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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늘도 난 습관처럼 TV를 켜놓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텔레비젼에서는 sbs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이라는 프로그램을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잠깐 동안 보여주는 예고 화면에는 아프다고 울며 목욕하기 싫다는 아기의 모습이 보인다.
스치듯 지나간 화면 속의 아기는 영락없는 전신화상 환자였다.
그 모습이 너무도 안쓰럽고 가여워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통곡을 하였다.
아마도 그 방송을 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했을 것이다.
조그마한 아기의 온 몸은 물집으로 인해 피부가 벗겨지고 속살이 드러나 온통 빨간색이다.
어른이 느끼기에도 너무나 끔찍한 고통을 겨우 세살인 현아가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아기를 보면서 눈물을 아니 흘릴 사람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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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신화상인 줄만 알았던 현아는 이름도 생소한
'열성형 이영양성 수포성 표피 박리증' 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데
백만명 당 1명 꼴로 있는 유전성 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희귀질환이라고 한다.
현아의 피부는 닿기만 해도 물집이 생겨 온 몸을 붕대로 감고 생활하며
입안은 염증으로 인해 심하게 부어오르고 치아도 모두 빠져 식사는 죽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발가락 협착현상으로 머지않아 걷지 못할 위기에 놓여있고
손톱도 모두 빠져버려 가려운 곳을 긁을 수도 없다.
현아엄마는 손톱이 없어 긁지 못하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한다.
그 말 속에 녹아있는 어린 현아의 고통과,
그런 자식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이 어느정도일지
과연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어떤 말로도 현아와 현아의 부모님이 겪고있는 고통을 대신 할 수 없을 것이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정말 神이 있기는 한 것일까..
현아와 부모님께 무슨 말이든 전하고 싶다.
하지만,
용기를 잃지말고 힘내시라는 말이 이처럼 무기력하게 느껴질 수가 있을까...