의 단품 가격은 제게 설득력이 없어요. 전 그걸로 차라리 피부과를 가라고 권해드릴 여자니까요! ㅎㅎ
그래도 화장품은 효과=가격만으로 따질 수 없는 또 그 무언가가 있는 상품이잖아요. 제가 전에 ‘감성’ 얘기를 할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요. 에르메스의 켈리백이 1,000만원을 넘으면서도 인기 절정이듯, 명품 화장품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뭐 이해되겠죠? 그럼 미스트에서 출발해서 제주, 녹차, EGCG까지 오늘의 긴 얘기 드디어 끝낼게요. 쓩~
*ps-마침 23~24일 이니스프리가 10~40%까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두 세일 중이에요. VIP나 VVIP는 각각 세일가에서 추가 10% 20%를 더 세일해주니까요, 이왕 이니스프리 미스트 구입하시려면 지금 시길 놓치지 말고 여러 개 미리 구입해두시는 것도 좋을 듯!
-2010. 12. 23. THU. 화장품쟁이 닥터윤주
안그래도 아벤느 대용량 미스트 다써가서 고민중이었는데 이니스프리로 달려가야겠군요!
정보감사!!
맞아요.. 아모레퍼시픽 좋은데 가격부담이있죠..ㅠㅠ
아모레퍼시픽은 가격이 후덜덜... 이니스프리는 집에 있지만 저렴이라는 인식 때문에 잘 안써졌는데 이제부터라도 써보야겠어욤~
이니스프리 좋긴한데...극건성에게는 아모레퍼시픽 더 강추 합니다. 극건성 제피부에는 맞는 미시트 착기가 하늘에 별따기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